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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의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루니 딜레마'

J_Hyun_World 2015. 10. 31. 16:09

 

 

 

어느덧 맨유에서 '500경기 출전' 기록을 눈 앞에 둔 웨인 루니

 

(어느덧 맨유에서 500경기 출전을 눈 앞에 둔 어엿한 '맨유 레전드' 웨인 루니)

 

  2002/03 시즌 혜성처럼 에버튼에서 데뷔하여 당시 무패신화를 구축하던 아스날을 상대로 역전골을 기록하여 그들을 고꾸라뜨렸던 한 10대 영국 소년이 있었다. 2년 뒤, 그는 고향팀인 에버튼을 떠나 무려 2700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이적료를 기록하면서(당시 10대 선수들 중 최고 이적료로 기록되었으나, 후에 스털링이 맨시티로 이적하면서 새로 갱신되었다)  EPL의 최고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였다. 이적 후 첫 경기였던 페네르바체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그는 데뷔전 해트트릭이라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 잉글랜드의 역대 최고 재능의 자질을 보여주며 영국 전역을 들썩이게 만들었고,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가장 어린나이에 해트트릭을 기록하게 된 셈이다(18세 335일). 바로 맨유의 사실상 레전드로 올라서고 있는 웨인 루니의 맨유 초창기 때의 모습이다.

 

  환상의 짝궁이었던 루드 반니스텔루이가 2007년 여름에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고, 대표팀에서 에이스 노릇을 못하여 한동안 부진 논란에 휩싸이고 맨유를 떠나겠다는 폭탄 발언도 서슴치 않았지만, 루니는 맨유 내에서 등번호 10번 역할에 부합하며 팀을 이끌어왔던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한때 맨유의 중원이 무너져 선수가 없을 때, 알렉스 퍼거슨은 그를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하는 모험수를 두었고, 그는 난생 처음 뛰는 중앙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이타적인 플레이와 공수 조율 능력을 보여주며, 어디에서 뛰어도 소화할 수 있다는 인식을 팬들에게 심어주었다. 유로 2012 예선 이후 1000여분 가까이 무득점으로 침묵하고 있을 때도 있었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리그에서 27골을 뽑아내면서 득점 2위까지 올라서며 자신의 클래스를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더군다나 27골을 뽑아낼 당시에는 원톱이 아닌 섀도 스트라이커겸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소화하면서 해낸 기록이기에 더욱 더 눈여겨봐야 하는 대목이다.

 

  그 이후 자신의 주 포지션인 최전방 스트라이커에서 뛰는 횟수보다 팀의 스쿼드 문제로 인하여 측면 윙어라던지 중앙 미드필더에서 뛰는 경우도 빈번하게 많아졌다. 그렇기에 예전에 비해 득점 수도 제법 떨어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웨인 루니라는 존재가 맨유에서 미치는 영향은 대단했다. 측면이든 중원이든 그는 언제나 120% 소화하면서 팀을 이끌었던 에이스였고 군말 없이 묵묵히 수행해주었다. 그러한 팀 내 공헌도 때문이었을까, 웨인 루니는 어느덧 맨유에서만 500경기 출장 달성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2014년 2월 22일 4년 재계약에서 주급 30만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주급 5억 4천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로 팀 내 최고 주급 및 EPL 내에서도 가장 많이 받는 선수 중 한 명으로 등극했다. 게다가 지난 2014/15 시즌부터 주장완장까지 차면서 루니의 팀 내 입지는 상당히 굳건해졌다. 하지만 이번 2015/16 시즌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맨유의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 '루니 딜레마'

 

(새 시즌에 접어든 후, 루니는 팀 내에서 가장 부진하고 있고 선발 제외 1순위에 올랐다. 참으로 새옹지마다.)

 

  2015/16 시즌이 시작되기 전, 루이스 반할은 웨인 루니를 그의 주포지션이었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하겠다고 언급했었다. 그간 약점으로 평가받던 중원을 강화하기 위해 여름 이적시장에 독일의 베테랑 미드필더인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와 프랑스산 신형 엔진인 모르강 슈나이덜린을 영입하면서 스쿼드를 두텁게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루니를 이제 원래 역할로 돌릴 수가 있었던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최근 맨체스터 더비까지 치룬 10라운드가 지난 후인 지금, 맨유는 선두인 맨시티에 승점 2점 뒤쳐진 4위에 머무르고 있다. 순위 싸움에서는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 다만, 맨유가 10라운드까지 치른 이 시점에서 자신들보다 상위에 있는 3개팀보다 현저하게 득점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선두인 맨시티는 24득점, 2위 아스날은 18득점, 3위인 웨스트햄은 22득점인데 반해 맨유는 겨우 15득점으로 한 경기에 2골 넣기도 상당히 버거운 수준이라는 점이다. 맨유보다 밑에 있는 레스터 시티(20득점), 토트넘(16득점)도 맨유보다 더 많이 넣고 있다. 이 문제의 중심에는 다름아닌 주장인 웨인 루니에게 있다.

 

  리그 개막 이래 웨인 루니는 줄곧 원톱으로 출전하고 있지만, 리그에서는 겨우 두 골을 기록하고 있으며, 리그컵 및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까지 합친다 하여도 겨우 5골에 불과하다. 자신의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왔음에도 이러한 부진을 보여주고 있으니 팀에게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셈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2라운드였던 아스톤빌라 원정에서는 볼터치를 44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 슈팅 수 0에 페널티박스 안에서 겨우 한 번의 볼터치를 기록하며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7라운드였던 선더랜드와의 경기에서 리그 첫 골을 기록하였으나, 첫 골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그는 경기 내내 존재감이 없었다. 수비가담도 예전에 비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그의 주특기였던 공격전개 및 연계능력도 전혀 도움되지 못했다. 과거 공격수 시절에 번뜩였던 그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최근에 있었던 맨체스터 더비에서도 동일했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그는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비기게 만든 원흉이었다. 그리고 미들스브로와의 리그컵에서 승부차기까지 실축하면서 팀 탈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루 아침에 팀 내 에이스에서 '주급먹튀', '선발 제외 1순위' 로 입지가 바뀌어버린 웨인 루니, 왜 갑자기 맨유는 '루니 딜레마'로 고통받고 있는 것일까? 주 원인은 바로 웨인 루니의 신체적 능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루니가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문제없이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왕성한 활동량과 지구력이 뒷받침되었었다. 하지만 올시즌은 유독 그러한 활동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루니보다 설렁설렁 걸어다니는 듯한 인상만 심어주고 있다. 그리고 과거 '절구통 드리블' 로 불리던 웨인 루니 특유의 드리블이 없다보니 공격수로써 갖춰야할 1대1 돌파능력도 전혀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슈팅 능력도 떨어지고 있어 득점 기회를 번번히 놓치고 있는 상황, 팀 내 득점 1위가 루니가 아닌 신입생인 앙토니 마르샬과 맨유의 플레이메이커로 자리잡은 후안 마타(각각 3골)이니 루니 입장에선 민망할 따름이다.

 

 

 

패권을 노리는 맨유, '루니 딜레마'를 해소할 방법은 있는가?

 

(맨유에서 극도로 부진하고 있는 웨인 루니, 맨유는 과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번시즌 다시 왕좌 복귀를 노리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러기 위해서는 웨인 루니가 이번에도 제 능력을 발휘해야만 가능한데 루니는 지금 맨유에서 뛰었던 수많은 시즌 중 가장 힘들고 최악의 시즌이라는 평까지 받고 있다. 가장 많은 주급을 받는 데 비해 하는 것이 없기에 선발에서 제외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막상 루니라는 구심점을 빼버리게 된다면, 단타전에는 문제 없을 지라도 장기적으로는 팀의 구심점으로 삼을 만한 선수도 딱히 없다는 것도 무시못한다. 맨유와 루니의 현 상황을 두고, 두 명의 월드클래스 출신 선수들이 해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1) 사비 에르난데스 : 루니, 맨유에서 살아남으려면 미드필더로 보직변경해야

 

  먼저 바르셀로나 트레블 전성시대를 열면서 21세기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각광받는 사비 에르난데스는 루니가 미드필더로 보직변경해야만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루니가 과거에 비해 전성기 때의 능력을 발휘하던 신체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루니 스스로 인정해야만 한다" 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지능이 뛰어난 선수는 적응만 한다면 미드필더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루니는 의심할 여지 없이 축구 두뇌가 발달한 선수이므로 시야와 패스는 중원에서도 훌륭한 능력을 발휘할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루니가 임시적이었지만, 과거 퍼거슨의 지도 하에 미드필더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선보였던 적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사비는 끝으로 "루니가 성공적으로 변신한다면 앞으로 5~6년간 최고 수준의 팀에서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 밝혔다.

 

 

2) 폴 스콜스 : 루니의 움직임을 이해할 미드필더가 없다

 

  사비와 달리 맨유의 레전드 출신이자 사비의 롤모델로 소문난 폴 스콜스는 의견이 달랐다. 스콜스는 "루니가 움직일 때 선수들 중 그에게 패스를 공급할 준비가 됐던 선수는 없었다" 면서 그를 도와주는 미드필더를 문제 삼았다. 그는 이어서 "현재 맨유는 조직적이기 때문에 상대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뛰었을 때와는 달리 창의적이거나 위험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재미없다." 면서 공격수의 움직임을 활용할 수 있는 미드필더 부재를 아쉬워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반페르시가 맨유에서 뛸 당시에 그가 부진할 때, 퍼거슨은 '로빈의 뒤돌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지 못하느냐' 면서 동료 선수들을 자극하였고, 후반전에는 분위기가 달라졌었던 에피소드도 있었기에 루니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였다. 현재 마타나 에레라 등 2선에서 움직이는 미드필더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곤 있으나, 루니와는 완벽한 시너지효과를 못내고 있다.

 

 

  아직 시즌은 1/3도 채 지나지 않았고, 충분히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여지는 많이 남아있다. 그렇기에 시즌 후반부에는 지금과는 또다른 웨인 루니로 바뀔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이전 시즌에서도 루니는 초반에 부진을 겪어도 후반부에는 완벽하게 살아나는 등 '슬로우스타터' 기질을 보여주었었다. 하지만 맨유가 '루니 딜레마' 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루니와 맨유 둘 다 동반 침체하는 것은 당연한 계산이다. 맨유와 루니, 과연 그들은 이 난제를 극복할 것인가? 다음 라운드인 크리스탈 펠리스와의 경기에서 해답이 나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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