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축국일지(蹴鞠日誌)

[J-Hyun의 축구학개론] 부천 2-1 대구

J_Hyun_World 2015. 3. 22. 13:46

 

 

부천 2-1 대구 : 지난시즌 꼴지였던 부천은 '이번시즌은 다르다' 라는 것을 증명하는 개막전 승리를 기록했다.

 

 (2014년의 악몽을 가지고고 있던 부천은 오랜만의 홈개막전 승리로 슬픈 추억을 지우려했다)

 

  부천에게 있어서 2014년은 악몽과도 같았다. 리그 10위, 6승 9무 21패(승점 27점), 33득점 52실점이었고, 리그가 종료되기 전인 6경기에서는 1승 3무 2패를 기록하면서 마지막까지도 좋지 못한 흐름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홈 승률이 10개 팀 중에서 가장 저조한데다가, 매번 선제골 리드를 지키지 못해 많은 승점을 잃었기에 이번 시즌 개막전의 첫 단추가 무척이나 중요했다.

 

  챌린지 리그에서 두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대구, 유력한 승격후보 중 한 팀으로 거론되었으나, 흐름이 좋았던 초반에 비해 마지막 뒷심이 부족하여 리그 6위로 마감하는 등 다소 씁쓸한 맛만 남겼다. 대구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크게 스쿼드가 바뀐 것이 아니었기에 조직력 등 기타 부분에서 문제될 요소가 없었다. 2년 연속 개막전 승리를 노리는 상황이었다.

 

  두 팀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지난시즌의 경우 전반전보다 후반전에 더 많은 골을 터뜨렸다는 점이다. 부천은 전반에 13골, 후반에 20골을 터뜨렸고 대구의 경우에는 전반에 18골, 후반에 32골을 쓸어담았다. 그렇기에 두 팀의 승패는 전반보다는 후반전에 결판이 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부천의 공격지향적 자세

 

  부천은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원정팀 대구를 상대로 전반 시작과 함께 공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했다. 4-3-3 포메이션으로 대구를 압박하는 형세가 마치 작년 개막전 대구를 상대하던 광주를 연상케 했다. 더군다나, 이 때 부천의 공격전개가 공교롭게도 레프트백으로 출격한 정홍연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인데, 이 부분 또한 광주와 흡사했다(광주도 당시 이완을 필두로 공격을 전개했었다).

 

  지난시즌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부천의 공격수 운용 변화다. 작년까지 스코어러 포지션에 위치했던 공민현은 올시즌부터 윙포워드로 포지션 변경하여 왼쪽 측면에 배치되었고, 기존에 공민현이 위치하던 자리에는 187cm 장신인 김륜도가 자리를 잡았다. 공민현의 득점률이 좋지 않은 면과, 미드필더 출신인 김륜도의 시프트역할을 활용하고자 했던 최진한의 전략이었다.

 

  김륜도는 타겟 스트라이커지만, 대구전에서는 마무리하는 스코어러보다는 수비수를 달고 분산시키는 연계형 공격수 역할을 수행하면서 동료들에게 돌파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데 주력하였다. 그리고 공민현은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면서 직접 슈팅 기회를 잡아내는 등 실질적인 마무리 역할을 담당했다. 쉽게 말해 공민현이 위치를 바꾼상태에서 기존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공민현과 정홍연이 공격의 주 방향이다보니, 부천은 왼쪽 측면으로 공격을 전개하면서 대구의 오른쪽 측면과 끊임없이 충돌하였다. 그 덕분에, 신창무(또는 에델)와 이준희가 공격에 가담하는 데 상당한 제한이 걸렸고, 부천의 초반 전략은 제법 먹혀들었다 할 수 있겠다.

 

(결과적으로 부천의 공격의 중심축 중 한 명이었던 정홍연이 부천의 첫 득점을 만들어냈다)

 

 

부천 종합운동장의 장익덕, 김영남

 

  부천이 초반부터 대구를 상대로 공격적으로 몰아부칠 수 있었던 것도 후방이 든든했기에 어느정도 가능했던 일인데, 그 중심에는 홀딩 역할을 부여받은 김영남의 적지않은 공헌이 있었다. 대구는 부천을 상대로 역습으로 전환하여 그들의 배후를 침투하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나왔으나, 번번히 그들의 공격 전개가 끊겼다. 바로 김영남의 커팅과 중원사수 때문이었다.

 

  전방에서 이민우-이현승이 전진 압박으로 문기한-세르징요의 빌드업을 방해한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김영남은 대구의 실질적인 키플레이어인 황순민의 움직임을 철저히 봉쇄했다. 황순민은 팀 내에서 메시 혹은 루니 같은 존재로 대구의 모든 공격에 그가 관여하고 그의 발에서 결정적인 찬스가 나오는데, 김영남은 시종일관 황순민을 따라다니면서 그를 막아냈다. 마치, 장판파를 홀로 사수하는 장익덕을 연상케했다.

 

  김영남이 황순민을 피치 위에서 지워버리면서 대구는 중원보다는 측면돌파를 시도하거나, 다이렉트 롱패스로 조나탄에게 연결하려는 무리한 시도가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대구의 공격 흐름이 끊기기 일쑤였다. 김영남은 66분에 교체되어 나가기 전까지 부천이 리드하는 데 보이지 않은 조력자 역할을 한 셈이다.

 

 

대구의 역습 시도

 

(대구의 전후반 역습전개시 선수들의 움직임 방향)

 

  대구는 점유율을 버리고, 조나탄, 신창무, 황순민 등 다소 돌파력과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들을 중심으로 기동력으로 승부하려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들의 공격 시작점은 양쪽 사이드백의 오버래핑이었다. 전환시, 허재원(혹은 이준희)은 횡적으로 전진하면서 공격을 시작하면서, 중원에 포진된 미드필더 두 명(문기한-세르징요)은 상대의 역습을 방지하기 위해 위치를 사수했다.

 

  사이드백들이 전진하면서 전방에 포진된 선수들 전진방향이 중요했는데, 신창무는 시종일관 종적으로 움직이면서 측면돌파를 시도하였고, 활동반경이 넓고 순간돌파가 가능한 조나탄과 황순민은 전진하면서도, 때로는 횡적으로 많이 움직여주면서 다른 선수들이 중앙으로 파고들 수 있게 틈을 벌려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중앙이 빌 것을 감안하여 에델이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중앙 돌파를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문제는 황순민이 김영남에게 차단당하면서 조나탄 혼자서 전방에서 고군분투격으로 돌파를 해야만 했고, 에델이나 신창무의 움직임도 그리 좋지 못했다는 점이다. 노병준과 장백규가 55분에 투입함과 동시에 끊임없는 스위칭으로 부천의 수비진들을 교란시키기 시작하면서부터 비로소 대구의 역습이 원활하게 이뤄졌다. 특히, 장백규와 노병준이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조나탄과 함께 쓰리톱 유사하게 열어제쳤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끊임없는 시도 끝에 역습으로 기어이 동점을 만들어낸 대구다)

 

 

후반전 : 고지전의 연속

 

(양 팀은 후반전으로 넘어갈 수록 더 흥미로운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후반전에 더 강한 두 팀 답게, 후반전은 고지전처럼 일진일퇴의 연속이었다. 가장 먼저 승부수를 띄운 쪽은 대구였다. 새 팀에 와서 녹아들지 못하는 문기한과 에델을 일찌감치 빼고, 그 자리에 노병준과 장백규를 투입시키면서 답답했던 공격 전개에 활로를 모색했다. 안상현이 이적하면서 문제가 된 중원 빌드업을 무한 스위칭과 돌파로 우회하여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조나탄이 동점골을 성공시킨 이후, 대구의 공격템포는 급격하게 빨라지면서 부천 수비들이 공수 전환을 하는 데 지장을 주었다. 특히, 노병준과 장백규가 부천 수비수들의 뒷공간을 파고들면서 조나탄과 함께 빈틈을 노렸다.

 

  부천 또한 곧바로 대응하였다. 지난시즌에 선제골을 넣고도 매번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번번히 역전패를 당한 전례가 많았던 부천이기에, 그들은 존재감이 없던 호드리고 대신에, 과거 K리그 챌린지에서 맹활약한 알미르를 투입시켜 우측 측면 돌파마저 활성화시키는 데 주력하였다. 그리고 측면 돌파가 막히기 시작하자, 부천은 플레이메이커인 이민우를 중심으로 공격방향을 중앙으로 밀집시켰다.

 

  올시즌 성남에서 부천으로 이적해온 이 젊은 선수는 전반전 중반까지는 다소 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이 살아나면서 부천의 공격을 주도하였다. 김륜도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그는 전진하여 직접 공격 가담하기도 하였고, 허브 역할로 부천의 패스 플레이를 주도했다. 그리고 세트피스 상황에서 번뜩이는 킥력으로 조현우를 가만히 두지 않으면서 데드볼리스트의 자질도 보여주었다.

 

(부천을 지휘하던 이민우는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골을 성공시키면서 부천에게 첫 승을 가져다주었다)

 

  후반이 종료되기 직전이었던 87분, 알미르가 쇄도해서 들어오다가 루즈볼이 된 상황에서 공민현은 침착하게 공을 따낸 후 중앙으로 쇄도하던 이민우에게 침착하게 연결했고, 이민우는 오른발로 그림처럼 감아차서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성공시켰다. 부천은 이렇게 개막전 승리를 가져갔다.

 

 

76분 대구의 오프사이드 골 오심

 

(개막전에 논란이 되어버린 대구의 오프사이드 골 오심. 대구 입장에서는 상당한 억울한 대목이다)

 

  하지만 부천이 승리를 했지만, 다소 개운치 못한 부분이 남아있다는 점이 아쉽다. 바로 76분에 일어난 대구의 오프사이드 골 오심이었다.

 

  대구는 동점으로 분위기를 탄 상태였고, 부천을 몰아치고 있던 도중 코너킥 찬스를 얻었다. 황순민이 올린 코너킥은 이원재의 머리를 맞고, 뒤이어 들어오던 세르징요가 마무리하면서 골을 성공시켰다. 대구의 뒤집기가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김경민 부심은 이를 오프사이드라 판정하면서 노 골 선언했다. 그녀의 판단은 이러했다. 이원재가 헤딩을 경합할 당시, 세르징요가 이미 오프사이드 선상에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르징요의 위치는 온사이드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경민 부심의 판단은 정확하지 않았다. 경기 끝나고 올라온 오프사이드 논란 영상들이 계속 올라왔고, 원정석인 대구 가변석에서 찍힌 영상에서 세르징요는 부천 수비수들의 위치에 비해 뒤쪽으로 물러나있던 상황이었다. 경기 영상을 자세히 보면 이원재가 공중볼 경합하던 상황에서 세르징요보다 부천의 수비수가 더 뒤쪽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골은 오심으로 무효처리된 것이다.

 

  이 때문에 노병준과 이영진 감독은 심판에게 거친 항의를 했고, 대구쪽에서는 골을 도둑맞았다고 여겼던 것이다. 이 골이 인정되었더라면, 부천이 승리했을 지는 더 알 수 없었을테니까 말이다.

 

 

  부천 vs 대구 경기는 여러모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사하였고, 이 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 수도 만 명을 넘어섰기에 성공적인 개막경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오프사이드 골 오심은 유일한 옥의 티로 남아버렸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올해야말로 다르다고 선언한 부천이 앞으로도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민우의 활약상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승부사 기질이 얼마만큼 발휘하느냐에 따라 부천 전체의 전력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구의 경우, 손발이 안맞는 중원과 그에 따라 맞물리는 빌드업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지가 고민이다. 또한 황순민이 막힐 때의 플랜B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경기에서 얻은 대구의 과제가 될 것이다.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공감버튼을 눌러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