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축국일지(蹴鞠日誌)

[J-Hyun의 축구학개론] 수원 0-0 경남

J_Hyun_World 2014. 7. 6. 11:00

 

수원 0-0 경남 : 경남은 적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도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쉬웠을 것이다.

 

 

  지난 4월 진주에서 승리할 기회를 놓쳐버린 경남은 3개월이 지나 수원 원정길에서 다시 한 번 수원을 상대로 승점 3점을 걸고 도전했다. 경남은 최근 8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하였기에(6무 2패), 이번 경기에서 어떻게 해서든 승리를 거둬서 분위기 반전을 꾀해야할 상황이었다. 문제는 베테랑인 조원희가 돌연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J리그로 건너가버리면서 중원에서 무게를 잡아줄 이가 없다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수원의 경우에는 지난 휴식기동안 큰 변화는 없었다. 이적한 이도, 영입한 이도 없었기에 전력상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수원은 휴식기를 거치면서 선수들의 전반적인 경기력이 얼마만큼 올라왔느냐가 관건이었다. 지난 전반기에서 수원은 하나가 괜찮으면, 다른 하나가 상태가 안좋았던 그런 식이었기 때문이다. 경남을 빅버드로 불러들인 그들은 그동안 선발로 나왔던 염기훈-로저를 제외하고, 라인업을 구축했다.

 

 

 

경남의 삼각편대+1

 

  이번 시즌 내내 4-3-3을 사용해왔던 경남, 보통 4-3-3 포메이션을 쓰게 될 경우에는 측면에 배치된 윙포워드들이 상당히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경남은 활동량이 좋은 스토야노비치와 양 측면에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김인한과 송수영을 배치하여 수원의 수비진을 흔들어놓았다. 스토야노비치는 성실하게 수원의 센터백들과 부딪치면서 동료선수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을 제공해주었고, 신예 송수영은 신인답지 않게 이번경기에서도 과감한 쇄도와 스위칭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 경남의 전술에서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는 이가 바로 이재안이었다. 이재안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출장하였지만, 사실상 투톱의 섀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에 비슷하게 움직이면서 스토야노비치의 후방을 지원하면서 양쪽 윙포워드들과 협공하면서 수원의 수비진과 미드필더진의 간격을 벌려놓으면서 수원의 공격흐름을 매끄럽지 못하게 만들었다.

 

  경남의 삼각편대와 이재안의 활약상이 있었기에 경남은 전반전 내내 수원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이재안이 교체아웃으로 나가면서 이재안이 왜 중요했는지가 명백히 드러났다. 이재안이 교체아웃되고 난 후에 경남은 수원의 라인간격을 벌리는 데 상당히 애를 먹는 모습을 보였다.

 

 

사이드백의 오버래핑의 중요성

 

  수원과 경남, 양 팀의 공격의 시발점이자 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 열쇠를 쥐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사이드백들의 오버래핑이다. 수원과 경남이 서로 치고받고 하는 싸움을 보여줄 때, 공의 시작은 언제나 사이드백들의 오버래핑에서 시작되었다. 경남이 전반전 내내 홈팀 수원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때 언제나 라이트백인 김준엽의 오버래핑부터 나왔다. 김준엽이 공격적으로 올라오고, 송수영이 스위칭하면서 움직여주니 수원의 왼쪽 측면은 수비하느라 급급했다.

 

  수원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것은, 보통 수원의 오버래핑은 홍철에서 시작되는데 이 경기에서는 이상하게도 신세계의 오버래핑이 많았고 되려 홍철은 잠잠했다는 점이다. 홍철이 송수영과 김준엽의 공격에 발이 묶인 탓이 크지만, 신세계가 홍철 몫까지 보여주었다고 판단된다. 신세계는 오버래핑할 때마다 언제나 위협적인 크로스를 경남 골문 쪽으로 올리면서 경남의 빈틈을 노리려 했다. 그리고 윙어인 서정진보다도 때로는 더 과감하게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정진 vs 김인한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맞대결을 꼽자면 서정진과 김인한이라 할 수 있겠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지난시즌까지 키플레이어였다가 이번 시즌 각 팀에서 가장 부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두 선수는 이번 경기를 통해서 그간 부침에서 벗어나기 위해 처절한 싸움을 펼쳤어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각 팀 키플레이어답게 서정진과 김인한은 각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슈팅 수를 기록했다.

 

  서정진과 김인한은 각 팀에서 가장 많은 슈팅을 기록했고, 특히나 그들의 슈팅이 각 팀에서 가장 결정적인 득점 기회들이었다. 10분에 있었던 김인한의 첫 슈팅 장면에서 스토야노비치가 센터백들을 달고 다님으로 인해 슈팅할 공간이 생겼었다. 그리고 27분, 비슷한 상황에서 이재안의 패스를 받은 김인한은 비슷한 위치에서 같은 각도로 슈팅을 기록했지만 득점에 실패했다. 그리고 교체되기 직전인 49분에 찾아왔던 1대1 찬스에서 득점을 했었어야 했다. 결정적인 세차례의 기회를 날린 것이 경남 입장에서도 한이 되었다.

 

  서정진의 경우에는 상대 골키퍼인 김영광의 슈퍼세이브가 미웠을 것이다. 30분, 경남의 왼쪽 측면을 무너뜨리는 드리블에 이어 반대편 포스트를 향한 슈팅을 기록했으나, 김영광의 손에 걸려버렸다. 그리고 73분 배기종의 크로스를 반대편 포스트에서 다이빙 헤딩으로 연결하여 득점하는 줄 알았으나, 김영광의 슈퍼세이브에 막히면서 득점에 또다시 실패했다.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오히려 정대세나 고차원보다는 서정진이 확실히 움직임이 날카로웠다.

 

  두 선수가 반전을 꾀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부진 탈출이라고 하기엔 다소 2%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만큼 각 팀의 핵심선수였기에 팀의 승리를 이끌었어야했는데 그러하질 못했다.

 

 

김은선의 위치

 

홀딩으로 배치된 김은선은 수시로 내려가 센터백들과 함께 플랫3를 만들면서 스토퍼 역할을 하려 했으나 뜻대로 안됐다.

 

  그동안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사용하던 수원이 이번 경기에서 특이하게 4-1-4-1 를 사용했는데, 특히나 김은선의 위치와 역할이 참 흥미로웠다. 김은선은 홀딩 미드필더로 선발출장하였지만, 수시로 센터백 라인까지 내려가서 플랫3를 만들면서 스토퍼 역할을 하였고, 후방으로 빠지면서 볼배급과 빌드업을 맡았다.

 

  김은선이 내려가면서 다소 공격적으로 배치되었던 김두현이 중앙으로 내려오면서 링커 역할을 맡으면서 중원은 김은선-김두현-산토스-정대세 식으로 종적으로 배치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종적 배치가 결과적으로 수원의 라인 간격을 너무 크게 몰고 오는 현상을 초래했다.

 

  공격작업할 때에는 다소 세분화하여 공간을 나눠서 맡았다곤 하지만, 경남의 중원과 라인을 끌어올린 센터백 라인을 넘어서질 못하고 경남이 역습할 때에는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라인 사이의 간격이 너무나도 벌어져서 경남 선수들이 공간을 쉽게 점유하도록 만들어버렸다. 그렇다보니 김은선은 다시 홀딩으로 올라가야하는 상황인데 신세계가 오버래핑을 하는 바람에 홍철과 함께 일시적인 플랫4로 만들어서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경남의 교체카드

 

밑줄 친 선수들은 교체 투입된 선수들이며, 양 팀 모두 3명 교체카드를 사용하였다

 

  경남의 교체카드 사용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수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다보니 교체카드로 활용할 경우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는 핸디캡이 존재했지만 그래도 아쉬웠던 것은 변함 없었다.

 

  특히 경남은 이재안과 이창민이 빠지게 될 시, 이들을 대체할 자원을 찾아놓는 게 중요하다. 이재안이 빠지면서 스토야노비치나 송수영 등이 수원의 수비 사이의 공간들을 활용하여 공격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왜냐하면 이재안처럼 저돌적으로 돌파하면서 수원 중원을 유린하는 유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창민 빠졌을 때, 중원 장악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는 것도 경남은 기억해야 할 것이며, 더불어 최영준이 지난 시즌과 달리 올시즌 영 폼이 좋지 않기에 수원을 상대로 장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수원과 경남, 두 팀은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함으로 인해 더 위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림과 동시에 뒤를 따르는 클럽들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그리고 양 팀 키 플레이어들이 이번 경기에서도 부활하지 못하면서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승부를 가를 것인지 고민이 많아질 것이다. 특히 경남의 경우, 이번 경기에서 무승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는데 그 기회를 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