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이태리국

초반 부진을 겪고 있는 AC밀란, 누구의 잘못인가?

J_Hyun_World 2012. 9. 28. 08:00

 

 

 

믿을 수 없는 AC밀란의 몰락, 누구의 책임인가?

 

(여태껏 봐왔던 AC밀란이었지만, 이렇게 무게감이 가볍게 느껴졌던 적이 언제였더라...)

 

  예전에 내가 알던 그 강팀 AC밀란이 아니다. 올시즌 AC밀란은 여태껏 봐왔던 유럽을 대표하는 명문구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실망스럽고, 무게감이 떨어진다. AC밀란도 수년 간 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빠져나가긴 했지만, 못해도 리그 3위 이내 진입은 거뜬히 이뤄냈던 저력을 지녔었다. 하지만 올시즌 AC밀란에게서 그러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초반이라 아직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다. 시즌 초반 AC밀란의 성적표가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올시즌 AC밀란이 치룬 전적은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하여 2승 1무 3패, 어떻게 보면 아주 나쁜 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경기내용은 정말 최악에 가까웠다.

 

  알다시피 AC밀란은 올 여름에 팀의 중추기둥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말디니가 은퇴한 뒤, 밀란의 수비의 지주였던 알레산드로 네스타는 미국으로, 중원의 파이터인 젠나로 가투소는 스위스로 건너갔고, 베테랑 스트라이커인 필리포 인자기는 은퇴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공수방면에서 AC밀란을 먹여살렸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티아구 실바는 AC밀란 레전드 출신인 레오나르두와 카를로 안첼로티가 있는 PSG로 건너갔으며, 이 두 선수의 이적에 분노한 안토니오 카사노는 이웃집인 인테르로 트레이드되었다.

 

  AC밀란이 리빌딩을 해야할 시점이라고 말들은 하지만, 이렇게 중추들이 대거 빠졌는데 제대로 된 보강은 없었고(그나마 나이젤 데용과 리카르도 몬톨리보의 합류가 유일한 위안거리), 이러한 채로 경기를 치르다 삼프도리아와 아탈란타에게 패배하였다. 심지어 약체인 안더레흐트와의 챔스 홈경기에서도 무득점 무승부라는 망신까지 당했다. 칼리아리전에서 승리를 거두긴 했어도, 여전히 AC밀란의 모습은 아니었다. 이것이 정녕 예전에 그 무서운 AC밀란이 맞는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그의 능력이 한계점에 다다랐나?

 

(지난시즌부터 신통치 않은 경기력을 보여준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오른쪽). 그의 지도력의 문제인가?)

 

  AC밀란 감독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은 지난시즌부터 불거져나온 이야기다. 지난시즌 유벤투스가 무패우승으로 이탈리아 내에서 잘나가는 동안 밀란은 리그에서나 챔스에서나 양쪽에서 휘청거렸다. 지난시즌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나치게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의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단순히 스트라이커 역할 뿐만 아니라 트레콰르디스타 역할까지 소화가 가능하기에 피를로를 내줘도 나름 창의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했던 것이고, 이브라히모비치를 중심으로 케빈 보아탱이나 안토니오 노체리노의 화력도 재미를 본 것이었다.

 

  그러나 유벤투스나 인테르도 예전에 겪었듯이 이브라히모비치를 떠나 보내고 난 뒤에 겪는 '즐라탄 증후군'에 봉착한 AC밀란은 이를 극복할 만한 플랜B가 현재까지 없다는 점이다. 여기서 '즐라탄 증후군'이란 이브라히모비치가 주축이었던 팀들이 그를 떠나보내고 나서 그의 대체자를 찾기 위해 꽤나 고생했다는 경험에서 일부 세리에A 팬들이 즐겨 쓰는 말 중 하나다. 유벤투스는 이브라히모비치를 보낸 뒤에, 델피에로와 네드베드를 중심으로 팀 재편을 하면서 대체했고, 인테르의 경우에는 무리뉴 감독이 4-2-3-1(혹은 4-3-1-2) 전술로 변화하면서 이브라히모비치의 역할을 다른 선수들에게 분산시키면서 해결했다. 하지만 AC밀란의 경우에는 현재 새로운 구심점이 될만한 선수도, 다양한 전술을 활용할만한 선수스쿼드도 갖추질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알레그리의 경기 스타일이야 감독 취향이니 무엇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순 없다(전술은 어차피 상대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 알레그리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선수들과의 의사소통문제다. 특히나 알레그리가 밀라노의 노장 선수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제법 있었다고 한다(잠브로타와 인자기가 그러했다고). 안첼로티가 있던 시절에는 팀 분위기가 가족같은 분위기였던 반면에 알레그리 체제에서는 상당히 프로페셔널한 분위기이며, 알레그리의 성격 자체가 고지식하고 우직한 면이 있어서 예를 들어 선수들이 왜 오늘 라인업에 들지 못했는지를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고 한다(알레그리는 인터뷰에서 그걸 굳이 왜 설명해야하냐고 했던 적이 있다).

 

  즉, 파비오 카펠로 감독같이 약간 독불장군형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알레그리의 성격과 그의 경기운용에 대해서 최근에 그의 감독자리를 두고 신임투표를 했었는데, 알레그리의 자리는 일단 보장되었다(거기다가 칼리아리전 승리로 한숨 돌린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시즌에 이어 올시즌에도 무관이라면 그도 머지않아 지휘봉을 내려놔야 할 지도 모른다. 최근에 부회장인 아드리아누 갈리아니(사진 왼쪽)와도 사이가 좋지 않다는 말도 돌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신은 구단에 대체 신경쓰기는 하는건가?

 

(사실 AC밀란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베를루스코니 구단주(가운데)의 구단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AC밀란의 부진이 알레그리 감독의 문제라고 보질 않는다. 오히려 AC밀란이 부진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이탈리아 총리이자 AC밀란 구단주이기도 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구단에 대한 성의없는 태도가 가장 크다고 본다. 요근래에 베를루스코니는 알레그리 감독을 향해 지속적으로 성적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반면에, AC밀란의 한 획을 그었던 레전드들을 코치진 및 프론트 멤버로 불러들일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PSG 감독으로 있는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부터 프랑코 바레시, 파올로 말디니, 빌리 코스타쿠르타, 필리포 인자기 등이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레전드들을 불러들이는 것은 좋으나, 알레그리에게 풍족하게 지원해주지도 않으면서 성적 압박을 가하고 무조건 화려한 공격축구를 요구하는 그의 태도도 상당히 무책임하다. 현재 알레그리에게 대하는 태도도 이러한데, 레전드들에게도 과연 곱게 대할 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알레그리를 비롯한 현장 스탭의 문제보다도 AC밀란이라는 구단을 운영하는 아드리아누 갈리아니 쪽이 더 심각하다. 갈리아니 부회장의 일처리능력이 상당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AC밀란의 스카우터를 전담하던 레오나르두가 떠난 이후부터 AC밀란의 스카우터 업무가 와장창 무너져버려 이 일을 갈리아니 혼자서 도맡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세리에A 클럽들은 동유럽이나 남미쪽으로 스카우터들을 지속적으로 파견하여 알짜배기 영입을 하는 반면에, AC밀란은 남들보다 한발 늦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갈리아니가 이것저것 혼자 일처리를 다 하려다보니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고, 그를 보좌해서 일을 분담해서 도맡아줄 보좌관들이 여러명 필요한 실정이다. 스카우트 업무 이외에도 마케팅이라던지 회계업무라던지, 유스 육성 등에서 많은 손이 필요한데, 베를루스코니는 그걸 보질 않았다.

 

  물론 알레그리가 안첼로티 때보다 조금 더 지원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현재 AC밀란의 자산으로 어떠한 빅 영입 자체가 불가능할 뿐더러 현재 자원으로 최대한 성적을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알레그리가 갖췄다는 점이고 지난시즌의 경우에는 밀란 선수들의 대거 부상도 한몫했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알레그리 감독의 후임으로 前 바르셀로나 감독이었던 펩 과르디올라가 지목되고 있는데, 과르디올라 또한 알레그리 못지 않게 자신의 철학이 확고한 감독이고 그가 온다하더라도 이 기존 자원으로 얼만큼 보여줄 지 장담할 수 없다(즉, 누가 오더라도 현재 자원으로는 AC밀란을 바꿔놓기 힘들다는 소리다). 누구를 앉히던 간에, 구단주의 이런 식의 태도라면 명장의 할아버지가 와도 바뀌지 않는다. 1990년대에 AC밀란에 애정넘치던 베를루스코니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AC밀란에 대한 시선은 비관적인 게 대부분이고, 초반이라 반전의 여지는 충분히 많겠지만 현재 프론트와 감독 간의 흐르는 냉랭함을 보았을 때에 이러한 AC밀란의 부진이 생각보다 오래 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게다가 이탈리아 클럽들의 국제적인 위상도 점차 밀리고 있는 실정이며, 오죽하면 유벤투스의 챔스 선전에 세리에A 위상이 걸렸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유벤투스와 함께 이탈리아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AC밀란의 프라이드에 이것은 상당한 상처다. 그들이 이 추락의 늪에서 빠져나올 구멍은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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