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축국일지(蹴鞠日誌)

[J-Hyun의 축구학개론] 대전 1-3 안양

J_Hyun_World 2014. 10. 19. 18:54

 

 

 

대전 1-3 안양 : 이미 9부능선을 넘었음에도, 대전은 진격의 안양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마지막 한걸음을 남겨두고 또다시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챌린지의 독보적인 선두인 대전은 일찌감치 2위와의 간격을 초반부터 벌려놓았기에 큰 이변이 없는 한 승격 확정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자줏빛 전사들은 최근 7경기동안 치르면서 지난 강원전 승리(3-1 승)를 거두기 전까지 무려 6경기 무승이었다(4무 2패). 승점 3점만 채우면 승격확정인데, 그 마지막 한 발을 내딛기가 어렵다는 것을 그들도 체감하고 있다.

 

  안양의 후반기 페이스는 상당히 무섭다. 9월 내내 패배를 기록하는가 싶었으나, 9월 28일 광주 원정에서 분위기를 뒤집는 데 성공(2-1 승)을 거둔 이래, 내리 3연승을 달리면서 2위를 수복하였다. 문제는 안양이 올시즌 대전을 상대로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상대전적 3전 1무 2패). 2위 싸움에서 타 팀들보다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 대전 원정에서 승리를 장식해야만 했다.

 

 

승부처 - 측면싸움

 

안양은 중앙에서 수비적으로 임하는 대신, 측면을 통한 공격으로 대전을 상대로 선취득점을 올렸다.

 

  주로 중앙으로 공격을 많이 하는 대전을 패턴에 당하지 않기 위해, 안양은 신장이 큰 센터백 두 명과 김종성을 중앙에 배치시켜 수비적으로 임하면서 키플레이어 최진수까지 전진을 다소 자제키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사이드백들을 위시로 하여 주로 측면 공격으로 대전 진영에 공간을 만드려고 다분히 애를 썼다. 안양의 의도는 전반전부터 먹혀들었고, 정석원-황진산 등 중앙에서 볼배급하던 대전의 패턴은 차단되었다.

 

  전반 10분, 안양은 다소 수비력이 약한 장원석이 포진된 대전의 왼쪽을 공략하였고, 조성준의 패스를 이어받은 박성진은 돌파를 시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장원석은 박성진을 마크하는 것에 완전히 실패하면서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였다. 박성진이 정재용에게 마지막 패스를 이어줄 때에 이미 왼쪽이 붕괴된 대전은 정재용마저 놓치면서 실점을 허용하였다.

 

  첫 골이 터진 이후, 안양은 오른쪽 측면을 집요하게 공략하였고, 대전은 안양과의 측면 싸움에서 밀렸다. 안양의 오른쪽 라인과 충돌하던 대전의 왼쪽 라인(장원석-황진산 또는 마라냥)은 역공으로 안양의 오른쪽 라인을 밀어내는 데 다소 힘이 부쳤고, 그들은 아예 임창우가 있는 오른쪽으로 공격루트를 재설정해야만 했다.

 

 

안양의 화력

 

안양이 최근 3경기에 넣은 9골 중 6골이 팀플레이로 만들어졌다.

 

  안양은 대전전 이전 3경기에서 무려 9골을 쓸어담았는데 무려 6골(나머지 3골 : 프리킥 2, 페널티 1)을 팀플레이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의의를 둘 필요가 있다. 위에 보는 그림에서 보았듯이, 안양은 왼쪽 측면보다는 오른쪽 측면에서, 혹은 중앙에서 만들어지곤 하는데, 중앙에서 시작되는 지점에는 전부 최진수의 발끝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의 정확한 롱패스가 전방 공격수들에게 이어지고 공격수들은 이 패스를 놓치지 않고 골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바로 베테랑 스트라이커 박성진이다. 오랫동안 공격포인트를 쌓아올리지 못했던 그는 최근 3경기에서 4골 2도움(광주전 1골, 안산전 2골, 충주전 1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안양의 화력 정점에 서있다. 스코어러보다는 주로 측면돌파로 상대 수비를 분산시켜서 팀 동료들이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역할을 도맡고 있다. 

 

 

정재용

 

  이번 시즌 안양의 경기를 눈여겨 보았던 사람이라면, 190cm에 육박하는 장신 미드필더 정재용이 맡은 역할의 변화를 느꼈을 것이다. 고려대학교 출신인 이 미드필더는 안양에 입단하기 전까지는 중장거리 패싱능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하지만 그가 안양에 입단한 이후, 패스로 공을 배급하면서 조율하기보다는 오히려 공격쪽으로 치우쳐 박스 투 박스, 혹은 미들라이커 역할로 바뀌어갔다.

 

  위의 선제골 영상에서 보았듯이, 정재용은 안양이 공격 기회를 잡을 때마다, 공격수들과 함께 최전방으로 전진한다. 그 이후, 전반 14분에 있었던 안양의 공격시에도 정재용은 중원에서 짧은 패스를 연결해 준 뒤, 곧바로 전진하였다. 뒤에서 최진수가 딥라잉 플레이메이커처럼 후방에서 길게 패스를 찔러 최전방에 연결해 줄 때, 정재용은 이미 최전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물론 정재용이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로 특화된 것은 아니다. 두번째 골장면을 한 번 살펴보자.

 

김재웅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기 전에 앞서 정재용의 허를 찌르는 쓰루패스도 무시할 수 없었다.

 

  김재웅이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어서 안양의 2번째 득점을 올리는 데 성공하긴 했으나, 그 전에 앞서서 정재용이 대전 사이드백과 센터백 사이의 틈을 제대로 본 후 찔러준 쓰루패스도 무시할 수 없다. 대전이 유독 센터백과 사이드백 사이의 공간이 많이 벌어졌었는데, 정재용이 이를 간파하고 넓은 시야로 한 번에 이어줬다.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능력을 보여줬던 장면이라 할 수 있겠다. 

 

  정재용이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게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첫번째로 안양에 내놓을만한 스트라이커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안양의 공격수들이 대부분 장신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번째 이유는 안양의 키플레이어인 최진수의 영향력이다. 최진수가 중원에서 안양의 모든 템포를 조율하고, 패스의 시발점이 되다보니 정재용이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이 크게 필요하지 않게 된 점이다.

 

  정재용이 안양의 미츄, 혹은 펠라이니처럼 공격적인 역할로 바뀌어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간다는 점은 안양으로써 큰 의미가 있다. 아직까지 중앙으로 침투하는 타이밍이 조금 늦거나 등지는 플레이가 약하다는 약점도 가지고 있긴 하지만, 현재 팀내에서 김재웅과 함께 득점 1,2위를 다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정재용을 위시로 한 안양의 False Nine 전술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안양이 대전을 봉쇄하는 방법 - 높이와 피지컬

 

  이 경기에서 주목해볼 만한 부분은 안양이 아드리아노를 중심으로 한 대전의 브라질리언 3인방을 봉쇄했던 방법인데, 안양은 대전의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해 높이와 피지컬이 뛰어난 수비수들로 하여금 그들과 싸우게 만들었다.


안양은 기동력이 좋은 대전의 브라질리언들을 봉쇄하기 위해 높이와 힘으로 거칠게 봉쇄했고, 그것이 통했다.

 

   안양은 장신의 두 센터백(백동규-가솔현) 앞에 또다른 장신인 김종성을 스토퍼 겸 홀딩 미드필더로 기용했는데, 여기서 김종성의 역할이 제법 중요했다. 김종성은 대전의 포워드들이 안양의 중원 깊숙이 들어올 때마다, 협력 수비로 가담하면서 그들을 괴롭혔는데 기동력은 좋으나 상대적으로 피지컬이나 높이가 약한 대전의 공격수들은 이러한 압박을 견뎌내기가 어려웠다.


  안양은 높이와 피지컬 이외에 대전의 공격수들을 상대로 수비시에 상당히 좁은 간격을 주면서 브라질리언 3인방의 공간에 상당히 제약을 주었고, 중앙의 장신 선수들 이외에 사이드백들도 수비시에 그들에게 상당한 압박을 주면서 그들을 측면으로 측면으로 튕겨버리게 하였다.


  물론 전반 32분, 대전에서 황진산을 빼고 서명원을 투입하면서 공격수 숫자를 늘려서 안양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치긴 했으나 무위에 그쳤던 것은 그들이 안양이 두텁고 높이 세운 중앙으로 무리하게 돌파시도를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후반 26분에 대전이 마라냥을 빼고, 높은 신장을 자랑하는 김대중을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하기 전까지 안양의 수비를 뚫는 데 상당히 고전했다.



무차별 폭격을 가했던 대전 vs 굳건히 지키며 한 방을 기다렸던 안양 


후반전 포메이션 변형에서 보았듯이, 대전은 무차별 폭격으로, 안양은 버티기로 후반전을 치뤘다.


  전반부터 원정팀 안양에게 얻어맞은 대전은 안양보다 먼저 교체카드 3장을 사용하면서 4-3-3에서 4-2-4 와 비슷하게 바꾸면서 득점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서명원은 좌우 측면을 가리지 않고, 안양의 측면을 뚫기 위해 뛰어다녔고, 정석민도 후반전에는 공격적으로 전진하면서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의 주역이었던 임창우는 이 경기에서 공격의 시발점으로 활약했고, 안양의 피지컬과 높이를 견제하기 위해 조진호 감독은 장신 수비수인 김대중을 최전방에 세우면서 그들의 장벽을 무너뜨리려 했다.


  반대로 안양은 역습으로 전반에 한 골, 그리고 후반 24분에 두번째 골까지 성공시킨 이후, 정재용을 빼고 수비수인 김효준을 투입시키면서 5-2-3 전형으로 바꾸어 지키기에 돌입했다. 플랫 3에 김종성을 그 앞에 세우면서 사실상 중앙에서 수비하는 선수만 4명을 만들면서 대전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김대중을 투입시킨 이후, 대전의 작전이 조금씩 먹혀들어갔다. 김대중이 높이와 힘으로 안양 수비수들과 싸워주면서 없었던 공간이 생겼고, 그 틈새로 대전은 자신들의 패스플레이를 만들어가면서 안양의 골문을 수차례 두드렸고, 결국 '골무원' 아드리아노가 득점을 뽑아내면서 추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전의 추격의 불씨는 후반 막판에 꺼져버렸다. 전반전에 보여줬던 실점과 유사한 패턴으로 또다시 당한 것이다.



  김태봉의 쐐기골 장면에서 또다시 왼쪽 사이드백인 장원석과 센터백 사이의 간격이 벌어졌고, 이것을 대전의 다른 선수들이 커버해주지 못했다. 1차적으로 안영규와 이호의 위치에 문제가 있었다. 그들의 간격과 위치선정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그리고 미드필더들의 수비가담이 없었던 것이 2차적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위치선정과 협력 수비의 부재가 안양이 대전에게 일격을 가하게 된 빌미가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대전은 승격 확정을 또다시 다음 라운드로 미루게 되었다. 비록 다른 팀들에 비해 탄탄하지 않은 전력임에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지만, 후반에 갈수록 떨어지는 페이스와 경기운영은 보완해야할 부분이다. 특히나, 수비진들의 위치선정, 그리고 미드필더들의 협력 수비가 남은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안양의 경우, 열세였던 대전전에서 승점 3점을 기록하면서 4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그들과 2위 경쟁하는 다른 클럽들보다 다소 앞서 있으면서 앞으로도 대전전처럼 보여줬던 선수들의 다양한 역할이 제대로 맞물려 떨어진다면 승격 플레이오프 0순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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