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 오만 : 최상의 전력이 아니었음을 감안한다면, 승점 3점을 따낸 것에 큰 의미를 두어야 한다.
(슈틸리케는 오늘 오만전에서 자신의 4-2-3-1 포메이션에 제법 변화를 많이 주었다)
이번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데 앞서 슈틸리케 호는 최강의 멤버를 구축하지 못했고, 그나마 최선의 멤버를 선발하여 데려왔다. 알다시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 듀오인 이동국과 김신욱이 나란히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면서 아시안컵 출전 불가 판정을 받았고,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승대마저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창끝이 그 어느때보다도 날카롭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게다가 아시안컵을 시작하기 직전에 치뤘던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비록 2대0 승리를 거두긴 했으나 잠재적인 수비 불안을 해소하지 못했으며, 특히나 세트피스 수비시 지속적으로 상대 선수 마크를 놓치는 약점이 좀처럼 극복되지 못했다. 수비를 이끌어줄 구심점이 없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서, 비가 내리는 캔버라에서 호랑이군단은 전원수비를 앞세워 승점 1점을 벌겠다는 전략을 내건 오만을 상대로 어떻게 공략할 지가 관건이었다.
플랫3 vs 플랫3
(수비 불안 해소와 빌드업을 위해 슈틸리케는 기성용을 후방으로 내리면서 그로 하여금 후방지휘를 요구했다)
사우디와의 평가전까지 치른 후, 수비 불안 극복이 단번에 해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슈틸리케는 수비 불안 해소 및 후방에서 시작되는 빌드업을 윤활하게 하기 위해 주장인 기성용을 두 명의 센터백과 거의 동일선상으로 내려놓았다. 그를 내리면서 전형은 순식간에 플랫3가 되면서 뒷공간을 강화하겠다는 의중을 경기시작부터 보여주었다.
참고로, 김진현이 이번에 선발된 골키퍼들 중에서 발에서 시작되는 빌드업이 가능한 골키퍼라고 하지만 혼자서 빌드업을 진행하기엔 부족하다. 더군다나, 장현수와 김주영이 빌드업이 능한 수비수가 아니기에 기성용이 후방에 내려와 머물고 있는 것은 수비 강화 및 빌드업을 하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 김진현으로써는 기성용을 통한 다양한 빌드업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허나 문제는, 오만 또한 기존의 4-4-2 전술을 과감하게 버리고 전원 밀집수비를 위하여 플랫3와 윙백 2명을 추가하여 완전히 틀어막은 것이다. 그리고 역습전개 시에는 2,3명만 올라가서 전개하는 방식이기에 이 틀어막은 오만을 상대하기엔 슈틸리케는 플랫3 이외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여기서 발휘된 것이 바로 기성용을 이용한 중장거리 로빙 쓰루였다. 기성용은 밀집된 오만 수비진을 전진시키기 위하여 그들의 뒷공간으로 로빙 쓰루패스를 시도하였고, 좌우 측면으로 움직이는 손흥민과 조영철에게 연결하였다. 이러한 시도가 잦아지면서 오만의 뒷공간은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틀어막힌 이청용, '중앙을 버리고, 중앙을 취한 작전'
(이청용을 축으로 하는 오른쪽 측면 공격이 막히자, 한국은 왼쪽을 주공으로 바꾸고 구자철은 전진시켰다)
이 경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청용이 오만 수비진으로부터 완벽하게 틀어막혔다는 것이다. 이청용-김창수(차두리)를 축으로 하여 우측 공격을 시도하였으나, 의외로 오만은 단단했고, 이청용을 쉽게 틀어막았다. 폴 르갱 오만 감독이 주 공격전개가 이청용의 드리블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이청용이 봉쇄당함과 동시에 전반 18분만에 김창수가 부상으로 교체되자, 한국의 공격전개는 전반에 제법 꼬인 형태로 갔다.
슈틸리케는 이러한 오만 수비를 뚫기 위해 주 공격을 손흥민-김진수가 버티고 있는 왼쪽으로 옮기면서 오만의 주공방향인 오른쪽 측면과 정공법으로 파쇄하는 방법을 택했다. 여기서, False Nine 처럼 움직이는 조영철과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장한 구자철의 움직임을 주의깊게 봐야한다.
왼쪽 측면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 조영철이 양쪽 측면으로 빠져서 수적 싸움에서 유리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였고, 조영철이 측면으로 빠지면서 생기는 중앙의 공백을 구자철이 전진해서 메꾸고, 동시에 오른쪽에서 봉쇄당한 이청용까지 중앙으로 옮겨오면서 확실하게 커버가 되었다. 중앙에서 적절하게 수싸움으로 팽팽함을 붙여줌과 동시에 왼쪽 측면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 결국 선취골로 이어진 셈이다.
http://www.afreeca.com/player/Sports.swf?c_id=2015asiancup_highlight_goal&share=false&idx=134875&board=vod&b_no=81257& → 조영철 선제골 장면 링크
조영철의 선제골 장면을 곱씹어보면, 이청용과 구자철이 중앙으로 전진하여 움직여주면서 오만 수비진들의 시선을 충분히 빼앗아놓았고, 구자철이 수비진의 빈 틈을 노려 과감하게 중거리슛을 때렸다. 알리 알-합시가 잘 막긴 했으나, 조영철이 수비의 틈 사이로 쇄도하는 것까진 잡아내지 못했다. 오만이 측면으로 빠져있다가 쇄도한 조영철을 완전히 놓친 셈이다. '중앙을 버리고, 중앙을 취한 작전' 이었다.
후반전에 살아나기 시작한 한국대표팀
조영철의 전반 종료직전 터진 선제골의 여파는 후반전 한국대표팀의 페이스가 살아나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기성용은 컨트롤타워 역할을 계속적으로 수행하면서 오만 수비진들의 키를 넘기는 로빙 쓰루를 계속 시도하였고, 손흥민과 조영철 등은 그 패스를 이어받아 쇄도를 하면서 그들의 밀집 수비를 헐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헐거워진 틈을 타서, 기성용은 좀 더 공격적으로 가담하면서 전진하였고, 반대로 전반전에 전진하던 박주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가 센터백 앞을 지키는 역할을 맡았다. 추가적으로 김진수까지 공격적인 오버래핑으로 측면 공격을 강화하였다. 후반 11분에 박주호의 날카로운 크로스를 구자철이 헤딩슛으로 연결할 수 있었던 것도 한국 대표팀이 끊임없이 측면 공격을 밀어부치면서 경기장을 넓게 사용한 점이 컸다.
후반전이 종반으로 갈 수록, 한국대표팀의 전형은 4-1-2-3 에 가깝게 바뀌면서 상당히 공격적으로 오만의 수비벽을 허무는 데 시도했다. 하지만 오만의 수비벽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1골 만회하여 승점 1점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그들은 몸을 아끼지 않으며, 한국의 파상공세를 막아냈다. 결국 추가 득점없이 한국은 오만을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 3점을 확보했다.
슈틸리케가 경기 종료 후, 5골이든 1골이든 경기를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그의 말대로 일단 이기고 봐야 그 다음에 경기력을 논해야 한다. 아무리 경기력이 좋아도 경기에서 패배하게 되면, 무의미한 토론에 불과할 따름이다. 앞으로 한국대표팀의 문제는 부상으로 교체아웃된 이청용의 부상지속기간이다. 그가 언제 복귀하느냐에 따라 슈틸리케는 다른 전술로 바꿔야할 지 고민해야하기 때문이다.
추가적으로 후반 막판에 오만에게 내줬던 세트피스 상황 또한 되새김질해야한다. 한국 선수들 자신들이 맡아야할 선수들을 대부분 놓친 상태였고, 위협적인 헤딩슛을 김진현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막지 않았더라면 오만의 뜻대로 1대1로 끝났을테니까 말이다. 쿠웨이트전에 슈틸리케의 해법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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