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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의 FA컵 우승이 가져다 주는 파생효과

J_Hyun_World 2014. 11. 25. 23:14

 

 

 

120분간 혈투 속 승리한 성남, 통산 3번째 FA컵 우승을 거둬

 

(성남은 2011년 이후에 3년 만에 FA컵 우승을 이뤄내면서 시즌 막판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11월 23일 일요일 오후,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숨막히는 혈전을 예고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직행티켓을 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기에, 3시즌 연속 진출을 노리는 서울과 2011년 이후 3년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성남의 자세는 남달랐다. 4강전에서 각각 상주와 전북을 꺾고 올라온 두 팀은, 승부를 결정지을 한 골을 터뜨리기 위해 120분간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연장전이 끝날 때까지 팽팽한 분위기는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연장전이 끝나기 직전, 서울은 골키퍼인 김용대 대신에 승부차기에 강한 유상훈을 교체하는 데 성공한 반면, 성남은 박준혁 대신에 전상욱을 교체하려고 했으나 교체하기 전에 연장전이 종료되는 바람에 골키퍼 교체하는 데 실패하면서 뭔가 복선을 암시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하지만 오히려 기세를 잡은 것은 교체를 하지 못한 성남 쪽이었다.

 

  박준혁은 서울의 첫번째 키커인 오스마르의 패턴을 철저히 파악하여, 슈팅을 막는 데 성공하면서 상암벌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 기세를 이어 성남의 첫번째 키커였던 정선호가 유상훈을 완전히 속이는 슈팅을 성공시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는 성남 쪽으로 기울었다. 박준혁은 서울의 세번째 키커인 몰리나의 슈팅까지 막아내면서 사실상 승리의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성남은 네번째 키커였던 김동섭까지 모두 득점에 성공하면서 승부차기 결과 4대2로 FA컵 통산 3번째 우승을 차지하였고, 3년만에 아시아 무대에 진출하는 결과물까지 낳았다. 이변이라고 하면 이변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 경기에서 성남이 이길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성남의 전술이 완벽하게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성남은 FA컵 4강전이었던 전북전과 동일하게 단판 토너먼트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수비적인 경기운영으로 임하였는데,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배치된 김동섭까지 전방압박을 강하게 하라고 주문하였을 정도다. 평소에 짠물수비로 유명한 성남의 플랫4 라인에 강한 압박으로 서울의 숨통을 조여가고 있었으니, 서울이 홈구장임에도 불구하고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 밖에 없었다. 상대 진영에서 힘을 못쓰다보니 서울의 수비라인까지 자연스레 올라가게 되고, 그 틈을 이용하여 성남은 김태환 등을 필두로 하여 수차례 속공으로 서울의 골문을 위협하기까지 했다. 반면에 서울은, 결승전 상대가 전북이 아니라 성남이라는 사실을 알고 애초에 방심했던 면도 적잖았다(실제로 결승 상대가 결정짓던 날, 서울 몇몇 선수들의 SNS에서는 성남을 쉬운 대진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나 절실함까지도 서울은 성남에게 완전히 밀려버렸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성남이 FA컵 우승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성남의 FA컵 우승이 가져다주는 파생효과

 

  성남의 FA컵 우승은 단순히 한 클럽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 3년 전에 홈구장인 탄천에서 라이벌인 수원을 잡고 우승할 때와 달리, 성남이 이번 대회의 챔피언이 되면서 부가적으로 미치는 파생효과는 상상 그 이상이 될 것이다.

 

 

1) 시민구단 전환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던 흉흉한 분위기 역전

 

(시민구단 전환하는 과정부터 FA 결승전에 오르기까지 험난한 고비를 넘겼던 성남이었다)

 

  첫째로, 그동안 뒤숭숭했던 클럽의 분위기를 이번 FA컵 우승을 통하여 역전시켰다는 점이다. 3년 전에도 그들은 정상에 올랐지만 그 때와는 완전 분위기가 달랐다. 성남은 2012년 말미부터 클럽이 해체할 수도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었고, 기존에 있던 선수들의 이탈 및 성남의 법인이었던 일화재단의 예산이 계속 감축되면서 실제로 소문이 사실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았다. 결정타로 일화재단의 수장인 문선명씨의 타계 이후, 후계자간 대립구도 형성으로 인하여 성남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버렸고 결국 일화재단이 성남 운영을 사실상 포기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클럽이 한순간에 존폐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안산으로 연고이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성남의 위기가 알려지자, 전국 각지에서 국내 축구팬들이 성남으로 몰려와 성남을 지켜야한다는 궐기대회를 열었고, 그러한 움직임을 보고 성남시에서 성남 구단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들은 일화재단 산하가 아닌 성남시를 대표하는 클럽으로 새로이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시민구단으로 전환 후 새로이 탄생하는 과정이 순탄치 못했다. 연맹에 공식적으로 등록하는 마감일에 다다라서야 아슬아슬하게 통과되었고, 개막하기 두어 달이 되어서야 구단의 정식 명칭과 유니폼, 그리고 구단의 비전 등을 발표하면서 다소 시간에 쫓기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보니 여러 부분에서 엉성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너무 급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반응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올해 1월말, 부랴부랴 올시즌 유니폼 발표와 스폰서 체결현황 등을 발표하면서 개막에 차질없이 준비를 마치긴 했지만, 문제는 개막 이후에 클럽 안팎으로 잡음이 계속 발생했다는 점이다. 10여년 만에 성남으로 복귀한 박종환 감독의 경우, 부임한 지 두어 달만에 선수 구타 의혹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만 했고, 감독 대행을 맡았던 이상윤 전 코치도 성적 부진 등 여러가지 사유로 구단을 떠났다. 시즌 중에 감독이 두 번씩이나 바뀌었으니 성남의 전반적인 분위기 자체가 좋을 리 없었다. 거기다가 성적 또한 부진을 겪고 있었으니 이중고나 다름없었다.

 

  그러한 와중에 리그 성적을 포기한 대신에 얻은 FA컵 우승은 그간 흉흉했던 성남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촉매제였다. 특히나 시민구단 전환 후 첫시즌부터 우승컵 하나를 들어올렸으니, 이것만큼 더 좋은 것은 없다. 경기 끝난 후, 성남 팬들이 괜히 감격의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다. 챔피언이 된 성남은 이 분위기를 이어서 1부 리그 잔류 경쟁에 더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2) 챔피언은 더이상 기업클럽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남의 FA컵 우승을 통해 시민구단들도 얼마든지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성남의 우승이 가져다주는 두번째 효과로는 바로 시민구단들의 우승가능성이 마냥 헛된 꿈이 아니라는 것이다. K리그가 1983년에 출범한 이래에 시민구단이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스쿼드 두께나 자금력 등등을 비교해보았을 때, 시도민구단들이 소위 기업으로부터 지원받는 구단들에 비해 언제나 열악했고, 성적 등을 통해서 그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은 지를 매번 실감했었다. 2005년 인천(리그)이라던지, 2012~13년 경남(FA컵)이라던지, 시민구단들이 결승무대까지 올라갔던 적이 몇 번 있긴 했지만 마지막 관문에서 항상 좌절하곤 했다(2001년에 대전이 FA컵 우승을 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당시 대전은 대전을 기반으로 둔 기업들의 컨소시엄 구단이기에 시민구단이라 할 수 없다). 그 때문인지 시민구단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린다는 자체가 거의 게임에서나 가능하다고 사람들은 믿어왔었다. 그러한 와중에 성남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첫 시즌에 바로 챔피언으로 등극했으니 '시민구단 우승' 이라는 목표가 헛된 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남이 시민구단이긴 하지만, 클럽의 뿌리부터 되새김질 했을 때 '모태 시민구단' 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느 정도 제한이 있다. 일화 시절에 리그 7회 우승과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을 했던 전례도 있고, K리그 역대 최고의 스쿼드를 구축했던 점도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성남이 시민구단으로 전환하기 이전인 2012년 시즌부터 성남의 재정이 넉넉치 못했고 매시즌마다 예산이 감축되어 운영과 영입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민구단 최초 우승' 범주에 속하는 요건은 다 갖추었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이번 시즌부터 누가 뭐래도 확실한 '시민구단' 이기에 왈가왈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기에 인천이나 경남 등 다른 시민구단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성남이 단기간에 이루었으니, 성남 팬들의 프라이드는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승 뿐만 아니라 시민구단 중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까지 진출했으니, 그들의 위상은 계속 드높여질 것이다.

 

 

3)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달라질 성남시의 태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있는 성남이 국제대회로 진출하면서 클럽팀을 바라보는 성남시의 태도도 바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남이 우승하면서 그간 성남이라는 축구클럽팀을 바라보았던 성남시의 태도가 180도 변할 것이다. 일화 시절에 성남이 잘 나갈 때에도(심지어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리그 3연패를 달성할 때에도), 성남시나 성남 사람들은 그들의 고속행진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마치 성남의 팀이라고 하기엔 어느정도 괴리감 등이 일반 성남 시민들에게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성남시 자체도 스포츠에 대해서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기존에 성남시 산하에 있던 쇼트트랙이나 핸드볼 팀이 하루아침에 해체되어서 사라졌던 것을 감안한다면, 축구팀에 그렇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결코 이상한 게 아니었다. 시민구단으로 전환하여 성남시에서 클럽에 대한 예산을 편성할 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SNS만 보더라도 성남은 시에게 있어서 마치 계륵과 같았다. 직접 나서서 구단을 인수하긴 했지만, 구단 운영의 시행착오와 생각보다 부진하는 성적, 거기다가 시끌시끌했던 스캔들까지 겹치면서 나름 속앓이한다고 SNS에 답답한 심경을 남기기도 했다(하지만 이재명 시장은 구단주라는 위치에서 SNS에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남긴 것이 문제가 되어 팬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와중에 성남이 정상에 등극했으니 이재명 시장을 비롯한 성남시의 주요인사직들의 생각이 확실히 바뀌는 계기가 생겼다. 괄목한 성적을 내면 낼 수록 성남이라는 도시 및 브랜드가치가 뛰어오르기 때문에 성남시 입장에서는 기존에 투자했던 예산보다 더 많이 투자하여 축구팀을 통하여 도시를 홍보하는 데 더더욱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아시아 무대에 진출하는 것 자체만으로 성남이라는 이름이 홍보되기에 국제적인 입지를 다지는 데에도 상당한 효과를 보게 된다.

 

  이 시점에서 성남시가 축구팀에 대한 예산 재편성을 하여 현재보다 더 많은 자금을 투자하게 된다면, 성남이 과거 잘나갔던 시절로 충분히 돌아갈 수 있는 발판이 생긴다. 당장 내놓은 성적이 있기에 현재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성남 클럽을 홍보하고 유입되는 관중 수를 늘리는 데에 이만한 메리트는 없다.

 

 

 

  성남의 FA컵 우승은 단순히 한 클럽의 목표달성만으로 보기에 전달하는 메시지가 생각보다 많고 의미가 크다. 기존 클럽 주변을 감싸던 분위기도 반전할 수 있었고, 시민구단이라는 프라이드가 높아졌고, 축구팀을 넘어서 그들의 연고지인 성남의 도시홍보 및 성적 유지를 위한 예산 증액 가능성이 생겼다. 덤으로 우승을 발판으로 남은 1부 리그 경기에서 호성적을 거두어 K리그 클래식에 잔류할 수도 있다. 앞으로 성남이 어떻게 될 지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현재 성남의 분위기는 그 어느때보다 축제분위기라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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