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1-1 수원 : 울산은 두 경기 연속으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치면서 선두와의 간격이 더 벌어졌다.
(라인업부터 홈팀인 울산에게 처음부터 유리한 경기나 다름없었다)
단독 선두로 올라선 전북을 추격하기 위한 2,3위 팀간의 선두 추격경기이자, 사이가 나쁜 두 팀의 빅매치로 경기 전부터 관심을 모았던 경기였다. 지난 시즌에는 수원이 라이벌인 울산을 상대로 사실상 스윕(Sweep)을 했던 시즌이었기에(울산전 3승 1무) 윤정환 감독을 상대로 하는 이번 경기가 사실 귀추를 모으고 있었다.
윤정환호는 지난 경기였던 대전 원정에서 뜻하지 않게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선두 질주에 제동이 걸려버렸다. 대전전에서 드러난 울산의 문제점은 바로 수비라인을 깊게 내리고 수비에 치중하는 팀을 상대로 겨우 1득점에 그쳤다는 것이다. 89분을 잘해도 1분동안 상대를 놓쳐 골을 내주면 무의미하듯이, 울산 또한 잘나가다 대전에게 일격을 당하면서 체면을 제대로 구겼다.
개막전 패배 이후로 리그에서는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던 수원, 하지만 험난한 광양 원정에서 그들은 전남을 상대로 뒤집지 못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제동이 걸려버렸다. 물론, ACL과 병행한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체력적 문제가 크지만, 비주전 선수들의 기량이 주전 선수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과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점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으며, 수원의 빈공이 올시즌 최고의 난제로 떠오르고 있었다.
김태환의 복귀, 그리고 임창우와의 케미스트리
전남전 퇴장으로 2경기동안 결장하였다가 수원전에 김태환이 복귀하면서 울산은 양동현 원톱으로 내세운 4-2-3-1 포메이션으로 수원을 맞이하였다. 김태환이 오른쪽 윙어로 출격하면서 제파로프는 공격형 미드필더, 따르따는 왼쪽 윙어로 포진하면서 양동현의 뒤를 지원하는 2선을 구축하였다.
김태환의 복귀로 인해 울산의 공격루트가 다양해졌고, 따르따-제파로프에 의존한 돌파빈도수나 찬스메이킹이 줄어들었다. 그는 윙어이지만, 윙포워드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면서 왼쪽 풀백으로 출격한 수원의 홍철의 뒷공간을 노렸다. 그 결과, 김태환으로 인해 홍철은 자신의 공격적인 재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면서 이 경기에서 존재감이 미비했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여겨 볼 장면이 바로 김태환과 임창우의 케미스트리이다. 김태환이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면서 오른쪽 측면을 내주고, 그 자리에 임창우가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선보여 오른쪽 측면을 점령했다. 마치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다니엘 알베스 조합을 보는 듯한 케미스트리였다.
(임창우의 선제골도 결국 김태환-임창우의 호흡이 좋아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전반 종료 직전 임창우의 선제골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결과적으로 김태환의 움직임 덕분이었다. 임창우에게 크로스를 올려주기 전까지, 김태환은 기습적으로 수원 수비수들의 빈틈 사이로 쇄도하면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붕괴시켰고, 그가 노동건을 비롯한 모든 수원 수비수들의 시선을 빼앗은 덕분에 임창우가 헤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후반전으로 돌입한 이후에도, 김태환의 중앙으로의 쇄도와 임창우의 오른쪽 측면 지배는 계속되었고, 울산의 결정적인 기회도 대부분 그들이 포진한 오른쪽 측면에서 비롯되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 두 선수의 조합은 Win-Win 이다. 김태환은 성남시절 박진포와의 조합도 상당히 좋았었고, 그 박진포의 대체자격으로 임창우가 있으니, 그의 공격적 재능은 더욱 빛나는 것이다.
수원 빈공의 원인 : 산토스의 노쇠화
(지난시즌 리그 득점왕이자, 수원의 득점에 대부분 관여했던 산토스. 하지만 이번시즌은 그렇지 못하다.)
수원이 울산전을 치르기 전까지 총 5경기에서 8골에 5실점을 기록하면서 다른 상위권 클럽들과 비교했을 때 득점력이 그리 나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선두권을 달리는 전북이나 울산과 차이점이 있다면, 공격수들의 득점력과 2선의 기민한 지원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수원에는 염기훈이라는 플레이메이커가 존재하지만, 지난 시즌은 산토스라는 민첩한 미드필더의 영향력이 상당히 컸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산토스는 울산전까지 포함하여 총 6경기를 출장하였지만, 1골에 유효슈팅 2개만 기록하는 등 지난시즌들과 비교했을 때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그마저 1골도 페널티킥으로 득점한 것이다). 잦은 부상으로 생긴 신체적 노쇠화가 다가온 것인지, 2선에서 기민한 움직임으로 최전방 스트라이커를 지원해줘야할 그가 6경기 내내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전에서도 산토스의 침묵으로 인해 수원의 전반전 간 공격전개가 얼마나 무뎠었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산토스가 전방으로 전개할 때 존재감이 없어지니, 자연스레 측면에 배치된 레오와 장현수, 최전방에 있는 카이오에게 볼이 전달되지 않고, 카이오는 공을 받기 위해 자꾸만 2선으로 내려와야하는 부담을 져야만 했다.
울산의 빼앗긴 템포 : 마스다 ↔ 구본상 교체
(양 팀은 후반전 휘슬이 울리고 20분간 2명씩 교체하면서 승부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반이 끝나고, 수원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후반 시작과 동시에 측면에서 부진하였던 레오를 빼고 주장인 염기훈을 투입시키면서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려고 하였다. 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57분에는 산토스 대신 정대세까지 이른 시각에 투입시키면서 반전을 꾀하고자 했다. 서정원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윤정환 감독 또한 서정원 감독의 승부수에 응수하기 위해 따르따 대신 김신욱을 투입시키면서 양동현-김신욱 이라는 트윈타워를 앞세워서 수원을 상대로 더욱 강력한 피지컬과 높이로 그들을 짓누르려고 했다. 그리고 수원이 공격할 때마다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걸고, 그들이 오랫동안 공을 소유할 것 같으면 파울 등으로 끊어내면서 수원에게 분위기를 좀처럼 내주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울산은 김신욱을 투입시키고 곧 이어 1분 뒤, 마스다가 아닌 구본상을 투입시키면서 자신들의 템포 흐름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구본상은 분명 준수한 미드필더임은 맞고, 두터운 스쿼드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그의 경기감각을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필요성은 있다. 하지만 울산이 1점차 리드를 지키면서 더욱 몰아부쳐야 하는 입장에서 구본상의 투입은 옳은 선택이 아니었다.
마스다가 빠지면서 중원에서 수원을 짓누르는 강력한 압박과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시의 공격템포가 느려졌다. 실제로 마스다는 하성민과 중원에서 공수전환의 속도를 조율함과 동시에 필요시에는 속공전개에 필요한 롱패스를 찔러넣는 중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제파로프와 반대 포지션에서 조율을 담당하던 레지스타 역할까지 겸하고 있었다). 후방 조율이 무너짐과 동시에 지역방어까지 헐거워지면서 염기훈과 정대세가 뚫고 들어갈 빈 틈이 생겨버렸다.
(염기훈 크로스-카이오 동점골이 나온 원인은 마스다-하성민의 넓은 지역방어 체제가 깨진 데에서 시작한다)
염기훈이 공을 잡을 당시, 커버를 들어갈 선수는 마스다(혹은 하성민)가 아닌 김태환이었고, 임창우는 오히려 중앙에서 그의 크로스가 헤딩으로 이어지지 않게 준비를 하던 상황이었다. 원래라면, 이 공간을 마스다-하성민이 넓게 지역방어로 측면을 커버해야하는데, 그 조합이 깨지면서 순간적인 지역방어에 균열이 발생했다.
수원은 좋은 판단력으로 울산의 넓은 지역방어 균열로 생긴 틈 사이로 염기훈에게 연결시킬 수 있었고, 염기훈은 자신의 정확한 왼발 킥으로 카이오의 머리를 겨냥하여 또다시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었다. 이 부분에서 사람들은 '아, 마스다가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수원의 염기훈 의존도
후반전에 수원의 동점골을 뽑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염기훈, 확실히 지금까지 수원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2011년 수원으로 이적할 당시를 연상케하는 폼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6경기 3골 3도움이 확실히의 그의 상태가 어느정도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수원의 염기훈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오히려 수원의 양날의 검이다. 그가 투입된 이후, 지나치게 그를 중심으로 하는 전개로만 이어졌고, 염기훈이 위치한 왼쪽 측면 위주로 공격을 치중하다보니 울산이 수원의 패턴을 너무나도 쉽게 읽어버렸다. 오히려, 염기훈만 막으면 수원의 전개가 끊긴다는 반증이기도 한 셈이었다.
염기훈이 공을 빼앗기면 곧바로 울산의 역습이 이어지는데 대부분 염기훈의 뒷공간에서 시작되며, 위에서 언급했듯이 염기훈과 대칭하고 있는 울산의 오른쪽(김태환-임창우)으로부터 역습이 시작된다. 이미 홍철이 전반전부터 후방에서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핸디캡까지 떠앉고 있었기에 수원의 염기훈 의존도는 썩 좋지 못했다. 차라리 정대세를 이용한 공격패턴을 만들었어야했다.
후반 종반으로 갈 수록, 울산과 수원이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치뤘지만 분위기는 울산의 파상공세쪽으로 기울어졌고, 수원은 간간히 역습으로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역습을 할 때, 차라리 정대세를 시작점으로 하는 돌파나 권창훈을 좀 더 극대화로 활용하는 방법을 써봤더라면, 후반에 더 비등한 경기력을 보여주었을 것이다.
경기내용으로 보았을 때에는, 울산이 이 경기에서 확실히 승점 3점을 따냈어야만 했던 경기였다. 하지만 울산은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치면서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울산에게는 불운, 수원에게는 행운이 따랐던 경기였다.
문제는 그 다음 경기로 이어질 분위기이다. 울산의 경우에는 다음으로 이어지는 경기들이 인천-부산, 비교적 약체팀이기에 다시 만회할 방도는 있다. 물론, 극단적으로 라인을 내려 수비적으로 운영하는 두 팀을 상대로 얼마만큼 극복하느냐에 따라 대전전처럼 반복될 지 여부도 판가름날 것이기도 하다.
수원의 경우, 곧바로 이어지는 경기가 바로 다시 위로 올라서려고 하는 서울이다. 매번 경기할 때마다 이슈를 낳았던 두 팀의 경기이기에 이번 무승부가 체력 안배차원에서 선발 제외 또는 교체로 투입시킨 전략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 울산전에서 보여줬던 단점이 서울전에서 이어질 지는 아직 미지수다.
차라리 이 경기에서 승패가 났더라면, 두 팀이 다음 경기에서 보여주는 명분이라던지, 선두로 나선 전북을 추격하겠다는 의지가 더욱 확고했을 터인데, 여러모로 무승부로 끝나서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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