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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들의 또 하나의 아이덴티티(Identity), 골 셀레브레이션(Goal Celebration)

J_Hyun_World 2016. 10. 13. 08:00



  축구선수들은 피치 위에서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킬 때, 가장 일반적인 방법으로 해당 경기에서 눈에 띄는 활약상이나 팀을 위해 몸사리지 않는 모습을 선보인다. 아마 이건 대부분 축구선수가 되고자 하는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골키퍼는 자신의 골문으로 날아오는 쉴 새 없는 슈팅을 막아내고, 수비수는 상대방이 골문을 위협하기 전에 깔끔하거나 터프한 수비로 그들을 저지하는 것, 미드필더는 화려한 개인기 혹은 마치 한 치 오차 없는 정확한 패스나 모두를 놀라게 하는 킬패스, 공격수는 골로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팬들에게 알린다. 하지만 한 경기 90분동안 피치 위에서 뛰는 22명과 각 팀 교체선수들까지 포함한 총 30명이 넘는 선수들이 전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직접 득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공격수들이 다소 주목을 많이 받는 포지션이 되겠다.


  선수들이 모두의 관심을 빼앗는 또다른 방법은 바로 득점하고 난 후, 기쁨의 표현이자 자신들을 어필하기 위한 골 셀레브레이션(Goal Celebration)을 선보일 때다(한국에서는 '골 세레머니'라는 표현을 쓰지만 축구에서는 정식 명칭이 아니다. 골을 넣고 축하한다는 의미로 골 셀레브레이션이라고 말한다). 그 중 특정 몇몇 선수들은 자신만의 골 셀레브레이션을 만들어 일종의 자신들의 정체성이자 트레이드 마크로 사람들의 머릿 속에 기억하게끔 만드는데, 그 대표적인 선수들을 한 번 언급해보고자 한다.



베베토 : 요람 셀레브레이션


(베베토가 보여준 요람 셀레브레이션은 후에 선수들이 자녀들을 출산할 때마다 펼치는 행위가 되었다)


  가장 먼저 소개할 사람은 바로 브라질의 레전드 중 한 명인 베베토다. 1990년대에 호마리우와 함께 환상의 짝궁이었으며, 그와 함께 94년 미국월드컵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다. 그리고 베베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하나의 행동으로 이 월드컵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어필했다.


  때는 8강전이었던 네덜란드와의 경기 직전, 그는 자신의 아내인 데니스가 아들을 출산했다는 기쁜 소식을 접했다. 베베토는 그 소식에 힘을 입어 1대0으로 앞서가던 상황에서 추가골을 성공시킨 후, 호마리우, 마지뉴와 함께 양 팔을 좌우로 흔드는 이른바 요람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이면서 자축했다. 이 때 보여줬던 베베토의 행동은 훗날 축구선수들이 자신들의 2세가 태어난 직후인 경기에서 골을 넣거나 승리했을 때 일종의 암묵적인 룰처럼 이 셀레브레이션을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이 요람 셀레브레이션의 주인공인 베베토의 아들인 마테우스는 자신의 아버지처럼 축구선수로 성장했으며, 현재 포르투갈 리그인 에스토릴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미로슬라프 클로제 : 공중제비 셀레브레이션


(월드컵 통산 최다골의 주인공인 클로제는 월드컵에서 득점할 때마다 이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였다)


  월드컵 통산 최다골의 주인공이자 독일 국가대표 역대 최다 득점기록 보유자인 미라슬로프 클로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들과 비교하면 축구선수 생활을 늦게 시작한 케이스(19세)이지만, 1999/2000 시즌에 데뷔한 이래 17시즌을 뛰면서 총 591경기 출전하여 229골을 기록하는 등 꾸준함을 보이면서, '성실함이 천재를 넘는다'는 케이스를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특히, 클로제의 대표적인 무대는 바로 월드컵인데 그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헤딩으로만 5골을 넣기 시작하면서 무명이었던 그의 이름이 전세계로 알려졌다. 이후 2006년 자국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리고 2014년 브라질까지 총 4번의 월드컵 무대를 밟으면서 통산 16골을 기록했다. 그리고 월드컵에서 득점할 때마다 클로제는 골 셀레브레이션으로 항상 공중제비로 선보여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시켰다(클럽 팀에서도 이 공중제비를 자주 보여주곤 했다). 한동안 허리 부상 때문에 자제하기도 했으나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 아르헨티나에게 대승을 거둔 경기에서 오랜만에 선보였고, 4년 뒤인 브라질월드컵에서도 볼 수 있었다. 



페르난도 토레스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키코' 셀레브레이션


(페르난도 토레스(좌)는 자신의 우상인 키코 나바에스(우)의 골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이며 존경심을 표했다)


  '엘 니뇨' 페르난도 토레스도 자신을 상징하는 고유의 골 셀레브레이션을 가지고 있다. 득점한 후, 무릎을 꿇고 한쪽 방향을 향해 두 팔을 가리키는 행동을 보여주는 데, 이는 1990년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레전드로 불렸던 키코 나바에스의 골 셀레브레이션을 따라한 것이다.


  키코 나바에스, 1990년대에 레알 마드리드의 라울 곤잘레스의 대척점처럼 당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징하던 스트라이커로 1993년부터 2001년까지 뛰었던 선수다. 비록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는 아니었지만, 이타적인 모습으로 팀에 헌신하는 자세가 팬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토레스 또한 이러한 키코의 모습을 보고 아틀레티코에 입단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의 등번호였던 19번을 받았던 것 또한 그를 존경했기 때문이었다고. 토레스 이외에 아틀레티코의 다른 선수들 또한 종종 득점하게 되면, 키코의 골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여 그를 향한 존경심을 표출했다. 비록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이타적이고 헌신적인 모습으로 팀의 상징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 'Siuuuuuu!!' 셀레브레이션


(세계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 골 셀레브레이션을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리오넬 메시와 함께 세계 축구의 정점에 서 있는 남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스타 플레이어라는 입지 못지 않게 연습 때에도 누구보다도 성실하기로 소문났는데, 그는 오늘날 그의 상징이고 한 "Siuuuuuu!!" 셀레브레이션(한국에서는 "호우!!!" 셀레브레이션으로 불린다)을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건너온 초기만 하더라도 무릎을 꿇고 포효하는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골 셀레브레이션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2013/14시즌에 제자리에서 점프하여 대(大)자 형태로 착지하는 초창기 모습을 보여주었다. 후에는 반바퀴 돌면서 점프하여 착지하는 자세가 추가되었고, 나중에는 득점 후 달려가면서 자신과 피치 위를 번갈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동작까지 포함되어 오늘날 우리가 아는 골 셀레브레이션으로 탄생했다. 그의 셀레브레이션 이름인 "Siuuuuuu!!" 는 일종의 감탄사다. 그의 셀레브레이션에 맞춰 홈 관중도, 동료 선수들도, 심지어 감독도 이제 호응해주면서 따라한다. 확실히 호날두는 스타기질이 넘쳐나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다니엘 스터리지 : 지그(Jig) 댄스 셀레브레이션


(다니엘 스터리지의 최고 전성기였던 2013/14시즌에 그의 춤은 매경기마다 볼 수 있었다)


  리버풀의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으며 잉글랜드의 손꼽히는 공격수로 평가받는 다니엘 스터리지 또한 자신만의 골 셀레브레이션을 가지고 있는 선수로 유명하다. 그는 득점한 후에 양 팔로 웨이브를 넣는 이른바 지그(Jig) 댄스 셀레브레이션(한국에선 "ㄱㄴ"춤 으로 알려져있다)을 선보였다. 이 골 셀레브레이션을 처음부터 한 것은 아니고 탄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스터리지가 가장 좋아하는 골 셀레브레이션은 자신의 셔츠를 들어올려 머리에 씌우는 것인데, 그 동작 자체가 옐로카드를 유발하고 그게 상대편에게 적잖게 도움이 되어서 팀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다른 골 셀레브레이션을 고민했었다고 한다. 평소 춤추는 것을 좋아했던 스터리지는 양 팔을 웨이브를 넣는 골 셀레브레이션으로 바꿨고, 그의 하이커리어로 평가받는 2013/14 시즌에는 스터리지의 신명나는 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역대 리버풀 선수들 중 유일하게 자신만의 골 셀레브레이션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았고, 이것이 게임상에서도 반영되기도 했다. 스터리지는 이 골 셀레브레이션을 리버풀 내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가르치기도 했으며, 그의 골 셀레브레이션을 보고 저 멀리 남아공에서도 따라하는 선수들도 등장했다. 



앙트완 그리즈만 : 핫라인 블링(Hotline Bling) 셀레브레이션


(앙트완 그리즈만은 드레이크의 Hot Bling 안무에서 착안하여 자신의 골 셀레브레이션으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레블뢰 군단의 핵심이자, 유럽에서 가장 핫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앙트완 그리즈만. 특히 유로 대회에서 득점할 때마다 양 손을 전화기 모양으로 하여 얼굴 주위에 대고 얼굴을 흔드는 그의 핫라인 블링(Hotline Bilng) 셀레브레이션 또한 TV를 통해 전세계로 전파를 타 자신의 시그니처로 굳어져가고 있다.


  그리즈만이 직접 밝힌 자신의 골 셀레브레이션은 세계적인 래퍼인 드레이크의 Hotline Bilng 안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도 드레이크의 Hotline Bilng 영상을 올려놓기도 했으며, 유로 대회 이전인 지난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뛸 때부터 이 셀레브레이션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동작을 알바니아와의 본선경기에서는 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이 동작이 너무나 강하게 어필하는 것 같아서 자제했다고 한다. 알바니아 전을 제외한 유로 나머지 대회에서는 득점할 때마다 핫라인 블링 셀레브레이션을 보여주었고, 그의 인기도가 올라갈 수록 그의 셀레브레이션을 따라하는 팬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그의 골 셀레브레이션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폴 포그바 : 댑 댄스(Dab Dance) 셀레브레이션


(축구계에서도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댑 댄스 셀레브레이션, 시초는 폴 포그바였다)


  요즘 축구계에서 가장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골 셀레브레이션이 있는데, 바로 댑 댄스(Dab Dance) 셀레브레이션인데, 손흥민도 최근 득점할 때마다 이 셀레브레이션을 보여주면서 국내에서도 유행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축구선수들 중 가장 먼저 자신의 시그니쳐처럼 사용한 선수는 바로 폴 포그바다.


  댑 댄스는 간단한 춤 동작으로 한 팔로 얼굴을 가리고, 다른 한 팔을 바깥쪽으로 쭉 뻗으면서 고개를 숙이면 되는데, 대중들에게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NFL 선수인 캠 뉴튼이었고, 여러 힙합 가수들도 이 댑 댄스를 보이면서 미국 전역을 넘어 전세계로 전파되기 이르렀다. 폴 포그바는 유벤투스에서 뛰던 지난 2015/16시즌부터 피치 밖에서도 수시로 이 댑 댄스 셀레브레이션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만들었고, FIFA 게임에서도 폴 포그바의 시그니쳐로 이 셀레브레이션이 반영된다고 하니,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포그바를 필두로 같은 맨유에서 뛰고 있는 제시 린가드, 에버튼의 로멜로 루카쿠 또한 이 댑 댄스 셀레브레이션을 선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