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축국일지(蹴鞠日誌)

[J-Hyun의 축구학개론] 전북 2-0 성남

J_Hyun_World 2015. 3. 9. 17:00

 

 

전북 2-0 성남 : 성남은 이번 대결에서도 전북이라는 크나큰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다.

 

(전북은 성남과의 최근 전적에서 승리를 추가하면서 지속적인 우위를 점했다)

 

  2012년 개막전 이후, 이들은 3년만에 개막전 상대로 만났다. 공교롭게도, 그 당시에도 리그 챔피언(전북)과 FA컵 챔피언(성남)으로서의 맞대결이었고, 장소도 전북의 홈이었던 전주성이었다. 경기결과는 전북이 3대2 펠레스코어 승리를 기록했으나, 경기내용은 양 팀이 서로 비등한 경기력을 펼치면서 개막전다운 명승부를 연출했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양 팀은 너무나도 많이 바뀌었다.

 

  전북은 지난시즌 압도적인 승점 차이를 앞세워서 3번째 별을 달았다. 물론 전북의 스쿼드가 더블 스쿼드라 불릴 정도로 두터웠던 면도 있었으나, 자신들의 라이벌(수원, 포항, 울산 등)들이 알아서 미끄러지는 덕분에 쉽게 우승을 차지했던 면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은 자신들이 스스로 1강이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는 시즌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아시아 무대에서 매번 기대치에 못미치는 성적을 만회할 때였다.

 

  시민구단으로 전환 후, 성남의 2014년 시즌은 다사다난했다. 구단 안팎에서 잡읍이 끊이지 않았고, 그러한 문제는 성적으로도 연결되어 강등의 문턱까지 다다랐다(그 와중에 감독이 여러 번 교체되었던 탓이 컸다). 일화시절부터 잘 알던 김학범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재빠르게 추스른 성남은 극적인 FA컵에서 우승을 거두고(4강전에서는 전북을 잡았다), 아시아 대회 진출을 거두었으나, 지난시즌 리그 3전 전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었다.

 

 

전북의 4-1-4-1 에 대하여

 

  전북은 개막전인 성남전에서 주포이자 주장인 이동국이 부상회복에서 완전히 낫지 않은 상태였기에, 그 대신 에두를 최전방에 배치하였고, 그를 보좌하기 위해 레오나르도-이재성-에닝요-한교원을 2선에 배치하는 다소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이호 혼자서 중원의 수비를 다 맡아야한다는 리스크가 있었으나, 최강희는 이러한 위험부담을 가지고 도박을 했다.

 

  이 전술의 핵심은 이재성과 이호, 그리고 신예 사이드백인 이주용이었다. 이재성은 에닝요와 함께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되었으나, 공수 양면으로 움직이는 전천후 미드필더 역할이었다. 수비 시에는 이호를 보좌하러 내려갔다가 공격으로 전환할 때에는 누구보다도 앞서 성남의 수비라인을 깨뜨리는 데에 주력하는 역할이다. 특히나, 에닝요의 신체적인 노쇠화로 돌파보단 조율에 주력하는 덕분에 속공의 시발점은 그의 몫이었다.

 

  전반전 45분만 놓고 보았을 때, 제일 눈에 띄었던 것은 선제골을 기록한 에두보다도 누구보다도 더 많이 뛰어다니면서 날카로움을 보였던 이재성이었다. 결정적인 슈팅 찬스나 찬스 메이킹에 이재성은 모두 관여하였고, 심지어 에두의 페널티킥 골을 유도했던 것 또한 이재성이었다. 이제 겨우 2년차인 어린 선수임에도 최강희 감독이 그를 선발로 항상 기용하는 이유가 바로 그의 '닥공' 철학에 가장 부합하는 부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전북에 새롭게 합류한 베테랑 이호의 포지셔닝이 제법 쏠쏠하게 먹혀들었다. 전북은 사이드백의 공격력까지 극대화 시키는 방안을 쓰고자, 공격시에 그를 센터백들과 같은 선상에 배치하여 일종의 플랫3 에 유사하게 두어 넓은 범위를 커버하게끔 하였고, 이호가 김형일-김기희 라인보다 앞서 히카르도(혹은 김두현, 황의조)를 먼저 차단시키면서 성남의 공격력을 무력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신예 이주용의 폭발적인 오버래핑은 마치 레알 마드리드의 마르셀로를 연상케하는 느낌이었다. 그는 90분 내내 공격적인 오버래핑으로 왼쪽 측면을 점령하였다. 이주용이 종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레오나르도는 자연스레 중앙쪽으로 쇄도하면서 공격시 숫자싸움을 더 늘리는 효과를 거두었다. 이주용이 오버래핑을 할 때에 그 뒷공간을 이호나 김기희 등이 여유있게 커버하였다. 공격수 출신의 사이드백의 오버래핑에 성남은 기가 눌렸다.

 

 

성남의 패착, '선수비 후역습'

 

 전북

 전반전

성남 

 62%

점유율

38%

 11

슈팅

0

8

유효슈팅

0

9

코너킥

0

1

오프사이드

0

2

파울

6

(성남은 전북 상대로 쓸데없이 선수비 후역습을 고집했다가 전반전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객관적인 전력상으로 비교했을 때, 성남이 전북에 비해 절대적인 열세였기에 그들이 택한 것은 '선수비 후역습' 전략이었다. 강팀을 상대할 때 주로 사용하는 약팀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성남이 이 전술을 택한 것은 현실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선수비 후역습을 사용할 때 선수들에게 부여한 역할과 선발라인업이었다.

 

  현재 성남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스코어러의 부재이며, 지난시즌 김동섭이 부진으로 수개월간 골침묵을 한 여파로 그 이외 득점에 능한 공격수가 딱히 없었다. 민첩하고 연계성이 좋은 히카르도가 원톱으로 나왔으나, 혼자서 김형일-김기희라는 터프하면서도 기동성도 괜찮은 센터백을 상대하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그렇다면, 감바전의 영웅이었던 황의조로 하여금 그를 받쳐주는 일종의 투톱 비슷한 형태로 끌고 갔어야 했는데, 성남의 사이드백들이 공격적이지 못해 황의조가 쇄도하면 측면을 커버하는 데 다소 무리가 생겼다. 오히려 최철순-이주용, 그리고 이재성-한교원 등으로부터 오는 역습을 막아내기 급급하면서 선수비 후역습에서 '후역습' 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성남에 에두같이 확실한 공격수가 있었더라면, 그들의 전술이 실패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성남의 전술이 실패한 또다른 이유는 바로 골키퍼인 박준혁의 부정확한 골킥이 있었다. 지난 서울과의 FA컵 결승전에서 보여줬던 위풍당당함보다 이 경기에선 보는 제3자도 불안하게끔 만들었다. 경기 내내 박준혁의 골킥은 동료 선수들에게 올바르게 연결되기보단 그들이 받기 어렵게 주거나, 아니면 상대팀인 전북이 받기 쉽게 날아갔다.

 

 

키플레이어 대결 : 에닝요 vs 김두현

 

  이번시즌에 옛 친정팀으로 컴백한 전북과 성남의 에이스들에게 양 팀 팬들이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그들의 발끝에서 마법이 나오기를 은근히 바랬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 두 에이스는 생각만큼 큰 두각을 나타내진 않았다.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에닝요는 예전 2011~2013 시즌 때처럼 예리한 킥력은 그대로 살아있으나, 나이가 있다보니 예전같은 신속한 돌파력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마치 후방 플레이메이커에 빙의된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중원에서 전방으로 공을 배급하는 데 주력했고, 그의 순간적인 슈팅이 성남의 수비진을 꽤나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김두현 활용법을 잘 안다고 했던 김학범, 하지만 전반전에는 그 말이 민망할 정도로 김두현의 존재감이 없었고, 볼터치나 패스 횟수도 에닝요와 비교했을 때, 1/3 수준이었다. 후반전에 접어들면서 김학범 감독은 김두현 중심으로 선수비 후역습보다 점유율을 높혀가면서 장악력을 강화시켰고, 김두현도 서서히 살아나는 듯 했으나 그가 경기를 바뀌놓기엔 역부족이었다.

 

 

후반전에 바뀐 양 팀의 경기 스타일

 

(후반전에 들어 전북은 역습을, 성남은 점유율로 승부를 걸었다)

 

  선수비 후역습이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성남은, 후반전에 접어들면서부터 주장인 김두현을 100% 활용하기 위해 점유율을 높혀서 전북을 상대하기로 했고, 실제로 후반 15분대까지는 제법 효력이 있었다. 김두현이 전진하면서 공격을 주도하였고, 기민하면서 돌파력이 좋은 황의조나 김성준의 측면돌파를 활용하여 전북의 뒷공간을 노렸다.

 

  이에 전북은 수비라인까지 끌어올리면서 점유율로 공격을 주도하는 성남을 상대로 역습으로 맞대응하였다. 마치 전반전에 상대가 사용하던 전술을 스위칭한듯한 모습이었다. 성남의 수비진이 전북의 공격진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이 느리다는 점을 이용하여, 전북은 속공을 시도하였고, 이번에도 이주용의 오버래핑이 시작점이었다. 이주용이 성남 수비들의 시선을 빼앗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레오나르도와 에두, 그리고 이재성 등이 침투하기가 용이해졌고, 뒤에서 에닝요 같은 선수들이 로빙 쓰루라도 찔러주게 되면 그야말로 킬패스였다.

 

  에두의 두번째 골 또한 이러한 공격방식에서 나왔다. 전북의 쉴새없는 속공에 임채민이 패스미스 하면서 전북에게 보기좋게 공격기회를 내주었고, 속공으로 돌파하는 선수들에게 시선을 빼앗기다가 레오나르도의 기습슈팅에 성남 선수들은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았고, 골대를 강타하고 나오는 공을 에두가 마무리지으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 결과는 전북의 완승이었고, 성남의 완패였다. 성남은 어렵사리 감바와의 홈경기에서 거둔 승리의 분위기를 전주성에서 마감해야만 했고, 경기 전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까지 겹치면서 하루빨리 다음 경기에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북이 성남에게 완승을 거두긴 했으나, 이 경기가 끝나고 생긴 고민이 한 가지가 있다. 만약 이동국이 부상에서 복귀한다면, 이동국과 에두의 공존방법, 그리고 다른 외국인 두 선수(레오나르도와 에닝요)의 위치 지정과 역할 배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중원이 탄탄한 팀들과 경기를 치르게 되면, 이번 같은 4-1-4-1 이 철저히 봉쇄당할 확률이 크다. 성남은 실패했으나, 공격시에 이호가 있는 3선과 공격 2선의 간격이 적잖게 벌어졌었다는 점은 보완해야 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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