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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병하는 두 클럽 토트넘과 에버튼, 그들이 보완해야할 점

J_Hyun_World 2013. 1. 18. 08:00

 

 

 

난세에서 거병하고 있는 두 팀, 토트넘과 에버튼

 

(요즘 EPL에서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두 팀, 토트넘과 에버튼)

 

  이번시즌 EPL에서 빅4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페르시를 얻은 맨유는 전시즌보다 실점을 많이 내주더라도 화끈한 공격력으로 매경기마다 기본으로 2골씩 뽑아내는 저력을 보여주고, 캐릭의 조율을 앞세워 미드필더의 조직적인 움직임도 상당히 돋보이면서 1위 수성을 하고 있다. 전시즌과 비교하면 2위인 맨시티와 승점 4점을 더 앞선 채 1위를 기록하고 있다(지난시즌은 3점차, 올시즌은 7점차). 맨시티가 올시즌 챔스에서 조별리그 꼴지 수모를 당하고, 내적이나 외적으로 크고 작은 일들이 터지긴 하지만, 맨유에 이어 단독 2위로 유지하면서 현재 유일하게 맨유를 견제할만한 세력으로 꼽히고 있다. 이 두 맨체스터 클럽을 견제하던 런던 클럽의 대표주자였던 아스날과 첼시는 주춤하고 있다. 아스날은 맨유에게 반페르시를 내주면서 눈에 띄게 득점력이 떨어져 이길 경기를 도통 못잡고 있다. 첼시는 애꿎은 디마테오 감독을 경질시킨 이후로 분위기가 롤러코스터처럼 왔다갔다하는 도중에, 최근 프랭크 람파드를 잡지 않겠다고 하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런 정신없는 난세(?)에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올라서고 있는 두 팀이 있으니, 바로 또다른 런던클럽인 토트넘과 리버풀 클럽인 에버튼이다. 두 팀은 언제나 중상위권 위치에서 머물고 있으며, 종종 빅클럽들의 발목을 잡으면서 빅4의 중요한 승부처의 걸림돌 역할을 하면서 그 틈새를 공략했던 팀이었다. 그 걸림돌 역할을 하면서 토트넘은 2010/11 시즌에 처녀출전으로 챔스를 나가 8강까지 올라갔던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에버튼도 2004/05 시즌에 리그 4위를 기록하면서 챔스 진출 티켓을 따내기도 했다. 이런 전력이 있던 두 팀이 올시즌에 제대로 맘먹고 거병하고 있다. 에버튼은 개막경기에서 맨유를 홈에서 잡는 것을 시작으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면서 현재 5위를 기록 중이고, 토트넘도 OT 징크스를 30년만에 깬 이후로 계속 상승세 타며 현재 4위다(어? 둘 다 맨유 잡으면서 상승세 타기 시작했네??).

 

(첼시에서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토트넘에서 재기하는 데 성공한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

 

  토트넘이 현재 절반이 넘은 지금 이 시점까지 리그 4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2012년 여름에 화이트 하트 레인에 합류한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부활했다는 것이다. 지난시즌 '포스트 무리뉴'라는 타이틀과 함께 첼시 감독으로 부임했으나, 베테랑 선수들과의 소통 문제와 비야스-보아스의 전술과 첼시 스쿼드의 부조화 등으로 실패를 맛보고 지난 시즌 도중 블루스의 지휘봉을 내려놓아야만 했었다. 그러면서 비야스-보아스의 평이 급격하게 떨어짐과 동시에 포르투 시절 업적이 단순히 운이 많이 따라준 것이 아니냐는 혹평까지 따라다니면서 이 30대 젊은 감독 커리어에 큰 위기가 찾아왔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가 프리시즌에 토트넘으로 건너간 것은 하나의 터닝포인트였다. 팀에서 몇 안되는 창조적인 선수인 반더바르트와 모드리치가 떠나고 파커가 큰 부상을 당하면서 위기를 맞이했고, 초반에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역시 비야스-보아스는 안되나"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토트넘에 비야스-보아스식 스타일이 빠르게 녹아들면서 시즌 중반부터 토트넘은 기세를 타기 시작했다. 토트넘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EPL에서 가장 빠른 윙어 듀오인 베일-레넌, 그리고 춤추는 듯한 유연한 드리블을 보여주는 클린트 뎀프시, 그리고 데포의 화력폭발까지 더해지면서 토트넘은 속공에 특화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빠른 템포로 상대를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마치 포르투 시절에 팔카오와 헐크를 앞세워서 상대를 제압하던 때와 흡사할 정도다. 그리고 수비라인에선 뉴페이스인 얀 베르통헨과 기대주 카일 워커를 비롯하여 스티븐 콜커와 카일 노턴까지 기대 이상의 폼을 보여주면서 기대치를 높혀주었다. 거기다가 요리스-프레델이라는 막강 골키퍼 라인까지 구축하고 있기에 토트넘이 상승세를 안탈래야 안탈 수가 없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얼마 전에 인터뷰를 남기길, "첼시에서 실패한 경험이 큰 교훈이 되어 토트넘의 성공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라고 했다. 그렇다, 그는 짧은 기간 속에 성장을 한 셈이다.

 

(2004/05 시즌 4위 돌풍을 다시 한 번 일으키려고 하는 에버튼, 올시즌 가장 무서운 팀 중 하나다.)

 

  '에버튼'이라는 클럽하면 떠오르는 키워드는 '가난한 구단', '하지만 감독인 데이비드 모예스가 명장이다', '모예스가 선수들을 키워내는 데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등이 있다. 에버튼의 경우, 구단주인 빌 켄라이트의 방만한 운영으로 그동안 이적자금이 충족하게 나오지 못했고, 핵심선수들을 판 돈이 이적자금이 아니라 구단의 다른 예산이나 빚을 갚는 데 사용하여, 좋은 선수들을 사들이기 쉽지 않았다. 없는 대로 에버튼의 수장인 모예스는 기존 자원으로 최대 전력을 구축하는 데 뛰어나다. 그래서 '모예스가 없었더라면 에버튼은 이미 강등되었을지도 모른다.'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그는 구단의 예상 순위보다 언제나 높은 순위를 기록하면서 에버튼을 이끌어왔다. 그래서 2004/05 시즌에 리그 4위로 끝마쳐서 에버튼에게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선사하기도 했다. 그 외 모예스의 역량은 EPL에서 가장 오랫동안 군림한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마저 자신의 후계자라 지칭할 정도로 높게 평가하고 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러한 에버튼이 2004/05 시즌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개막전에 맨유를 격파한 것은 마냥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웬만한 경기에서 패하지 않았다. 첼시전을 제외하고 기존 빅4와의 경기에선 지지 않았고, 또한 경쟁상대인 토트넘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고, 이웃라이벌인 리버풀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것이 가능한 이유는 모예스 휘하에서 움직이는 선수들의 활약상이다.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마루앙 펠라이니와 돌아온 에버튼의 플레이메이커인 스티븐 피에나르와 살림꾼인 레온 오스만이 지키는 중원 왼쪽의 지배자 레이튼 베인스와 믿음이 가는 센터백 듀오인 필 자기엘카와 실뱅 디스탱의 몸을 날리는 수비, 그리고 팀 하워드의 호선방이 곁들어져 있다. 그리고 에버튼이 상대팀에 맞춤 전술로 매경기마다 들고 나오니까 에버튼을 상대하는 팀들 입장에선 에버튼이 상당히 짜증날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리그에서 맨시티 다음으로 최소 패배(3패, 맨유와 동일)를 기록하고 있다.

 

 

 

토트넘과 에버튼이 거병에 성공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

 

  현재 토트넘과 에버튼은 최소 빅4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에버튼의 주장인 필 네빌은 최소 빅4로 시즌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고 말했다), 토트넘의 경우에는 욕심을 조금 더 내어 맨시티까지 제치는 것까지 염두해두고 있는 입장이다. 지난 라운드에서 QPR과 스완지를 상대로 득점 없이 비겨서 첼시를 제치는 데 실패했지만, 경기력 면에서는 확실히 어느 누구와 붙어도 밀리지 않을만큼 탄탄해졌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경기력으론 두 팀 다 2% 씩 부족한 상황이다. 이 2%를 보완한다면 두 팀 다 내년시즌 챔스 진출이 마냥 꿈만은 아닐 것이다.

 

 

- 토트넘, 팀의 중심을 잡아줄 플레이메이커가 필요

 

(토트넘의 현재 약점, 반더바르트나 모드리치처럼 조율 및 공격을 이끌어 나갈 플레이메이커가 없다)

 

  현재 비야스-보아스호의 토트넘의 유일한 약점을 꼽는다면, 공격을 주도할 플레이메이커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포르투시절을 보면, 플레이메이커로 주앙 무팅요가 있었고, 언제나 그를 중심으로 공격이 전개되어 헐크나 팔카오가 손쉽게 득점할 수 있었다. 지난시즌까지만 하더라도 토트넘은 공미에는 라파엘 반더바르트, 중미에는 루카 모드리치가 포진되면서 베일-레넌이라는 빠른 측면의 돌파와 역습 뿐만 아니라 중앙에서 풀어나가는 능력도 상당히 좋았다. 하지만 지난 여름에 이 두 선수가 토트넘에서 이탈하면서 토트넘의 구심점을 잡아줄 플레이메이커가 사라졌다. 현재는 베일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베일은 플레이메이커보다 상대의 흐름이나 전술을 부수는 크랙유형이지 플레이메이커는 아니다. 무사 뎀벨레가 모드리치와 비슷한 유형이긴 하나, 상당히 중미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다 플레이메이커로 두기엔 조금 미흡한 면이 있고, 야심차게 데려온 길피 시구르드손은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면이 있다면, 토트넘이 이번 여름에 분데스리가 클럽인 샬케로부터 독일의 플레이메이커인 루이스 홀트비를 데려온다는 점이다. 지난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라울에 의해 중앙 미드필더로 뛰는 희생(?)을 치르긴 했지만, 원래 홀트비는 전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이자 플레이메이커다. 창의적인 패스에 능한 선수이기 때문에 그가 합류한다면 토트넘의 중앙 공격도 훨씬 더 수월해질 것이며, 데포에 비해 부진하고 있는 아데바요르도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지난시즌 반더바르트와 함께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던 것을 생각한다면). 문제는 홀트비가 언제 합류하느냐인데, 원래는 여름에 합류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스먼 룰에 따라 겨울 이적시장에 바로 이적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플랜B 격으로 현재 4-2-3-1를 쓰는 토트넘이 중앙을 강화하고, 측면 공격을 더 강화하는 4-3-3으로 변형하는 방법도 한 번 생각해볼 법하다.

 

 

- 에버튼, 한정된 옵션의 스트라이커의 다양화 필요

 

(큰 경기 때마다 에버튼을 살렸던 크로아티아 스트라이커 니키챠 옐라비치, 그러나 최근 득점 침묵 중이다)

 

  에버튼은 중원과 수비가 탄탄한 데에 비해 공격수가 매번 부실했던 팀으로 손꼽혔다. 예전에 공격수들이 워낙 유리몸끼가 심해서 한 때, 미드필더였던 팀 카힐을 최전방 타켓 스트라이커로 배치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었을 정도로 에버튼의 스트라이커들은 마치 저주에 씌여진 마냥 득점 부진에 시달렸다. 그래도 공격수 암흑기 시절에 비한다면 요즘 에버튼은 상당히 나아졌다. 작년 겨울 이적시장에서 레인저스가 재정 파탄으로 선수들 처분하기 급급할 때, 에버튼은 니키챠 옐라비치와 스티븐 네이스미스를 거의 공짜나 다름없이 영입해왔으며 특히나 옐라비치는 지난시즌 올드 트래포드에서 맨유에게 4대4 동점의 악몽을 선사하면서 유명세를 탔다(게다가 옐라비치는 유로2012 무대를 통해 더 인지도가 높아졌다). 그리고 기존에 에버튼에서 키우고 있는 빅토르 아니체베도 있기에 다음 시즌을 한 번 기대해볼만 했다.

 

  그러나 에버튼의 문제는 옐라비치와 아니체베가 올시즌에 많은 득점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 옐라비치가 팀내에서 펠라이니(8골) 다음으로 리그 6골로 득점 2위를 달리고 있으나, 최근 5경기동안 득점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다. 왕성한 활동량과 상대의 뒷공간을 침투하는 능력 등으로 상대를 크게 위협하는 데에 비해 득점운이 따라주지 않고 있다. 그나마 최근 아니체베가 간간히 득점을 터뜨려주고 있으나(현재 리그 4골),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에버튼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트라이커 옵션이 이 두 선수가 다라는 점이다(다른 스트라이커인 미랄라스나 네이스미스는 주력 때문에 측면 윙어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근에 울산의 김신욱이 에버튼과 링크되었던 것도 이러한 에버튼의 공격옵션을 다양화하는 데 필요한 요소라는 점이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재까지 김신욱에게 들어온 공식 오퍼는 없다). 현재 펠라이니가 맨유와 첼시의 타겟이 되어 에버튼 입장에선 펠라이니를 비싼 값에 팔고 그 돈으로 공격수를 보강하려는 계획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잉글랜드 리그 자체가 난세에 접어들었기에 너도 나도 조금만 노력하면, 최대한 3, 4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후보군들이 제법 많아졌다. 그 와중에 토트넘과 에버튼도 이 경쟁자 안에 포함된다. 이 두 팀이 현재까지 이어온 상승세를 시즌막판까지 기복없이 이어가려면, 자신들이 부족한 면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이 두 팀들 중 최소 한 팀이라도 내년 챔스에서 나가는 것도 한 번 쯤 재밌지 않을까? 나는 이 두 팀 모두 다 챔스에 진출해서 내년시즌에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궁금한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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