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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울산에게 필요한 것? 승리에 대한 절실함과 오늘 쓰러지겠다라는 의지

J_Hyun_World 2012. 9. 3. 08:00

 

 

 

 

"이미 무너진 트레블" 울산, FA컵 4강에서 좌절

 

(FA컵 4강전에서 울산은 경남과의 경기에서 3대0으로 속수무책으로 완패했다. 사진출처 스포츠조선)

 

  "속절없이 완벽하게 패배했다"라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 경기였다. 울산은 9월 1일에 열렸던 경남과의 FA컵 4강전 경기에서 3대0 완패를 당했다. 무려 울산 홈인 문수구장이었는데도 말이다. 전반 4분에 김인한이 울산의 왼쪽 측면을 뚫고 들어오면서 수비진의 틈을 벌려놓았고, 그 틈 사이로 골문까지 드리블하여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내면서 분위기를 경남쪽으로 끌고 왔다. 빠른 시간에 경남에게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울산은 정신을 쉽사리 차리지 못했고, 분위기를 울산쪽으로 끌고 오기 위해 중원에서 경남의 수비를 벗겨내는 데 총력을 다했으나, 경남이 선수들 간의 간격을 좁히면서 울산 선수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실시간으로 조였다.

 

  울산은 전반 중반 이후부터 경남의 밀집수비를 뚫기 위해 장신을 이용한 공격이나 측면 돌파를 수차례 허용하였지만, 경남은 울산에게 조금이라도 틈을 내주지 않았고 울산의 단조로운 공격패턴이 틀어막히자 울산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오히려 까이끼나 윤일록의 역습찬스에 몇차례 위기를 맞이했었다(김영광의 호선방이 없었더라면 실점을 내줄뻔 했던 찬스였다). 그러다 후반 36분 고재성과 김영광이 공중싸움에서 충돌하였고, 본의 아니게 니킥을 하게 된 김영광은 퇴장당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경남쪽으로 쏠리게 되었고, 까이끼의 PK골과 후반 42분 윤일록의 원맨쇼 드리블 돌파슛으로 경남은 결승진출을 확정지었다. 리그에서 보여줬던 경남의 상승세가 FA컵에서도 나타난 셈이다.

 

 

 

울산이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 : 절실함과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 부족

 

(울산의 끝없는 추락, 여기에 대해 과연 선수들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 사진출처 베스트일레븐)

 

  울산이 경남에게 패배한 요인은 한 두가지는 아니었다. 울산의 병맛돋는 경기력부터 6심제에 회의감을 느낄 정도로 심판판정이 엉망이었던 점까지 말이다. 하지만, 울산의 이러한 무능력함은 이번 경남전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고, 매번 내가 프리뷰를 작성하면서 지적했던 부분이고, 나 이외에도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울산의 부침에 대해서 김호곤 감독이 문제라고 대부분 집어내고 있다. 허나, 지금까지 울산이 보여줬던 경기력을 봐왔을 떄, 과연 이것이 김호곤 감독만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물론 김호곤 감독이 전술적 운용이나 선수 활용도에 있어서 문제가 있다는 사실과 지적은 매번 있었던 것이고 이제는 놀랍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이 어떻고 간에 과연 울산 선수들은 매경기마다 온몸을 불태우면서 피치에 자기 몸 하나를 던진만큼 열심히 뛰었냐는 말이다.

 

  울산과 경남과의 경기만 놓고 비교만 하더라도 울산 선수들이 이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라는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계를 보는 내내 내가 눈이 가는 곳은 내가 지지하는 울산 선수들이 아니라 상대팀인 경남 선수들의 움직임이었다. 풍족한 지원을 받는 울산과 달리 경남은 올시즌 내내 구단 내외로 좋지 않은 이야기만 나돌았고, 구단에 대한 지원도 영 좋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한 역경 속에서도 경남 선수들은 그러한 어려움을 전혀 표시내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에 내 몸 하나 바치겠다는 일념으로 경기를 뛰어왔고, 그 결과물로 시즌 초에 하위권으로 전망했던 것을 뒤집고 극적으로 상위스플릿 그룹에 합류했다. 그러한 경남의 팀스피릿은 리그 뿐만 아니라 FA컵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특히 후반에 울산 선수들이 설렁 설렁 패스만 돌리는 반면에, 경남 선수들은 악착같이 뛰어다니면서 울산을 끊임없이 괴롭혔고, 그 결과 3골이나 뽑아냈다.

 

(경남의 이러한 헝그리 정신, 승리에 대한 절실함을 보여주는 것을 보며 울산은 느낀 것이 없었나?)

 

  이러한 경남의 태도는 정말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끔 한다. 저렇게 어려운 여건에서도 한경기 한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에 비해 울산 선수들에게서는 최선을 다했다라는 느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울산선수들의 이런 열정이 없는 태도는 얼마전에 수원 선수들의 무기력함과 웬지 모르게 비슷하게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똑같이 보인다고 해도 별반 다를 게 없어보인다. 나는 되려 경기 당일날 벌어졌던 걸개 사건 이후로 선수들의 의지가 더더욱 의심이 되었다. 분명 그 걸개는 울산이 아닌 경남을 향하여 제작된 것이 당연할 터이고 제작한 당사자 또한 경남 도발을 위해 제작했다고 하는데, 그걸 가지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선수나 그 게이트기에 대해 제재를 거는 구단이나 대체 어디에 집중하고 있는 지 의문스러웠다. 차라리 그런 것에 예민할 게 아니라 오히려 경기에 집중해서 팬들에게 실망시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게 먼저 아닌가 싶다.

 

  나부터도 울산 선수들의 마인드에 대해 의심스러울 따름인데, 언론에서는 울산 선수들의 무기력하게 뛰는 모습을 지적하기 보다는 걸개에 대해 선수들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팬이라면서 졸지에 해당 사람만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놓았다(이것 또한 구단이 이런식으로 매도해서 만든 결과다). 이러한 문제를 팬들이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게 과연 올바른 행동이고, 선수들의 그간 보여준 태도에 무조건 '다음부터 잘하면 되지.'라고만 다독여주기만 해야할 것인가?

 

 

 

헝그리 정신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 울산

 

(울산에게 필요한 것은 초심(初心)이고, 헝그리 정신이다.)

 

  울산이라는 구단도 그 어떤 구단에 밀리지 않는 자부심가지는 K리그 명문구단이다. 그러한 명문구단에서 뛰는 선수라면 현재 상황이 어떻다하더라도 최소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의 마인드와 태도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울산 선수라면, 이 한 경기에 목숨을 다 바친다는 일념으로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경기 결과가 어떻든, 성적이 어떻든, 최소한 자신들을 응원하러 온 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선수로써의 도리가 아닌가 싶다. 팬들이 가장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나, 리그 우승이며 하는 타이틀, 이천수처럼 혼자서 경기를 완전 뒤집는 크랙보다, '내가 지지하는 자랑스러운 선수들이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해서 에너지를 모두 다 쏟아내는 모습'이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것은 김호곤 체제 이전에 김정남 감독 체제에서도 종종 있었던 일이었고, 그 때도 지금처럼 감독의 전술에 대해서 질타하거나 혹평하는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하지만 그당시 선수들은 그러한 비난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무기력하거나 설렁설렁 뛰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지더라도 그 경기에 후회를 남길만한 행동은 하진 않았으니까. 울산은 언론이든 누구든 트레블이니 어쩌니 설레발에 귀를 기울일 시점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말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초심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우리가 예전에 배고팠던 시절들을 다시 떠올려야 한다. 그 때, 1승 하나에 목숨을 걸던 때, 이 경기에서 필사즉생으로 뛰던 그 때를 생각해야한다. 정신차려라 울산! 이런 정신머리로 남은 일정 다 그르칠 작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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