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호랑이의 집

울산, 아시아 제패에 대한 야망은 정녕 포기한건가??

J_Hyun_World 2010. 11. 21. 20:44

 

 

 

 

  경기 스코어 3대1.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기 위한 울산의 발걸음은 여기서 멈췄다. 오늘 낮 3시에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울산은 아챔 우승팀인 성남을 불러들여 K리그 통합 챔피언쉽 준플레이오프를 치뤘는데, 성남 외국인 3인방에게 속절없이 무너지며, 다시 한 번 우승의 야망이 산산조각이 났다. 신태용감독의 성남의 전력이 물론 강한 건 사실이지만, 객관적인 전력으로 울산이 홈경기에서 성남에게 완패당할 수준은 아니기에 씁쓸하기 그지 없었다.

 

  김정남 감독의 그 수비축구에 신물이 나서 분위기 쇄신용으로 뽑아든 게 하필이면 한국 축구팬이 꼽는 "최악의 감독 1위"인 김호곤 감독을 새 사령탑에 앉히고 나서, 울산의 성적은 하향세를 계속 걷고 있다. 지난 시즌은 사상 최초로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하며 8위라는 수모를 겪었고, 이번 시즌은 겨우겨우 운이 좋아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성남에게 광속탈락당하며 간만에 문수경기장을 찾았던 홈팬들에게 다시 한 번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어떤 이들은 그래도 이정도 성적이면 그래도 체면치례한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내 대답은 당연히 Of course not!! 지금의 울산의 팀컬러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공격적이지도, 수비적이지도, 그렇다고 효율적이지도 못한 밋밋한 팀으로 전락해버렸다. 그것도 불과 그가 부임한 2년 사이에 말이다. 팀을 이렇게 망쳐가고 있는데도, 왜 울산 구단측은 김호곤 감독과 재계약을 맺은 건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는다.

 

  이번 시즌에 들어 수비와 공격 양면에 알찬 보강을 하고 효율적으로 승점을 챙기며 시즌 초반 선두권을 달리는 울산을 보며, 이번에는 좀 달라지겠거니 하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라운드가 진행될 수록 롤러코스터를 연상케하는 둘쭉날쭉한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국가대표 스쿼드급이라는 소리를 듣는 울산이 어쩜 이런 졸전의 연속을 펼칠 수 있는 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는 이번 시즌 시작 전에 비교적 부실한 중앙수비를 보강하고자 팀의 주장이자 울산의 상징인 현영민을 내주고 FC서울에서 뛰고 있는 자신의 애제자인 김치곤을 데려오는 엄청난 트레이드를 감행했고, 시즌 개막 직전에 김동진을 영입하면서 골키퍼 김영광에 국가대표 4백(김동진-유경렬-김치곤-오범석)을 구축하여 이번시즌 울산의 두터운 수비를 연상케 할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울산에 있던 외국인 용병선수들(슬라브코, 알미르)을 다 방출시키고 오르티고사, 에스테반, 까르멜로 등 전면적으로 갈아엎었다. 그리고 울산의 또하나의 프렌차이즈 스타인 이진호와 스타 플레이어인 염기훈을 내보내고, 노병준, 이재성, 고창현, 고슬기 등 알찬 영입을 하면서 울산의 시즌 정복의 장밋빛 결과를 예상케 했다.

  하지만 영입선수들의 활약은 실제로 기대 이하가 대부분이었다. 팀의 상징인 현영민까지 내주면서 데려온 김치곤은 정작 중요한 경기에 불필요한 반칙과 불안한 수비를 선보이며 울산 수비의 불안감을 배로 가중시켰고,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를 보이던 까르멜로는 K리그 적응에 실패하며 자기 기량의 절반을 보여주지 못했는데다가 오르티고사는 컨디션에 따라 경기기복이 무지막지하게 심하여 울산의 롤러코스터 경기의 주범이 되었다(실제로 오르티고사의 움직임만 보면 울산의 경기력이 어떻게 전개될 지 금새 예측이 가능할 정도다). 포항에서 슈퍼서브의 역할을 하던 노병준은 울산에서 그저 시간땜빵용 교체(?)선수로 전락한 듯한 잉여자원으로 분류되어 실제로 포항에서 보여주던 활약을 선보일 기회조차 없었다. 그나마 고창현은 빠른 스피드를 무장하며 측면을 헤집으며 스탯을 쌓아가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울산을 떠나간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울산의 전 주장인 현영민은 서울의 레프트백으로 자리잡아 이번 K리그 서울의 더블 달성에 제대로 한 몫 했고, 울산에서 계륵이었던 염기훈은 수원으로 이적하면서 수원을 먹여살리는 에이스로 부활, 울산에서 쫓겨나 영남 라이벌인 포항으로 간 알미르와 이진호도 포항에서 좋은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김호곤 감독의 능력을 충분히 의심스럽지 않은가? 구단은 이 결과물만 보더라도 재계약을 하지 않았어야 하는 건 아닌가?

 

 

 

 김정남 감독시절의 울산은 비교적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하여 이천수, 최성국을 중심으로 한 한템포 빠른 카운터어택과 폭발력 있는 득점력으로 못해도 최소 3위 이내에 들던 성적을 냈었고, 2005년 K리그를 제패하던 시절부터 근 1~2년간 울산은 아시아깡패라는 명칭에 걸맞게 다른 아시아 팀들을 큰 점수차이로 양민학살하던 대인배(?)기질도 엿보였다. 간혹 지나치게 수비적인 모습 때문에 욕을 먹긴 했어도 할 때는 확실히 하는 팀컬러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울산은? 이길 떄는 힘겹게 1골차로 이기는 경우가 다반사고, 질때는 화끈하게 2~3골 이상 차이로 패배하는데다 특히 우승후보팀들과의 경기에선 일방적으로 털리는 경향만 보였다. 오늘 성남전의 패배는 한달 전 서울을 홈으로 불러들여 대패당할 떄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뒤집는 게 조금씩 힘들어지자 선수들은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벌써 포기한 듯한 무기력한 플레이로 건성건성하는 모습이 간혹 잡힌다. 이따위의 플레이를 하면서 우승?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자격이나 있다고 해야할까? 이런 어이없고 답답한 경기들의 연속이기에 공설운동장시절부터 광분하며 응원했던 "처용"들이 경기장에 찾아오겠냔말이다.

 

 

 

  울산 서포터즈도 예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원이나 서울 못지 않게 엄청나게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팀이 이기고 지고를 떠나 답답한 플레이로 일관하는 실망스러운 모습 때문에 점점 발길을 끊게 되고, 축구가 아닌 농구팀인 모비스로 옮겨가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울산 문수경기장에 홈관중보다 원정관중이 더 많이온다는 굴욕적인 사건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다. 울산구단측에서 이 글을 볼 일은 없겠다만, 한 번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차범근 감독시절에 K리그 우승, 그리고 김병지가 헤딩골 넣을 떄의 그 열정과 투지, 그리고 2005년 K리그를 다시 한 번 제패하고 아시아깡패로 군림하고 아시아 최초 300승 달성했을 때 등등의 기억들.... 울산은 결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하는 약한 팀이 아니다. 매년 우승후보 1,2위를 다투는 팀이다. 그런 야망을 다시 한 번 재현시키고 싶다면, 현실에 너무 안주하는 김호곤 감독이 과연 울산에 적합한 지를 곰곰히 생각해봐라. 그가 있음으로 지금 울산은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있는 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