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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감이 사라진 K리그, 더이상 "Respect" 할 수 있을까?

J_Hyun_World 2016. 10. 1. 08:00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종결시킨 '전북 스카우트 심판 매수 사건'


(마침내 결론지어진 전북 매수 사건 징계 결과 : 승점 9점 감점에 벌금 1억원 부과. 사진출처 K리그 연맹)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 연맹이 그러면 그렇지. 어휴..." 


  지난 5월에 혐의가 드러나 4개월간 질질 끌었다가 종결된 전북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사건의 징계결과를 접한 축구팬들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9월 30일에 열린 프로연맹 상벌위원회는 몇시간 회의 끝에 전북에게 올시즌 승점 9점 감점 및 벌금 1억원을 부과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들의 징계 발표결과에 관련하여 여론 대다수는 솜방망이식으로 처벌한 것이라면서 연맹의 징계결과를 납득할 수 없는 입장이다. 애초에 이 징계논의는 7월에 회부시켜 진행하려했으나, 사건의 당사자인 차 모씨의 재판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하여 8월초로 미뤘다. 그랬다가 1심 선고가 연기되면서 9월 말까지 질질 끌어야 했던 것이다. 게다가 4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던 이 논의가 지난 12월에 경남이 즉시 징계받았던 승점 10점 감점 및 벌금 7천만원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 또한 문제가 되었다. 조남돈 상벌위원장은 "이번 징계의 기준을 경남의 선례가 적용하였고, 형평성과 반사적 이익 등을 감안하여 상벌 규정에 의거하여 징계내렸기에 징계의 경중 여부는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 며 말했다. 


  왜 승점 9점 감점이냐는 질문에 그는 "심판 2명이 금품을 받고 개입한 8경기에서 얻은 승점 12점(3승 3무 2패)를 감안했다. 이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일어난 증거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으며, 여기에 전북 구단의 불성실한 태도를 가중해 9점으로 산정했다" 고 답했다.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또다른 이유는 과거 세리에A에서 벌어진 칼치오폴리 사건과 비교해서 너무나 강도가 약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남돈 상벌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유벤투스 사례는 전북 사례와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다른 사례이다. 유벤투스는 구단 단장이 자기 아들이 설립한 회사까지 개입시켜 조직적으로 심판 매수 공작을 광범위하게 진행해 승부조작이 이뤄졌고, 구단 단장은 심지어 자기 뜻대로 심판 판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심판실에 찾아가 소란일으킬 정도로 좌지우지했고, 이탈리아 축구에 심각한 피해를 주었다. 전북을 유벤투스와 동일선상에 놓는 건 지나친 비약이다" 라고 의견을 밝혔다.




여론의 핵심을 파악 못한 K리그 연맹과 상벌위,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려


(연맹의 솜방망이 처벌 논란으로 K리그는 또다시 도덕성과 신뢰성 문제에 휩싸였다.)


  이전 경남의 징계 논의 시에도 솜방망이 처벌 논란은 계속 제기되어왔다. 심판을 매수하는 행위 자체가 승부조작과 같이 프로축구의 존립기반 자체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였기에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한다고 여론에서 끊임없이 주장했었다. 만약 경남이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 속했었다면 강등까지 갈 사안이었는데 2부리그에 있으니 겨우 승점 감점으로 그친 게 아니었냐는 반응이었다. K리그 밖에 있는 이웃 리그만 하더라도 매수라는 사실 자체에 가하는 응징은 참으로 강력하다. 현재까지도 심판매수와 승부조작으로 싸우고 있는 중국 슈퍼리그의 경우, 부패척결을 위해 당사자들에게 강력한 징역형 선고하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홍콩 리그의 경우 승부조작에 관여했던 팀과 시도했던 팀까지 1부에서 2부로 강등시켰고 그 이후에 감시기관까지 두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베트남 또한 강등조치를 지시하고 있다. 다시 전북 건에 관련해서 되돌아봤을 때, 연맹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 하부리그 강등을 적용하여 본보기를 보여야 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K리그 프로연맹과 상벌위는 이번 징계를 결정하면서 달라진 사회 분위기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K리그를 대표한다는 팀이 일어나서는 안될 행동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오히려 강력하게 나갔어야 하고, 이번 징계를 놓고 팬들이 "1억원 주고 승점 사면 되겠네?" 라는 식의 조롱과 비난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연맹이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또한 전혀 공감대를 사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2011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이미 한 차례 크게 흔들렸었고, 지난 2011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입은 큰 상처의 후폭풍을 이미 기억 속에서 지워버린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이 문제가 전북 구단 혼자만의 잘못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연맹이 도덕성 상실과 신뢰성 문제를 제대로 간파하여 치료하지 못한 것이 근원이 될 것이다. 5년 전, 한 차례의 쓰나미가 지나간 이후 연맹은 리그에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일으키겠다는 명목 하에 두 팔 걷고 나섰으나, 리그 시스템 같이 외형적인 면만 바꿨을 뿐이다. 아직도 여론은 K리그 심판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으며, 매 경기때마다 논란이 되어왔던 판정과 심판 자질에 대해 연맹은 오히려 심판을 보호하겠다는 명목하에 매번 어떤 문제도 없다는 결론으로 어영부영 넘어갔다. 경남이나 전북 사건을 통해서 몇몇 심판을 넘어 심판위원장까지 명단에 등장했고,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연맹에서 각각 임명했던 전직 심판위원장 2명이 심판 배정 문제에 관한 청탁으로 금전거래까지 오갔다는 사실까지 만천하에 공개되었다. 이제 그 어떤 누구도 심판의 판정을 믿으려고 하지 않게 되었고, 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던 공정함과 순수함마저 실종되어버렸다. 이러다가 불신의 아이콘으로 자리잡는 게 아닐까 염려스럽다. 아니, 이미 팬들은 불신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신뢰감이 사라진 K리그, 더이상 "Respect" 할 수 있을까?


  K리그 프로연맹이 추구하는 최종 목표는 아마 K리그를 보는 사람들이 특정 계층으로 한정되어 있는 아닌 누구나 다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의 일상생활 일부가 되는 것이다. 가족단위로 아이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가고, 그어떤 누구보다 열정적인 응원을 하면서 훈훈한 분위기 속에 공정하고 순수한 경기를 펼치는 것이 그들이 그리는 그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맹이 상상했던 그림과는 점점 더 반대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4개월간 질질 끌었던 징계의 결론은 작년 논란이 되었던 솜방망이 처벌 굴레에서 또다시 얽매이게 되었다. 2011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도덕성에 매우 민감해진 팬들에 비해 연맹의 이해속도는 너무 천천히, 아니 제자리 걸음 수준인 것 같다. 지난 5월 전북의 스카우터 심판 매수 사건이 터진 이후, 전북이 치르는 경기마다 상대팀들은 전북을, 혹은 연맹을 비방하는 걸개가 끊임없이 내걸고 있는데, 이는 팬들은 연맹을 더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상벌위원회는 자신들이 법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한 것이 맞다고 주장하겠지만, 이번 징계를 빌미로 팬들은 계속해서 순수한 축구경기 자체를 불신할 것이다. 요즘 경기장에서 심판이 휘슬을 불 때마다 '야, 저 심판도 돈 받은 거 아니야?' 하는 장난식의 반응을 넘어 격한 팬들의 반응도 손쉽게 발견할 수있다.   


  연맹 이외에 팬들의 비난 속에 더이상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전북이 걱정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바로 다음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문제다. AFC의 2015년판 규정 중에 경기 결과에 대해 관여하려고 한 구단의 AFC 대회 출전권을 박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전북의 심판 매수 사건이 명백하게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기에 이 문제가 AFC 내에서 조만간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AFC는 지난 6월에, 1월 승부조작 혐의에 관해 유죄 선고를 받았던 캄보디아의 프놈펜 크라운에 대해 AFC컵 참가 자격을 박탈하는 징계를 내린 바가 있고, "AFC 규정 제73조 제6항에 명백하게 적시되어 있는 것에 위반했다" 고 밝혔다. 이미 전북은 리그 순위상으로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에 들어있기 때문에, 만약 박탈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전북에게 있어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다.


  이번 K리그 엠블럼 하단에는 'Respect(존경)' 라는 문구와 함께 4개의 손이 한 데 모여있는 마크까지 붙어있다. 이것은 상호 존중과 신뢰를 의미하는 것일텐데, 이번 징계결정으로 인해 사람들은 연맹과 구단을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을까? 투명한 리그 운영을 위해 프로연맹에서 출범한 클린축구센터를 필두로 한 연맹의 신뢰회복 프로젝트는 완전히 꼬여버렸다.





참고 : 아시아축구뉴스 블로그 - AFC, '심판 매수' 전북에 ACL 출전 자격 박탈 철퇴를 내릴까?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139156&memberNo=2108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