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축국일지(蹴鞠日誌)

[J-Hyun의 축구학개론] 울산 2-0 광주

J_Hyun_World 2015. 4. 5. 21:56

 

 

울산 2-0 광주 : 초반 좋은 기세를 타던 광주는, 결국 울산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해 태풍으로 커지지 못했다.

 

(전북과 함께 올시즌 우승후보인 울산과 초반 돌풍 주역인 광주의 선두권 대결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두 팀의 감독이 과거 1990년대 부천 유공시절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했던 니폼니시의 후계자라 불리면서 유공의 중원을 진두지휘하던 스타플레이어였고, 초반 선두권을 달리는 함선의 선장이다보니 이 경기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윤정환과 남기일, 둘 다 니폼니시의 패싱 축구를 그대로 철학모토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

 

  윤정환은 니폼니시와는 완전 다른 스타일로 울산을 선두로 이끌고 있었다. 지난 3경기에서 보여줬듯이, 최전방부터 최후방까지 상대를 90분 내내 타이트하게 압박하면서 그들에게 득점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공격으로 전환할 때에는 누구보다도 더 빠르고, 간결하고, 확실하게 끝을 맺었다. 마치 벌떼처럼 날아들어 상대를 독침으로 원샷원킬로 쓰러뜨렸다. 그러나 결장(김치곤, 김태환, 정동호)의 공백이 제법 크다.

 

  남기일은 광주에 니폼니시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패싱축구를 어느정도 녹아들게끔 만들었다. 인천전에는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다음 경기로 이어지는 대전과 부산을 상대로 총 5골을 쓸어담았고, 그 바탕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패스플레이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광주의 경기방식이 계속 통할 지 확인할 시험무대는 이번 울산전이었고, 광주에게 있어서 이 울산전이 진정한 터닝포인트인 셈이었다.

 

 

윤정환이 김신욱-양동현을 사용하는 방법

 

  윤정환은 지난번 동해안더비에서 보여주었던 김신욱-양동현 투톱 체제를 경기 시작부터 보여주었다. 지난 전남전 퇴장으로 경기를 뛸 수 없는 김태환의 공백을 대체하기 위한 플랜B를 가동시킨 셈이었다. 이 장신의 스트라이커 두 명을 최전방에 배치하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왔던 제파로프를 이 경기에선 오른쪽 윙어로 배치하는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였다.

 

  제파로프가 오른쪽 측면보다는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경기를 풀어나갈 때, 윤정환은 김신욱(혹은 양동현)을 오른쪽 측면을 따라 이동하다 페널티 박스 부근부터 중앙으로 쇄도하는 방법을 택했고, 그 뒤에 공격력이 좋은 임창우가 종적인 오버래핑을 하도록 지시하였다.

 

(윤정환이 택한 투톱체제의 사용방법은 결과적으로 울산이 리드를 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전반 15분, 임창우의 전진 패스를 이어받은 김신욱은 우측면을 돌파하였고, 중앙으로 뛰어들어오는 양동현을 노린 상태에서 얼리 크로스를 올렸다. 그 크로스를 수비수인 정준연의 발을 맞고 굴절되면서 골문으로 공이 들어가버렸다. 김태환이 없는 오른쪽 측면을 다른 방법으로 메꾸려던 윤정환의 선택이 통한 셈이었다.

 

  물론 이 공격수들은 자신들의 본연인 스트라이커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전반전 내내 기회가 생길 때마다 광주의 골문을 향한 위협적인 슈팅을 기록하였고, 광주의 플랫4는 이 두 명을 막아내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K리그의 정상급 수비수들도 쉽게 감당하지 못하는 두 명인데, 광주 입장에선 수비하는 데 수적으로 우위였음에도 그들에게 밀렸던 게 이 두 선수의 기량이 뛰어났다는 셈이다.

 

  하지만 이 투톱 체제의 문제점도 이 경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들이 쉽게 시야에 들어오니 울산의 다른 선수들은 차근차근 패스플레이를 하면서 골문 앞으로 나아가기 보단, 그들의 머리나 발에 연결시키려는 무리한 크로스를 남발하였다. 그렇게 이어지다보니 답답한 공격 전개로 매번 광주에게 커팅당하면서 흐름이 끊겼다. 패스가 많이 오고가야할 중원은 광주의 공격을 차단할 때만 사용하는 공간으로 한정되어버렸다.

 

  물론 공격을 할 때, 중앙 미드필더든 윙어든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중앙에 한 두명 배치하면서 같이 전진하는 모습을 볼 순 있었다. 하지만 정작 공이 중앙을 거쳐서 날카롭게 이어지는 방법은 더이상 볼 수 없었다. 따르따나 제파로프가 중앙으로 많이 들어오긴 하였지만, 이전 경기들에 비해 임팩트가 약했다.

 

 

중원을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두었던 남기일의 선택

 

(공격시에는 4-3-3, 수비시에는 4-1-4-1로 전환하는 광주)

 

  광주는 울산을 상대하기 위해 4-3-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이는 조용태-김호남이라는 스피드가 빠른 두 선수들의 측면 공격 및 수비 전환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이자, 상대적으로 중원이 밀릴 것이라 판단한 남기일의 선택이었다. 선수 개인 기량 면만 놓고 보더라도, 마스다-하성민이라는 존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적 우위가 필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공격시 광주는 3명의 공격수 이외에 임선영과 여름, 그리고 사이드백인 이종민까지 가급적이면 전진시켜서 중원을 점령함과 동시에 수적 우위로 울산을 압도하려고 하였다. 그리고 간격을 좁혀서 티키타카로 짧은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하였다. 울산의 강한 전진 압박을 해결하기 위한 그들의 방법이었다.

 

  수비로 전환할 시에는 질베르토를 제외한 9명의 선수들이 라인을 내리고, 그들의 역습을 봉쇄하는 데 애썼다. 특히, 김호남과 조용태가 미드필더라인까지 많이 내려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따르따와 제파로프에게 가급적이면 공간을 주지 않겠다는 계산과 수비시에도 중원을 수적 우위로 가져갔다는 다음 패턴까지 고려한 수였다.

 

  최대한 중원에서 숫자를 많이 유지하면서 광주는 따르따와 제파로프를 봉쇄하는 데 성공했다. 두 외국인 선수들이 막혀버리자, 울산은 사이드백들을 전진시켜서 측면을 활발하게 하여 물꼬를 트는 데 노력하였다. 그러면서 생기는 사이드백들의 뒷공간을 파고들기 위한 시도를 보였다. 시도까지 하는 건 좋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지나치게 티키타카와 김호남에 집착한 광주

 

  광주가 빅크라운에서 홈 팀을 상대로 중원을 가져가는 건 좋았으나, 공격 전개에서 다소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나치게 티키타카로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던 것이 첫번째 문제였고, 두번째는 모든 창끝을 김호남에게 맡기려 했다는 점이다.

 

  광주가 티키타카로 너무 풀어나가려고 하다보니, 자연스레 공격템포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울산의 수비 전환이 모두 이루어지면서 더이상 공을 줄 곳이 없었고,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패스 정확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광주 선수들이 기본적으로 울산 선수들에 비해 개인 기량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기에, 활로를 만들 방법이 딱히 없었다. 오히려 조용태의 중거리 슈팅이 더 효과적이었다.

 

  보통 4-3-3 을 사용할 때에는 3에서 측면에 배치된 윙포워드의 스피드와 돌파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인데 남기일은 김호남과 조용태의 속공을 죽이는 악수를 두었다. 그들이 임창우-이명재의 뒷공간을 발견했다하더라도 바로 다이렉트 패스로 연결짓기 보단 짧은 패스로 연이어하다보니 울산의 사이드백들이 제 위치로 돌아오거나, 마스다-하성민 등이 공간 커버를 들어오면서 다 차단했다.

 

  그리고 광주는 너무나도 '호남의 아들' 김호남을 맹신한 것도 문제였다. 지난 3경기에서 김호남이 보여주었던 활약상을 보았을 때, 그는 분명 광주의 에이스임에는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그에게 공을 몰아주다보니 울산은 손쉽게 수비하였고, 그를 막으면 공격이 안될 것이라는 판단도 쉽게 먹혀들었다. 김호남 또한 자신이 기록한 총 7개의 슈팅 중에 울산의 간담을 서늘케한 슈팅은 없었다. 차라리 조용태나 질베르토에게 공격의 무게를 나눠주었다면 울산에게 더욱 더 위협을 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동호의 공백의 해결법 : 이명재

 

(정동호의 부상으로 선발출장한 이명재, 그는 올시즌 첫 출장에서 팀의 승리를 견인하였다)

 

  이명재, 그는 지난 시즌 울산으로 합류하였지만 반시즌만에 일본 J리그 임대신세를 져야만 했다. 자신과 같이 울산에 합류하여 반시즌간 지속적인 출장기회를 부여받았던 정동호와 비교했을 때 다소 씁쓸했던 결과였다. 윤정환 체제로 바뀌고, 울산으로 복귀했을 때에도 왼쪽 사이드백 1순위는 정동호였고, 이명재는 기회를 기다려야만 했던 입장이었다.

 

  그러던 와중, 정동호가 국가대표팀 경기에서 부상을 입고 3주 결장이라는 판단을 받고, 이명재는 곧바로 광주전에 선발로 기용되었다. 지난시즌 내내 교체출장이 전부였던 당시 그의 입지와는 상당히 뒤바뀐 셈이었다. 이명재는 이러한 선택이 옳은 것이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애썼다.

 

  이명재는 시종일관 왼쪽 측면에서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보여주면서 베테랑 사이드백인 이종민과 수없이 격돌하였다. 공격 시에는 그의 압박을 벗겨내려 고군분투하였고, 수비 시에는 이종민을 비롯, 김호남까지 차단하면서 왼쪽 측면을 틀어막으려는 활약상을 선보였다.

 

  그리고 울산의 승리를 결정짓는 두번째 골까지 어시스트했다. 54분, 이명재는 정준연을 맞고 흘러나온 공을 재차 침착하게 자신의 장기인 왼발 크로스로 시도하였고, 그것이 김신욱의 헤딩으로 골문을 갈랐다. 올시즌 첫경기, 첫 어시스트를 만들었다. 울산은 최재수가 이적한 이후, 그렇게도 집착했던 '왼발잡이 사이드백'을 찾았고, 이명재는 이 경기를 바탕으로 정동호와 당당히 주전경쟁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입증했다.

 

 

윤정환 vs 남기일이 꺼내든 교체카드의 효력은?

 

(두 팀은 자신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3장의 교체카드를 어떻게 활용하였나?)

 

  순식간에 두 골 차로 벌어지자, 광주는 56분에 부진했던 질베르토와 이으뜸을 빼고, 파비오와 정호정을 투입시키면서 공격적으로 몰아부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63분, 조용태 대신 파비오를 투입시키면서 3장의 교체카드를 이른 시각에 모두 사용하였다. 광주는 총력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울산 또한 부진하였던 측면문제를 해결하고자, 존재감이 없었던 제파로프 대신에 신예 안현범을 60분에 투입시켜, 따르따를 살리는 데 노력하였다. 그리고 양동현이 부상으로 대신 구본상을 투입하면서 울산 또한 4-3-3 비슷하게 포메이션을 변경하였다.

 

  광주는 교체카드를 통해 공격적으로 울산을 몰아놓고 공격을 퍼붓기 시작하지만, 울산의 수비벽을 벗겨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중앙 미드필더들의 넓은 지역방어와 이재성을 중심으로 한 수비라인의 견고함은 그 어느때보다도 두터웠다. 게다가 광주가 플레이스타일을 계속 지공을 택하면서 경기 템포가 너무 느려져 울산을 위협하기엔 터무니없었다.

 

  울산 또한 공격 전개에 있어서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안현범이 몇차례 빈틈을 파고들어 골문 앞까지 쇄도한 모습은 좋았으나, 마지막 판단이 항상 2% 부족했다. 따르따의 경우, 후반전에 조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의 특유 측면돌파는 좀처럼 볼 수 없었다.

 

  결국 울산은 후반 종료에 다다를 때, 캡틴이었던 김치곤을 따르따 대신 투입시켜 사이드백들의 오버래핑으로 측면돌파를 하겠다는 전략으로 수정변경하였고, 임창우를 거의 윙어에 가깝게 전진배치시켰다. 그리고 김근환으로 하여금 중앙과 오른쪽 후방을 커버하도록 주문하여 광주의 남은 화력을 막아냈다.

 

 

  광주는 초반에 좋았던 기세를 탔지만, 울산 징크스를 극복하는 데에는 아직까진 부족했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작년 시즌에 비해 상당히 좋아졌으나, 울산을 비롯하여 앞으로 만날 강팀들을 상대할 때 대처할 플랜B가 필요하다는 새로운 숙제를 부여받았다.

 

  울산은 큰 흔들림없이 선두를 수성하는 데 성공하였다. 4월 일정이 다소 여유로운 편이라고 하지만, 이 4월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울산 스쿼드와 전술 운용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분명 광주보단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수비짜임새와 상대를 막아내는 방법은 이제 숙달되었지만, 공격을 전개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들이 2013년 같은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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