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서반국

말라가의 '소리 없는 전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J_Hyun_World 2012. 12. 24. 08:00

 

 

 

 

 

'격세지감', 1년 사이에 부자클럽에서 가난한(?) 클럽이 되어버린 말라가

 

  내가 1년 반 전에 말라가를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계 구단, 말라가CF>을 남겼던 적이 있었다. 말라가는 비록 신계 두 팀인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밀려 주목을 크게 받은 것은 아니지만, 부자 구단주이자 카타르 왕족인 세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 타니가 말라가를 사들인 이후에 말락티코를 꿈꾸면서 준스타플레이어급 선수들을 끌어모았고, 그들의 수장으로 라리가의 대표적인 명장인 마누엘 페예그리니를 선임하는 등 물량공세를 퍼부었다. 최전방엔 론돈과 반니, 그리고 카졸라와 호아킨 등 화려한 공격진을 앞세운 말라가는 2011/12 프리메라리가 시즌 최종 승점 58점을 획득하면서 리그4위를 기록하면서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하며, 클럽 역사상 첫 진출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사를 앞두고 말라가에 나쁜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임금체불미납 문제였다. 최근 스페인의 경제불황이 스페인 리그 축구이적시장까지 영향을 주었고, 그동안 오버페이를 지출한 팀들의 경우 그것이 누적되다보니 자금난을 겪어서 심각한 긴축재정에 들어간 클럽들이 많았다. 말라가도 그 중 한 팀이었다. 뿐만 아니라 말라가의 구단 운영이 거의 막장에 치달았다는 소식까지 퍼지면서 그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다(이와 관련된 정보는 "여기"를 클릭하면 알 수 있다. 여러 선수들이 이적하는 과정에서 씁쓸한 면을 남겼던 것을 생각해보면 의심해볼만 했다). 이런 소문이 돌 당시만 하더라도 구단주인 알 타니는 여전히 말라가를 향한 자신의 애정을 보이면서 자신에 관한 루머(말라가를 막장 운영으로 만든 장본인설)를 일축시키기도 했으나, 헤타페와 라싱산탄테르를 인수했던 오일머니들이 사기였던 것이 드러나면서 자연스럽게 비난의 화살이 그에게로 향해졌고, 그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외부에서 자금을 땡겨오기 위해 애썼으나 쉽지 않았고, 그들을 인수해줄 구원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실제로 이러한 재정 문제 때문에 얼마전 UEFA측에서 말라가가 4년동안 유럽대항전에 출전했을 때 1회 출전 정지라는 징계처분을 내릴 정도였다.

 

 

(말라가에게 가장 타격이 컸던 산티 카졸라의 아스날 이적. 그들의 공격의 핵심을 잃었다)

 

  말라가는 재정파탄을 막고자 이번 여름에 어쩔 수 없이 선수처분에 들어가야만 했고,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지난시즌 말라가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던 호세 론돈과 산티 카졸라가 각각 루빈 카잔과 아스날로 이적했던 사건이었다. 특히나 카졸라의 아스날 이적은 말라가의 창조성을 쇠퇴함과 동시에 아스날에게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하는 셈이다. 카졸라가 비록 비야레알과 말라가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해 저평가되곤 하지만, 예리한 프리킥 능력과 예측불허의 패스와 드리블 능력, 놀라운 가속과 플레이메이커가 가능한 시야까지 겸비했으니 이건 선수 한 명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다(실제로 아스날에서 카졸라의 존재감은 컸다. 다만 최근 아스날이 반페르시 이적효과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어 카졸라의 활약이 빛을 볼 뿐이다). 론돈이 말라가에서 터뜨린 득점력도 무시할 순 없지만, 카졸라의 이적이 더 큰 영향을 미치며 말라가의 불안한 미래를 암시했다. 말라가는 재정위기와 두 명의 스타플레이어를 잃으면서 새 시즌을 맞이하게 되었다.

 

 

 

소리없이 전진하는 말라가, 그들은 왜 잘나가는가?

 

  이러한 불안함을 안고 새시즌을 맞이한 말라가, 시즌 1/3이 지나서 그들의 행보를 보면 상당히 놀랍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카졸라와 론돈이라는 차, 포를 떼고도 말라가는 이번 첫 출전인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넘어서 조별본선에서도 당당하게 AC 밀란을 제끼고 조 1위로 16강 진출을 이뤄내는 기적을 만들어냈다(마치 2010/11 시즌 토트넘이 만들어낸 기적을 보는 듯 했다). 그리고 리그에서도 줄곧 4위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바르샤, AT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다음으로 위치를 사수하고 있다. 지난 주말에선 라리가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3대2 역전승까지 만들어냈다. 대체 무엇이 말라가의 소리없는 전진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올시즌의 여러가지 핸디캡을 떠앉은 말라가지만, 핸디캡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들은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1) 라리가를 대표하는 명장 페예그리니의 탁월한 통솔력

 

(말라가가 현재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 중 8할 이상은 페예그리니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래 축구는 11명의 선수들을 지휘하는 감독놀음에 따라 대부분 결정된다는 말이 있듯 말라가 또한 그러하다. 말라가의 선장, 마누엘 페예그리니의 역량이 이번시즌에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15년 이상 남미에서 여러 선수들을 육성시키면서 커리어를 쌓아가던 그가 2004년 7월 스페인에 입성하면서 그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비야레알 감독을 맡으면서 그는 부임 첫 해에 별 볼일 없던 비야레알을 리그 3위로 끌어올려서 챔피언스리그 첫 출전티켓을 얻는데 큰 공헌을 했고, 챔스무대에선 후안 리켈메를 앞세워 팀 역사상 첫 챔스 4강이라는 기록까지 세우면서 '노란 잠수함'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리켈메가 없던 시즌에서도 페예그리니의 비야레알은 강했다. 그 이후 챔스 4강과도 같은 기적적인 기록을 두 번 다시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2007/08 시즌에 산티 카졸라와 로베르 피레 등을 앞세워 리그 준우승까지 거두었다. 그 공을 인정받아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있으면서 2009/10 시즌 승점 96점으로 레알 마드리드 역사상 최고 승점을 기록했지만, 리그 2위라는 것 때문에 인정받지 못하고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페예그리니가 스페인에서 쌓았던 노하우가 말라가 와서도 통하고 있다. 비야레알 시절에도 그랬듯이 그는 준스타플레이어, 혹은 폼이 하락한 선수들의 기량을 극대화시키는 역량을 지니고 있었고, 올시즌 제대로 드러났다. 올시즌 말라가는 론돈과 카졸라, 그리고 마테이센을 잃으면서(사실 마테이센은 지난시즌 별로긴 했지만) 전 포지션에 구멍이 생겼고, 재정악화도 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는 구멍을 막기 위해 하비에르 사비올라-로케 산타크루즈-마누엘 이투라-오구치 오니우를 데려왔다. 특히나 사비올라와 산타크루즈를 번갈아 이용하면서 론돈의 득점력을 나름 메꾸고 있고, 홀딩 미드필더가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중원 수비에서 문제점을 보이는 것을 엘리세우-이스코-호아킨 같이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 3명을 나란히 일직선상으로 전진압박과 동시에 공격하는 유연성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모든 선수가 수비가담에 적극적이니 말라가가 리그에서 최소실점 1위에 올라설 수 밖에.

 

  리그뿐만 아니라 챔스무대에서도 그러한 수비와 빠른 기동력으로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말라가가 속했던 C조는 AC 밀란이 조 1위로 점쳐졌고, 말라가와 제니트가 조2위를 놓고 경쟁할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러한 예상을 말라가가 뒤집어엎었다. 첫경기인 제니트를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두는 것을 시작으로 3번째 매치데이까지 3전 전승을 거두면서 C조 단독선두로 치고나왔다. 남은 3경기에서 비록 3연무를 거두긴 했지만, 3승 3무 무패로 AC밀란을 제치고 조1위로 16강행을 확정지은 것은 충격이었다. 특히나, AC밀란과의 2번의 대결에서 1승 1무로 압도적인 면모를 보였던 것은 챔스무대에 많은 경험을 가졌던 페예그리니의 역량이 대단히 한 몫 했다. AC밀란이 예전에 비해 전력이 약하다 하더라도 객관적으론 말라가보단 우위였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16강 상대로 포르투를 만났기 때문에 말라가가 최소 8강까지 가는 최상의 시나리오도 갖추어진 셈. 페예그리니가 있는 한, 말라가가 하루아침에 무너질 일은 없을 것 같다. 

 

 

2) 론돈, 카졸라의 뒤를 이어 말라가의 선봉장에 선 92년생 신성, 이스코

 

(이 92년생 스페니쉬의 활약에 유럽은 또 한 번 발칵 뒤집어졌고, 이스코를 지켜보는 눈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페예그리니의 명장본능이 메인이었지만, 이 약관의 스페인 선수의 활약도 말라가 전진의 플러스 알파 오메가 정도의 영향을 주고 있다. 론돈과 카졸라의 공백을 메꾸고 있는 1992년생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스코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본명은 프란체스코 로만 알라콘 수아레즈이지만, 애칭으로 이스코라 불리고 있다. 그는 발렌시아 유스 출신으로 실제로 2010년 11월 11일인 코파델레이에서 발렌시아 소속으로 프로데뷔를 했다(그 와중에도 B팀과 오가면서 세군다리그도 출전하였다). 하지만 청소년 대회를 끝마치고 나서 이스코는 고향팀인 말라가로 가기 위해 발렌시아의 재계약을 거절했고, 말라가가 그에게 측정된 낮은 이적허용조항금액을 충족시키면서 그는 말라가와 5년 계약을 맺었다. 특히나 이스코가 발렌시아를 떠날 때 보여줬던 태도 때문에 발렌시아 팬들은 이스코를 대단히 증오하고 배신자라고 여기고 있다.

 

  어찌되었든 2011년 여름에 말라가로 이적한 이스코는 11월 11일 라싱산탄데르와의 경기에서 데뷔골을 성공시켰고, 돌아오는 경기인 비야레알과의 2대1 승 경기에서도 골을 기록하였다. 그렇게 그는 첫시즌에 32경기를 치루면서 말라가의 간판선수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론돈과 카졸라가 다른 팀으로 떠나버리면서 자연스레 이스코도 구단 재정확보를 위해 이번 여름에 팔리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구단주인 알 타니와 페예그리니 감독은 이스코는 절대 판매 불가라 외치면서 그를 다른 클럽으로부터 지키는 데에 성공했다. 페예그리니는 이스코를 지킨 이후, 그를 중심으로 새 스쿼드를 만들어나갔고, 이스코는 이에 부합하여 수많은 마법을 만들어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 보여줬던 그의 마법은 놀라웠다. 사실 그가 말라가를 16강에 올려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AC밀란과의 맞대결에선 92년생 천재들의 대결(이스코 vs 엘샤라위)로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이스코가 판정승을 기록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유럽 전역에 새겼다. 

 

  이스코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카졸라처럼 볼배급 조율이나 빌드업에 관여하는 플레이메이커 스타일이라기보단 반더바르트나 아자르, 마타처럼 플레이메이커의 소양을 어느 정도 갖춤과 동시에 득점과 찬스메이킹, 그리고 돌파력을 앞세워 꾸준히 공격포인트를 쌓는 스타일이다. 물론 말라가에는 이스코 이외에도 테크닉이 좋은 선수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그가 남달리 뛰어나다고 언급하기에는 사실 과대평가하는 측면도 없잖지만, 그가 거의 매경기마다 쌓아올리는 공격포인트를 보자면 확실히 말라가의 중심축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물론 아직 드리블 같은 개인기에서 약간 미숙한 면을 보이고 있기에 보완해야 하겠지만, 현재 추세로라면 이탈리아의 스테판 엘샤라위, 독일의 마리오 괴체, 잉글랜드의 잭 윌셔, 브라질의 네이마르 등 전세계를 대표하는 92년생 월드클래스 선수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현재 UEFA에서도 이스코의 활약을 주목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말라가의 재정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스코가 언제까지 말라가에 남아 있을 것이고, 구단 프론트가 그를 절대 사수할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다. 벌써부터 빅클럽들이 그를 영입하기 위해 주판알을 튕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말라가 입장에선 앞으로 계속 전진하려면 이 이스코를 어떻게 해서든 붙잡아둬야 할 것이다.

 

 

  상습/체납 블랙리스트 명단에 올라가면서 불명예를 떠앉고 있는 말라가지만, 소리 없이 그들은 앞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2010/11 시즌의 토트넘과 비슷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라리가 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서 상당한 변수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의 행보에 우리는 좀 더 주의깊게 바라봐야할 필요가 있다. 임금미지불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헝그리정신으로 무장하여 프로가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그들의 태도는 더더욱 관심있게 봐야할 부분이고.

 

 

추가 참고자료 :

상습/체납 블랙리스트 말라가 글 - http://vivalaliga.co.kr/xe/index.php?mid=ligaboard&search_keyword=%EC%9D%B4%EC%8A%A4%EC%BD%94&search_target=title_content&document_srl=34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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