바다건너축구/이태리국

오랜만에 챔스무대에 등장한 유벤투스, 기대와 걱정

J_Hyun_World 2012. 9. 18. 08:00

 

 

 

(어느덧 유벤투스의 무패행진이 40경기를 넘어섰다. 무시무시하다.)

 

  지난시즌 무패우승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유벤투스는 지고 있던 경기를 뒤집으면서 또다시 승리했다. 유벤투스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기준), 제노아 원정경기에서 챔스경기를 대비하기 위해 주전을 일부 휴식을 주게 한 채로 경기로 임했다. 하지만, 전반전에 유벤투스 유스 출신인 시모 이모빌레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면서 유벤투스는 급작스럽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마시모 카레라 감독대행은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휴식을 주었던 부치니치, 아사모아, 리히슈타이너를 투입시켰고, 후반전에 3대1 역전승을 만들어내며 유벤투스는 세리에A 선두를 유지하였다. 리그에서 3연승이라는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가면서 챔스 첫경기인 첼시원정길에 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리그에서 제왕의 모습을 오랜만에 출전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보여줄 지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나는 유벤투스의 챔스 출전에 대해 기대하면서 한편으론 걱정이 된다.

 

 

- 기대(Expectation)

 

1. 이탈리아에서 유행하는 3-5-2 전술의 선구자

 

(2011/12 시즌 후반기부터 재미를 봤던 유벤투스의 3-5-2, 이 전술이 유로대회에서 이탈리아가, 그리고 올시즌 이탈리아 내 유행을 몰고 왔다. 사진출처 골닷컴)

 

  유벤투스가 챔스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분류되고 있는 첫번째 이유가 바로 이 3-5-2 전술 덕분이다. 사실 유벤투스보다 나폴리가 먼저 3-5-2 전술을 사용하긴 했지만, 나폴리는 3-5-2 보단 3-4-3에 가까운 전술이라 볼 수 있다. 재밌는 게 유벤투스가 이 3-5-2 전술을 처음으로 사용했던 것이 바로 나폴리전이었고, 그때 당시에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처음으로 사용했기에). 하지만, 후반기부터 안토니오 콘테가 지속적으로 3-5-2 전술을 시도한 결과 후반기에 극강의 전술로 거듭났다. 이 전술을 들고 유벤투스가 무패우승을 달성하자, 이탈리아 국대 감독인 체사레 프란델리 또한 유벤투스의 전술을 벤치마킹하여 유로 2012 준우승을 이끌었고, 올시즌 이탈리아 클럽들도 하나둘씩 3-5-2로 전환하고 있다.

 

  이 전술에서 중요한건 바로 측면 윙백들의 움직임과 중원 3인방(마르키시오-피를로-비달), 그리고 전방에 배치된 투톱이다(중원 3인방에 관해서는 밑에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나폴리와 달리 유벤투스는 윙백들에게 단순히 측면만 오버래핑하면서 크로스를 올리는 것이 아닌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역할을 부여하면서 좀 더 다양한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윙백들이 중앙으로 치고 들어올 때에는 중앙 미드필더들이 측면커버를 해준다. 또한 투톱의 경우에는 단순히 골게터 역할을 넘어 섀도/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하면서 공수전환에 좀 더 유기적인 움직임을 요구한다(마치 토탈사커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이러한 전술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체력을 요하는데, 유벤투스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체력이 좋기에 90분 내내 상대를 지치게 만들어 자신들에게 굴복하게 만든다.

 

 

2. 챔스 출전한 팀들 중 가장 강력한 중원라인 형성

 

(유벤투스의 스쿼드는 단단합니다. 그림출처, 와싯의 파스타툰)

 

  오늘날 유벤투스가 극강으로 군림할 수 있게 된 배경은 바로 탄탄한 중원라인 덕분이다. 마르키시오-피를로-비달 이 라인업은 전세계 어느 빅클럽과 견주어도 절대로 밀리지 않는 극강라인업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피를로의 합류는 유벤투스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알다시피, 피를로는 단순한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니라 후방에 배치되어 마치 영화감독 포지션에서 촬영현장을 지휘하는 '레지스타'의 역할로 유벤투스 전체를 조율하고 있다. 유벤투스의 전반적인 경기 템포를 조율하면서 중원을 장악함과 동시에 종종 상대의 허를 찌르는 킬패스를 전방이나 측면으로 찔러주면서 상대의 뒷공간을 열어제끼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선보인다(AC밀란이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는 것이 바로 피를로를 유벤투스로 넘겨준 것이며, 그 이후 AC밀란의 창조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물론 피를로 혼자만으로는 이러한 영향을 뿜어내긴 힘들다. 피를로를 보좌하는 마르키시오와 비달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돌격대장', '전사'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마르키시오와 비달의 활동량은 어마어마하다. 그들은 주로 수비시에는 피를로의 수비가담을 덜어주거나, 윙백들의 오버래핑 시 비어있는 측면을 커버하는 역할을 하면서 공격시에는 전방에 배치된 투톱들이 수비를 측면으로 몰고 나갈때 전방으로 올라와서 BTB 모드로 직접 득점에 참여하는 역할까지 한다. 이 두명의 올라운드 미드필더들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는 제노아전에서 볼 수 있었다. 비달이 결장할 때 수비가담이 안되서 유벤투스의 플랫3의 수비과부화가 얼마나 심했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3. 무패우승으로 얻은 위닝 멘탈리티

 

(유벤투스가 요근래 졌던 경기가 얼마나 되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해졌다.)

 

  2시즌 연속 '7벤투스'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현재의 유벤투스는 확실히 달라졌다.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태도부터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그당시만 하더라도 승리에 대한 의욕이 넘치지 않았었고, 종료휘슬이 울릴 때까지 경기를 뒤집겠다는 모습은 없었다(그저 될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유벤투스 레전드출신인 안토니오 콘테가 온 뒤부턴 그러한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다. 지난시즌부터 유벤투스 선수들의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대단했다. 질 것 같은 경기에도 악바리처럼 달라붙어 어떻게해서든 뒤집겠다는 투지와 승부욕을 불태우면서 몸을 사리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이기면서 그들이 매경기 승리에 대한 집착은 상당했다. 그 결과가 오늘날의 유벤투스를 만들어낸 또하나의 근원이 아닐까 싶다.

 

 

 

- 걱정(worry)

 

1.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부재

 

(마시모 카레라가 감독대행으로 잘하고 있다지만, 그래도 콘테의 공백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그렇다고 해서 유벤투스가 마냥 긍정적인 기대와 예상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기대가 있으면, 걱정 또한 따르게 되는 게 당연한 것. 유벤투스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크고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무패우승의 원동력인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부재다. 요근래에 터진 승부조작사건에 휘말린 안토니오 콘테는 지난 시에나 감독시절에 승부조작가담자들의 승부조작에 방조했다는 죄목으로 10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리그 경기할 때는 경기장 출입금지 징계를 받고 있는 중이다(즉, 경기장 안에는 절대로 접근 금지인 대신에 훈련 등에는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큰 공백임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 보드진이 그를 그대로 안고 가는 것은 콘테의 유죄가 확실하게 입증된 것이 아님에도 억울하게 징계를 받고 있다는 것과, 어수선했던 유벤투스 분위기를 단번에 해결한 이도 콘테였기 때문에 그를 믿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내에서만 적용되던 징계가 FIFA로 넘어가면서 더 복잡해졌다. FIFA로 넘어가서 콘테는 세리에A 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도 경기장 출입금지처분을 받게 되어 유벤투스의 챔스 일정까지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리그 경기나 조별리그 일정의 경우에는 단판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만회할 기회도 있고, 카레라 감독대행의 임기응변이 통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만약에 유벤투스가 조별리그를 통과하여 토너먼트로 진출할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토너먼트도 홈&어웨이 방식이긴 하더라도 사실상 단판승부와 다를 게 없는 분위기이기에 감독의 즉각적이고 유연한 대체술이 필요한데, 아무리 카레라가 콘테와 유사한 스타일이라 하더라도 콘테처럼 똑같이 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첫경기인 첼시같이 빅클럽과 상대할 경우에도 콘테의 부재는 크게 작용할 것이다.

 

 

2. 득점을 책임져줄 스트라이커가 없다

 

(유벤투스의 2시즌째 고민인 스트라이커들의 골침묵, 특히 마트리의 부진이 가장 심각하다)

 

  콘테의 부재와 같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 비안코네리 소속 스트라이커들의 득점력 부재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다비드 트레제게가 떠난 이후, 유벤투스는 줄곧 골을 지속적으로 넣어줄 스트라이커를 찾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으나, 영입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현재 유벤투스 투톱으로 나오고 있는 세바스티안 지오빈코나 미르코 부치니치가 확실한 크랙역할을 해주면서 현재 전술에 120% 활약을 보여주면서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있지만, 문제는 지오빈코나 부치니치가 전술적 활용도가 대단히 높은 대신에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득점을 전담하도록 기대하는 것이 사실 무리라는 것이다. 이것이 유벤투스의 또다른 약점이다.

 

  현재 유벤투스에서 득점을 담당하는 선수로는 알레산드로 마트리가 있다. 그가 2011년 초에 유벤투스로 이적할 때만 하더라도 후반기에 16경기/9골을 몰아치면서 그동안 유벤투스가 갈구하던 스코어러로 성장할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시즌인 2011/12 시즌에 마트리는 침묵했다. 30경기를 뛰는 동안 겨우 10골을 뽑아내면서 다시 한 번 스코어러의 부재가 대두되었고, 심지어 제노아전에서 쩌리로 불렸던 마르코 보리엘로가 제노아 선발로 나오면서 같이 선발로 나온 마트리보다 더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마트리가 갈수록 침묵하고 있고, 파비오 콸리아렐라도 이렇다할 모습을 못보여주고 있으니 유벤투스가 카바니, 요렌테 등을 지속적으로 노리고 있는 것이다.

 

 

3. 선수들 절반 이상 챔스 경험 부족

 

(나폴리도 챔스 조별리그에선 선전했지만, 경험 부족으로 토너먼트에서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유벤투스에서 챔스 무대를 경험한 선수로는 부폰, 키엘리니, 피를로, 마르키시오, 부치니치 등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유벤투스 선수들 대부분이 챔스 무대 경험이 없다는 것도 변수로 작용한다. 이와 비슷한 예를 지난시즌 나폴리의 행보를 통해서 볼 수 있다. 그들이 비록 죽음의 A조에서 맨시티와 비야레알을 밀어내고 챔스 토너먼트로 진출하긴 했지만, 첼시와 경기를 치르면서 경험부족이라는 약점을 드러냈고, 챔스 경험이 풍부한 첼시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다. 유벤투스도 나폴리와 비슷한 상황이고, 챔스 무대가 리그와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토너먼트에 올라가게 된다면 그들이 과연 잘 극복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감독도 챔스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판국에, 챔스경험부족까지 떠앉고 있으니 걱정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오랜만에 챔스 무대에 나온 유벤투스에 대한 기대치는 상당히 높고, 첫번째 경기인 첼시와의 경기에서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팬들까지도 대부분 유벤투스가 우세하다고 점치고 있다(첼시가 슈퍼컵에서 AT 마드리드에게 완패를 당함과 동시에 약점을 노출한 게 타격이 컸다). 글쓰는 내 입장에서도 유벤투스가 런던 원정에서 이겼으면 소원이 없겠다. 하지만, 유벤투스 또한 이번 챔스 출전에 적잖은 핸디캡을 끼고 있기에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완전히 선전하라고 하지 않을테니, 무난하게 챔스를 치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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