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1 성남 : 두 팀은 이번 경기에서도 서로가 가지고 있는 징크스를 깨뜨리는 데 실패했다.
(2014년 FA컵 결승전 이후 상암에서 다시 맞붙은 두 팀)
2014년 11월 23일, 상암에서 하나의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상주와 전북을 꺾고 결승전까지 올라온 서울과 성남은 연장전까지 포함하여 120분간의 혈투를 펼쳤으나 무득점에 승패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승부차기까지 돌입했는데, 성남의 박준혁이 두 번이나 슈팅을 막아내면서 승부차기는 4대2로 성남이 이겼고, 그들은 2011년 이후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ACL에 직행할 수 있었다.
5개월이 지난 후, 두 팀은 상암에서 다시 맞붙게 되었다. 두 팀이 공교롭게도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국가대항전인 ACL에서는 순항중임에 비해(성남은 16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서울 또한 16강 8부능선을 넘어섰다), 리그에서는 영 힘을 못쓰고 있다는 점이다. 성남은 2승 4무 2패(승점 8점), 서울은 2승 2무 4패(승점 8점)을 기록중이다.
서울은 최근 '이진법 축구'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리그에서만 유독 빈곤한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고, 8라운드까지 치르는 동안 한 경기에 2골 이상을 기록해본 적이 없다. 성남은 지독한 상암 징크스를 11년째인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다. 물론 FA컵 우승으로 깨졌다곤 하나, 공식적인 기록으론 무승부로 기록되었기에 이번에야말로 떨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몰리나의 역할
(몰리나는 김현성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면서 K리그 통산 4번째로 60-60클럽에 가입했다)
그동안 서울의 키플레이어로 활약해왔던 몰리나는 성남전에 오른쪽 윙포워드로 선발출장하였다. 그는 자신의 예리한 왼발 코너킥으로 김현성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면서 전반전에 성남을 상대로 기선제압하는 데 크게 일조하였다. 몰리나는 이로 인해 신태용-에닝요-이동국에 이어 4번째로 60-60 클럽(65골 60도움)에 가입하였다.
몰리나는 분명 오른쪽 윙포워드로 나왔지만, 그가 맡은 역할은 중앙에서 서울의 전반적인 공격을 조율하는 컨트롤타워에 가까웠다. 오히려 오른쪽 측면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격한 고요한 오른쪽 돌파를 자주 시도했고, 고요한 전진하여 빈 공간을 몰리나가 채웠다. 물론 그가 후방에 뒤쳐져 있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2선 중앙에 머무르면서 서울의 모든 패스에 관여하였다. 역습의 기회가 생기면, 그는 윤일록이나 고요한, 김현성에게 다이렉트로 연결짓는 킬패스나 템포를 조율하면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김현성과의 케미스트리는 훨씬 좋았는데, 김현성의 높이를 100% 살리는 데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성남의 고민 : 오른쪽 측면
성남은 올해부터 측면자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하고 있다. 성남의 한 축을 담당했던 김태환이 울산으로 이적하면서 그야말로 오른쪽 측면은 무주공산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면 자리를 차지할만한 선수들이 딱히 없었다. 지난시즌부터 측면으로 줄곧 출격했던 김동희는 피지컬에 취약한 모습 등을 보이면서 김태환만큼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고, 측면소화가 가능한 김성준은 윙어 역할에 100% 기량을 선보이지 못했다.
그래서 김학범 감독은 서울전에서 이번에는 루카스를 오른쪽 측면으로 기용하였다. 저돌적인 윙포워드 역할을 부여하였고, 그는 오른쪽 측면을 따라 이동하기 보다는 황의조와 함께 거의 투톱을 형성하는 형세였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미비했고, 전반전 45분을 채운 후에 조르징요로 교체되었다.
조르징요 또한 생각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최전방에 배치된 황의조가 오히려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아 들어오는 플레이를 보여주었고, 조르징요가 중앙에 대기하는 역할을 부여받았으나, 그마저도 영 신통치 못했다.
차두리 vs 남준재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차두리와 남준재의 격돌이었다. 제주전에 복귀한 남준재는 이번 서울전에서도 왼쪽 윙어로 선발출장하였다. 그동안 측면 부재를 겪던 성남 입장에서는 남준재의 존재가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차두리는 지난 수원전 이후, 선발로 출장하여 그를 막는 중요한 사명을 띄었다.
남준재는 전반부터 왼쪽 측면으로 공격을 펼쳤고, 차두리는 공격적인 오버래핑보다는 수비적으로 나서면서 남준재의 돌파를 봉쇄하는 데 주력했다. 남준재는 박태민의 오버래핑과 연계하여 서울의 오른쪽을 끊임없이 공략하면서 차두리와 끊임없이 부딪쳤다.
(차두리는 위치선정 실수를 범하면서 남준재에게 골을 헌납하는 꼴이 되었다)
전반 32분, 수비수인 임채민은 허를 찌르는 롱패스로 전방으로 연결했고, 차두리는 공의 낙하지점을 잘못 판단하여 공을 놓쳤고, 그것은 바로 남준재에게 득점찬스로 이어졌다. 남준재는 가볍게 왼발로 연결하여 득점에 성공했다. 남준재가 차두리에게 한 방 제대로 먹인 셈이다. 그 이후로 남준재가 교체아웃 되기까지, 성남은 남준재가 위치한 왼쪽으로 주로 공격하였고, 차두리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현성 vs 황의조
(두 팀의 원톱 역할을 맡았던 김현성과 황의조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차두리 vs 남준재 만큼이나, 눈에 띄었던 또 하나의 구도는 바로 양 팀의 창끝이었던 김현성과 황의조의 대결이었다. 결과론적으로는 1골을 성공시킨 김현성의 판정승이라고 보여지겠지만, 이 두 명의 구도는 누가 더 우위냐이기보다는 스코어러를 활용하는 두 팀의 전술을 비교하기 위함이다.
김현성은 전형적인 타겟 스트라이커의 임무를 수행했고, 특히나 몰리나와의 좋은 호흡을 보여주면서 공중을 장악했다. 공중을 장악할 때에도 피지컬이 좋은 임채민-윤영선과 몸싸움을 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은 김철호-정선호가 배치된 성남 3선에서 공중볼을 따내어 피지컬 우위를 점한 후, 성남의 골문으로 돌진하였다. 아니면, 공중볼을 따내어 서울 선수들에게 세컨볼을 얻게 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문제는 김현성이 공중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였어도, 동료 선수들이 그가 따낸 세컨볼 싸움에서 영 힘을 쓰지 못했다는 점이다. 윤일록과 고요한은 효율적인 돌파는 커녕 성남 수비수들과의 공 다툼에서 쉽사리 이겨내지 못하고 고전을 거두었고, 미드필더진 또한 고군분투하는 김현성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했다.
황의조도 처음에는 타겟 스트라이커로 출격한 것처럼 보였고, 연계플레이보다는 직접 마무리를 지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남준재가 있는 왼쪽 측면과 달리 오른쪽 측면이 영 시원찮다보니 후반전부터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돌아들어가는 윙포워드 비슷한 모습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후반전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황의조는 기존에 측면에서 배치될 때 맡은 역할(연계형 스트라이커)로 돌아갔고, 그가 기존에 위치했던 최전방에는 조르징요나 김성준이 쇄도하여 측면에서 연결되어오는 공을 마무리하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물론, 황의조 본인 또한 직접 득점을 만드려는 모습도 간간히 보여주었지만, 혼자서 마법을 만들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김두현의 1인칭 놀이
1대1로 전반을 마친 상암 경기, 후반전에는 비록 추가 득점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한 사람에 의해 경기가 놀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성남의 캡틴 김두현이었다.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격하였지만, 전반전에는 주로 3선까지 내려가서 레지스타에 가깝게 역할을 수행하였고, 그가 내려가면서 중원은 정선호-김두현-김철호로 사실상 3명의 미드필더가 넓게 일(一)자형으로 퍼졌다가 공격시에는 V자형으로 대열을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성남의 왼쪽 공격이 주공이 될 때에도 김두현이 적잖게 측면으로 가담하면서 연계플레이를 돕기까지 했다.
정선호-김철호가 수비가담시, 문제점을 보여 정선호 대신 김성준을 투입시키면서 성남은 김두현을 3선으로 내렸다. 하지만 성남의 공격시에는 4-1-4-1, 혹은 4-1-3-2 에 가까운 포메이션으로 서울에게 압박을 가했다. 김두현이 공격시에는 적극적으로 전진배치하면서 그 자리를 센터백들인 윤영선과 임채민이 전진하여 서울을 차단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성남의 공격적인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서울은 후반전에 공격적인 교체를 시도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후반전에 주도권을 완벽하게 김두현에게 빼앗긴 서울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지친 김현성과 존재감 없는 이상협을 빼고 박희성과 윤주태를 투입시켜 반전을 꾀했지만 탄탄한 성남 수비를 벗겨내는 데에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게다가 서울은 김두현을 무슨 생각으로 자유롭게 풀어주었는지, 경기 끝날 때까지 그에게 전담마크를 붙이지 않았다. 덕분에 김두현은 골포스트를 두 번이나 강타하는 등 위협적인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다.
이기적인 고요한
이번경기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인 선수를 꼽자면, 고요한이다.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그렇고 이번 성남전에서도 그는 왜 그렇게 무리하게 공격지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인지 다소 납득하기 힘들었고, 그러한 자세가 팀에게도 득보다는 독으로 작용하였다.
지난 수원 빅버드에서 열렸던 서울의 패인을 곱씹어보자. 차두리가 교체되어 나간 이후, 오른쪽 측면에 수비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고요한은 수원이 2번째 골로 다시 앞서나가자 무리하게 오른쪽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하였다. 그 결과는? 공을 빼앗겨 염기훈-정대세 가 역습으로 화력을 내뿜게 만드는 원흉이 되어버렸다. 사실 그 경기에서 고요한이 이기적으로 팀플레이와 무관하게 공격에 치중하게 않았더라면, 서울은 대패당하진 않았다.
이번 성남전에서도 그는 수원전에서 저지른 실수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몰리나와 스위칭하여 오른쪽 측면 돌파를 시도하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그는 수비시에는 수비가담하는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고, 공격할 때에도 패스 플레이보단 무리하게 드리블로 돌파 시도하다가 박태민 등에게 커트 당하면서 역습의 빌미를 제공했다. 남준재가 자유로웠던 것도 따지고 보면 고요한의 잘못도 적잖다 할 수 있다.
K리그 공식홈페이지에서도 MOM을 몰리나를 선정한 이유도, 사실 서울의 효율적인 공격 주도는 몰리나였지, 고요한은 서울에게 그렇게 플러스요소로 작용하지 않았다. 그가 지나치게 전진하면서 중원을 이루던 역삼각형 구도도 깨져버렸고, 후방에서 수비력이 부족한 센터백들을 돕는 오스마르가 강제로 전진해야만 하는 문제까지 생겼다.
경기 결과는 1대1 무승부를 기록하였고, 서울과 성남 양 팀 모두 현재 그들이 겪고 있는 징크스를 깨뜨리지 못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면에서는 원정팀이었던 성남이 좀 더 효과적이고 오랫동안 경기를 지배했던 셈이다. 더군다나, 성남은 이미 ACL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상태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성남 쪽이 상황은 더 좋다 할 수 있겠다.
이 두 팀의 문제는 다른 팀들에 비해 스쿼드 운영 폭이 그렇게 두텁지 않다는 점인데, 이 경기에서 사실 경기를 뒤집을 만한 카드가 양 팀이 없었기에 1대1 무승부로 끝났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서브 멤버들의 기량을 빨리 끌어올리거나, 좀 더 세밀한 전술운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의 빈곤한 득점과 헐거운 수비는 1라운드부터 성남전까지 줄곧 지적받았고, 여전히 최용수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공감버튼을 눌러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
'안방축구 > 축국일지(蹴鞠日誌)' 카테고리의 다른 글
[J-Hyun의 축구학개론] 전북 2-1 울산 (0) | 2015.06.18 |
---|---|
[J-Hyun의 축구학개론] 전남 2-1 전북 (0) | 2015.04.29 |
[J-Hyun의 축구학개론] 울산 1-1 수원 (0) | 2015.04.17 |
[J-Hyun의 축구학개론] 전북 1-0 포항 (0) | 2015.04.10 |
[J-Hyun의 축구학개론] 울산 2-0 광주 (0) | 2015.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