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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슬픈 이야기 : 부산의 강등, 왜 서포터들만 속앓이해야 하는가?

J_Hyun_World 2015. 12. 12. 09:00

 

 

 

'리그 4회 우승' 에 빛났던 K리그 명가의 추락

 

(2015년 12월 5일, K리그에는 2개의 역사가 기록되었다. 그 중 하나는 부산의 2부리그 강등이었다.

사진출처 베스트일레븐)

 

  2015년 12월 5일, 부산의 축구성지인 구덕운동장에는 K리그의 새로운 역사가 2개가 수립되었다. 하나는 순수하게 2부리그에서 출발하였던 수원FC가 험난했던 플레이오프 일정을 모두 치르고 첫 1부리그 승격 확정 이라는 굿 뉴스(Good news)가, 다른 하나는 30년 넘은 K리그 역사에서 무려 4번이나 리그를 제패했던 부산이 이번 시즌 끝으로 2부리그로 강등을 확정지었다는 배드 뉴스(Bad news)였다. 이미 두 팀의 분위기는 지난 1차전이었던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어느정도 갈려있던 상황이었다. 1차전에서 양 팀 각각 한 명씩 퇴장당했던 상황에서, 조금 더 간절했던 수원FC가 후반 종료 직전에 결승골을 뽑아내면서 기선제압에 성공했던 터였고, 가뜩이나 분위기가 가라앉아있던 부산은 완전히 의지를 상실해버린듯 했기 때문이었다. 이 분위기는 그대로 2차전으로 이어졌다. 양 구단의 구단주들이 직접 방문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홈팀인 부산은 여전히 무기력했고, 오히려 원정팀인 수원은 어떻게든 승격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어필했다. 이것은 그대로 득점으로 연결되었고, 수원은 후반에 임성택과 자파의 연속골에 힘입어 멀리 부산 원정까지 온 천 여명에 가까운 서포터즈에게 '1부리그 승격' 이라는 선물을 안겨다주었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난 뒤, 구덕운동장에는 "그따위로 축구하려면 나가 XXX" 같은 안티콜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경기 후 퇴장하는 선수들에게 야유를 하다못해 이물질까지 던지는 팬들도 있었고, 일반석에서는 그 날 경기를 보러온 부산 구단주인 정몽규 축구협회 총재를 비난하는 말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부산 구단 버스를 가로막으면서 말그대로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따로 없었다. 이러한 부산 팬들의 분노는 순식간에 언론과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그들의 거친 태도에 일부는 왜 그렇게까지 지지하는 팀을 물어뜯어야만 하느냐는 비판도 했다. 물론 거친 행동 자체는 그 어떠한 변명으로도 합리화할 수는 없는 일이고 잘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부산 팬들이 이 경기 끝나자마자 잠잠했던 화산이 갑자기 폭발하듯이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를 우리는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부산이 강등되었다는 결과물이나 부산의 지지부진한 투자도 분명 팬들의 분노를 샀던 이유가 있겠지만, 그들이 뿔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따로 있었다.

 

 

 

부산의 강등, '예견된 수순' 이었기에 부산 서포터즈들의 가슴이 더욱 아팠다.

 

(부산의 추락이 "예견된 수순"이었기에 더욱 더 가슴이 아팠다. 사진출처 K리그)

 

  모든 이들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2015년 시즌의 부산의 행보에 대해 짚어보겠다. 올시즌 부산은 강등당하지 않고 잔류한다는 자체가 미스테리였을 정도로 부산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제3자가 보더라도 정말 못했다. '1시즌동안 겨우 5경기 승리' 밖에 하지 못했고, 부진에 대한 책임의 일환으로 먼저 윤성효 감독이 자진사퇴했고, 데니스 감독대행 체제로 긴급처방하려 했으나 이 또한 실패했다. 결국 10월에, 최영준 한국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감독으로 선임하여 불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끝끝내 부산은 자력으로 승점 3점 이상을 챙기질 못했고, 다른 팀들(인천, 광주 등)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강등 플레이오프까지 갈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꼴지인 대전과 순위가 뒤바뀌었을 것이다. 팀이 심각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 팬들이 먼저 움직였었다. 강등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한 달 전, 그러니까 스플릿경기가 한창이었을 당시, 팬들은 구단 클럽하우스 앞에서 피켓시위를 열면서 강등의 심각성을 최대한 표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팬들만 발을 동동 굴렸을 뿐, 부산은 팬들의 절실한 외침에 귀를 닫고 있었다.

 

  부산을 보고있자면, 선수들부터 시작하여 코치진, 그리고 구단 운영진까지 하나같이 승리에 대한 갈망, 살아남겠다는 치열함이라곤 눈꼽만큼 보여주지 않았다. 리그 최하위로 강등된 대전의 경우에는 바로 1부리그로 승격하다보니 제대로 된 준비가 되지 않았고, 1부리그 팀과의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이유라도 있지만, 부산은 그러한 변명거리 조차 없었다. 솔직히 부산은 제대로 준비만 되어있다면 충분히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고, 과거 황선홍-안익수 감독 시절에도 그러한 모습을 증명했었다. 그러나 2015년의 부산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항상 부산의 경기패턴은 이랬다. 경기 초반에는 열심히 하다가 한 골 헌납하여 사기가 꺾이게 되면, 그 때부터 속절없이 무너져 경기를 포기해버리는 그야말로 '프로답지 못한' 모습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강등되기 훨씬 전부터, 일부 선수들이 강등에 대비해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알아보고 있는다는 식의 유언비어까지 떠돌면서 팬들은 구단과 선수들을 보며 더이상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며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장기적으로 부산이 몰락한 데에는 정몽규(가운데) 구단주의 무관심도 한 몫 했다. 사진출처 스포츠코리아)

 

  장기적으로 본다면, 부산 구단의 운영이 그동안 얼마나 잘못해왔는지를 알 수 있다. 부산의 모기업이었던 대우가 IMF로 무너지면서 2000년에 현대개발산업에게 팀이 넘어갔다. 잘나가던 명가는 공교롭게도 이 시점부터 하락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부산이 뚜렷하게 잘했다고 생각되는 시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들의 행보는 점점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이번시즌처럼 하위권에 머물렀던 적도 한 두 번은 아니었다. 2005년에는 무려 24경기 무승이라는 흑역사도 가지고 있다. 물론 부산을 지원해주는 현대개발산업이 대우그룹에 비해 자금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기에 성적 부진과 선수 유입이 끊어진 것이 원인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막장 운영도 적잖았다. 이안 포터필드, 앤디 에글리, 박성화 등 책임감 없이 도망쳤던 감독들이 있었던 반면, 안익수처럼 지켜야할 사람을 순순히 내주는 등 팀 사기를 상당히 저하시켰고, 결정적으로 2004년 시즌 시작을 앞두고 서울로의 연고이전을 시도한 것으로 인해 기존의 부산 팬들 상당수가 떨어져 나가는 일도 벌어졌다. 경기장 밖에서는 폭행 사건, 성추문 사건 등 스캔들이 끊임없어 바람 잘 날이 없을 지경이었다.

 

  악순환의 연속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구단주로 있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무슨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정몽규가 비록 K리그 연맹과 대한국축구협회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하여 일반 리그 팬들에게는 좋은 이미지가 박혀 있겠으나, 부산 팬들 입장에서 정몽규는 공공의 적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2년 수원과의 개막전에서 부산 로고가 박힌 옷이 아닌, 수원 로고가 박힌 옷을 입으면서 오점을 남겼고, 총재 역할을 한답시고 정작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부산에 대해선 너무나도 무관심으로 일관하였고, 사건사고 및 부진으로 허덕이는 팀을 구원해주거나 하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강등이 확정되고 나서도 문제다. 부산 지역에서도 소외된 이가 된 상황에서 해결책을 딱히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예산이 없어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음성녹음기 같은 대답만 번번히 되돌아오고 있다. 강등이 확정되고 난 뒤에 구단과 구단주가 공식 입장을 밝혔을 때, 팬들은 '열정도 그대로, 관심도 그대로, 투자도 그대로' 라는 문구 때문에 피가 거꾸로 솟고 있다. '이전처럼 그대로' 가 된다면, 부산의 앞날은 더더욱 암울하기 때문이다.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된 부산, 그들은 나아갈 것인가? 표류할 것인가?

 

(내년 시즌을 대비하여 신인 공개 테스트를 실시하는 부산, 성공할 수 있을까?)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난 후, 부산은 전열을 가다듬고 내년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 준비를 하기 위해 지난 9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신인 공개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소식을 알렸다. 이번 시즌 실패를 거울삼아 미리 전력 보강하여 다음 시즌을 준비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번 공개 테스트에는 대략 200여명이 지원했고, 지원자들 중에는 지난 KBS2 에 방영되었던 <청춘 FC>에서 활약했던 염호덕과 이웅재도 포함되어있다고 밝혔다. 최영준 부산 감독은 이번 공개 테스트를 통해 숨어있는 진주를 찾겠다는 일념 하 면밀히 관찰하겠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고, 부산은 이번 신인 공개 테스트를 병행하면서 내년 시즌 대비를 위해 벌써부터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고 있다. 강등이라는 불주사가 일단 표면적으로는 부산이 정신차리라는 자극제로 한 번 먹혀들고 있다.

 

  물론 2부리그 강등으로 인해 기존 부산의 젊은 선수들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부산의 행보를 좌우할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이 이번 겨울이적시장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는 전역하기 직전에 상주 소속으로 안면 부상을 당하면서 부산으로 복귀한 이후 남은 시즌을 뛸 수 없었다. 현재 K리그 내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 품귀현상을 겪고 있는 터라, 이정협은 K리그 클래식의 수많은 팀들의 레이더망에 잡혀 있는 상황, 그렇기에 그가 델피에로처럼 의리로 남아 부산의 승격에 힘을 쏟을 지, 아니면 이브라히모비치처럼 실리를 택해 좀 더 나은 클럽으로 이적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협 뿐만이 아니다. 이번시즌 부산의 중원을 책임졌던 주세종 또한 이적시장에 언급되기 시작했고, 최근 불어닥치고 있는 골키퍼 연쇄이동에 의해 부산의 수문장인 이범영이 다른 팀으로 이적할 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그렇기에 부산의 전력이 전보다 더 약화될 가능성도 매우 농후하다.

 

  확실한 것은 이번 강등이라는 성적표는 부산은 15년이라는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의미하고 있다. 그들은 성적도 잃었고, 흥행도 잃었고, 팬들의 지지기반도 잃어버렸다. 동정할 필요가 없으며, 이것은 그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선수들이 뛸 의지가 없고, 이길 의지가 없다. 그리고 구단도 절실하거나 끊임없이 고민했던 흔적이 없었다. 강등을 통해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될 수도 있다. 대전과 광주는 어찌되었건 2부에서 발판을 삼아 다시 승격신화를 만들어냈고, 대구 또한 비록 승격엔 실패했지만 내실있는 전력을 다지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원과 경남처럼 영원히 표류해버리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구단 운영진이 방향을 잡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나아가기는 커녕 오히려 정체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수습하기가 힘들어져가고 있다. 부산은 이번 강등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일까? 서포터들만 속앓이하는 모습을 이제는 그만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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