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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yun의 유럽경기장 투어] 08. "The Theatre Of Dreams", 올드 트래포드

J_Hyun_World 2012. 11. 2. 08:00

 

 

  이제 나의 유럽경기장 투어의 마지막이 다가왔다. 나중에 다시 유럽의 다른 경기장을 방문할 지도 모르겠지만, 이번 한달짜리 유럽여행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나는 런던에서 기차타고 2시간 거리에 있는 맨체스터로 향했다. 맨체스터로 가는 이유? 답은 하나다. 바로 '꿈의 구장'이라 불리는 올드 트래포드의 주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방문하기 위함이었다(순전히 맨체스터를 가기 위해 영국기차 3일 연속권도 끊은 나다). 참고로 런던에서 다른 지역으로 기차를 타고 갈 때, 목적지마다 출발역이 다르다는 팁 하나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다. 맨체스터를 가기 위해선 런던의 Euston 역에서 출발하며, 배차 간격은 20분 간격이다. Euston에서 맨체스터 중앙역이나 다름없는 Piccadilly 역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맨체스터 중앙역 역할을 하는 Piccadilly 역)

 

  Piccadilly 역을 중심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는 서로 정반대 방향에 있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두 곳을 다녀오려면 아침 일찍 맨체스터에 도착해서 둘 다 방문하는 방법이 있거나 아니면 맨체스터에서 하루 묵는 방법이 있는데, 나는 후자를 권장하고 싶다(전자를 시도해봤지만, 맨유빠라 그런지 올드 트래포드에서 너무 오랜시간을 소비했다...;;). 어쨌든 Piccadilly 역에서 올드 트래포드 역까지는 트램을 타고 20분 정도 소요되고, 왕복 티켓 가격으론 2.8 파운드가 든다.

 

(올드 트래포드 가는 길에 보이는 흔한 맨체스터 시가지 풍경) 

 

  맨체스터에서 2개의 축구 클럽을 빼고 유명한 것을 뽑자면, 당연 연상되는 것이 바로 영국 최고의 밴드 중 하나인 오아시스다. 그동안 오아시스의 노래를 들으면서 왜 이들의 노래가 약간 센치하고 몽환적이며, 우울한 느낌이 드는 것인지에 대해 궁금했었다. 그러던 찰나에 맨체스터 당일치기 여행을 하면서 왜 오아시스의 노래가 서정적인지에 대해 바로 이해했다. 바로 맨체스터의 심하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이었다. 영국 날씨가 비가 왔다 안왔다 하는 건 유명하지만, 그것도 지역마다 다 다르다. 런던과 맨체스터를 비교해보자면, 런던에서 비는 그저 흩날리는 수준이지만, 맨체스터는 거의 폭풍우 수준으로 비를 뿌리기가 다반사였다(여행하는 당일에 갑작스런 폭풍우에 적잖게 당황하며, 손가락 부상까지 당했다...-_-;;).

 

  트램을 갈아타기 위해 환승역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맨체스터 트램 직원 한 명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아무래도 울산 레플을 입고 맨체스터를 여행하는 아시아 사람이 신기해보였을테니까). 그는 나에게 어딜 가냐고 물어보았길래, 나는 올드 트래포드를 간다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그 직원은 자신의 옆에 있는 동료가 맨유 팬이라면서 나에게 소개시켜주었다. 참고로 나와 처음 대화하던 그 직원은 맨시티 팬이었다. 그러면서 본격적인 축구 덕후들의 폭풍 대화가 시작되었고, 나와 그 맨유 팬 직원은 짝짜꿍 잘맞으면서 아주 신나서 난리브루스였다.

 

  여기서 내가 맨체스터 현지인들을 상대로 거침없이 패기를 부렸다. 맨시티 팬이 나더러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은 방문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고, 나는 "내가 런던에서 당일치기로 맨체스터에 온건 OT(올드 트래포드의 준말) 때문이지, 맨시티가 아니다."라고 그를 적잖게 당황케 만들었다. 나의 그 대답에 맨유 팬은 동료인 맨시티 팬을 비웃으면서 "봤냐,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라니까."라면서 자부심을 느꼈다. 나의 말에 당황한 맨시티 팬은 "그래도 맨시티 홈구장 가면 볼 것이 많으니 한 번 가보아라." 라고 했지만, 나는 "OT 둘러보는 데도 시간이 빠듯하다. 안갈꺼다."라고 쐐기의 한 방을 먹였다(미안해요, 하지만 정말 갈 마음이 없었..).

 

  그리고 나서 맨유 현지팬은 내가 아시아인이라서 그런지 박지성과 카가와 신지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나는 "카가와가 분명 실력있는 친구이지만,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그를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긴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리고나서 "박지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참 좋은 선수였고, 맨유에서 중요한 선수였다. 나는 그가 왜 유나이티드를 떠나 QPR이라는 듣보잡 같은 팀에 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대답하면서 나에게 QPR 경기장 가보았냐고 물어보았다(참고로 맨체스터 가기 전에 런던 클럽 투어를 다 돌았다. 이 이야기는 외전에서 언급하기로 한다). 나는 "가보았지만, 문닫혀있고, 공사중이던데?"라고 대답해주었니, 이 맨유 현지팬의 대답이 대박이었다. "거봐라, 그런 후진 팀에 박지성 가기엔 너무나 아깝다. 올드 트래포드는 24시간 언제나 열려있으니 언제든지 오고 싶으면 돌아오라."면서 박지성에 대한 아쉬움과 QPR 디스를 작렬했다. 그 현지팬의 말은 정확했다. 4개월이 지난 오늘까지, QPR은 리그 꼴지를 기록하고 있고, 박지성은 새 팀에서 고생하고 있다.

 

(올드 트래포드 역 출구 안내문, 고지가 보인다!)

 

  올드 트래포드 역까지 도착했다. 여전히 비가 폭풍우처럼 뿌려댔다. 출구로 나가자마자 바로 경기장이 보이는데, 그것은 올드 트래포드 스타디움이 아니라 크리켓 경기장이니 경기장 방문할 때, 혼동하지 않길 바란다. 역에서 올드 트래포드까지 약 1km를 걸어야한다고 나오지만, 많이 걸려봐야 10분도 안걸린다. 아, 그리고 올드 트래포드가 맨체스터 시가지에선 다소 외곽에 위치해있다.

 

(경기장 근처라는 것을 알려주는 맨유 펍과 그 외 관련 상점들. 위의 건물들이 보인다면 근처에 OT가 있다는 것이다.)

 

(드디어 도착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안방인 올드 트래포드!)

 

  뉴 웸블리 스타디움을 제외하고, 영국에서 가장 큰 스타디움이라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구단이다보니 경기장 근처에 관광객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가 가는 길에 일본인 단체 관광객과 마주치기도 했다. 아무래도 카가와 신지의 이적효과가 아니겠는가 싶다. 사실 나에게 있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돠 올드 트래포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처음 축구를 접하게 된 계기는 집 앞에 있는 울산 공설운동장과 울산이라는 팀이었지만, 내가 해외축구로 눈을 돌리게 만든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데이비드 베컴이 전적으로 영향을 끼쳤으니까 말이다. 특히나 1998/99 시즌 맨유가 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하면서 본격적인 맨유빠가 되었다.

 

(맨유 클럽 역사상 전설적인 선수 3인방. 왼쪽부터 조지 베스트, 데니스 로, 그리고 보비 찰튼)

 

 

  올드 트래포드 벽면에 붙어있던 광고물인데, 맨유의 전설적인 선수인 '스트랫포드 엔드의 제왕'인 데니스 로와 '가장 뛰어난 골키퍼 중 한 명'인 피터 슈마이켈이 런던 판크리스 르네상스 호텔에서 세미나가 있다고 한다. 날짜는 9월 12일.

 

(2012년 런던올림픽의 흔적이 남아있는 올드 트래포드. 여기로 들어가면 맨유 투어 및 레드카페를 갈 수 있다)

 

 

  여기가 바로 맨유 박물관 및 맨유 투어의 입구다. 입장 티켓은 1층 입구에서 끊도록 되어있는데, 가격은 12파운드(학생할인 적용해서). 맨유가 다른 클럽들과 달리 차별성을 두고 있는 점을 꼽자면, 바로 유럽 클럽들 중 유일하게 '한국어 팜플렛'을 제공한다는 점이다(이것이 박지성의 파워인지, 한국인의 파워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박물관 입구 옆에는 그 유명한 레드카페가 있다(허나 시간이 촉박하여 가진 못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맨유 레전드 중 한 명이자, "스트렛포드 엔드의 제왕"인 데니스 로의 특별 전시관이었다. 아무래도 9월 12일에 런던에서 하는 세미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데니스 로에 관한 전시를 제일 앞에 배치했다. 데니스 로는 1960년대에 맨유의 황금기를 이끌던 공격수 3인방 중 한 명으로 현재까지 발롱도르를 받은 유일한 스코틀랜드 출신 선수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맨유 출신 등번호 10번의 위엄으로 따지자면, 아직도 데니스 로가 가장 강력하다.

 

 

(흔한 잉글랜드 최다 트로피 보유 팀의 트로피 자랑. 그냥 눈으로 봐도 엄청 많다고 느껴질 정도.)

 

 

  여기는 맨유에서 가장 오랜 기간동안 집권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기리기 위한 전시관. 이번 시즌까지 총 25번째 시즌을 맞이할 만큼, 노령의 나이에도 현역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 현재 EPL 역사에서도 퍼거슨 감독이 가장 오랫동안 한 팀의 감독으로 맡고 있으며, 이 기록은 앞으로도 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전무후무한 기록.

 

(흔한 맨유에서 25년간 장기집권한 감독의 개인 트로피 모음집. 후덜덜하다)

 

 

  이것은 1958년 2월 6일 뮌헨 비행기 대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특별 전시관이다.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유러피언 컵 준결승행을 확정하고 귀국하던 선수단을 태운 비행기가 중간지 뮌헨에서 연료 공급을 받고 이륙을 하는 도중 이륙 실패로 공항의 경계벽과 충돌하였고, 이 사고로 선수 8명과 코칭스태프를 포함해 총 15명이 사망하였다. 버스비 감독도 비행기에 탑승하여 심각한 부상을 입었으나 구조되었다. 7명의 선수는 사고 당시 사망했고, 중상을 입은 선수 한 명은 2주일 후에 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사망한 선수들 중에선 당시 잉글랜드 슈퍼 탤런트이자 맨유의 주장이었던 던컨 에드워즈도 포함되었다. 사고 이후 유러피언 컵을 포기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았지만, 부상 중인 버스비를 대신해 지미 머피가 임시 감독직을 맡고 대회에 계속 참가하였다. 참사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FA컵 결승전까지 올랐다. 후에 이 사건을 토대로 만든 영화인 United를 꼭 보길 바란다.

 

 

  이것은 맨유에서 뛰었거나 뛰고 있는 선수들의 유니폼과 축구화, 메달 등을 보관해놓은 전시관인데,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건 가장 오른쪽에 있는 박지성 칸이다. 사실 박지성에 대해 한국에선 이상한 이야기가 퍼져있었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QPR로 이적할 당시, 맨유에서 버렸다느니 퍼거슨 감독의 플랜에서 사라졌다느니라는 근거없는 소문들이 무성했다. 과연 그 소문들이 진실이라면, 맨유 박물관에 굳이 박지성 칸을 만들어서 기념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맨유에서 박지성의 존재는 결코 무시할 수 없었고, 퍼거슨 감독이나 맨유 팬들도 박지성에 대해서 대단히 고마워하고 있다고 한다. 반더사르-루니-비디치-긱스와 함께 나란히 전시될 정도면 7시즌동안 뛰었던 박지성의 맨유에서 입지가 어느정도인지 감이 올 것이다.

 

(여기는 맨유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한 전시관. 맨유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이 방은 맨유를 거쳐갔던 모든 선수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나를 맨유빠로 만든 결정적 장본인이었던 데이비드 베컴은 물론이겠거니와 박지성도 여기에 적혀있다.

 

(반더사르와 나란히 있는 박지성)

 

(나를 맨유빠로 만든 장본인, 데이비드 베컴)

 

(현재 최고의 슈퍼스타로 군림한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근데 누가 C를 떼갔다.)

 

 

  이것은 맨유에서 뛰었던 스타플레이어들의 모든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수 있는 영상기기. 이것을 돌려보면서 예전의 맨유를 추억해볼만도 하다.

 

 

 

  이 곳은 1992년에 등장한 일명 '퍼거슨의 아이들' 전시관이다. 당시 퍼거슨의 아이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던 맨유의 황금유스세대인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게리 네빌, 니키 버트, 데이비드 베컴을 추억하고 있다. 

 

(두 명의 전설적인 맨유 감독, 맷 버스비(위)와 알렉스 퍼거슨(아래))

 

  박물관 투어를 하던 도중에 경기장 투어 시간이 다되어서 박물관 투어를 마다하고, 경기장 투어 집합 장소로 모였다. 때마침, 벽에 걸려있던 TV에 나오던 장면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바로 이 것! 로빈 반페르시의 맨유 링크였다. 실제로 내가 올드 트래포드 투어가 끝나고, 런던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맨유 이적 오피셜이 떴으나, 사실 나는 올드 트래포드 현지에서 먼저 접해듣는 영광(?)을 누렸다. 투어 도중, 가이드 분께 반페르시에 대한 이적 이야기를 물어보았고, 가이드의 답변은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테니 기다리라." 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후에 메가스토어에 가서 비어있는 등번호를 찾았고, 베르바토프 마킹이 빠져있길래 반페르시가 9번을 달 줄 알았다(나중에 20번째 우승에 기여하고 싶다고 해서 20번을 받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경 스탠드에서 바라본 올드 트래포드 전경)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는 1910년에 개장한 이후, 오늘날까지 맨유의 홈구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유럽에서 손 꼽히는 별 5개짜리 스타디움으로 수용인원은 76000여명 가까이나 된다. 영국에선 뉴 웸블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수용인원을 기록하고 있고, 잉글랜드 클럽들 중에선 가장 큰 경기장을 가지고 있다(아스날이나 첼시, 리버풀, 맨시티도 맨유보다 적은 인원을 수용한다). 그리고 올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맨유 취임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맨유 측에선 북측 스탠드를 퍼거슨 감독의 이름을 따서 '알렉스 퍼거슨 스탠드'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그만큼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위엄이 상당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역명을 따서 '스트렛포드 엔드 스탠드'라고도 불리는 서쪽 스탠드(위)와 나이키 문양이 그려져 있는 동쪽 스탠드(아래))

 

 

 

  특히나 동쪽 스탠드와 남쪽 스탠드 사이에 있는 저 부분을 주목해야 하는데, 왼쪽에 칸막이로 쳐져 있는 부분은 경찰들이 배치된다(정확하게 기억이 안나므로 아는 분은 댓글 등으로 알려주길 바람)고 한다. 그리고 오른쪽 긴 칸막이 사이에 있는 부분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며, MANUTD.COM 뒤쪽으로는 원정 서포터석이라고 한다. 상당히 적은 좌석으로 배분했다. 이것을 보니, 예전 숭의 아레나에서 원정석 좌석을 적게 준다고 몇몇 서포터들이 불평불만하던 게 생각이 난다. 원정석 배분은 홈팀 마음이지, 원정팀을 배려하라는 법은 없다. 유럽에서도 원정석 팀들에게 이런식으로 핸디캡을 주고 아무런 불평이 없는데, 우리나라 몇몇 서포터즈들의 불평은 정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 투어를 하는 동안, 나는 또다른 인연을 만났다. 바로 노르웨이에서 이 곳 맨체스터까지 오신 노부부를 만났다. 알다시피, 노르웨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가 '동안의 암살자'이자, 맨유의 역대 슈퍼서브 중 한 명이었던 레전드 올레 군나르 솔샤르의 나라다. 그 분들이 말하길, 솔샤르가 퍼거슨 감독의 후임으로 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였고, 나도 그 말에 맞장구를 치며 동의했다. 그러면서 솔샤르와 박지성으로 순식간에 위아더월드 모드가 되었다. 이 분들은 리버풀을 갔다가 맨체스터를 방문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언제 한 번 리버풀도 다녀올 것을 권했다(그러나 리버풀까지 가기엔 시간이 없었다ㅠ).

 

(노르웨이에서 오신 노부인과 함께. 근데 한달 동안 강렬한 햇볕 아래서 유럽 여행 하다보니 나 상당히 시커멓네)

 

(올드 트래포드와 함께 추억한 사람들이 남긴 사진으로 꾸민 전시판. 한 가운데에는 반더사르의 2007/08 챔스 결승전 선방 사진이 걸려있다)

 

 

  맨유는 잉글랜드 클럽 중에서 가장 먼저 재단을 운영하여 어린이들과 불우한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섰다. 그리고 맨유 재단은 축구 클럽들 중에서 손에 꼽을 만큼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하였다.

 

(뮌헨 비행기 대참사에서 희생된 선수들을 기리는 스쿼드판) 

 

(1958년 2월 6일 12시 55분, 여기에서 시간은 멈췄다)

 

 

  위의 메모리얼 타임을 보고 난 뒤에 뮌헨 터널이 등장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뮌헨 비행기 대참사를 추모하는 전시판들과 그 사건 이후, 맨유가 다시 일어서 1968년에 유럽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사진들이 터널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맨유 드레싱룸으로 가는 길)

 

 

 

  여기가 드디어 그 대망의 맨유 드레싱룸이다. 배치순서는 입구쪽 벽면부터 시작하면, 데헤아-린데가르드-하파엘-스몰링-존스-퍼디낸드-비디치(C)-에반스-캐릭-웰벡-치차리토-나니-영-루니-긱스-스콜스-에브라-발렌시아-안데르손-카가와-클레버리 순이다. 반페르시와 닉 포웰, 그리고 뷔트너는 이 당시 드레싱룸 위치가 정해지지 않았던 터였기에 제외한다. 과거 박지성의 위치는 위의 사진에 보이는 발렌시아와 안데르손 사이였다고 한다(참고로 맨유의 드레싱룸 순서는 매 시즌마다 바뀐다고 한다).

 

 

 

  이것은 홈팀 드레싱룸에만 제공된다는 화이트보드 스쿼드판과 TV다. 원정팀 드레싱룸의 경우에는 맨유 드레싱룸보다 좀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한다고는 하지만, 넓은 대신에 홈팀 드레싱룸처럼 여러가지 시설물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한다. 오른쪽 화이트보드 옆에 있는 냉장고나 천장걸이 TV도 원정팀 드레싱룸에 없다.

 

 

  피치로 입장하기 전 터널이다. 위에 두 사진은 맨유TV와 맨유를 스폰서쉽해주는 스폰서들이 붙어있는 보드판이고, 여기에서 즉석인터뷰를 하곤 한다. 그리고 제일 밑에 사진으로 나가면 피치가 나오는데, 가이드분이 센스있게 입장할 때 중계해설을 틀어주면서 마치 경기를 앞둔 선수들 빙의된듯 마냥 느끼게 해준다. 다른 유럽 빅클럽들은 음악을 깔아줄 때 챔스 메인곡을 틀어주지만, 맨유는 EPL 중계해설을 틀어준다(요거 좀 독특하더라).

 

(터널에서 나오면 볼 수 있는 광경)

 

(피치를 등지고 위로 올려다보면 스카이박스가 보인다. 왼쪽은 중계석으로 추정)

 

(위 사진에 보이는 스카이박스에는 주로 맨유 선수들과 가족들이 앉는다고)

 

 

(피치를 따라 벤치로 이동중)

 

(양 쪽 벤치 사이에 있는 게이트. 여기엔 서브 선수들과 코칭 스탭들이 드나든다.)

 

(맨유에 입단하면 항상 여기서 사진포즈를 취한다는 그 맨유 대형 마크)

 

 

  맨유 벤치 좌석 젤 뒷줄 세자리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마이크 펠란 수석코치, 그리고 르네 뮬레스틴 코치가 앉는다. 참고로 이번 시즌부터 아우디가 아닌 쉐보레가 스폰서를 하기에 시트 교체작업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어느덧 100년이라는 전통을 자랑하는 올드 트래포드)

 

  이 이후, 마지막으로 경기장 투어를 와준 팬들에게 알렉스 퍼거슨 감독 및 몇몇 선수들의 환영 및 감사 인사, 그리고 맨유의 하이라이트를 압축적으로 담은 영상을 보여주면서 경기장 투어는 마치게 된다(그 영상 가운데에서 박지성을 한 번 찾아보길 바란다). 투어가 끝나면 곧바로 메가스토어로 이어지고, 마저 다 보지 못한 박물관 투어는 입장 카드만 있다면 재입장이 가능하다. 그래서 경기장 투어 때문에 다 보지 못한 박물관 투어를 하러 다시 올라갔다.

 

 

  아, 맨유 박물관은 3개의 층을 사용하는데, 제일 밑으로 내려가면 위의 사진처럼 역대 레전드들을 기념하는 전시관이 있다. 가장 최근의 레전드인 로이 킨을 비롯하여, 피터 슈마이켈, 에릭 칸토나, 조지 베스트, 데니스 로, 보비 찰튼, 스티브 브루스, 던컨 에드워즈 등 추억읜 인물들의 향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초창기 시절 맨유 유니폼과  모자들)

 

 

  베컴의 사진과 함께 나오는 이 전시관은 맨유에서 뛰던 선수들이 국가대표시절 입었던 유니폼을 전시해놓았다. 세계 각국 다양한 국대 레플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역대 맨유 홈 유니폼 변천사도 쉽게 볼 수 있다. 초창기에 뉴턴 히스 시절에 초록색+노란색 줄무늬 입던 것을 제외하곤 줄곧 랭커셔주의 상징인 붉은 장미색을 홈 유니폼으로 착용해왔다.

 

 

  이렇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하여 나의 유럽경기장 투어는 일단락되었다.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1장을 끝마쳤다고 말하고 싶다.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나가면서 유럽 곳곳에 있는 명소도 보았고, 수많은 사람들도 만났으며, 수많은 경기장도 다녀왔다. 이 유럽여행을 통해 한국 축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지향해야할 지를 알 수 있었다. 특히나 영국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구단들이 재단을 설립하여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 이를 통하여 사회와 지속적인 연계를 하고 있다. 단순히 스포츠 클럽을 넘어서 하나의 사회기관으로 말이다. 우리나라라고 이런 방법을 못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충분히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시도해보질 않았기에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비록 승부조작이라는 안좋은 사건으로 인해 시작되었지만, 선수단들이 봉사활동을 하러 나가는 등의 행동은 참으로 바람직한 행동이고 적극 권장하고 싶다.

 

  그동안 우리는 맨유라고 하면 세계적인 브랜드와 그들의 브랜드 파워에만 시각을 뒀지만, 그 브랜드로 인해 감춰진 다른 면모를 보아야한다. 국외에서 1등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만큼 내실이 탄탄해야지 외관 또한 멋있어지는 것이다. 맨유의 브랜드파워가 부럽다면, 그들의 외관상 모습이 아닌 내면부터 벤치마킹해야하는 게 아닐까 싶다. 다른 구단들의 스타디움 투어도 해봤지만, 같은 결론이 나온다. 마케팅만 잘해선 안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고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구단을 운영해야 유럽 클럽들처럼 100년 넘게 존속할 수 있는 것이다. 천천히 차근차근 밟아가자. 급하게 이뤄지면 되려 부실해진다. 한국 프로팀들도 이 점을 인식해야한다.

 

2012년 8월 15일 광복절, 맨체스터에서

 

 

P.S : 이 편 이후로 외전으로 이스탄불/피렌체/로마/파리/런던 클럽들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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