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축국일지(蹴鞠日誌)

[J-Hyun의 축구학개론] 전북 1-0 포항

J_Hyun_World 2015. 4. 10. 19:14

 

 

전북 1-0 포항 : 전북은 중요한 고비에서 승점 3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승리를 따냈다.

 

(우승 후보끼리의 격돌, 초반이지만 사실상 리그 판도를 크게 좌우하는 경기임에 틀림없었다)

 

  리그에서 절대 강자의 모습을 보여왔던 전북, 하지만 유독 포항만 만나면 자신들의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다. 지난 2014년 시즌에선 리그에서만 총 4번 맞붙어서 2승 1무 1패로 비교적 앞섰으나, 상대 총 전적에서 27승 18무 28패를 기록할 정도로 호각지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포항은 전북에게 있어서, 가장 골치 아픈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포항의 올시즌 리그 출발은 썩 좋지 않았다. 수원 원정에서 1대0 승리를 거두었지만, 곧바로 홈경기 개막전에서 라이벌인 울산에게 4대2로 대패당하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김승대의 복귀와 함께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2대1 승리를 거두면서 다시 상승곡선을 타려고 하는 찰나에 또다른 라이벌인 전북과 맞붙었으니, 포항 또한 부담스러운 입장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의 리그 4라운드 경기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최근 4년간 리그 4라운드에서 전북은 4전 전패를 기록하였고, 포항은 4전 전승을 기록하였다. 전패 징크스와 전승 징크스를 가지고 있던 두 팀이었기에 과연 이번 4라운드에서 징크스가 이어지느냐, 혹은 깨지느냐의 관심도 초점이 모아지고 있었던 터였다.

 

 

포항의 기선제압

 

  양 팀 선발라인업 모두 공격적이었으나, 경기 시작 휘슬과 함께 거세게 밀어부치기 시작한 팀은 원정 온 포항이었다. 전반 4분에 시작된 고무열과 조찬호의 연이은 슈팅을 시작으로 포항은 마치 스틸야드에서 경기하는 듯마냥 전북을 거세게 압박하였다.

 

  이 떄, 포항은 몸싸움에 비교적 관대한 김종혁 주심의 성향까지 파악한 상태였기에, 전북을 다루면서 그들의 주특기인 측면돌파를 전진압박과 거친 몸싸움으로 막아섰다. 비교적 몸싸움이 약했던 레오나르도와 에닝요가 피지컬에서 압도당하여 활로를 개척하지 못하자, 전북은 공격전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무열과 조찬호의 수비가담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도 사이드백으로 선발출격한 박선용-선주 형제가 잘해주었다.

 

  서울전부터 같이 출격한 이 형제는, 공수가담 전반적으로 훌륭하게 소화하였다. 특히나, 김대호가 부상으로 결장함으로 인해 기회를 잡은 동생 박선주는 왼쪽 사이드백으로 출격하여, 고무열의 뒤를 지원해줌과 동시에 자신과 맞부딪치는 에닝요(혹은 레오나르도)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봉쇄하면서 김대호가 부상에서 복귀하더라도 쉽사리 주전자리를 되찾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진압박과 함께 포항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패스를 지속적으로 연결해주면서 전북 수비진을 크게 흔들었다. 그 때문에 유난히 김형일-조성환 센터백 듀오의 잔실수가 눈에 띄게 보였고, 전북은 전반전 내내 포항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시간을 소비하였다.

 

 

포항 : 중앙은 조직적, 측면은 제각각

 

  포항에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중앙과 측면에서 이뤄지는 공격이 판이하게 달랐다는 점이다. 김승대가 가세하면서, 중앙에는 손준호(또는 황지수)-김승대-라자르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 및 원터치 패스가 이뤄지면서 전북의 압박을 쉽사리 벗겨냈다. 하지만 측면에서 이뤄지는 포항의 전개방법은 그리 조직적이지 못했다. 지나치게 개인 플레이로 풀어내려고 했다.

 

  고무열과 조찬호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할 때, 혹은 측면에서 종적으로 움직일 때에 너무나도 상대가 예측하기 쉽게 개인플레이로 해결하려고 했다. 그렇다보니 측면 공격이 번번히 차단당하면서 파괴력이 극대화되지 못했다. 측면이 활성화되지 못하자, 라자르는 지난 경기들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최전방에서 횡적 이동을 지속적으로 해주면서 전북 수비수들을 분산시켜주도록 고군분투했으나 윙포워드들과의 연계플레이는 미완으로 끝났다.

 

  윙포워드로 배치된 두 선수들이 연계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니, 전북은 중앙으로 거세게 압박을 가했고 그들의 탈압박을 방해하는 차원에서 2선과 3선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서 일종의 샌드위치 압박을 실행하였다. 중앙으로 너무나 밀집되다보니 포항 또한 전반전 종반부터 공격 흐름이 부드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쉽게 끊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양 팀은 전반전을 무득점으로 끝마치게 되었다.

 

 

이동국이라는 존재감

 

  전북이 에닝요-레오나르도로 시작되는 측면돌파가 봉쇄당하면서 전북 만의 속공이 제대로 나오지 못하자, 최강희 감독은 분위기 전환을 빠르게 하고자 53분에 존재감이 없었던 문상윤 대신에 이동국을 투입시켰다. 전북의 주요 공격패턴으로 나온 셈이다.

 

  최강희 체제에서 전북은 언제나 공격이 잘 풀리지 않거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카드로 타겟형 스트라이커 두 명을 최전방에 배치하여 일명 '닥공' 으로 모든 선수들을 전진 배치시켜 공격에 일변도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고, 그 전술의 정점에는 이동국이 존재했고, 최강희는 언제나 그랬듯이 그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동국이 나오면서 전북은 4-1-4-1 에서 4-4-2 포메이션으로 변경하였고, 최전방에 에두-이동국이 포진하면서 역할 또한 변동되었다. 기존에 원톱으로 나와있던 에두는 종적으로 움직이면서 수비수를 달고 뛰면서 일종의 'False Nine(가짜 9번)' 비슷하게 역할을 수행하면서 포항의 수비를 분산시키면서 이동국이 수비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었다.

 

(이동국-에두 투톱의 공존으로 전북은 또다시 득점을 만들었다)

 

(이주용이 이동국에게 공을 연결하는 장면)

 

  71분에 터진 골장면을 다시 한 번 돌려보자. 에닝요에게 리턴패스를 받은 이주용이 페널티 박스 반대편에 있는 이동국을 향해 크로스를 올릴 때, 포항 수비는 에두에게 집중되어있었지, 이동국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이동국이 위협적인 선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중요한 시기에 그를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에두가 포항 선수들의 시선을 다 사로잡은 게 컸다.

 

(이동국의 어시스트로 에두가 골을 넣기 직전 장면)

 

  반대편으로 이동국에게 이어지자 포항 수비는 에두에서 일제히 이동국 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이동국이 크로스할 당시 장면을 보면, 박선주는 이동국 앞에서 크로스를 방해하기 위해 위치하고 있었지만, 이동국이 뛰어들어오는 에두를 보고 크로스를 올릴 당시에 에두를 전담 마크하던 포항 선수들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이동국의 크로스에만 집중했다.

 

  노란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4명의 선수들 중, 배슬기와 김원일은 한교원 앞뒤로 배치하여 공중볼을 차단하기 위해 위치했다 하더라도 박선용이나 손준호의 위치가 다소 아쉬웠다. 그들이 에두에게 공간을 내주면서 에두는 순식간에 골문 앞으로 뛰어들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전북의 뻔한 패턴임에도 포항이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중요한 순간 위치선정의 문제였던 셈이다.

 

 

묵직한 투톱 vs 빠른 제로톱

 

(전북은 에두-이동국 중심의 묵직한 4-4-2로, 포항은 김승대-모리츠를 극대화 시키는 제로톱을 택했다)

 

  경기를 잘 풀어나가다가 전북에게 크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포항은, 실점 이후 라자르 대신에 모리츠를 투입시키면서 원톱을 없애고 김승대와 모리츠 등으로 전북의 뒷공간을 노려서 속공을 취하는 제로톱 형태로 변경하였다. 라자르가 분명 포항의 공격옵션에 차지하는 역할이 크지만, 정작 득점에 있어서는 너무나도 정직한 슈팅만을 기록해서 포항이 앞서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기에 이뤄진 교체작업이었다.

 

  하지만 모리츠가 투입하고 난 뒤에도 포항의 공격흐름은 매끄럽지 못했다. 김승대는 거의 최전방으로 전진하여 속공을 노려보았지만, 그에게까지 이어지는 공이 제대로 없었고, 모리츠가 2선으로 내려와서 연계플레이를 시도하려고 하지만 정훈과 이재성이 중원에서 그들에게 이어지는 패스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면서 포항은 발만 동동 구르는 셈이었다.

 

  전북은 계속해서 이동국을 종적으로, 에두를 횡적으로 움직이면서 묵직한 4-4-2 포메이션을 유지했고, 에닝요로 하여금 경기 템포를 조율하면서 자신들이 어렵사리 잡은 리드를 유지하는 데 노력했다.

 

 

81분~ : 권순태 vs 티아고

 

  포항이 득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81분 뛰면서 줄곧 보이지 않았던 조찬호가 빠지고, 공격 일변도로 취하기 위해 투입시킨 티아고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고무열(오른발)-티아고(왼발)로 반대발 윙어를 배치시킨 황선홍 감독은, 티아고를 중심으로 하여 전북의 빈 틈을 파고들기 위해 노력했고, 티아고는 추가시간까지 포함하여 뛰는 13분 동안 가장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84분에 직접 슈팅을 기록할 때까지, 포항이 만들어내는 연계플레이에 중심으로 자리잡았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전북 수비들을 분산시키면서 개인기로 그들을 유린하였다. 세트피스에서도 위력적이었다.

 

  티아고가 활개치면서 전북은 종료 휘슬 불 때까지 불안함의 연속이었다. 김형일과 조성환은 티아고의 드리블에 좀처럼 정신차리지 못했고, 티아고로 인해 김승대와 고무열까지 자유롭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전북의 압박이 헐거워지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포항의 막판 파상공세를 마지막까지 허용하지 않았던 이가 있으니 바로 주장완장을 차고 나온 권순태였다.

 

  권순태가 울산의 김승규나 포항의 신화용, 수원의 정성룡처럼 네임밸류가 높은 선수가 아니었지만, 이 경기만큼은 누구보다도 전북의 골문을 마지막까지 사수하였다. 위기 때마다 나온 그의 펀칭이 아니었다면, 전북이 4라운드 전패 징크스를 격파했을 지 미지수였을 것이다. 티아고와의 맞대결에서 그는 골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승리의 신이 되었다.

 

 

  전북은 이 경기에서 난적 포항을 잡아내면서 통합 상대전적에서 28승 18무 28패를 기록하여 승률 50%를 기록하였다. 덤으로 그들의 4라운드 전패 징크스를 깨뜨리면서 선두권 유지를 위한 순항이 이어졌다. 이 경기에서 전북은 에두-이동국 케미스트리가 팀 전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고, 전북을 상대하는 팀들 입장에서는 이 케미스트리를 극복하는 방법이 숙제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전북이 경기에서 이기긴 했지만, 포항같이 기민하고 속공에 능한 선수들을 상대했을 때 전체적인 수비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약점은 여전히 녹색전사들의 발목을 잡는 대목이다. 앞으로 권순태가 이 수비진을 얼마만큼 리딩하느냐에 따라 바뀔 것으로 보인다.

 

  포항은 전북에게 패배하면서 승-패-승-패로 이어지면서 팀 분위기가 상당히 심란해졌다. 다른 팀들과 달리 초반부터 험난한 일정인 것은 감안한다하여도, 이것은 분명 승점 3점을 빼앗긴 것 그 이상으로 치명적이다. 다음 경기가 제주 원정이기 때문에 포항 입장에서는 무조건 제주전을 잡고 가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겨버렸다.

 

  그리고 포항이 또 하나 고민해봐야할 부분이 바로 측면에 배치할 윙포워드들이다. 왼쪽에 고정적으로 자리잡은 고무열과 달리 오른쪽 윙포워드 자리는 미정이다. 현재까지 심동운-조찬호가 줄곧 선발로 나왔으나, 주전으로 나올 만큼의 임팩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북전까지 치뤘었던 것을 감안할 때, 티아고를 선발로 내세우는 것 또한 조심스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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