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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 효과가 유럽축구에 미칠 영향은? : (上) - EPL

J_Hyun_World 2016. 6. 26. 10:24

 

 

 

  2016년 6월 23일, 유럽 전역을 넘어 전세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헤드라인과 신문 1면을 장식해버렸다. EU(유럽 연합)의 한 축을 담당했던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과반수를 가까스로 넘긴 51%의 찬성으로 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으로 영국 내부부터 시작하여 영국과 같은 일원들이었던 EU, 그를 넘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제3자 국가들까지 전반적인 분야에 타격을 입게 되었다. 발표가 나고 하룻밤 사이에 전세계 주가와 환율, 금값은 자기 멋대로 날뛰고 있으며, EU에서는 영국을 시작으로 하여 추가적으로 EU를 탈퇴하려는 국가들의 도미노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 속에 내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선언한 계기는 크게 두 가지 원인에서 비롯되었다. 하나는 EU 가입이래 돌아오는 이득에 비해 지원하는 자금조달이 너무나 커서 자국의 전반적인 발전이 도태되고 있다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무분별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 숫자가 증폭되고 게다가 시리아 난민 유입 등에 있어 EU가 나서서 수용하라는 방침에 자국 내 자체 통제가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분명 이 브렉시트는 유럽 축구 판도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래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과 EPL를 벗어난 다른 리그에서 끼칠 영향으로 두 가지로 나누어서 예측해볼 예정이다.

 

 

 

'브렉시트(Brexit)' 효과가 유럽축구에 미칠 영향은? : (上) - EPL

 

(브렉시트로 인하여 EPL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의 자격요건이 더욱 더 까다로워질 것이다) 

 

 

브렉시트 이전부터 시작되었던 EPL의 쇄국정책

 

  사실 브렉시트가 결정나기 이전부터 EPL에서는 쇄국정책을 내세워서 조금씩 리그를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2014년 9월, 영국 FA에서 초안을 발표했었고, 이것은 결국 지난 2015년 5월부터 적용키로 결정한 사항이었다. 이 정책의 주요 취지는 이것이었다. "영국 축구계에 외국인 선수가 너무 많다. 클럽들은 외국인 선수 영입을 줄여야 한다!" 인데, 쉽게 말해서, 외국인 선수들이 너무 많아 자국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기회를 얻지 못하는 불합리한 현실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여기서 말하는 외국인 선수들은 EU 국적이 아닌 사람을 말한다). FA가 이런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은 지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계속해서 국제 대회에 나가 거둔 성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고, 이에 2022년 월드컵우승을 목표로 설정한 게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즉, EU 국적이 아닌 선수들을 대폭 줄이겠다는 말이며, FA는 최대 절반까지 줄이려고 한다.

 

  시행안을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본다면 무조건 영입을 줄이는 것이 아닌, 영국이 추구하는 고급축구에 걸맞지 않는 '평범한' 외국인 선수를 데려올 바에 차라리 그 기회를 자국 유망주들에게 돌리자는 의미이다. 이에 FA는 일부 규정을 수정하여 추진할 계획이었고, 변경안은 다음과 같다.

 

(FA-영국정부 취업비자 협약 변경 추진안의 내용이다. 사진출처 서형욱 칼럼)

 

  2015년 5월에 발표된 최종안에 따르면, 외국 선수들이 취업허가증을 받을 때 최근 2년간 출신국가의 FIFA 평균 랭킹이 70위 안에 들어야 한다는 조건을 50위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FIFA 랭킹이 10위 안에 드는 국가 출신이면 A매치 30% 이상, 11~20위면 45%, 21~30위면 60%, 31~50위면 75% 이상을 소화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이 기준대로 적용된다면, 이렇게 된다. 2016년 6월 기준 우리나라는 FIFA 랭킹 50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커트라인에 서 있는 입장이며, 잉글랜드 최상위리그인 EPL에 아무런 제약받지 않고 계속해서 출전가능한 선수는 기성용과 손흥민에 불과하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최근 A매치에 소집되고 있지 않는 이청용은 더이상 EPL에서 뛸 수 없게 된다. 만약 이청용이 영국에서 계속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가 꾸준히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출전해야 하거나, 한국 대표팀 또한 A매치 성적을 꾸준히 관리하여 어떻게 해서든 순위를 올려놓아야 하던지, 정 아니면 이적료 1,500만 파운드 이상을 기록해서 EPL에서 뛰는 다른 팀으로 이적해야한다는 말이 된다(EPL 하부리그에서 뛰고 있는 윤석영은 사실상 영국에서 뛸 수 없다). 이 기준에 따르면, EPL로 이적하려는 한국인 선수는 최소 AFC 아시안컵이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최소 스타 플레이어급 활약이 필요하다.

 

(한국 선수들을 예로 들면, 손흥민만이 이 엄격하고 까다로운 조건에서 자유롭다) 

 

  물론 영국에서 이런 정책을 내세운 이유를 전혀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근 4~5년동안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한 비유럽국적(이하 Non-EU) 선수들은 122명이며 이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여기서 Non-EU가 아닌 Non-UK(비영국국적) 선수들까지 포함시킨다면, 종종 EPL를 보면서 선발 11명 중 단 한 명의 영국 국적의 선수를 보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다보니, 잉글랜드 리그는 빅리그라고 일컫지만 이와 반대로 잉글랜드 국가대표는 언제부터인가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이 다른 라이벌 국가들(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특히, 빅클럽들이 자신들의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해외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끊임없이 영입하고 있어 갈 수록 영국 자국 선수들이 설 자리가 잃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UEFA가 이 경향에 변화를 주기 위해 클럽 양성 및 자국 국적 선수들의 스쿼드 포함 비중(영국에선 '홈 그로운' 제도를 적용시키고 있다)을 조절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도 맞물리고 있다.

 

 

 

브렉시트 효과로 발생할 추가 후폭풍은?

 

  6월 23일을 기점으로 발생한 브렉시트의 효과를 그대로 EPL를 비롯한 하부리그까지 적용한다고 가정한다면, 엄청한 후폭풍이 발생하게 된다. 기존 FA에서 Non-EU 선수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지만, 그대로 Non-UK 선수들, 즉, EU에 가입한 27개국 출신의 EPL에서 뛰고 있는 484명의 유럽 선수들 또한 타격을 입게 된다. 유럽 국가의 선수들도 Non-EU 선수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출신국가별 FIFA 랭킹 성적이 고스란히 적용되어 A매치를 정기적으로 소화하지 못하면 더이상 영국에서 생활할 수 없게 된다.

 

(브렉시트 후폭풍 맞을 선수는 디미트리 파예나 은콜로 캉테처럼 뛰어나나 A매치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다)

 

  디미트리 파예나 은콜로 캉테가 대표적인 예시가 될 것이다. 이 두 명의 프랑스 선수들은 지난 시즌에 EPL에 합류한 케이스로, 각각 뛰어난 활약을 선보이면서 소속팀인 웨스트햄과 레스터의 핵심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시즌 보여준 뛰어난 활약상 덕분에 이 두 선수는 레블뢰 유니폼을 입고 현재 유로 2016 대회에 출전해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FA에서 시행하고 있는 규정을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면, 이들은 국가대표팀에 주기적으로 출장하지 못한 이유로 다음시즌에 잉글랜드 무대에서 볼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것은 두 선수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고 있는 유럽 국적의 어린 유망주들도 타겟이 되어 그들 또한 기회를 받지 못하여 이 재능들을 다른 리그(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리게1 등)에 빼앗기는 것을 넋놓고 지켜봐야만 할 것이다. 거기에 현재 파운드화의 가치하락이 이어진다면, Non-UK 선수들에게 줘야 할 급여 지출 상승의 압박을 과연 구단측에서 견뎌낼 수도 있을 지도 의문이다. 파운드화의 가치가 떨어지는 데 반해 급여가 동결된다면, 선수들의 사기에도 크게 지장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곧 전체적인 관객의 입장료 상승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신기한 건, 브렉시트의 후폭풍을 긍정적으로 보는 측도 생각보다 많이 존재한다. 매치룸 스포츠 회장인 베리 헌은 "우리는 가장 많은 돈을 지불하는 탑클래스 선수들은 아무도 잃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잃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쉽게 이적하는 것이 불가능한 중간 수준의 저렴한 이적료의 선수들 뿐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이것이 우리의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의 꿈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 면서 외국인 선수에 제한을 두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국의 유망주들 육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 EPL을 대표했던 선수였던 비니 존스도 거들었다. "20년 전에 EPL이 유럽 프리미어 리그가 된다면, 분명 잉글랜드 대표팀이 곤경에 처할 것이라 말해왔었다. 유럽 선수들에게 지불하는 돈은 점점 치솟고 있으며, 그에 따라 축구를 본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오랫동안 문제점이 되어왔다." 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브렉시트 효과로 인하여 EPL이 추구하려는 쇄국정책이 무조건 맞다, 무조건 틀리다 라고 섣불리 확답할 수는 없는 문제이다. 하지만 EPL를 제외한 하부리그에서는 당장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현재 하부리그는 영국의 변경된 이민 규정 때문에 다른 나라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데려오는 데 제한이 있고, 그 이민 규정을 다른 유럽국가 선수들에게까지 확대 적용될 시, 다른 유럽국가 출신 선수들을 데려오는 것마저 힘들어지며 결국 다른 스포츠의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 효과가 유럽축구에 미칠 영향은? : (下) - 다른 유럽리그 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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