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축국일지(蹴鞠日誌)

[J-Hyun의 축구학개론] K리그 전반기 리뷰 - 패싱/점유율 축구와 승리는 정비례가 아니다

J_Hyun_World 2014. 5. 29. 11:11

 

  세계적인 축구 흐름을 이끌었던 바르셀로나와 그들의 스타일인 '티키타카', 그런 스타일에 능했던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주축이었던 스페인 국가대표팀이 세계를 정복하자, 전세계 축구판은 티키타카와 점유율 축구가 유행처럼 번져나가면서 너도나도 다 모방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르샤의 티키타카 유행은 생각만큼 오래가지 못했다. 이미 유로 2012에서 티키타카를 봉쇄해버렸던 이탈리아의 3-5-2 전면 프레싱이 새로운 파훼법으로 등장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티키타카의 선구자인 바르셀로나가 2012-13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하고 바이에른 뮌헨에게 종합스코어 7대0으로 대패당하면서 티키타카와 점유율 축구가 절대 진리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고, 바르셀로나를 무참히 짓밟은 바이에른 뮌헨은 유럽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참고로 바이에른 뮌헨은 속공과 전면 압박을 앞세워 바르셀로나를 완벽하게 공략하면서 그들을 쓰러뜨렸다.

 

  참 재밌는 게, 바이에른 뮌헨의 새로운 수장이 티키타카를 이끌었던 펩 과르디올라가 되면서 바이에른 뮌헨도 자신들의 기존 색깔에서 탈피하여 바르샤식 티키타카가 주입되어 '람바참바'로 진화해 분데스리가 내에선 일찌감치 독주체제로 굳히면서 싱겁게 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공교롭게도 이번 2013-14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자신들이 지난 시즌에 사용하였던 전술로 철퇴를 맞고, 종합전적 5대0 대패로 고꾸라졌다. 티키타카를 이끌던 바르셀로나는 역습과 전면 프레싱을

앞세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넘어서지 못하고 8강에서 멈췄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선 마드리드 더비가 열렸고, 이 두 팀은 점유율/패싱 축구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던 클럽들이며,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에 코파 델레이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아틀레티코는 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이미 세계 축구의 트렌드는 점유율/패싱축구에서 전면 압박과 역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세계 축구의 흐름은 또다시 바뀌고 있는데, K리그 팀들은 어떤 스타일을 구사하고 있는가? 요근래 K리그 클럽 감독들은 유럽의 한 때 트렌드였던 패싱/점유율 축구를 구사하겠다고 인터뷰에서 밝히면서 축구 선진국인 유럽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으니 이것이 마치 상대를 압도하고 승점을 챙기는 데 정답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하지만 전반기가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 되돌아 보았을 때, K리그 트렌드 또한 패싱/점유율 축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패싱/점유율 축구와 승리의 관계

 

 

(현재 K리그 클래식, 챌린지 상위권 팀들을 기준으로 한 번 조사해보았다)

 

  패싱/점유율 축구와 승리와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나는 현재 K리그 클래식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6개팀과 K리그 챌린지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5개팀을 기준으로 한 번 분석해보았다. 재밌는 사실은 K리그 클래식 단독 선두를 구축하면서 팬들에게 흔히 패싱/점유율 축구로 평가받고 있는 포항이 경기결과와 상관없이 상대팀에게 경기내용면에서 점유율을 압도했던 경기는 12경기 치르는 동안 절반인 6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2위인 전북이 12경기를 치르면서 점유율 우세를 가져갔던 경기가 10경기였다. 전북에 뒤를 이어 3,4위로 바짝 따라붙은 제주와 전남은 상대팀과 경기를 치르면서 점유율 우세를 가져갔던 경기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제주는 5경기, 전남은 3경기다).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는 더 신기한 통계를 보여주고 있다. '챌린지 깡패'로 거의 독주하고 있는 대전은 11경기를 치르면서 점유율 우세를 보였던 경기는 겨우 3경기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르고 있는 2위인 강원은 점유율이 우세했던 경기가 거의 없었으며, 3위 대구를 제외한 나머지 고양과 안양 또한 경기에서 점유율로 상대팀을 압도했던 경기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고양과 안양, 10경기를 치르면서 각각 3경기 정도 점유율 우세를 보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 국내에서 활약하는 상위권 클럽 감독들 또한 패싱/점유율 축구가 경기에서 승부를 짓는 데 결정적인 요소가 결코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K리그 클래식 현재 선두인 포항과 K리그 챌린지 1위 대전의 전술을 대상으로 하여 점유율 축구가 승점을 챙기는 데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겠다.

 

(이번시즌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포항은 티키타카보다는 게겐프레싱에 가까운 유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포항의 스타일을 티키타카로 생각하고, 그들을 경기방식을 스틸타카라고 한다. 하지만 포항은 이번시즌 전반기 내내 상대팀과 맞붙어서 점유율 싸움에서 승리한건 딱 50% 였다. 점유율 싸움에선 절반임에도 그들이 쌓아올린 승점은 25점이며, 리그에서 독보적으로 가장 많은 득점을 거둔 팀이기도 하다(유일하게 팀 20득점을 넘어섰다). 그들의 방식이 티키타카처럼 보이는 것은 공격시 패스를 연결할 때마다 그들이 다음 위치를 예측하고 움직이거나, 왕성한 활동량으로 경기장 어느 곳에든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티키타카를 사용하고 있을까?

 

  포항의 실질적인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역삼각형 미드필더의 활동량과 전환속도, 전방에 포진되어 있는 세 명의 공격수들이 쉴새없는 스위칭과 속공으로 상대 수비벽을 허무는 등 위협적이긴 하나 모든 패스는 중앙을 거치지 않고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중앙을 거쳐 속공으로 바로바로 연결되다보니 포항의 세련된 패스플레이를 보고 티키타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포항이 티키타카를 구사한다고 하기에는 그들이 가져가는 템포가 상당히 빠르다는 점과 수비 시에 공을 빼앗기 위해 적극적으로 미드필더에서 압박을 가하고 공을 탈취하면 곧바로 공격으로 전환하여 상대를 벗겨내버리는 것이다. 포항이 만약 스페인 클럽들이 사용하는 티키타카를 구사한다면, 적극적으로 압박하여 공을 빼앗은 뒤,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템포를 늦추면서 정확도를 높혀나가는 데에 중점을 뒀을 것이며, 점유율 싸움에서 결코 상대팀에게 뒤쳐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

 

  특히 이명주와 김재성(손준호)의 움직임을 보면, 그들은 게겐프레싱 유형에 가깝다. 김태수와 함께 수비시에는 상대 중원으로부터 공을 탈취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으로 덤벼들면서 소유권을 되찾는다(물론 전방에 배치된 세 명의 공격수들도 그러하지만). 그렇게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방에게 공을 탈취하면, 이명주와 김재성(손준호)은 언제 그랬냐는듯이 공격으로 전환하여 전방에 포진된 세 명의 공격수들과 속공에 돌입한다. 그 사이에 빠른 2대1 패스플레이, 또는 삼각형 구도 패스플레이 구도를 만들어내면서 순식간에 상대방 골문까지 다가가게 된다. 이것이 포항의 스타일이다. 포항이 파울 수가 많은 것도 전진하여 압박하는 것을 유지하다보니 생기는 부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은 패싱/점유율 축구와는 아예 관계없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음에도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K리그 챌린지에서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대전은 아예 패싱/점유율 축구와는 관계없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어야 한다. 대전의 스타일은 전형적인 선수비 후역습이며, 수비조직력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팀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대전을 상대로 많은 K리그 챌린지 클럽들이 차례차례 무너졌던 것은 하나같이 대전이 설치해두었던 '덫'에 영락없이 걸려들어서 빠져나가질 못한다는 것이다.

 

  대전은 상대팀들을 상대할 때, 자신들의 중원 깊숙히 들어올 때까지 중원의 라인을 내린다. 여기서 정석민-김종국 중원 조합과 레프트백인 장원석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상대팀이 공격을 들어올 때, 정석민은 홀딩에 가깝게 내려오면서 대전 수비라인 바로 앞에 위치하게 되며 1차적으로 봉쇄하는 역할을 맡음과 동시에 역습으로 이어지는 빌드업 시발점 역할까지 겸비하고 있다. 그렇게 공의 소유권을 되찾게 되면, 레프트백인 장원석의 공격적인 오버래핑이 전개되면서 대전의 왼쪽 측면으로부터 공격이 이어진다. 장원석이 전진하면서 대전은 4-4-2에서 3-4-3 에 약간 유사하게 전형이 바뀌면서 속공으로 이어진다. 중원을 단단히하면서 측면으로 상대를 파괴하며 최전방에 있는 아드리아노에게 연결시켜 마무리함으로써 대전은 실리적이면서도 화려하게 승점을 챙겨갔다.

 

  특히 대전의 전술에 중점을 두고 볼 장면은 바로 공을 빼았겼을 때 중원에서 끊임없이 압박하여 상대가 전진하지 못하도록 막는다는 점과 수비수들의 한 발 먼저 위치하여 상대방의 다음 연결동작을 사전에 차단시켜버린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이번시즌에 보여주었던 전면압박 후 역습을 보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대전의 조진호 감독은 가장 먼저 수비와 수비조직력에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그의 혜안이 정확했다는 것이 현재까지 대전이 보여주고 있는 결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겉으로는 아드리아노의 득점행진이 눈에 띄지만, 대전의 가장 무서운 장기는 바로 조직력과 그들의 압박 후 역습 전개능력이 되겠다.

 

 

 K리그의 트렌드도 이제 세계 흐름에 맞춰서 점점 변화하고 있다. 물론 티키타카와 점유율 축구를 사용하는 데 있어 전제조건들(90분 내내 전면압박을 유지할 수 있는 체력, 패스 정확도, 11명의 선수들의 완벽한 호흡 등)이 따라가지 못해서 다른 방안을 고안한 클럽들도 있을 것이다. 어찌되었든, 패싱/점유율 축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경기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확인시켜주었고, 정비례 관계가 아니라는 것 또한 증명시켜주었다. 점유율에서 열세를 보이는 제주와 전남, 강원이 상위권 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것이 그 증명이 아닐까?  전술에는 영원한 정답이 없고, 이것 또한 패션처럼 유행을 타고 돌고 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