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호랑이의 집

점점 사라져가는 울산의 '팀색깔'

J_Hyun_World 2011. 3. 13. 22:53

 

 

 

  개막전 홈경기 패배에 이어 원정경기 패배까지 내리 2연패를 기록중이다. 그것도 이번시즌 수원과 서울을 견제할만한 강호로 손꼽히고 있는 울산이 말이다. 개막전 홈경기에서 대전의 박은호의 두 방에 자멸했고, 오늘 열렸던 경남과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10분에 루시우의 한방에 무너졌다. 스코어 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에서조차도 졌다. 멤버만 화려했지, 속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단조롭기만 했던 공격, 덕분에 최전방은 고립상태

 

  울산은 에이스 고창현을 앞세운 측면공격을 바탕으로 최전방에 배치된 김신욱과 설기현을 이용하는 공격을 해보려고 시도했다. 이날도 고창현의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돌파는 경남의 수비를 어느정도 흔들어놓긴 했다(오늘도 고군분투하셨지 흑흑ㅜ). 하지만, 대전과의 홈경기에서 그러했듯이 김신욱과 설기현의 호흡은 오늘 경기에서도 영 별로였다. 특히 설기현은 나왔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보이지 않았고, 김신욱의 제공권을 이용하기엔 김신욱이 고립되는 상황만 연출해냈다. 경남의 좁은 공간의 틈을 파고들지 못하는 답답한 공격의 연속이었고, 고창현만 죽어라 뛰었다. 한골이 먹히고 나서 그제서야 총공격으로 몰아부치기 시작했으나, 울산의 칼날은 뭐랄까 한껏 무뎌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패스 하나하나가 매끄럽게 연결되질 못했고, 주로 슈팅이 먼 곳에서 중거리 슛팅을 때리는 경우가 다반사라 정확도가 떨어지며, 경남 수비를 벗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대급 포백으로 구성된 수비, 하지만 이름만 거창했던 허울에 불과

 

(올시즌 희대의 트레이드로 남을 이 사건, 개막전 이후 확실하게 그 후폭풍이 일어나고 있다)

 

  울산은 올시즌 이적시장 후반부에 송종국, 곽태휘, 강민수 등을 데려오면서 지난시즌에 이어 다시 한 번 국대급 포백을 구축하며 수비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개막전이 시작하고 나서 이 포백의 벽에 균열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게 느껴졌다. 2선에서 '윤사비' 윤빛가람을 필두로 한 경남의 좁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패스플레이를 전혀 차단하지 못했고, 루시우가 돌파하는 순간에 그를 막아야 할 곽태휘나 강민수는 그를 막아내는 데 꽤나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강민수는 언제나 그랬듯이 경기 중간중간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루시우에게 꿀어시를 몇번 보냄으로써 하마터면 몇 골 더 줄 뻔했던 위험한 상황까지 몰고가던 주범이었다(아무래도 강민수의 저주가 이번시즌에 울산을 타겟으로 잡았나보다). 그리고 김영광과 김승규의 공백을 대신하여 나온 정유석도 좋은 선방을 몇차례 보여주었으나, 순간순간 정줄을 놓으면서 상대 공격수에게 완전한 찬스도 몇 번 제공하기도 했다(경남이 그걸 걍 날려버렸으니 다행일 망정이었지). 이 상태로는 6강은 커녕 그 누구에게라도 이길 수 있을 지가 의심스럽다. 구정컵 굴욕사건이 그저 불운이 아니었던 게 명백해졌다.

 

 

공격을 주도할 크랙의 부재를 절실히 실감

 

(이천수가 떠난 이후, 울산은 공격을 주도할 크랙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늘 경기를 보면서 나는 머릿속에서 가장 크게 떠올렸던 선수가 바로 이천수였다. 경기장 안팎에서 잡음이 많았지만, 그의 클래스는 누가 뭐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스라는 건 인정할 것이다. 특히 울산에게 있어 이천수란 존재는 어제 열렸던 바이에른 뮌헨 vs 함부르크SV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로벤처럼 단순히 선수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김정남 감독시절이 수비축구라고 죽어라 까는 몇몇 이들이 있어도 울산에게 우승컵을 안겨준 이도 바로 이천수의 영향력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천수가 울산을 떠난 이후, 울산은 그를 대체할만한 크랙을 찾는 데 매번 실패했다. 그나마 지난시즌 울산의 공격을 먹여살렸던 오르티고사마저 브라질로 보내버림으로써 경기를 주도할 키플레이어가 없던 것이다(주장인 오장은마저 없으니 패싱게임도 힘들다는 게..). 고창현이 약간 크랙의 성향을 보이는 실력있는 윙어이긴 하지만, 아직 이천수의 향수를 잊게하기엔 부족하다. 돌파능력이나 크로스능력은 좋지만, 경기의 흐름을 주도하거나 읽는 능력에선 아직 보완해야할 점이기 많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이적시장에서 이런 크랙성향의 용병을 데려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호곤 감독, 대체 왜 이진호를 사용하지 않는가?

 

  울산을 응원하는 팬들 입장에선 김호곤 감독의 하나하나가 다 맘에 안들고, 그가 있는 자체가 울산을 망쳐놓고 있다는걸 느낄 것이다(실제로도 일어나고 있지만..). 하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울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지노신' 이진호를 좀처럼 선발로 기용하지 않는 이유다.

 

  이진호는 2006년 이천수가 떠난 이후, 울산 내에서 루니급으로 각광받던 선수였다. 이천수처럼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뒤바꿔놓는 창조적인 공격수는 아니지만, 약간 루니 스타일처럼 저돌적인 돌파와 역습시에 이용할 수 있는 한방,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터프함까지 겸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김호곤 감독이 울산에 부임하고 나서부터 무슨 이유에서인지 외면당했고, 지난시즌에는 울산의 최대라이벌팀인 포항으로 강제임대까지 당하는 불상사까지 일어났다. 이번시즌 다시 울산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여전히 김호곤 감독의 플랜에는 이진호가 1순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둬야 할 점은 설기현이나 김신욱만으로는 골을 넣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지난시즌 김신욱이 많은 골을 기록하며 선전했긴 했지만, 그럴 수 있었던 건 뒤에서 지원해주던 오르티고사의 힘이 컸다. 하지만, 설기현은 오르티고사같은 타입이 아니다. 설기현은 포항에서도 좋은 경기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언제부터인가 기복있는 플레이로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경기 내내 그런 실망스런 모습만 보여줬다. 고창현이 좀 더 탄력받기 위해서라면 반대쪽에 이진호까지 기용하여 양쪽에서 수비를 흔들어주는 모습을 보여줘야하는데, 김호곤 감독은 그걸 모르는건지 절대 그런 전술따위는 보여줄 생각을 안한다.

 

김호곤 감독, 당신의 색깔은 무색(無色)인가?

 

  울산의 김호곤 감독과 서울의 황보관 감독. 이 두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자기만의 색깔이나 소신이 없다는 점이다. 양질이 풍부한 카드를 손에 쥐어줘도 경기를 쉽게 이기지를 못하는 점도 공통점이 되겠다. 왜 울산이나 서울이 차라리 김정남감독이나 빙가다감독이 맡았던 게 낫겠다고 푸념하는 것도 이 점이다.

 

  사실 김호곤 감독은 전 감독이었던 김정남 감독에 비하면 구단에서 지원이 정말 풍족한 편이다. 김정남 감독은 구단의 지원이 여의치 않아 수비진이 줄부상당하는 사태에 2군 선수들까지 겨우겨우 끌어썼던 걸 생각한다면 김호곤 감독은 정말 팀을 이딴식으로 말아먹어선 안된다. 자꾸 들춰내기 싫지만, 지난시즌 김호곤 감독의 업적만 봐도 답은 나왔다. 아직 겨우 2경기를 치른 것에 불과하고 반전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지만, 큰 기대를 걸지 않는 것도 김호곤 감독의 축구에는 색깔이 무색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수비축구도, 공격축구도 아닌 정체성을 잃은 청소년기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말한다면, 4월 16일 서울 원정 전까지는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그걸 개선하지 못한다면 4월 16일 상암에서 열리는 서울과의 경기가 감독의 자리가 걸린 단두대매치가 될 것이 분명하다. 확실히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내길 바란다(기대는 크게 안한다만...). 더이상 울산팬들의 희망을 그만 짓밟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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