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축국일지(蹴鞠日誌)

[J-Hyun의 축구학개론] 울산 2-0 서울

J_Hyun_World 2015. 3. 10. 21:56

 

 

울산 2-0 서울 : 1년만에 울산은 자신들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왔고, 빠른 회복력에 모두가 놀랐다.

 

(경기 시작 휘슬부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90분간 경기는 울산 위주의 경기였다라 평가해도 무방했다)

 

  2014년 시즌에 서울이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팀이 바로 울산이었다. 서울은 최근 전적에서 울산을 상대로 단 한 차례 승리를 기록했을 만큼, 울산만 만났다하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울산의 최악의 시즌이라 평가받던 2014년 시즌에도 1승 1무 2패라는 열세를 기록했다(다른 강팀들이 서울과의 전적이 비등비등했던 것과 대조해보면 돋보일 수 밖에 없다).

 

  윤정환 체제로 새롭게 출범한 울산은 구단 안팎에서 혁신 원년으로 내걸었을 만큼, 올시즌 K리그 구단 중 비시즌부터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활동이 활발한 만큼, 선수 이동도 활발하다. 무엇보다도 J리그에서 울산보다 훨씬 규모가 적은 사간 도스를 이끌고 열도 열풍을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윤정환은, 울산이라는 큰 클럽에 걸맞는 명성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하면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서울은 나가는 선수들은 많지만, 이를 대체할 만한 충분한 자원들이 부족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핵심전력이라 일컫던 데얀과 하대성, 그리고 올해에는 김주영과 에스쿠데로까지 해외리그로 진출하였으나, 이들의 공백을 전혀 메꾸지 못했다. 그렇다보니 얇은 스쿼드에 남들보다 먼저 ACL 플레이오프부터 경기를 치뤘기 때문에 경기 실전감각은 가장 좋을 지 몰라도 체력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

 

 

2014년 울산 vs 2015년 울산

 

(1년 전 울산은 티키타카를 지향하면서 다소 포지션 파괴를 감행했지만, 올해 울산은 철저히 역할 분담이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부분은 작년과 올해의 울산의 전술이 바뀌었다. 작년 개막전에서 보여줬던 울산은, 포항을 상대로 기존의 철퇴축구가 아닌 티키타카를 팀 스타일에 도입하려고 시도하였다. 그랬기에, 김성환을 스토퍼로 두고 빌드업의 시발점으로 두고, 활동량과 패싱능력이 준수한 김선민을 허브로 두어 모든 포지션에 있는 선수들에게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를 시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동해안더비에서 보여주었던 티키타카형 울산의 모습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 김신욱의 결승골이 없었더라면, 무득점 무승부로 마칠 뻔 했다. 조민국은 중원까지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를 시도했던 것은 좋았으나, 문제는 최전방으로 배치하여 창끝 역할을 주문한 하피냐와 김용태가 이 티키타카에 녹아들지 못했다. 이 두 선수는 점유율보단 역습에 더 특화되어있다보니 템포를 뺏어 돌파를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니 존재감이 크질 못했다. 비단 두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맞지 않는 옷을 입다보니 영 어색해보였다.

 

  단번에 무리한 시도를 하게 되면 팀이 영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윤정환은, 울산에게 특화된 역습형 축구로 되돌렸고, 최전방에 배치된 4명(따르따-제파로프-양동현-김태환)에게만 공격을 전담시키고, 나머지 7명으로 하여금, 각자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공간을 내주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즉, 공격-중원-수비 3단계로 철저하게 역할 분담을 시켜 그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주문했다.

 

  윤정환의 판단력은 옳았다. 중원에 포진된 두 명의 활동량이 뛰어난 미드필더들(마스다-하성민)은 중원을 지키면서 서울의 빌드업을 철저히 방해하면서 그들을 무력화시켰다. 그리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간결하게 전방으로 공을 배급하면서 자신들이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 수비 또한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안방으로 들어오는 적에 대항하여 최대한 골문으로 오지 않도록 막아내기만 하면 되었다. 공수 전반적으로 무리하게 부담을 주지 않았다.

 

 

제파로프의 재발견(?)

 

(울산이 넣은 두 골에 모두 관여된 제파로프, 이렇게 저돌적인 모습은 다소 생소했다)

 

  그동안 K리그에서 활약하면서 이름을 알린 우즈베키스탄의 플레이메이커 세르베르 제파로프. 서울과 성남에서 뛰었던 모습을 연상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의 플레이스타일은 날카로운 왼발 킥력을 앞세운 패싱과 세트플레이로 많이들 기억한다. 하지만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제파로프의 모습은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동안 알고 있던 그의 모습과는 다르다.

 

  따르따, 김태환, 양동현처럼 그는 최전방에서 한마리의 짐승인 것마냥 많이 뛰어다녔다. 우아하고 예리함보다는 저돌적이고,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제파로프였다. 윤정환 감독은 그에게 거의 프리롤(Free Role) 비슷한 형태로 기용하였는데, 최전방에서 양동현과 함께 서울 선수들을 전방압박하고, 공격시에는 빠르게 공격가담하면서 숫자를 늘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슈팅을 기록하면서 울산의 공격템포에 물처럼 흘러갔다.

 

  양동현과 함께 뛸 때에는 스위칭을 하면서 가짜 공격수처럼 상대를 유인하여 따르따와 김태환에게 활로를 열어주었고, 교체되어 들어온 김신욱과 함께 뛸 때에는 3명의 포워드에게 양질의 패스를 제공하면서 공격가담을 끊임없이 시도하였다. 이 경기를 보면서 제파로프에 대한 축구팬들의 생각이 다소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전반 9분 이후, 서울의 존재감이 사라진 이유

 

 울산

비교

서울 

 48%

점유율

52% 

11

슈팅

7

6

유효슈팅

5

3

코너킥

18

프리킥

19

13

파울

15

0

경고

0

0

퇴장

0

6

오프사이드

3

(수치상으로 보았을 때에는 서울이 울산에 비해 뒤떨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내용은 완패였다. 왜?)

 

  경기 결과 데이터를 보았을 때에 서울이 울산에 비해 그렇게 뒤떨어진 것은 아니다. 전반전에는 서울의 볼 점유율이 무려 64%로 공을 오랫동안 소유하고 있었고, 총 슈팅수 대비 유효슈팅 비율도 상당히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용은 울산의 완승이나 다름없었고, 사람들은 '울산이 서울을 상대로 90분 내내 가패삼기'를 했다고 평가한다. 무엇 때문일까?

 

 사람들이 지적하기를 서울의 공격력이 빈공(貧功)이라 불릴만큼 약하다고 말한다. 물론 합당한 지적이다. 서울의 공격력은 해를 거듭할 수록 빈약하고, 무게감이 떨어지고 있다. 팀 득점의 2/3를 담당하던 데얀은 없고,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많은 선수들을 내세웠지만 기대 이하였다. 이 경기에서 선발로 나온 정조국은 이렇다할 활약도 없었고, 양쪽 날개로 선발 출격한 윤일록-에벨톤 또한 존재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울산에게 완전 지워졌다.

 

  하지만 나는 서울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격력이 약해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경기스타일 자체가 '무색(無色)' 이라는 점이다. 광저우 원정에서 그들은 1대0 석패를 당했다지만, 그들은 중국 원정까지 가서 어떤 경기를 보여주려 했는지 납득이 안되는 경기력이었다. 쉽게 말해서, 정체성이 없고, 지향점 또한 없다. 울산전도 연장선상이었다. 김진규가 전반 9분에 울산 골문을 위협하는 프리킥을 선보인 후에, 공격진과 미드필더진들이 무엇을 하려는 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울산과 서울의 중원 대결만 보더라도 그러하다. 울산의 중원을 지키던 마스다와 하성민은 확실히 자신들의 역할이 있었다. 서울이 빌드업을 하지 못하게, 중앙을 사용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방해하는 것이 1차 임무였고, 빠른 속공으로 전환하기 위해 간결하고 빠른 패스를 찔러주는 것이 그들의 다음 임무다. 하지만 서울의 중원(고명진-오스마르)은 누구를 막고, 누구에게 패스할 지 헤매기만 하였다. 끊임없이 중원에서 싸움을 펼쳤음에도 서울이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한 건,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할 지 몰랐고, 이것이 승부에 영향을 끼쳤다.

 

  서울 수비진들의 콜 플레이 미흡도 드러났다. 김신욱과 공중경합을 할 때, 김진규와 이웅희는 불필요하게 위치가 겹쳤다. 한 사람이 1대1 마크를 하고, 다른 사람이 지역을 지켜야하는데, 서로가 콜 플레이를 하지 않다보니 두 명이 동시에 김신욱에게 매달리면서 다른 울산 선수들을 놓치는 잠재적 위협요소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그렇다보니 번번히 따르따(혹은 김태환)에게 잦은 돌파를 허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승부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교체 투입

 

(서울은 뒤집기 위해, 울산은 다양한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하기 위해, 선수들을 교체했다)

 

  전반전부터 완전 말렸다는 것을 깨달은 최용수 감독은 후반 시작되자마자, 어린 김민혁을 빼고 노련미가 돋보이는 몰리나를 투입시켜 경기를 뒤집으려는 수를 펼쳐보였다. 측면 공격이 부진하자, 임창우-정동호에게 지워졌던 윤일록-에벨톤을 빼고 심제혁-이상협을 투입시켜 활로를 되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최용수가 노린 수는 도무지 울산에게 통하지 않았다. 여전히 울산의 페이스에 말렸다.

 

  반면에 울산은, 기존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상에서 회복한 김신욱과 올해 울산으로 새로이 합류한 구본상을 투입시키면서 기량을 점검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물론 이들이 교체투입한 후에 서울을 여러차례 곤란하게 만들었다. 김신욱은 서울이 플랫3 로 전환하게 할만큼 센터백들을 위협했고, 구본상은 고명진과 몰리나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앞서 차단시켰다.

 

  교체카드가 무의미하게 바뀐 건, 선수들의 체력 차이였다. 울산은 90분이 다되어도 선수들이 지친 기색 하나 없었던 반면에, ACL 플레이오프때부터 줄곧 경기를 치른 서울은 공격을 퍼부어야 할 시점에서도 체력이 소진되어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다. 반대로 울산의 속공 때마다 집중력이 흐트러져 위험한 상황을 여러 번 초래했다.

 

 

  윤정환의 K리그 데뷔작은 성공적, 열광적, 이슈메이킹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비단 한 경기로 모든 걸 평가한다는 것은 이르다. 하지만 작년 암울했던 울산을 단 한 번에 바꿔놓았다는 것은 그가 능력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가 진정 울산을 이끌고 진정한 명문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다음 경기인 포항과의 동해안 더비에서도 자신의 마법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서울이 슬로우스타터이고 개막전 징크스를 가지고 있기는 하나, 이번 경기는 제법 타격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곧바로 다음 홈경기가 강력한 리그 우승후보로 손꼽히고 있는 전북전이기 때문이다. 울산전에서 자신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기에, 빠른 수습이 없다면 홈경기에서도 전북에 의해 망신을 당할 확률이 크다 할 수 있겠다.

 

  한 팀은 다음 경기에서 자신들이 우승 후보라는 것을 증명할 것이고, 다른 한 팀은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해서든 구겨진 체면을 바로잡기 위해 필사적이다. 이 경기는 두 팀에게 또 다른 명분을 부여했다. 7년 전, 이천수의 인터뷰가 문득 떠오른다. 아무래도 그의 인터뷰는 마치 이 사태를 예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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