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1 우라와 레즈 : 수원은 2011년 4강전 이후, 4년만에 ACL 무대에서 승리를 기록하였다.
(한일전을 방불케 했던 수원 vs 우라와의 ACL G조 1라운드)
수원 vs 우라와의 경기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버전 한일전이라 불릴 정도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두 팀 다 자국에서는 축구수도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리그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양 팀 다 이 경기가 공식적인 첫 경기이기에 얼만큼의 경기력이 나올 지는 미지수였다.
수원은 최근 아시아무대에서 J리그와의 전적에서 썩 좋지 못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2013년 빅버드에서 그들은 같은 J리그 팀인 가시와 레이솔에게 2대6이라는 참패를 기록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가시와 원정에서는 무득점에 그치면서 2무 4패로 치욕적인 성적과 함께 조별리그 꼴지로 탈락했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에 지난 부진을 씻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져 있다.
우라와 레즈는 지난 시즌 J리그 우승의 문턱을 앞두고 스스로 무너지면서 라이벌인 감바 오사카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J리그, J리그컵, 천황배 우승)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는 들러리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작년 초반에는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겹치면서 상당히 뒤숭숭했던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아시아 대회에서는 강세를 꾸준히 보였던 그들이기었기에 ACL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플랫3 ? 플랫4? 변칙적인 수비라인을 구축하는 우라와
(우라와의 페트로비치 감독은 주장인 아베를 이용해 플랫3와 플랫4를 오가는 변칙적 수비라인을 운용하였다)
이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어웨이팀인 우라와의 수비라인이 유동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평소 플랫4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우라와는 수원 원정에서는 마키노-나수-모리와키 플랫3를 꺼내들면서 3-4-3 전술로 수원에 대항하였다. 하지만 경기 도중에 우라와는 플랫3와 플랫4를 수시로 번갈아하면서 운용하였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하여 아오키 타쿠야와 짝을 이룰 예정이었던 주장 아베 유키는 미드필더보단 수비수로의 가담이 더 잦았다. 공격시에는 미드필더로 올라갔지만, 수비로 전환할 때와 빌드업을 시작할 때에는 센터백으로 내려오면서 수원의 역습에 대항하고자 플랫4를 구축하여 안전하게 주도하려고 했다. 분명 수비수가 한 명 더 있다는 것은 수적 싸움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수비에서는 득이 되었을 지라도 중원싸움에 있어서는 이 지속적인 변칙 운용은 후반전에는 독이 되어버렸다. 전반부터 김은선-권창훈은 우라와의 중원과 쉴새없는 주도권 싸움을 하였고, 아베가 자꾸 후방으로 빠지면서 아오키 혼자서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감당하기란 너무나도 벅찼다. 그 때문에 아오키 대신에 후반전에 스즈키 케이타가 투입되었고, 아베는 다시 전진하였지만, 이미 중원을 수원에게 내준 상태였다.
좌 기훈 - 우 정진의 위력
수원은 자신들의 위력적인 무기인 염기훈-서정진을 좌우 측면에 배치하여, 크로스와 돌파를 동시에 운용하는 전법을 택하였다. 예전에 비해 돌파력이나 스피드가 떨어졌지만 킥력만큼은 살아있던 염기훈이기에 그는 스탠딩 크로스로 전방으로 올라가있는 정대세나 서정진에게 연결하여 위협적인 찬스를 만드는 데에 주력하였다. 그리고 세트피스 시에는 자신의 왼발로 상대의 골문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서정진의 중앙으로 움직이는 쇄도는 우라와의 수비진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서정진은 오른쪽 윙어로 선발출장하였지만, 그는 좌우측면을 비롯하여 중앙까지 해당 포지션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라와의 수비라인을 깨뜨리는 데 충실했다. 득점을 만드는 데까지는 실패했지만, 이 경기에서 정대세-산토스보다 훨씬 더 좋은 움직임으로 공격을 주도했다.
추가적으로 김은선-권창훈 중원 듀오의 전진 가담도 염기훈-서정진 위력에 배를 가미했다. 특히, 권창훈은 공격시에 전진하여 수를 늘리거나 틈이 보이는 곳으로 킬패스를 찔러넣는 시도를 하면서 우라와의 넓어진 중원을 공략하였고, 공격시에는 4-1-3-2 에 가깝게 만들면서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도 보여주었다.
수원의 약점 : 선수 마크 능력
분명 공격시에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수원이지만, 자신들의 약점도 이 경기에서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 경기를 통해서 나온 수원의 약점은 선수 마크 능력이었다.
부상당한 정성룡 대신 선발출장 나온 노동건은 최악의 모습은 아니었지만, 수원의 수비라인을 조율하는 면, 그리고 판단 능력에서 미숙함을 보이면서 전반전에 우라와에게 위험한 찬스를 허용하게 만든 장본인 중 하나였다. 물론 노동건 한 명만 문제를 보였던 것이 아니다.
오늘 경기에서 서정원 감독은 사이드백인 양상민을 센터백으로 선발 기용하여 조성진과 짝을 이뤘다. 양상민은 지난 안산 시절에서도 센터백으로 뛰면서 소화가능하다는 모습을 보였고, 그 점을 이용하여 수원은 이번시즌 빈약한 센터백 라인을 메꾸기 위해 양상민을 센터백으로 기용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그의 킥력이 좋은 편이기에 빌드업이나 롱패스 측면에서는 수원이 지향하고자 하는 패싱게임에는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양상민의 전진하려는 모습은 수비에 불안정한 모습을 초래했다.
(우라와 수비수인 모리와키 료타에게 선제골을 내줄 때, 수원 선수들은 선수 마크에 미숙함을 보였다)
전반 종료 직전에 터진 우라와의 선제골은 수원의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나게 만든 예시라 할 수 있다. 이시하라가 료타에게 감각적인 패스로 연결해 줄 때, 양상민은 지나치게 전진하면서 자신이 마크해야 할 선수들을 놓쳤다. 양상민이 전진하니 덩달아 라인을 올리던 조성진 또한 선수를 놓치면서 완벽한 득점 찬스를 만들어주었다. 1차적으로 그의 오버래핑을 저지했어야 할 홍철도 이 책임을 피해갈 수 없었다.
문제는 이 실점 이후에도 양상민의 전진하는 버릇, 그리고 세트피스 찬스를 허용할 시에 수원 수비수들 이외 다른 선수들 또한 선수 마킹에 끝까지 집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위기를 몇 차례 맞기도 했다. 다행히 최전방 공격수로 나왔던 즐라탄 유블리안키치가 제대로 슈팅할 기회를 못잡은 것이 수원에게는 행운이었다.
오범석의 행운의 동점골이 가져다 준 나비효과
(오범석이 올린 크로스가 마키노의 발에 맞고 굴절되어 들어가면서 수원은 주도권을 되찾았다)
55분, 정대세의 패스를 받은 오범석은 골문 반대편 방향에 뛰어 들어오는 산토스쪽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는데, 이것이 운좋게도 우라와의 수비수인 마키노 토모아키의 발을 맞고 굴절되면서, 그것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행운의 골이었다.
이 행운의 골로 인하여 1대1 동점이 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갔으나, 분위기는 순식간에 수원쪽으로 기울어지면서 수원의 페이스로 이어졌다. 서정진의 1대1 찬스가 나오면서 수원이 추가득점을 올릴 뻔한 장면도 연출되었고, 움직임이 정대세와 거의 중첩되어 보이지 않았던 산토스 대신에 레오가 교체 투입하면서 정대세는 측면에서 돌파하는 역할로 우라와의 뒷공간을 계속 노렸다.
그리고 홍철은 후반전에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선보이면서 수원의 공격을 뒷받침하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고, 서정진과 교체되어 나온 이상호 또한 홍철-정대세 등과 연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우라와의 넓은 중원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종료 직전에 터진 레오의 결승골도 결국 수원의 흐름 주도에 뒤따른 결과물이었다)
87분, 수원의 프리킥 찬스였고, 염기훈은 왼발로 정확하게 골문 반대편에 위치했던 레오에게 연결시켰고, 레오는 모리와키와의 경합에서 쉽게 이긴 후 공을 그대로 밀어넣으면서 역전의 사나이가 되었다. 데뷔골을 결승골로 만든 레오, 그의 득점으로 수원은 결국 홈경기에서 역전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행운의 동점골의 나비효과다.
우라와의 패착 : 중원의 단절
우라와가 수원에게 역전패를 당한 것이 마냥 수원의 동점골로 인해 흐름을 빼앗긴 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들이 블루윙즈에게 패배한 이유 중 또다른 이유는 바로 중원에서 수원에게 완전 장악당했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우라와는 변칙적인 수비라인을 운용하면서 수비숫자에서 우위를 점했을 지 몰라도, 반대로 중원싸움에서는 숫자 부족으로 수원에게 밀려 중원을 전부 다 내줬다. 클로드 마켈렐레가 현역으로 뛴다 하더라도 중원에서의 수적 열세를 극복한다는 건 대단히 어렵다. 중원에서 밀리니, 당연히 최전방으로 연결되는 패스는 자연스럽게 끊기기 마련이다.
중원이 차단당하자, 유블리안키치는 자꾸만 2선으로 내려와서 공을 받으려고 했고, 그렇다보니 본인의 임무인 득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측면에서 역습을 노리던 이시하라와 카시와기(리 타다나리) 또한 후방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니, 득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되다보니 하시모토와 우가진의 측면 오버래핑에만 의존하게 되고, 수원은 쉽게 우라와의 패턴을 읽을 수 있었다.
경기 결과는 2대1, 수원이 2011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4강전 이후로 무려 4년만에 첫 승리를 기록하였다. 2013년에 치욕적인 아시아 무대를 데뷔했던 서정원에게도 나름대로 희소식이라 할 수 있겠다. 승리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수원의 선수 마킹 능력 보완은 필수적이다. 아시아클럽들의 수준이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기에 공수 밸런스 유지는 필요조건이다.
우라와는 차라리 변칙적인 수비라인 운용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플랫4를 들고 나와서 뒷문을 튼튼하게 했었다면, 최소한 승점 1점을 기록하고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페트로비치가 비겼어야 했던 경기라고 말했는데, 자신이 그렇게 말했으면 애초에 위험한 도박은 하는 것이 아니었다. 다음 라운드에서 새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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