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 12일,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VFL과 함부르크 SV의 경기. 한국 선수들 간의 대결(구자철vs손흥민)이 될 것으로 예상이 되었으나, 손흥민이 선수 관리 차원에서 결장하는 바람에 맞대결은 무산되었으나, 오늘 구자철의 데뷔경기는 그나마 인상적이었다라고 볼 수 있다(경기결과는 1대0으로 함부르크 SV가 승리했다).
(후반 18분, 폭스바겐 아레나에서 드디어 데뷔를 하게 된 KOO)
1. 구자철의 활약상
교체되어 들어오고 난 뒤, 초반에는 데뷔경기의 압박이라 그런지 당황한 탓이 역력했다. 하지만 발리슛 시도와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날리면서 시동이 걸렸고, 팀동료인 하세베와 함께 선수들의 뒤를 묵묵히 받쳐주며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제주에서 보였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듯 싶었다.
이 경기가 끝나고 난 뒤, 볼프스부르크 팬페이지에서 현지팬들이 가장 칭찬을 받던 선수는 교체되어서 나온 구자철이었고, 그가 유일한 희망이라고까지 칭하면서 그에게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사실 겨울이적시장이 끝나고 하노버전과 오늘 함부르크전을 거치면서 볼프스부르크는 완전 '개판' 그 자체였고, 이번 겨울이적시장에서 제코를 팔아서 얻은 이적료로 여름이적시장급 폭풍영입을 해버리는 바람에 조직력이라곤 눈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툰자이 산리의 나 혼자놀꺼야 모드를 90분 내내 보고있자니 화가 날 지경이었고, 기존 멤버인 그라피테나 하세베, 조슈에 등이 그나마 연계플레이를 하려고 시도했을 뿐).
2. 현재 볼프스부르크의 상태
원래 볼프스부르크는 에딘 제코 원맨팀이라 불리면서 제코 한 명에게 심하게 의존해왔었고, 그의 맹활약 덕분에 08/09 시즌에는 바이에른 뮌헨을 제치고 분데스리가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제코가 맨시티로 떠나고 난 뒤, 볼프스부르크는 심하게 무너지고 있다.
사실 제코는 볼프스부르크에서 단순히 골게터의 역할만 했던 것이 아니라 오프사이드 트랩을 잡아주면서 다른 동료들이 빠른 속공을 할 수 있게 도와주거나, 팀 동료와의 유기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단순히 골넣는 공격수가 아닌 에펨식으로 표현하자면 "완전한 공격수"형이다. 그랬기에 파트너인 그라피테도 분데스리가를 호령할 수 있었고, 팰릭스 마가트 감독도 다시 한 번 자신의 명성을 알릴 수 있었다. 오늘 맨체스터 더비에서 그가 나옴과 동시에 맨유 수비에 묶여있던 테베즈와 실바 등이 종료 직전까지 매서운 공격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제코의 교체 투입 덕분이었다(실바의 엉덩이골도 제코가 만들어낸 것 아닌가).
현재 제코가 볼프스부르크를 떠난 뒤, 볼프스부르크의 중심을 잡아 줄 선수로 그나마 믿을 만한 것은 분데스리가로 다시 컴백한 디에구. 한때 반더바르트, 리베리와 함께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3대 플레이메이커로써 명성을 날렸지만, 현재는 볼프스부르크를 혼자 책임져야하는 가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디에구도 최근 맥클라렌 감독과 불화 등을 이유로 팀분위기를 해쳐(지난 하노버전 PK실축도 원래 헬메스가 차려고 했으나, 제멋대로 차는 바람에 징계를 받아 오늘 경기서 결장했다), 맥클라랜 감독 경질 이후 대행을 맡게 된 리트바르스키 감독이 디에구를 어떻게 다룰 지 엄청난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볼프스부르크 VFL의 현재 에이스이자, 분데스리가 3대 플레이메이커로 불리는 디에구)
3. 구자철이 앞으로 맡을 역할은?
한 경기를 보고 나서 속단하긴 이르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앞으로 구자철의 출장은 꾸준히 보장받을 것 같다. 제코가 없는 볼프스부르크는 이제 디에구 한 명에게 의지해야할 정도이니까 말이다. 이번 겨울이적시장에서 구자철 이외에도 분데스리가에서 명성을 떨쳤던 패트릭 헬메스와 아르네 프리드리히를 비롯하여 얀 폴락, 툰자이 산리를 영입하고, 모나코에서 박주영의 팀동료로 알려져 있는 듀메르시 음보카니까지 임대영입해옴으로써 거의 여름이적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영입숫자이다.
이렇게 수많은 선수들을 보강하게 된 것은 뭐니뭐니해도 부진한 팀성적이다(현재 볼프스부르크는 12위). 그리고 제코를 커버할 만한 화력을 긴급수혈도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 디에구가 빠진 상태에서 볼프스부르크는 그야말로 '개판'. 확실히 팀의 중심을 잡아주거나 유기적인 플레이를 이끌어내는 선수들이 보이질 않았다. 만약 함부르크가 제대로 된 조직력을 갖추었다면, 도르트문트 전처럼 볼프스부르크는 대패를 당해도 할 말이 없던 경기였다.
현재 볼프스부르크가 주로 사용하는 전술은 4-2-3-1이며(맥클라렌 감독 이전에는 제코와 그라피테를 투톱으로 기용하는 4-4-2였다), 더블 볼란테를 기반으로 플레이메이커인 디에구 위주로 풀어가는 팀이다. 볼프스부르크같은 팀이 잘나가기 위해서는 볼란테와 플메, 그리고 양쪽 윙어들을 연결해줄 수 있는 '링커(Linker)'가 필요하다. 구자철이 제주에서 뛰면서 해오던 역할이 무엇인가? 바로 '연결고리 역할'이 아니었던가? 기존 멤버인 조슈에는 전형적인 홀딩에 가깝고, 하세베도 공수 조율능력은 있지만, 그래도 홀딩 쪽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디에구는 공격전개에선 혀를 내두르지만, 수비적인 능력은 영 시원찮다. 때문에 구자철처럼 공격과 수비 둘 다 뛰어난 중앙미드필더가 더더욱 필요한 것이며, 그가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가 앞으로 맡을 역할은 홀딩역할을 담당하는 조슈에(혹은 하세베)와 짝을 지어 공수 조율을 도맡거나, 오늘처럼 디에구가 결장할 때 플레이메이커로 기용되어 공격을 이끌어나가는 임무를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구자철이 꾸준한 경기출장을 할 수 있다고 감히 단언하는 이유도 바로 이적료를 받고 독일로 건너간 점이다. 사실 구단측에서 선수 영입시에 이적료를 지불하고 데려온 케이스와, 공짜로 데려온 케이스를 대하는 태도는 그야말로 천지차이. 이적료를 주고 데려왔다면, 최소한 이적료만큼의 본전을 뽑아야하기 떄문에 강제로 구단 프론트측에서 코치진에 압박을 넣어서라도 해당 선수를 출장시킨다. 반면, 자유이적으로 영입을 해왔다면, 어차피 구단측에선 손해볼 것이 없기 때문에 경기를 뛰게 하든 벤치를 달구든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조원희나 김두현이 대표적인 케이스였고, 자유이적으로 건너가서 성공한 아시아 선수들 중에서 카가와 신지말고는 없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구자철의 경우에는 그의 기량이 어디까지인지를 막론하고 어느정도 꾸준한 출장시간이 보장되어있는 것이다.
현재 볼프스부르크의 차기 감독 후보군도 4명으로 압축되었다고 한다. 현재 감독 대행을 맡고 있는 피에르 리트바르스키 감독대행과 리트바르스키의 성적이 시원찮을 경우를 대비하여 호펜하임 돌풍을 일으켰던 랄프 랑닉, 청부사 한스 마이어, 그리고 대표적 친한파로 알려져있는 마틴 욜이 후보군이다. 누가 감독이 되건 간에, 구자철은 K리그에서나 국가대표에서만큼만 보여주면 된다. 그리고 조슈에나 디에구 같은 뛰어난 선수들의 튜터링을 받으면서 볼프스부르크에서 많은 성장을 이루게 된다면 우리나라 미드필더는 구자철 한 사람에게 맡겨도 든든할 것이다(박지성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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