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클래식&챌린지 그리고

선수들 연봉을 공개한 프로축구연맹, 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J_Hyun_World 2014. 4. 18. 06:30

 

 

 

선수들의 연봉을 공개한 프로축구연맹

 

  지난해 리그 출범 30주년을 맞이한 이후, 프로축구연맹은 K리그의 재정 건전성 확보와 팀 간 선의의 경쟁, 그리고 투명한 경영이라는 모토를 설정하였고, 그 계획의 일환으로 선수들의 연봉을 공개하기로 했다. 여기저기서 연봉 공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고, 이 문제는 다소 민감한 문제였기에 건드리는 데 있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연맹은 K리그 재정 건전성 강화와 투명 경영을 위한 첫 걸음이라고 판단하였고,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켜 4월 17일에 K리그 22팀 중 20팀(군 팀인 상주 상무와 안산 경찰청을 제외한 클래식 11팀, 챌린지 9팀) 소속의 선수들의 연봉을 모두 공개했다. 선수들의 연봉은 기본급 및 각종 수당(승리수당, 출전수당, 성과급 등 기타수당, 이상 추정치)을 모두 더한 값이며, 지난 3년간 팀별 승점 대비 승률을 근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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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나, 레오나르도, 제파로프, 이동국, 김신욱, 김두현이 K리그 선수들 중 연봉 Top 6에 꼽힌다) 

 

   K리그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서울의 몰리나(13억 2400만원)이며, 그 뒤를 이어 전북의 레오나르도(11억 8500만원), 성남의 제파로프(11억 1600만원), 전북의 이동국(11억 1400만원), 울산의 김신욱(10억 7000만원), 수원의 김두현(8억 3200만원) 순이었다.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서 뛰는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 9300만원이고,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서 뛰는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5000만원이다. 추가적으로 팀별 평균 연봉까지도 공개되었다. 팀별 총 연봉이 가장 높은 클럽은 전북으로 118억 900만원이며, 그 뒤를 이어 수원(98억 6300만원), 서울(87억 9300만원), 울산(86억 1600만원), 그리고 포항(69억 2700만원)이었다.

 

 

 

프로축구연맹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 하지만 그들이 놓친 것

 

(프로축구연맹은 일종의 재정 페어플레이를 두어 K리그 클럽들의 경영 정상화와 재정 자립화를 궁극적 목표로 설정했다)

 

  프로축구연맹이 이렇게 강행돌파를 하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부정확한 관중 집계와 선수 연봉 비공개 문제를 지적받아왔었고, 2002년 월드컵 여파로 인하여 선수들의 연봉과 이적료가 치솟아 클럽들의 예산에서 선수들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기형적인 구조로 성장해버렸다. 클럽의 수익은 제자리걸음인데 반해, 생존의 위협을 느끼던 클럽들은 적자 운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수단 등 연봉 인건비를 줄이고 수입을 증대할 수 있는 강구책을 찾아나섰다. 이러한 문제를 두고, 축구계에서는 선수들의 연봉을 공개해야한다는 목소리를 줄곧 내왔고, 2012년 정몽규 당시 프로연맹 총재를 필두로 하여 본격적인 회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논의를 권오갑 現 총재가 그대로 이어받아서 결국 선수 연봉 공개라는 결과물에 이르렀다.

 

  가까운 사례를 찾자면, 일본 J리그와 미국 MLS 리그의 경우 선수들의 연봉에 일종의 상한선(=샐러리캡)을 두어 연봉 인건비를 줄였고, 그것으로 인하여 재정 건전화로 탈바꿈하여 현재 두 리그가 재정 흑자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재 22개 팀에서 계속 참가할 의사를 밝히고 있는 신생 클럽팀들과 클럽 재정에 허덕이고 있는 일부 클럽팀들에게는 어쩌면 이러한 연봉 상한선을 두는 것이 그들을 살릴 수 있는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맹은 이번 연봉 공개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일종의 재정 페어플레이(이하 FFP)를 두어 K리그 클럽들의 경영 정상화와 재정 자립화를 목표로 설정하여 모든 클럽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게만 보면, 정말 그럴싸한 이상론이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이 이러한 무리하면서까지 선수들 연봉 공개하는 과정에서 놓친 부분들이 있다. 가장 먼저 선수·클럽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연봉을 공개한 부분이다. 이는 분명 선수들의 직업의 자유의 침해와 직결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회사로 비유하자면, 웬만한 직장인들이 자신들의 연봉을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동의 의사없이 공개되는 데에 좋아할 리가 없으며, 연봉 비공개 원칙을 세운 연맹이 합의 없이 말을 바꾼 것이기에 이에 대해 충분히 꼬투리를 잡고 선수나 클럽측에서 충분히 소송제기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선수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 부분을 잠시 접어둔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는 것은 연맹측에서 결과 도출로 삼았던 근거자료 선정이다. 연맹측은 선수들의 연봉을 기본급 및 각종 수당(승리수당, 출전수당, 성과급 등 기타수당, 이상 추정치)을 모두 더한 값으로, 지난 3년간 팀별 승점 대비 승률을 근거로 하였다고 밝혔는데, 어디까지나 추정치일 뿐 정확하지 않다고 스스로 자백한 꼴이다. 추가적으로 말하자면, K리그 선수들 중에서 10억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은 위에서 언급된 이들 뿐이고, 연맹이 과대해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연맹이 간과한 부분은 이를 공개한다고 해서 선수-클럽 간 계약 부분에 있어서 과연 깨끗하게 진행될 것인가이다. 실제로 재정 페어플레이를 도입하고 있는 유럽축구만 하더라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보유하고 있는 빅클럽들은 FFP 제도를 무시하고 오버페이를 강행하면서 선수들 사재기에 나서면서 이적시장을 점령해왔다. 오히려 이렇게 선수들 연봉이 공개되면서 이면계약 등 암시장 가능성이 커진다는 어두운 면까지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현재 연맹은 선수들 연봉 공개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 또한 제시하지 않고, 일단 연봉 공개부터 터뜨렸다. 즉, 사건 먼저 쳐놓고 보자는 심산이다.

 

  개인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단순히 선수들의 연봉에 제재를 가한다해서 클럽들의 경영 정상화와 재정 자립화가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연맹이 방향을 잘못 잡았다고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동안 클럽들이 K리그 출범 이후 30년간 클럽의 수익구조를 다양하게 창출하지 못했던 점, 그리고 연맹 측에서 클럽들의 수익구조 다양화에 도움을 제대로 주지 못한 것도 무시 못할 부분이다. 우리보다 훨씬 발달한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클럽의 재정 충당을 선수 이적보다도 다른 부분(중계권료, 부대수익비 등)에서 많이 채운다. 소비자이기도 한 팬들의 구매욕구를 당기는 마케팅 사업을 제대로 시도해본 적도 없었고, 그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잡아내지도 못했다. 그리고 구단 운영하는 데 있어 경쟁상대(또는 롤모델) 또한 제대로 선정하질 못했기에 기업구단이든 시민구단이든 수익구조기반이 부실했던 것이다.

 

(2013년 9월 처음으로 문을 연 K리그 오프라인 스토어, 이 매점 하나에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연맹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코카콜라의 CEO였던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회장이 "코카콜라의 경쟁상대는 다른 음료수가 아니라 물이다. 우리가 음료업계 점유율을 40%를 차지해 독보적인 1위이나, 전체 물시장에선 겨우 3%에 지나지 않는다. 우린 한참 멀었다." 라고 말하면서 코카콜라를 독보적인 기업으로 만들어냈듯이, 프로축구연맹 또한 통찰력을 키울 필요성이 있다. 현재 축구팬들이 고민하고 있고 원하는 것들의 절반만 꿰뚫어보기만 하더라도 충분히 경영 정상화와 재정의 자립화는 이뤄진다. 팬들은 많은 소비 컨텐츠(많은 중계, 클럽 관련 상품들, 클럽과 연계된 부대사업 등)를 원하고 있고, 연맹은 그들의 지갑을 열게끔 만들어야 하는게 더 실용적인 방안이 아닐까 싶다. 선수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면서까지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가까운 예로 2013년 9월에 동대문에 개점한 K리그 오프라인 스토어가 팬들 사이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점을 생각해보라. 팬들이 원하고, 그들의 지갑을 열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며, 이러한 사업을 바탕으로 클럽들의 재정을 충당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경영과 재정에 도움이 되는 첫걸음이다. 그리고 각 클럽마다 이제서야 서서히 자신들이 끌고 갈 방향을 찾아가기 시작하고 있고, 자신들이 머물고 있는 연고지와 연계하여 사업을 벌이는 등 다양한 수익구조 창출에 있어 걸음마를 떼고 있다. 연맹 입장에서는 클럽들의 이러한 마케팅에 지원사격하여 그들을 도와주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축구팬들의 시선과 그들의 말에 더 많이 귀 기울어야한다. 결국 리그가 탄탄하게 흘러가려면 팬들을 사로잡아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모든 해결책의 출발지점이다. 선수 연봉 공개 같은 논란거리를 만드는 것은 임시적인 제재일 뿐이지, 결코 절대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신중하게 움직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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