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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팬들은 데이비드 모예스를 좀 더 기다려줘야 한다.

J_Hyun_World 2013. 9. 29. 08:00

 

 

 

 

모예스 체제 3개월차 : 저조한 여름이적시장 영입, 그리고 팬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

 

 

(알렉스 퍼거슨, 2013년 5월 시즌 종료를 끝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내려놓고 떠났다.)

 

  2013년 5월, 맨유는 하나의 왕조가 끝났다. 1986년부터 26년간 오랫동안 지속되어왔던 알렉스 퍼거슨 체제가 끝난 것이다. 퍼거슨은 지난 5월 맨유에게 마지막 챔피언 트로피를 안겨줌과 함께 피치 위를 떠났다. 그의 나이, 71세다. 사실 그의 나이를 보자면, 진작에 감독직에서 은퇴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지만 그는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맨유에게 수많은 트로피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는 떠나면서 자신의 후계자를 직접 거론하면서 그를 올드 트래포드로 불러들였다. 바로 자신과 같은 스코틀랜드 출신이자, 재정상태가 어려운 에버튼을 이끌고 꾸준하게 중상위권 순위로 끌어올렸던 데이비드 모예스였다.

 

  모예스가 맨유의 새 감독으로 부임하는 것에 대해 사실 팬들 사이에선 말들이 많았다. 그동안 퍼거슨 후임으로 링크되어왔던 인물들이 조세 무리뉴라던지, 펩 과르디올라 같은 요근래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팬들 사이에 강렬하게 인식되었던 젊은 감독들이었기에 그들에 비해 들어올린 트로피가 없는 데이비드 모예스의 커리어를 놓고 '과연 이 사람이 맨유라는 거대 클럽을 이끌만한 재목인가?', '명색에 맨유가 디펜딩 챔피언인데 아무런 업적이 없는 그가?' 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 또한 맨유에 오기 전인 SPL 소속 클럽인 애버딘을 이끌고 유럽 정상을 정복했던 큼지막한 커리어를 기록했던 점을 본다면, 모예스의 커리어가 참으로 초라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데이비드 모예스는 과거 에버튼 시절, 현재 맨유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웨인 루니와의 불화도 있었기에 이 두 사람이 맨유에서 재회했을 때 과연 공존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까지 낳았다.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모예스는 에버튼의 미드필더인 마루앙 펠라이니 한 명의 영입으로 끝마쳤다.)

 

  프리시즌부터 모예스 체제의 맨유는 삐걱거렸다.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친선경기에서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였다. 어차피 친선경기니까 경기력이 최정점에 올라와있지 않으니 본 시즌일정에 충실히 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여름이적시장행보부터 꼬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이외에 오랫동안 맨유와 함께해왔던 데이비드 길 사장 또한 올드 트래포드를 떠났고, 그 자리에 에드 우드워드가 앉았다. 모예스와 우드워드, 이 두 사람은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수많은 타겟을 맨유로 데려오려고 했으나 실패를 거뒀다. 가장 처음 티아고 알칸타라를 시작으로, 세스크 파브레가스, 안데르 에레라, 메수트 외질, 레이튼 베인스, 파비오 코엔트랑 등 수많은 선수들과 연결되었으나, 연거푸 퇴짜맞았다(여기서 우드워드를 비롯한 맨유보드진의 협상능력이 형편없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다행히 이적시장 종료직전에 에버튼에서 맹활약하면서 모예스의 황태자로 불리었던 마루앙 펠라이니를 데려오긴 했지만, 맨유팬들에겐 그리 성이 차지 않았다. 팬들은 올시즌을 최악의 이적시장이라 스스로 칭하고, 언론 또한 그렇게 평가했다.

 

  문제는 그 다음으로 이어졌다. 이적시장에서 제대로 된 영입이 이뤄지지 않은 여파가 경기력에도 미쳤는 지, 맨유의 경기력도 영 신통치 못했다. 시즌 첫 경기였던 위건과의 커뮤니티 쉴드 경기가 있었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위건이라는 약체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들어올렸어야했던 팬들은 여긴 것이다. 그 이후 리그 초반 6경기에서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라는 강팀들을 상대로 겨우 승점 1점을 획득했고, 그것에 모자라 6라운드인 WBA와의 홈경기에서 1대2로 패하면서 모예스 회의론이 팬들 사이에선 급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다. 언론은 맨유의 이러한 행보를 보면서 언제나 그랬듯이 모예스를 퍼거슨과 비교하면서 그를 흔들어놓기 시작했다. 리그 6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맨유의 시즌은 끝이 났다느니 맨유가 에버튼화 되었다느니 하는 섣부른 판단들이 나오면서 모예스가 맨유 감독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맨유 구단과 팬들은 모예스에게 많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줘야 한다

 

  나의 의견부터 먼저 꺼내자면, 현재 팬들의 이 성급함이 나는 매우 못마땅하고 이해할 수 없는 입장이다. 물론 모예스가 보여주고 있는 최근 행보에 100% 만족하는 편은 아니며, 나 또한 그가 보여주는 전술에 있어서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겨우 리그 6경기만 보고 나서 섣부르게 '그는 맨유의 감독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전에 서술했던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에버튼에 대한 인식, 그리고 저평가받는 데이비드 모예스>에서도 나는 데이비드 모예스가 지금도 사람들 사이에서 상당히 저평가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변함이 없으며, 몇몇 칼럼니스트들 또한 모예스의 가치는 빅클럽에 가서야 비로소 빛이 날 것이라면서 그가 명장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뛰어난 명장이라 하더라도 해당 팀에 자신의 색체를 입히는 데에는 최소 3년이 걸린다고 본다. 내가 좋아하는 클럽 중 하나인 울산의 케이스만 보더라도 김정남 색깔에서 김호곤 색깔로 입혀지는 데 족히 3년이 걸렸으며, 김호곤 감독이 울산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끄는 동안 '호로곤'이라는 조롱 등으로 까였던 점을 보면 그러하다(나도 김호곤의 가치를 몰랐을 때, 가장 앞서서 비난의 선봉장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무지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EPL에서 맨유와 같은 리그에서 뛰는 첼시를 보고, 감독직 기간 보장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될 것이다. 무리뉴가 떠난 이후, 감독 자리에 수많은 이들이 거쳐갔는데, 그들의 자리가 제대로 보존되지 않았기에 그와 맞물려 첼시의 경기력이 상당히 들쭉날쭉 하지 않았던가? 특히나 맨유처럼 20년 넘게 퍼거슨 색깔을 유지해온 팀을 모예스가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데 그것이 단기간이 이뤄질까? No! 아무리 빠르다 한들 2, 3년은 모예스에게 시간을 줘야한다.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존재 자체가 선수 몇명 그 이상의 가치, 아니 맨유 구단 하나의 가치와 맞먹는 수준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맨유 팬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또 한가지 있다. 알렉스 퍼거슨이 맨유 감독으로써 전설을 썼고 그러한 영광을 오랫동안 누렸는데, 그 영광의 빛이 있기엔 수많은 굴곡 또한 존재했다는 점이다. 퍼거슨이 처음으로 올드 트래포드를 방문했던 1986년만 하더라도 맨유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 버스비 시대 이후로 맨유는 강등도 경험했고, 라이벌 팀인 리버풀에게 챔피언 자리를 내주면서 암흑기를 보냄과 함께 수많은 감독을 교체하면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그리고 퍼거슨도 맨유 감독으로써 첫시즌은 리그 11위를 기록하면서 애버딘 시절에 비해 상당한 부진을 겪었었다. 그 다음 시즌에 2위를 기록했다지만, 1990년 감독 경질까지 거론되는 등 상당히 위험한 위치에 서 있었다. 그 직후 에릭 칸토나의 합류와 황금 세대들의 등장을 기점으로 하여 맨유는 살아났다.

 

  그러나 퍼거슨은 또 한 번의 굴곡을 겪었다. 전체적인 팀 리빌딩을 하겠다는 명목 하에, 2003/04 시즌부터 팀을 아예 새롭게 갈아엎었다. 2003/04 시즌에는 아스날, 첼시에 밀려 리그 3위도 기록했고, 다음 시즌인 2004/05 시즌에는 맨유 챔스 역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조별 꼴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그렇게 2006년이 넘어갈 때까지 퍼거슨 또한 '그의 시대는 끝났다.' 라면서 퇴임 위기에 놓였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말콤 글레이저가 맨유를 사들이면서 일부 팬들이 맨유를 등지는 등 외부적으로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러한 역경을 딛고, 퍼거슨은 맨유를 이끌고 다시 정상궤도 올려놓음과 동시에 로마의 4-6-0 전술에 비견되는 호날두-루니-테베즈 제로톱을 꺼내들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끄는 등 명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즉, 오늘날의 그가 있기 까지에는 암흑기와 실패가 그의 원동력이 되었던 셈이다. 

 

(팬들은 데이비드 모예스에게 많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줘야 한다.)

 

  현재 모예스의 상태는 마치 1986년 퍼거슨을 보는 듯 하다. 이 점에 대해서 많은 이들은 그 때와 지금이 상황이 많이 다르지 않느냐, 혹은 그 떄와 달리 현재 맨유는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칭호를 달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지적한다.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자리 또한 퍼거슨이 만들어낸 것이며, 그가 떠난 이상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1986년이나 2013년이나 맨유는 새로운 시작에 접어드는 것이며, 이제 모예스는 시작하려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마치 퍼거슨이 1986년에 맨유 감독으로 시작하듯이 말이다. 구단에서도 단기간에 맨유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퍼거슨처럼 그에게 오랫동안 맨유가 튼튼하게 유지하라고 장기적인 안목 차원에서 그를 선택한 것이니 그를 좀 더 믿고 따라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전문가가 아닌 이상, 그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만한 근거나 기준이 명확치도 않지 않는가.

 

  최근 레알 마드리드, 첼시, 맨시티, PSG 같이 머니 파워로 선수들을 끌어모으고, 단기간에 리그 정상에 올라서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어느정도 빅클럽이 되면 리그를 충분히 정복할 수 있다고 흔히들 착각한다. 아무리 호날두나 메시 같이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어도, 결국 그들을 기용하여 팀을 승리로 만드는 것은 감독의 영향이 크고, 그러한 감독의 영향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축구 게임들 또한 요령만 알면 쉽게 우승할 수 있다보니 팬들은 현실과 게임의 실질적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잠시동안의 부진에도 크게 요동치며 경질을 운운한다. 오히려 그러한 부분 팀 단결력이나 정신력 부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모른다. 언제나 모든 경기가 자신들이 예상하는 대로 풀리지는 않는다. 지금 모예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를 향한 압박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도록 정비할 시간을 부여하는 것이다. 참고 기다려라, 오랫동안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렸는데도 변하지 않는다면 그 때 압박을 해도 늦지 않다.

 

 

참고 : 라운드 "펠라이니와 모예스, 반드시 성공할 것" - 번역 by make it fast http://www.manchestereveningnews.co.uk/sport/football/football-news/manchester-united-assistant-manager-steve-584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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