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극복해야 할 문제 '이승렬 딜레마'

 

 

 

 

(울산에게 이승렬의 존재란? 고어 계륵(鷄肋)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입장에 처해있다)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는 이승렬

 

  지난 8월 마지막 주(8/26) 경기를 끝으로 K리그 정규리그는 끝이 났고, 지난주에 FA컵 4강전에서 경남에게 모든 면에서 완패하면서 사상 최초 FA컵 우승의 꿈(이것만은 놓치고 싶지 않았는데)은 또 한 번 물건너갔다. 그동안 부진에 대한 문제점은 지난 포스팅(http://blog.daum.net/manutdronaldo/484)을 통해서 지적했으니, 이제 스플릿 모드와 아챔 8강전에 돌입하면 선수들이 '다시 정신을 차릴꺼라고 믿는다'가 아니라 선수들은 이제 정신줄 놓는 게 더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미끄러지면 이제는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자칫하다 울산은 전부 다 날릴 확률도 제법 커졌기 때문). 9월 15일 경남 원정을 시작으로 하여 본격적인 지옥레이스에 돌입하기에 앞서 울산이 보완해야할 점을 한 번 짚고 넘어가려고 한다.

 

  그동안 나는 울산 수비진의 끝없는 집중력 저하와 선수들 전체의 동기의식 및 승부욕 저하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면서 선수들의 정신적 부분을 집중적으로 질타해왔다(특히나 여름철 경기에서는 한 번도 정신줄 놓지 않았던 적이 없었기에). 그렇다고 해서 울산의 전술적인 부분이나 선수기용측면이 감쌀 만한 것도 아니다. 이번에는 울산의 전술적/선수기용측면에서 문제점 및 보완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현재 울산의 전술은 공격 따로/수비 따로로 나눠져서 따로따로 노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그 따로따로 분업체제(?)가 되어버린 문제의 근원을 이승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이 된다.

 

  먼저 밝혀두자면, 지금 이 글은 이승렬의 개인 기량에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니다. 이승렬의 개인 기량에 대해서 먼저 평가하자면, 이번 시즌 감바 오사카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울산으로 임대와서 보여준 모습을 비교했을 때, 아직 100% 올라온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한국팀으로 뛰다보니 울산으로 임대오고 나서 이승렬의 기량이 점점 살아나는 것 같다. 특유의 그 민첩한 움직임과 드리블 능력, 그리고 순간적으로 파고드는 돌파능력은 괜찮아지고 있기에 공격에 보탬이 되는 것은 맞다(이근호가 군대를 가게 되면 대체자로 쓰기엔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이승렬이 현재 울산의 전술에는 그렇게 적합한 지에 대해서 물어보자면 나는 "No"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 즉, 이승렬이 울산의 전술에 겉돌고 있어 기량은 좋은데, 쓰기가 애매하다고나 할까? 울산은 현재 '이승렬 딜레마'에 봉착했다.

 

 

 

울산은 왜 '이승렬 딜레마'를 겪고 있는 것인가?

 

  지난시즌까지 울산은 '철퇴축구'라는 전술을 이용하여 플레이오프시즌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꽤나 큰 재미를 봤었다. 김호곤 감독의 철퇴축구는 우선적으로 울산이 자랑하는 탄탄한 플랫4의 수비력을 바탕으로 미드필더 영역까지 상대팀을 강하게 조여주는 압박으로 상대의 공격루트를 차단한 뒤에 한 번에 길게 찌르는 패스와 빠른 돌파력을 선보이는 선수들 몇몇으로 하여금 상대의 후방을 털어버리며 득점시키는 전형적인 역습형 축구였다. 이 전술에서 중요한 점은 미드필더들의 수비가담능력이 많이 요구되는 점인데, 울산의 경우에는 전통적으로 수비형 미드필더 두명(현재는 에스티벤-이호 라인)을 배치하면서 공격형 미드필더에게까지 수비가담을 요구했다. 고슬기를 예로 들어서 쉽게 설명할 수 있다. 

 

(울산 전술의 실질적인 키플레이어는 바로 고슬기다. 그의 존재감이 미치는 바는 상당하다)

 

  고슬기는 울산에서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 겸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담당하면서 주로 울산의 공격에 지원사격하는데, 재밌는 것은 고슬기의 수비가담능력이다. 공격적인 재능도 뛰어나지만, 뭐랄까, 마치 박지성처럼 수비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울산의 양쪽 풀백들이 대체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지니고, 주로 풀백들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이 많이 요구되다 보니 종종 풀백들의 뒷공간을 많이 내주게 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비라인이 흐트러지기 때문에 자연스레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한 명이 오버래핑했다가 미처 복귀하지 못한 풀백들의 공간을 메우게 되나(지난시즌의 경우 최재수가 오버래핑하고 나면 주로 에스티벤이 그 자리에서 수비를 한다), 이럴 경우에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수비지역이 비게 된다. 그렇기에 고슬기가 이때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까지 내려와서 수비의 틈을 메꿔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올시즌에 김호곤 감독이 기존의 철퇴축구 이외에 새로운 전술들을 실험해보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었고, 올시즌 초반처럼 다이나믹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았는데, 그 중에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이승렬의 투입이다. 이승렬의 그 기민한 몸놀림과 드리블능력을 앞세워서 전방에 포진된 쓰리톱에 화력을 배로 증가시키기 위해 이승렬을 고슬기 자리에 투입시켰다. 하지만 이것은 공격력을 더블로 늘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울산 전술의 밸런스를 붕괴시키는 악효과를 낳게 되었다. 이승렬이 원래 포워드 출신이다 보니 고슬기처럼 애초에 수비가담능력이 되질 않는다(이승렬과 어울리지 않는 자리다). 그렇기에 중원에서 에스티벤-이호로 상대의 공격을 1차적으로 막아내기엔 수적으로 이미 불리하게 된다. 그리고 울산에 남아있는 중앙 미드필더 자원인 김동석도 딱히 수비력은 영 별로라서 있으나마나하다. 그래서 수비가담력이 좋은 고슬기를 레지스타 형식으로 수비형미드필더로 넣는 시도도 해보았으나, 역시나 같은 문제로 실패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도 가능한 김영삼의 경우, 올시즌 폼이 최악이라서 큰 도움이 안될 것 같다.

 

울산의 밸런스 붕괴를 막기 위한 해결책은 과연 없나?

 

(김호곤 감독은 이러한 밸런스 붕괴를 어떻게 막아야 할까?) 

 

  현재 울산의 공격수 따로 수비수 따로 놀면서 밸런스가 붕괴된 상태에서 과연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내가 축구감독처럼 전문적인 입장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울산의 축구를 봐온 입장에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나는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한다. 밸런스 회복을 위해 이승렬을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시키지 않는 방법이나, 굳이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놓을 경우에 그에 따라 대체하는 플랜B가 있다. 이러한 두 가지 방법 제시하기 이전에 울산은 중원을 강화하기 위해 이번시즌 끝나고 수비형 미드필더는 적어도 두 명 이상은 영입해둬야 한다. 이호가 올시즌 끝나고 군복무를 해야하는 입장이기에 불가피하게 전력이탈하게 되고, 에스티벤이 올해말까지 계약이라는 것이다(물론 에스티벤은 재계약해야 정상이지만). 다행스러운건 강원으로 임대간 김종국이 수비가담능력과 패싱능력이 제법 준수하다는 것이다(반드시 담시즌에 써야한다).

첫번째 해결책 : 이승렬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것을 포기하라.

 

  이승렬의 개인 기량을 살리려면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윙포워드로 배치시키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지도 모른다. 울산의 윙포워드는 대부분 역할이 인사이드 포워드로 상대 풀백으로부터 공을 빼앗아 역습으로 치고 나가는 것이 주 임무이기에 이승렬의 능력을 이런식으로 극대화시키는 방법도 좋은 방법이다(이승렬의 수비가담능력이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기존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고슬기를 투입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니면 이승렬을 반드시 붙박이 주전으로 넣어야한다는 마인드를 탈피해야 할 것이다. 이 상태 그대로 유지되었다간 밸런스가 지속적으로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해결책 : 공격수들이 좀 더 수비가담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라.

 

  두번째 방법으로는 울산의 다른 공격수들이 수비가담시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방법이다. 사실 공수 밸런스 붕괴로 공격과 수비가 따로따로 노는 것에 대한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는데, 공격수들이 공격 가담시 다른 선수들의 공간이나 자리를 커버하면서 빈틈을 메꾸던 적이 잘 없었던 것 같다. 전술이 바뀌었다면 공격수들 또한 공격에만 전념해선 안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특히나 측면에 빠져있는 윙포워드들이 적극적으로 수비가담에 임해서 상대팀 공격의 1차 저지를 담당해야한다. 공격/수비 역할 따로 분리할 필요없이 공격수들이 전방에서부터 상대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압박해주면서 그들의 움직임이나 시야를 한정시켜놓는다면 뒤에 배치된 미드필더들이나 수비진들의 수비부담은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다(어느정도 토탈사커스러운 모습이 필요하다고나 할까?).

 

(울산의 남은 일정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승렬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한다)

 

  비록 임대신분이긴 하지만, 이승렬은 분명 울산이 앞으로 치뤄야할 경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능은 지녔고, 이제 슬슬 폼이 올라오는 중이다. 그의 폼을 완벽하게 끌어올리고 그를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억지로 익숙치 않은 포지션에 투입시킬 바에 그를 100% 이상 활용할 수 있는 전술로 수정해야하는 것이 울산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근호, 마라냥 이외에 마땅한 인사이드 포워드가 없는 마당에 이승렬의 존재는 중요하다. 그렇기에 그를 계속 끌고 갈 입장이라면 이승렬을 공미에 놓으면 안된다. 그를 살릴 수 있으면서 공격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다른 플랜을 찾아야한다.

 

 

참고 : -울산현대의 미스테리 유닛 고슬기- http://cywsc32.egloos.com/2927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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