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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샤라위의 활약상을 통해서 보는 AC밀란의 빛과 그림자

J_Hyun_World 2012. 11. 27. 08:00

 

 

 

(이번 시즌 이 92년생 이탈리안의 활약상은 눈여겨 볼 만하다. AC밀란을 먹여살리고 있는 스테판 엘샤라위)

 

이탈리아 반도를 휘어잡고 있는 '파라오', 스테판 엘샤라위

 

  2011년 6월 25일, 이 이집트-이탈리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1992년생 선수에게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탈리아 3대 빅클럽 중 하나로 손꼽히는 AC밀란으로 이적하게 되었다. 그동안 제노아에서 뛰다가 한시즌동안 세리에B 소속인 파도바에서 뛴 것이 전부인 어린 선수에게 이러한 빅클럽의 오퍼는 그야말로 영광이었다. 비록 제노아와의 공동소유권을 사들이고 그 댓가로 제노아에게 알렉산더 메르켈의 절반 소유권을 넘기긴 했지만, 스테판 엘샤라위가 AC밀란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그야말로 컸다. 스테판 엘샤라위에게 대해서 가볍게 언급하자면 이탈리아 자국 내에서 가장 손에 꼽히는 슈퍼 탤런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선수였다(현재 PSG로 이적하여 활약하고 있는 마르코 베라티와 함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의 탄생연도인 92를 등번호로 배정받은 엘샤라위는 2011/12 시즌 9월 18일 나폴리와의 리그 경기에서 데뷔전을 치뤘지만, 팀은 3대1로 패배함으로써 데뷔전이 빛을 바랬다. 그이어 3일 뒤, AC밀란의 주축인 알렉산더 파투가 부상을 당함으로써 우디네세전에 교체출장한 엘샤라위는 데뷔골을 터뜨렸고, 그 이후인 2012년 2월 8일 유벤투스와의 이탈리아 컵 4강전에서 득점을 기록하는 듯 무서운 신인으로 등장하는가 했다. 하지만 엘샤라위에게 2011/12 시즌은 그렇게 좋은 시즌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핵심선수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호빙요, 케빈 프린스 보아탱에 의해 제한적인 출장기회를 보장받아 리그에서는 총 7경기를 치뤘고, 곧바로 다음 여름이적시장에 엘샤라위가 임대 혹은 이적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설까지 슬그머니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레그리 감독과 갈리아니 AC밀란 부회장은 엘샤라위에게 그 어떠한 이적은 없다고 확실하게 못박아두면서 그는 AC밀란을 앞으로 이끌고 나갈 미래라고 밝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핵심이기도 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파리로 떠났고, 즐라탄 덕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던 보아탱 또한 그가 떠난 뒤로 영 힘을 못쓰고 있다. 게다가 안토니오 카사노마저 인테르로 트레이드되는 바람에 밀란의 공격을 이끌어나갈 만한 선수가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위기엔 영웅이 언제나 나타난다고, 그 자리를 엘샤라위가 본격적으로 메꿔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별칭 '파라오'에 걸맞게 그는 팀내 득점 1위를 달리고 있고, 리그에서 10골, 그리고 챔스에서 2골을 기록하면서 무너져가고 있는 AC밀란을 먹여살리고 있다. 그리고 올시즌 FIFA와 UEFA에서 주목하는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고, 아주리 역사상 8번째로 어린 선수로 A매치 득점 기록(만 20세 17일)을 세웠다.

 

 

 

엘샤라위의 연이은 득점 행진, 이를 통해서 보는 빛과 그림자

 

(이러한 엘샤라위의 맹활약에 수많은 클럽들이 눈여겨 보고 있고, 탐내고 있다)

 

  확실히 엘샤라위의 현재 기량은 물이 오를 대로 올랐다. 그 아무도 AC밀란 공격을 책임져주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엘샤라위 혼자 빛나고 있다. 마치 AC밀란 시절 카카를 연상케 하듯이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챔스 C조 조별리그 2차전 제니트와의 경기였다. 수비수 4명을 제친 엘샤라위는 감각적인 골을 만들어냈고, 이 때 득점이 AC밀란 구단 역사상 챔스 최연소 득점으로 기록되었다. 엘샤라위의 주무기는 빠른 스피드와 좁은 공간에서 세밀한 플레이, 상대 수비수를 단번에 제끼는 화려한 개인기를 겸비하고 있으며, 현재 알레그리 전술에서 최전방과 트레콰르디스타 역할에서 활약 중이다. 엘샤라위가 파도바에서 뛴 경력 때문에 벌써부터 엘샤라위를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의 재림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델피에로도 유벤투스로 가기 전에 파도바에서 뛴 경력이 있다).

 

  그에 대한 관심은 다른 빅클럽들의 스카우터 파견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미 맨유는 2차례나 AC밀란 경기에 스카우터를 파견하여 엘샤라위를 지켜봤으며, 맨유의 지역라이벌인 맨시티도 엘샤라위와 발로텔리를 맞트레이드하자는 루머가 나올 만큼, 그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얼마전에는 조세 무리뉴가 이끌고 있는 '갈락티코' 레알 마드리드와 링크되었다. 그만큼 엘샤라위의 신드롬은 강력하다. 지난 주말에 열렸던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도 그는 무서웠다. 비록 득점을 뽑아내진 못하였으나, 유벤투스 수비진을 시종일관 괴롭히면서 데실리오와 함께 이 경기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쳤다. 자금난으로 스타플레이어를 대거 처분하고, 젊은 선수들도 대대적인 리빌딩 작업에 들어간 AC밀란 입장에선 그 어느때보다도 엘샤라위의 존재가 중요하다.

 

(엘샤라위의 현재 모습이 마치 파투의 소년가장 시절과 묘하게 오버랩되고 있다. 그래서 사실 걱정이다.)

 

  물론 엘샤라위가 2번째 시즌만에 포텐이 폭발하여 제 기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는 것은 분명 AC밀란 입장에서나 이탈리아 국가대표 입장에서나 여러모로 좋은 일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엘샤라위의 이러한 활약에 한 가지 걱정스러운 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친 기우일지도 모르겠지만, 현재 엘샤라위의 모습에서 과거 'AC밀란의 소년가장'이라 불렸던 알렉산더 파투의 소년가장시절이 절묘하게 오버랩되고 있다. 파투의 경우, 엘샤라위보다 더 큰 주목을 받으면서 AC밀란으로 이적한 케이스고, 당시 기록한 이적료만 하더라도 약 300억원이었다. 호나우두와 카카가 떠난 뒤, 위태위태하던 AC밀란을 파투 혼자서 먹여살리기 시작하였고, 오로지 그의 득점력에 의존하면서 AC밀란은 언제나 리그 상위권을 유지했고, 그는 브라질 선수 중 최초로 세리에A 젊은 선수상을 타기도 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쉬지 않고, 지나치게 선발출장으로 인한 강행군 탓인가? 쉴새없이 매경기마다 꾸준히 선발로 출전하여 득점을 하던 파투의 신체에도 무리가 오게 된 것이다. 바로 부상이 찾아왔다. 아무리 2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라도 휴식 없이 계속 경기를 소화하다보니 피로가 누적될 것이고, 이 피로가 누적되어 부상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파투가 부상이 잦아 속칭 '유리몸화' 되어버린 것도 소년가장 시절에 그의 대체자 없이 오로지 파투의 득점 하나에 의존했어야만 했던 밀란의 처지가 컸다. 너무나 빨리 찾아온 부상과의 싸움에서 파투는 점점 피치 위에서 뛰는 시간보다도 병원신세를 져야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고, 요근래에 다시 부상자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게다가 브라질 클럽으로 임대할 것이라는 루머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엘샤라위의 행보도 2,3년 전 파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엘샤라위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없다. 공격진에서 엘샤라위만큼 위력적인 움직임과 득점력을 선보일 수 있는 선수들은 아직 없다. 파찌니, 호빙요, 보얀, 파투 등 네임밸류만큼은 다른 팀에게도 밀리지 않지만, 양에 비하여 질은 영 떨어진다. 호빙요는 이미 쇠퇴의 길을 걷고 있고, 파찌니의 삼프도리아/피오렌티나 시절은 이제 옛말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파투는 부상과의 싸움을 계속 하고 있으며, 보얀의 경우 아직까지 세리에A 무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보아탱도 영 별로다. 지난시즌이 정말 이브라히모비치 빨이라는 것을 그대로 증명하는 듯이 그 특유의 BTB 쇄도능력과 득점력은 온데간데 사라져버렸다.

 

  그렇다고 미드필더진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그닥 좋은 편도 아니다. 유일하게 패싱능력이 좋은 리카르도 몬톨리보만이 엘샤라위를 비롯한 최전방으로 볼배급을 맡을 뿐이고, 노체리노나 데용, 엠마누엘손 등도 생각만큼 엘샤라위를 도와주지 못하고 부진의 늪에 빠져있거나 팀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엘샤라위가 리오넬 메시처럼 전지전능한 모습을 시종일관 계속 보여준다면야 이러한 문제점들을 죄다 커버할 수 있겠지만, 축구선수도 사람이기에 마지막 라운드까지 제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이에 대해 AC밀란 프론트도 생각없이 방치만 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분명 엘샤라위에게 좀 더 부담을 덜 수 있는 파트너를 데려올 것이다, 아니 데려와야만 한다.

 

 

 

  확실히 이 92년생 이탈리안 트레콰르디스타의 위력은 대단하다. 세리에A 내에서나 아주리 대표팀, 이를 넘어 유럽에서 주목하고 있는 무서운 신예인 것은 확실하다. 개인적으로는 동나이대에 독일의 마리오 괴체, 잉글랜드의 잭 윌셔, 스페인의 이스코와 함께 최강의 92라인을 형성하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교롭게도 이 92년생 4명이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나왔고, 큰 이변이 없는 한 그들이 속한 소속팀들이 16강 토너먼트에 합류한다. 엘샤라위의 무서울만한 활약상은 한편으론 밀라노의 큰 빛이 되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들의 방치된 문제점을 일시적으로 가려버리는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그는 이번 시즌 이변을 일으키면서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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