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2-1 인천 :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수원은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양 팀 다 이번 경기 선발라인업이 다소 신선했었다)
우라와의 홈경기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2015년 전체 일정의 시작이 좋았으나, 그 좋은 느낌은 오래가지 못했다. 수원은 뒤이어 베이징 원정에서 불의의 충격패를 거두며, 그 충격패의 여파는 개막전인 포항전까지 이어져 1대0 석패를 기록하며 2연패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지난 경기에서 핵심선수인 오범석이 퇴장을 당하면서 인천전에 내세울 라인업에 상당한 문제가 생겨버렸다.
개막전에 광주와 2대2 난타전을 벌였던 인천, 하지만 인천의 전력은 지난시즌보다 더 최악의 상황이었다. 구단의 부재는 늘어만가고, 그러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선수들을 타 구단으로 팔아 빚을 해결하는 데 급급했다. 그리고 스쿼드 절반 가량을 임대, 자유계약 등으로 데려오면서 겨우겨우 스쿼드를 구축하였다. 현재 인천은 이번시즌 가장 유력한 강등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이번 경기에 꺼내든 양 팀 라인업은 상당히 신선한 변화라 할 수 있겠다. 수원은 인천전을 시작으로 다음주말 경기까지 무려 3연전이 예정되어 있었기에 로테이션을 돌려야만 했던 상황이었다. 오범석이 퇴장당한 오른쪽 사이드백에 지난시즌 붙박이로 나왔던 신세계가, 센터백으로 나왔던 양상민은 본포지션인 왼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기회가 없었던 고차원과 카이오가 선발로 출격하였다. 인천의 경우, 지난시즌 주전의 대부분이 타 팀으로 이적하는 바람에 대부분 뉴페이스로 선발라인업을 구축했다.
인천의 뉴페이스 라인업이 끼치는 영향력
이 름 |
포 지 션 |
생 년 월 일 |
K리그 출장수(~2014) |
유 현(c) |
GK |
1984.08.01. |
168경기 |
권완규 |
WB |
1991.11.20. |
17경기 |
요니치 |
CB |
1991.01.29. |
0경기 |
김대중 |
CB |
1992.10.13. |
8경기 |
박대한 |
WB |
1991.05.01. |
3경기 |
김원식 |
DM |
1991.11.05. |
10경기 |
김도혁 |
CM/AM |
1992.02.08. |
26경기 |
조수철 |
CM |
1990.10.30. |
6경기 |
박세직 |
DM/CM |
1989.05.25. |
26경기 |
이성우 |
WM |
1992.07.11. |
0경기 |
케 빈 |
ST |
1984.12.06. |
68경기 |
(인천 선발라인업 대부분이 뉴페이스이며, 유현과 케빈을 제외하면 K리그 출장 경험이 많지 않다.)
올해 처음으로 프로감독으로 데뷔한 초짜감독 김도훈은 수원전에 신선한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물론 구단 사정상 기존 핵심선수들을 보냈기에 불가피하게 뉴페이스로 구축한 면도 없지 않지만, 여러모로 인천을 압도하는 수원을 상대로 그는 모험에 가까운 라인업으로 대응하였다.
지난시즌 제대 후 인천으로 복귀한 주장 유현과 K리그에서 2시즌간 30골을 몰아넣은 외국인 공격수 케빈 오리스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은 K리그 출장경험이 적거나, 심지어 이번시즌 K리그에 데뷔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령층이 24세 이하라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인천의 조직력이 상당히 좋지 않고, 실점시 대처반응 또한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인천이 수원에게 내준 두 골은 인천 뉴페이스들의 경험 부족의 결과물이라고 보여진다)
인천은 경기 시작부터 뉴페이스들의 불안함을 노출했고, 조직력이 가다듬어지지 않다보니 최전방에 배치된 케빈 오리스에게 공이 연결되는 데 상당한 문제를 야기했다. 전반전 내내 케빈은 고립되었다. 올시즌 데뷔한 이성우와 지난시즌 출전을 하지 못한 박세직이 케빈을 지원하기엔 그들의 능력이 너무 벅찼기에, 최전방에서 마무리를 해야 할 케빈이 자꾸만 2선으로 내려와서 공을 받고 공격을 이끌거나 중거리슛을 시도하려 했다.
수비에서도 만만치 않은 문제를 보였다. 권완규가 레오에게 페널티킥을 내준 것이나, 박대한의 패스미스로 인하여 종료 직전 염기훈에게 버저비터 역전골을 허용할 때에도 수비들의 판단력과 집중력, 그리고 예측력에 문제가 있었기에 발생한 일들이다. 유현이 뒤에서 수비 리드를 한다 하더라도 수비수들의 발이 잘 맞지 않다보니 승점 지키기도 버거울 지경이다.
점유율 축구를 시도한 수원, 그리고 빌드업
(수원은 김은선-권창훈을 축으로 하는 점유율 축구를 시도하였다)
수원은 이 경기에서 평소와 다르게 점유율을 높히는 축구를 시도하였고, 그 중심에는 김은선-권창훈의 빌드업이 있었다. 김은선은 후방에 센터백 두 명과 최후방 라인을 구축하면서 빌드업을 시작하는 역할을 맡았고, 권창훈은 중원에 자리를 잡으면서 점유율 축구의 허브였다. 그리고 권창훈을 축으로 하여, 좌우 측면 패스와 최전방을 찔러주는 킬패스 시도가 이루어졌다.
고종수의 후계자로 그의 등번호 22번까지 물려받은 이 젊은 선수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하였다. 빌드업을 전개할 시에는 전방으로 전진하면서 공격에 나선 수원 선수들을 지원사격하는 데 전념하고, 수비로 전환할 시에는 김은선의 수비 부담 및 신세계가 오버래핑하고 생긴 뒷공간을 커버하면서 공수 양면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권창훈의 존재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건, 그가 백지훈과 교체되어 나가고 나서부터였다. 권창훈과 달리, 백지훈은 폭넓은 반경으로 중원을 커버하는 데 있어 다소 부족하였고, 인천의 교체카드(이천수-김인성)의 돌파를 막아내는 데 벅찬 모습을 보였다.
신세계가 공격하고, 양상민은 수비하고
그동안 수원의 사이드백 패턴을 본다면, 양상민이 언제나 공격형 풀백으로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선보였고, 신세계는 반대쪽과 밸런스를 맞춰서 공격가담에 자제하는 편에 속했다. 하지만 이 경기에서는 두 선수의 역할이 상반되었다. 신세계가 수원의 공격을 주도하였고, 양상민은 반대편에서 인천의 역습에 대비하여 다소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세계의 종적인 움직임으로 인천의 왼쪽 라인이 일방적으로 뚫렸다. 이성우나 박대한은 신세계를 막아내기에는 부족했다. 게다가 신세계로 인해 오른쪽 윙으로 출격한 고차원은 손쉽게 중앙 침투를 하면서, 인천의 중원을 휘젓고 다니면서 인천의 중원에 큰 구멍을 냈다. 지난시즌부터 발맞춰왔던 고차원-신세계 케미스트리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었다.
신세계의 오버래핑으로 인천의 공격옵션은 오른쪽 측면으로 공격하는 것이었고, 방향이 한정되어있다보니 양상민은 인천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다소 손쉬웠다. 박세직-이성우이 지속적인 스위칭으로 수원의 왼쪽을 수차례 두드렸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인천의 필승카드, 이천수-김인성 카드
(후반전, 인천은 이천수-김인성 카드를 꺼내들어 반전을 꾀했다. 수원 또한 지지않기 위해 염기훈-정대세를 꺼내들었다.)
전반 종료 직전 두 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계기로 인천은 공격의 흐름을 자신들이 가져가기 위해 전반 내내 존재감이 없었던 이성우-박세직을 52분에 교체하고,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필승카드인 이천수-김인성 카드를 뽑아들었다. 승점 1점이라도 따야하는 인천 입장에서는 확실하게 승부를 내려고 작정한 셈이다.
이천수와 김인성이 투입한 이후, 그들은 날카로운 측면 크로싱을 계속 시도하면서 케빈의 머리를 노렸다. 이에 탄력받아 전반전에 고군분투하던 케빈도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수원 수비진을 서서히 위협하였다. 특히나, 베테랑 듀오(이천수-케빈)의 케미스트리가 수원을 상대로 먹혀들었는데, 이천수의 크랙에 가까운 움직임과 케빈의 머리와 발로 이용한 마무리는 젊은 수비진들에게 압박을 가했다.
(김인성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던 것도 마냥 우연은 아니었다.)
73분에 터진 김인성의 극적인 헤딩 동점골은 단순히 우연으로 얻어걸린 골은 아니었다. 수원은 양 측면에서 끊임없이 파고드는 측면의 윙어 두 명과 피지컬이 뛰어난 타겟 스트라이커의 지속적인 공격압박으로 상당히 피로해진 상태였다. 특히나, 케빈의 포스트 플레이와 몸싸움은 충분히 수원 수비수들을 유도해내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김인성이 세컨볼을 따낼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던 셈이다.
동점골을 넣은 이후, 인천은 더욱 더 이천수-케빈의 케미스트리에 초점을 맞추었고, 인천은 케빈 바로 밑에 이천수를 섀도 스트라이커로 배치하는 4-4-1-1 전술로 바꾸며 조합의 극대화를 만들어가려고 했다. 문제는 인천이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이것이 전부라는 점이었고, 두 노장으로 역전까지 만들기엔 수원의 버티기도 만만찮았다. 수원은 연패사슬을 끊기 위해 염기훈과 정대세까지 투입시켰다. 이것이 인천과 수원의 차이점이었다. 내세울 수 있는 카드 종류.
"경기는 끝나기 전까지 결국 끝난 것이 아니다." 라는 유명한 문구가 이 경기에서 예외없이 적용되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수원이 승점 3점을 챙겼다. 수원은 이로써 연패의 사슬을 끊고 주중에 있을 ACL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염기훈, 정대세까지 출장하긴 했지만, 일부 주전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기에 승점 3점에 대한 기회비용이 생각만큼 크진 않다 할 수 있다.
개막전 이후 첫 패배를 기록한 인천의 경우에는 다음 경기를 위해 여러가지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도, 김도훈은 베테랑 선수들과 경험이 없는 신예들의 조합을 어떻게 맞춰야 할 지를 정하고 자신이 어떠한 전술로 이끌고 나갈 것인지를 택해야 한다. 이번 경기까지는 순전히 김도훈의 전략보다는 선수 개개인에 의존하여 득점을 성공시켰을 뿐이다. 설기현이 시즌을 앞두고 갑작스런 은퇴로 팀에서 이탈한 것이 실수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김도훈은 인천만의 생존법을 반드시 터득해야한다. 자칫했다간 강등이 눈 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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