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를 달리지만, 잠재적 불안요소를 쥐고 있는 맨유
(치차리토의 종료직전 결승골로 뉴캐슬에게 4대3 승리를 거뒀으나, 맨유의 불안함은 여전히 남았다)
박싱데이에 돌입한 잉글랜드 프리미엄리그, 맨유는 지난시즌 무관의 굴욕을 만회하기 위해 올시즌에 공격적인 영입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아스날의 핵심이자 'Vantastic'으로 지난시즌 득점왕이었던 로빈 반페르시에게 무려 40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지불하였고, 도르트문트 돌풍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카가와 신지, 잉글랜드 내에서 떠오르는 유망주 닉 포웰, 그리고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에서 차세대 레프트백으로 주목받던 알렉산데르 뷔트너까지 데려왔다.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현재까지 맨유는 리그에서 조1위를 지키고 있고, 시끄러운 이웃인 맨시티와 승점 7점차로 벌려놓은 상태다. 챔피언스리그 또한 비록 16강 상대가 레알 마드리드이긴 하나, 토너먼트에 진작에 올라간 상태였다. 표면적으로 보자면 맨유가 제 궤도에 올라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맨유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오히려 경기력은 지난시즌보다도 더 엉망이다. 시종일관 맨유의 약점으로 손꼽혀왔던 중원의 두께는 여전히 가벼워 중원싸움에서 매번 상대팀에게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스콜스와 긱스는 이미 주전으로 뛰기엔 많이 늙었고, 플레쳐는 바이러스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속적인 풀타임 출전을 뛰기엔 역부족이다. 요즘 클레버리와 안데르손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로는 커버가 안된다. 큰 문제는 중원에서 조율하는 마이클 캐릭의 대체자가 없다. 중원말고도 수비라인에서도 맨유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사실 맨유의 탄탄한 수비라인이 그들의 자랑거리였지만, 올시즌은 그 자랑거리가 무색할 만큼 허술하다. 하파엘과 에반스는 지난시즌에 비해 눈에 띄게 성장했고, 비디치도 돌아왔으며, 데헤아도 성장중이다. 그러나 수비는 알다싶이 선수 개개인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이 중요한데, 올시즌 맨유 수비진의 호흡은 영 엉망이다. 그들이 너무나도 쉽게 실점을 내준 케이스가 많다. 뉴캐슬전까지 28실점을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다. 2위인 맨시티는 거의 절반인 16실점이다.
(반페르시의 맨유 이적은 두고두고 신의 한 수다. 이 네덜란드 선수 덕에 이긴 경기가 대체 몇 경기였나)
28골이라는 많은 실점을 내주고도 맨유가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사람, 로빈 반페르시의 능력이 상당히 크게 좌우하고 있다. 맨유가 초반에 선제골 내주고도 역전승 드라마가 많이 방영되는 것도 이 반페르시의 마법이 가장 컸다. 맨유가 리그에서만 기록한 48골 중에 반페르시는 무려 21골에 관여했다(13골 8도움). 득점 공동선두이자 스완지의 슈퍼스타인 미추처럼 단순히 득점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의 모든 요소가 반페르시를 거쳐서 간다는 말이다. 그가 올드 트래포드로 합류하면서 자연스레 No.10인 웨인 루니와 내는 시너지 효과도 상당했다. 게임 속에서나 볼법한 이 조합이 실제로 일어나면서 서로 스위칭하며 맨유 공격을 이끌었으니 이들 아니었다면 과연 맨유가 지금 이 위치까지 갔을까 생각될 정도다. 아니, 반페르시를 내주고 침몰하고 있는 아스날만 보더라도 답은 금방 나온다. 서른에 다다랐음에도 맨유가 거액을 투자한 게 이 때문 아닐까?
단점을 꼽자면, 맨유에서도 반페르시를 향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반페르시가 고립되버리면 맨유는 득점을 뽑아낼 루트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물론 루니나 치차리토같은 킬러들이 맨유에 있긴 하지만, 반페르시가 단순히 스코어러 그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보니 그가 막히면 맨유 공격도 힘을 못쓴다는 점이다. 이 점 때문에 25년간 맨유를 지켜온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올시즌에 새로운 전술을 꺼내드려고 한다.
퍼거슨의 새로운 시도 : 윙플레이를 버리고, 중앙 밀집형을 택하다.
(맨유의 현대사와 함께한 알렉스 퍼거슨, 그는 이번에 새로운 전술로 맨유에 변화를 주려고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중원의 두께가 두터워지지 못하고 그것이 수비라인까지 이어지면서 연쇄효과가 일어나자 퍼거슨 감독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게다가 맨유 특유의 전술인 윙플레이를 하자니 올시즌 윙어들도 영 시원찮다. 나니는 부상과 재계약 문제로 올 겨울에 떠나니 마니하면서 온갖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고, 애슐리 영의 경우 역습 상황에 특화되었지 점유율을 높이면서 운영하는 경기에는 영 적합하지 못하다. 지난시즌 미친 존재감으로 맨유의 오른쪽 책임지던 안토니오 발렌시아도 올시즌에 그렇게 큰 힘을 쏟아붓지 못하고 있다. 대니 웰벡이 측면에서 소화가능하지만 전문적인 윙어가 아니기에 그에게 기대를 거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올시즌 자신이 그동안 추구해왔던 윙플레이를 버리고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려고 한다. 바로 측면을 버리고 중앙 밀집형 전술로 바꾸겠다는 그의 심산이다.
사실 이 중앙밀집형 전술(4-4-2 다이아몬드)을 쓰게 된 원인은 윙어들의 부진이 첫번째고, 두번째는 카가와 신지의 능력을 극대화 시켜보기 위해 고안된 전술이다. 카가와가 도르트문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를 달고 다니는 사이에 그 틈에 침투하여 득점을 기록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페르시와 루니를 최전방 투톱으로 두고, 그 밑에 카가와 신지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중원 양 측면에는 클레버리(안데르손)-발렌시아(플레쳐), 다이아몬드 하단 부분에는 마이클 캐릭을 투입하여 플랫 4 앞에서 방어함과 동시에 후방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부여하려 했다. 하지만 카가와 신지가 2개월짜리 부상을 끊으면서 전술 운용에 문제가 생겼다. 바로 다이아몬드 꼭지점에 누굴 세워놓느냐가 그것이다. 퍼거슨 한 치도 망설임 없이 그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시켰다. 바로 웨인 루니였다.
(지난시즌 중앙 미드필더에서 뛰면서 플레이메이커 기질을 보였던 루니. 그가 이번 맨유 전술 변화의 실질적 중심이라 보면 된다. 사진출처 F&)
지난시즌 웨인 루니가 중앙 미드필더에서 조율을 도맡으면서 맨유의 중원을 이끌어나가던 것을 생각해보라. 루니는 공격수임에도 중앙 미드필더로서 갖춰야할 넓은 시야와 창조적인 패스, 볼배급과 조율능력이 수준급이었다는 것을 증명해보였다. 그 덕에 웨인 루니가 한 때 폴 스콜스의 또다른 대체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면서 크게 대두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가 투톱 밑에 공격형 미드필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공격수와 미드필더의 중간 역할인 트레콰르티스타 역할을 맡게 된다면 더욱 더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본다. 그리고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루니의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경한 것을 암시하는 듯한 퍼거슨의 인터뷰를 보았을 때, 그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된다면 분명 이것은 또다른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그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왕성한 활동량과 공수 가담력이 좋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받쳐줄 것이며, 캐릭을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로 두면서 이중으로 중원 점유율을 높혀나갈 것이다.
실제로 최근 맨유의 경기들을 보면 특유의 윙플레이로 빠른 공수전환과 역습으로 상대를 한 방에 쓰러뜨린다기 보단 점유율을 높혀가면서 템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스완지 원정도 그러했고, 뉴캐슬과의 홈경기에서도 그러했다. 맨유는 빠르게 템포를 올려서 상대보다 한 발 앞서서 제압하기 보단, 템포를 자유자재로 끌고 가면서 천천히 움직이다가 한 방에 몰아치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긱스나 클레버리의 사용법만 보더라도 측면역습에 치중하다기 보단 점유율과 패스 횟수를 높혀가면서 흐름을 맨유 쪽으로 끌고가려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면, 나니와 영의 입지가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그들은 중앙에 특화된 선수가 아니기에 이 전술에 적용하기엔 사실 무리가 따른다. 발렌시아는 중앙에서 뛸 순 있지만, 윙어가 전문이다보니 제 포지션 아닌 곳에서 얼만큼 따라갈 지는 의문이다. 이 단점도 고려해봐야 한다. 시험삼아 다이아몬드 전술을 몇 번 가동했는데, 요즘 물오른 안데르손이 부상에서 회복한다면 다시 가동할 것 같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이적설과 맨유 중앙 밀집형 전술의 관계
(이번 여름부터 맨유로 이적할 것이라는 보도가 계속 쏟아져 나오는 도르트문트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그리고 요즘 맨유와 끊임없이 연결되고 있는 선수가 있으니,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도르트문트의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의 맨유 이적설이다. 맨유에는 이미 공격수를 4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부동의 투톱인 반페르시와 루니 이외에 치차리토, 그리고 웰벡까지 있으니 레반도프스키의 이적이 다소 의아스럽고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여름부터 독일 빌트지에서 꾸준히 레반도프스키가 내년 여름에 맨유로 이적할 것이라고 보도했고, 최근에는 영국 데일리 미러나 더 선 등에서도 이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엔 그의 이적을 염두해두고 한 퍼거슨의 인터뷰까지 나왔으니 거의 그가 합류확정지은 듯한 분위기이다. 레반도프스키가 합류하게 된다면, 그로 인해 몰고 올 파장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레반도프스키가 합류하게 된다면 웨인 루니가 공격수에서 미드필더로 포지션 변경이 확정된다는 소리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루니가 미드필더로써의 재능도 특출나고, 그동안 맨유의 플레이메이커가 루니였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단지 그가 최전방보다 조금 밑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오히려 반페르시-레반도프스키와 함께 또다른 시너지 효과로 상대팀에게 위협을 가할 지도 모른다. 두번째는 치차리토의 솔샤르 역할 확정이다. 팀내에서 반페르시(13골 8도움), 루니(7골 7도움)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뽑아내고 있는 치차리토(6골 3도움)이지만, 그가 주전으로 나올 때는 오히려 교체로 투입될 때보다 파괴력이 반감되는 모습을 보였다. 뛰어난 득점력과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는 능력, 그리고 교체투입될 때마다 바뀌는 분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이미 그는 '동안의 암살자' 올레 군나르 솔샤르 역할에 맞춰져 있는 상태라고 봐도 좋다. 그렇기에 아마 그는 슈퍼서브로 계속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은 반페르시를 섀도 스트라이커 기용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스코어러 아닌 좀 더 다양한 역할을 부여한다면 반페르시의 가치도 더더욱 높아질 것이며, 레반도프스키와의 연계플레이로 역할스위칭도 가능해진다.
레반도프스키 이외에 맨유와 링크되어 있는 선수로는 PSV 아인트호벤 중원을 책임지는 케빈 스투르먼과 셀틱에서 기성용과 함께 뛰었던 빅토르 완야마가 있다. 맨유가 중원이 약하기에 중원 강화를 위해 이들과 링크된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니나, 현재 맨유의 윙어도 그리 두꺼운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과 연결된 것만 계속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맨유의 중앙밀집형 전술 변화에 더 탄력을 받게 된다. 실제로 이들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맨유팬들이 그리 원하던 폴 스콜스의 대체자가 아닌 마이클 캐릭의 대체자에 가깝다는 것이다.
만약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 4-4-2 다이아몬드 전술을 완성하게 된다면, 맨유는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약점 보완을 단번에 끝내버리는 셈이 된다. 또한 기존의 윙플레이에 의존할 필요 없이 그들 또한 현대식 점유율 축구로 상대를 유린할 수 있는 새로운 전법을 익히게 되는 셈이다. 70이 넘었음에도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전술운용은 아직도 놀랍다고 본다. 현재 루니가 부상으로 아웃되었지만, 조만간 카가와와 안데르손이 부상에서 복귀하게 된다면, 맨유의 중앙밀집형 전술이 크게 효과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맨유의 진화는 어디까지 보아야 할 것이며,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인물의 역량은 어디까지인지 가늠이 안된다. 그들의 20번째 리그 우승과 다른 대회 타이틀 제패, 막상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정도 현실성 있는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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