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축국일지(蹴鞠日誌)

[J-Hyun의 축구학개론] 전남 2-1 전북

J_Hyun_World 2015. 4. 29. 06:30

 

 

전남 2-1 전북 : 전북은 전남전 이후로 무패행진을 시작했다가, 전남에 의해 신기록도 마감했다.

 

(원정팀 전북의 우세로 예상되었으나, 예측과 실제 상황은 일치하지 않았다)

 

  2014년 8월 31일, 광양 드레곤 던전에서는 한 편의 드라마가 있었다. 당시 불안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던 전북은 포항과의 선두싸움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전남전에서 총력전을 펼쳤고, 시작 휘슬이 울린 지 10분만에 한교원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전반 35분에 현영민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스테보는 헤딩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 교체투입된 전현철의 버저비터로 전남의 승리로 끝났다.

 

  광양원정 패배 이후, 전북은 거짓말처럼 무패행진을 만들어가기 시작했고, 탄력을 받아 리그 우승까지 이뤘다. 그 기세는 2015년 시즌까지 이어져 지난 부산전에서 리그 최다 무패행진 타이기록(21경기 무패)을 세우고, 제주전까지 승리하면서 22경기 무패라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하지만 가시와전에서 짧은 패스로 이뤄진 연계플레이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패배했던 이들이 맞딱뜨린 다음경기가 하필 광양 원정이었다.

 

  전남은 전북과 달리 울산에 밀려 지난시즌 하위스플릿에서 최상위층에 만족했고, 전남의 부흥을 이끌던 하석주 감독이 물러나면서 한 차례 위기를 맞는 듯 했다. 하지만 노상래 체제로 전환한 이후, 포항전 대패(4-1 패배) 이외에는 패배기록이 없을만큼, 현재까지 예상보다 잘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울산, 수원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도 지지않는 모습을 보였기에 전북전에서 전남의 역할이 의외로 중요했다.

 

 

스테보의 False Nine, 진격의 이창민

 

  전남과 전북의 경기에서 가장 의외의 모습(?)을 선보였던 선수를 꼽으라고 하면 스테보였다. 평소처럼 경기했다면 전남의 플레이의 마지막은 스테보가 담당했지만, 전북전에서만큼은 그가 마무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False Nine을 수행하면서 미끼역할로 전북 수비수들을 유인하는 데 집중했다.

 

  전북은 그에게 득점이 집중될 것이라 예상하고, 스테보와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는 김형일-조성환으로 하여금 2대1 마크로 스테보를 에워쌌다. 실제로 2명을 상대하던 스테보가 몸싸움에서 힘이 부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노상래가 노렸던 수였고, 스테보를 이용하여 2선에 위치한 빠른 선수들(안용우-이창민 등)로 하여금 마무리를 짓는 전략을 택했다.

 

(스테보는 전북의 모든 수비수들을 유인했고, 그 틈에 이창민의 침투를 아무도 막지 못했다)

 

  전반 22분, 권순태의 패스미스로 공을 따낸 스테보는 전북의 페널티박스로 돌진하였고, 전북의 모든 수비수들은 그가 슈팅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그에게 집중되었다. 스테보는 그렇게 수비수들을 유인한 후, 비어있는 오르샤에게 기습패스를 연결했고, 노마크 상태였던 오르샤는 문전쇄도하던 이창민에게 크로스를 올려 그의 선제골을 도왔다. 전남은 전북의 허를 제대로 찌른 셈이었다.

 

  스테보가 전방에서 수비진을 유인하면서 노상래는 젊은 루키, 이창민으로 하여금 진격하는 역할을 부여했다. 가시와전에서도 짧은 패스 연계플레이와 속공에 전북 수비진들이 취약점을 드러냈던 것을 이용하여 이창민을 중심으로 하는 짧은 패스플레이로 전북 수비를 벗겨내기로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스테보는 측면쪽으로 움직이면서 전북 센터백들을 계속 달고 다녔고, 중앙에 발생한 빈틈에 이창민과 안용우 등이 침투했다.

 

(후반전에도 전북은 전남의 "미끼의 스테보, 이창민의 진격" 전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47분에 있었던 전남의 결정적인 찬스도 첫 골을 넣었을 때의 패턴 그대로 이용했고, 전북은 한차례 당했으면서도 여전히 그 패턴에 속수무책이었다. 오르샤가 이창민에게 찔러주는 로빙 패스에 전북 수비수들은 스테보를 마킹하다가 이창민을 마크하는 데 한 발 늦게 투입했고, 이창민에게 정신이 팔려 안용우가 중앙에서 침투하는 것을 완벽히 놓쳤다. 선수만 달랐을 뿐, 전북은 전남에게 계속 이 패턴에 당했다. 두번째 골도 동일했다.

 

  이 경기를 쉽게 정리하자면, 스테보와 이창민의 손에 전북은 철저히 놀아난 셈이다. 특히, 경남에서 올시즌 전남으로 이적한 이창민은 전북전에서 두 골을 기록하면서 전반 초반에 부상으로 교체된 이종호의 공백을 완벽히 메꿨다.

 

 

오르샤+최효진 vs 레오나르도+이주용

 

  전남 vs 전북 경기에서 가장 많은 접전이 펼쳐졌던 곳은 전남의 오른쪽 라인(오르샤-최효진)과 전북의 왼쪽 라인(레오나르도-이주용)의 충돌이었다. 특히나, 공격적인 사이드백으로 손꼽히는 신구세력의 대결(최효진 vs 이주용)이 볼만했다.

 

  기선제압을 하던 쪽은 이주용이었다. 그는 전반전에 최효진이 주춤하는 사이에, 보란듯이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하면서 전남의 오른쪽 깊숙이 들어왔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친 자신감이었다. 이주용이 지나치게 오버래핑하면서 생겨버린 뒷공간을 오르샤가 역이용하면서 역습을 주도했고, 이주용은 번번히 오르샤의 돌파를 허용하였다.

 

   최효진은 전반전에 가급적 자제하면서 크랙형 윙어인 레오나르도를 봉쇄하는 쪽에 무게를 두었고, 오르샤 또한 수비시에는 적극적으로 내려와 최효진과의 협력 수비를 펼치면서 레오나르도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기동력이 좋지 못한 에닝요가 봉쇄당한 레오나르도 대신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엔 이미 노쇠화가 진행중이었기에 전남의 레오나르도 봉쇄는 성공적이었다.

 

  레오나르도를 묶은 뒤, 후반전에는 최효진이 이주용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듯한 인상을 보이면서 공격적인 오버래핑으로 이주용과 격돌하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최효진이 오버래핑할 때에는 오르샤가 후방으로 내려와서 그의 뒷공간을 커버해줬다는 점이다. 레오나르도는 공격에 특화되어있지, 이주용의 뒷공간을 커버할만큼 수비가담이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둘 다 공격적인 레오나르도와 이주용의 조합이 여기서 무너졌다.

 

 

이동국은 이동국이다

 

  이 경기에서 전북 선수들은 대체적으로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리그와 ACL를 병행하다보니 주전선수들의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그들은 애초에 전남전보단 그 다음에 있을 리그 경기인 수원전에 초점을 맞춘 상태였기 때문에 일부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전남은 전북이 로테이션을 할만큼 그렇게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은 드래곤 던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특히 수비와 균형에 무게를 두기 위해 꺼내든 정훈-이호 카드가 되려 전북의 빌드업에 역효과를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서로간 중첩된 활동반경을 보이면서 패스 정확도를 떨어뜨렸다. 그래서 전북은 무의미한 중거리슛만 남발하였다.

 

  그와중에도 경기력이 좋지 못한 전북을 나홀로 이끌었던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주장인 이동국이었다.

 

 

 

   위에서 보인 두 영상에서 보았듯이, 유일하게 이동국만 전북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빛냈다. 이재성이 동점골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도 이동국이 김병지에게 막기 힘든 발리슈팅이 튕겨져 나왔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두번째 장면에서 김병지조차 반응하지 못했던 구석으로 감아찬 날카로운 슈팅도 이에 비롯된다.

 

  경기가 안풀리니 개인플레이로 극복하고자 하는 전북 선수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경기를 조율하던 노장은 팀을 패배의 수렁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를 계속하여야만 했다. 하지만 동료들이 그의 의지만큼 따라가지 못했다.

 

 

전북의 양날의 검 : 이재성 프리롤

 

  전북은 이번 전남전에서 얻은 교훈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이재성 프리롤'이 자신들을 해칠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것이다.

 

(2014 시즌에 주전자리를 꿰찼던 이재성, 하지만 그의 프리롤 부여가 결코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2014 시즌에 혜성같이 등장하면서 신인이 전북같이 호화 스쿼드의 주전 한 자리를 꿰찬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확률 적은 일을 이재성이 해냈고, 그는 2년차에 접어든 지금에 오히려 더 향상된 기량을 선보였고, 그 탄력으로 국가대표팀 승선이라는 기쁨까지 맛보았다. 하지만 전남전에서 그는 솔직히 말해, '별로' 였다.

 

  최강희는 전남전에서 이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내면서 54분에 에닝요를 빼고, 에두를 투입시키면서 전북식 닥공의 4-4-2로 전환하였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이재성을 측면이 아닌 프리롤로 두어 중앙에 그대로 위치시켰다는 점이다.

 

(이창민의 역전골 장면에서 이재성이 중앙으로 가버리면서 안용우에게 완전히 공간을 내주었다)

 

  전남의 역전골 장면에서 잘못한 사람은 누구일까? ①넘어지면서 역습의 빌미를 제공한 에두, ②역습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차단하지 못한 정훈, ③안용우에게 뚫린 김기희, ④정신줄 놓은 김형일-조성환. 앞에서 나열한 보기들도 실점의 원인이긴 하지만, 이재성의 무리한 프리롤부터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이재성이 중앙에서 프리롤 임무를 수행하게 되면서 전북의 오른쪽 공간은 김기희 한 명만 존재했다. 김기희가 최효진이나 임창우처럼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사이드백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본디 그는 센터백 출신이기에 공격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 게다가 정훈이나 이호는 넓은 지역방어에 능한 선수도 아니다. 그렇다면 오른쪽 측면 방어에 있어서 이재성이 필요한 것인데, 그는 그 자리에 없었다. 예견된 실점이었다는 것이다.

 

  2대1로 전남이 역전한 이후에도 이재성이 계속 중앙에서 프리롤로 여기저기 움직이는 것은 여전했고, 전북의 오른쪽 측면은 전남에게 계속 공략당했다. 게다가 왼쪽 측면까지 침투당하면서 전북은 양쪽 측면이 무너지면서 전남에게 계속적으로 얻어맞는 샌드백이 되어버렸다.

 

(뒤늦게 측면에 한교원과 이상협을 투입시킨 전북이지만, 이미 공수밸런스가 무너져버린 뒤였다) 

 

  전북은 실점 이후, 이호와 레오나르도를 빼고, 한교원과 이상협을 투입시키면서 측면 공격을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이미 사후약방문이었다. 게다가 이재성의 전진배치로 중원 수비는 거의 정훈 혼자 하다싶이하는 모습이었기에 수비적인 교체운영과 균형있는 전형을 갖춘 전남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정훈이 김동철-정석민(후에 오영준으로 교체됨)을 상대하기엔 수적열세였고, 이재성이 공격가담 할 때에는 이지민-오르샤까지 가담하는 판국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경기는 전남의 전략적 완승이라봐도 무방했다. 그들은 전북의 취약점을 확실히 간파했고, 전북의 수를 한 수 더 읽어서 전북이 절대 1강이 아니라는 것 또한 증명해보이면서 전남이 이번시즌 또다시 '다크호스'로 군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였다.

 

  물론 전남입장에서는 전북전 승리를 거두면서 전북의 연승을 자신들 손으로 마감시켰다는 성취감도 있지만, 이종호-정석민이 부상으로 전력이탈한 점에 대해서는 골치아픈 부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창민이라는 재능을 얼마만큼 지속적으로 활용하느냐, 오르샤가 전북전처럼 녹아드는 플레이를 유지한다면 문제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전북이다. 전북이 물론 전력이 다른 11개팀에 비해서 두텁다고 소문났지만, 실제로 주전과 비주전의 보이지 않는 격차가 존재했으며, 인천전에 이어 전남전처럼 경기력이 풀리지 않으면, 승부를 가를 승부사가 없다는 게 문제다(물론 이동국이 건재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이동국이 계속 선발로 나올 때 이야기다). 전북 입장에서는 다음 수원과의 홈경기가 상당히 부담스럽게 다가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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