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호랑이의 집

울산의 블록버스터급 개그콘서트, 그대들은 3류 프로구단이다.

J_Hyun_World 2011. 4. 19. 20:51

 

 

  요즘 성적 부진과 구단의 무방비 태도, 리그가 시작한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하지 않은 점, 성적부진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감독이 어처구니없게 팀선수 디스하기 등등으로 인해 K리그 내에서 여러 편의 개그콘서트 시리즈를 찍고 있는 울산이 이제는 거대한 블록버스터 경기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이미 화가 뻗칠대로 뻗친 울산팬들을 자극시키고 있다. 이번엔 두차례의 홈경기를 울산 문수구장이 아닌 전혀 쌩뚱맞은 충청남도 서산에서 치르려고 한다. 정말이지 권오갑 구단주는 축구계의 김태호 PD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느낀다(아오 진짜...).

 

(으잉?!?!?!?!?!?!?!?!?! 웬 서산에서 홈경기야?!?!?!?!)

 

 

울산을 동춘서커스단으로 만들고 있는 권오갑 구단주

 

  이런 울산의 블록버스터급 경기 주최 때문에 20년동안 울산을 열정적으로 응원했던 나의 팬심에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어릴적 현대자동차를 다니시던 아버지의 손을 잡고, 주말만 되면 울산 공설운동장을 찾아 울산경기를 보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의 축덕의 길이 시작되었다. 울산 덕분에 나는 누구보다도 더 열정적인 축구팬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20년동안 울산을 연고로 두면서 경기하다가 뜬금없이 서산이라니...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오랫동안 울산을 지지했던 나로썬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울산의 개그콘서트 CP, '낙하산' 권오갑 구단주 = 前 리버풀 구단주인 질&힉을 능가할 막장 구단주)

 

  모두의 비난을 사고 있는 이 촌극의 주최자는 다름아닌 현재 울산 현대 구단주이자, 이번시즌 K리그 스폰서쉽을 맡고 있는 현대 오일뱅크 사장인 권오갑 구단주의 원맨쇼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몽준 전 구단주의 후임으로 낙하산격으로 구단주 자리에 앉아서 그동안 울산을 위해 아무것도 해준 게 없었기에 김호곤 감독과 함께 울산 팬들의 공공의 적 0순위로 낙인찍힌 것도 모잘라서 아예 울산팬들과 대놓고 "나 테러하세요~"라고 작정한 모양인듯 하다. 뭐 권오갑 구단주의 삽질을 하루이틀 본 게 아니라서 놀라운 건 아니지만, 이런 멍청한 행동을 그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는 점이 더 속이 상한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그동안 K리그 메인스폰서를 도맡았던 삼성기업이 첼시에게 메인 스폰서를 지원하기에 벅차다는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K리그 스폰서를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런 위기가 봉착하고 나서 작년에는 가까스로 현대자동차가 1년간 메인 스폰서를 맡아주면서 급한 불을 껐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권오갑 구단주는 이번에 자신의 회사인 현대 오일뱅크를 얼마나 홍보하려고 했는지, 메인스폰서를 맡아주는 조건으로 울산과의 홈경기 중 2경기를 현대 오일뱅크 본사가 있는 서산구장에서 홈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축구연맹과 상대팀인 제주와 수원에게 요청했고, 5월 15일과 맞붙을 제주는 권오갑 구단주의 간절한 프로포즈(?) 못이겨 권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8월 27일에 리턴 매치를 하는 수원도 거의 확정된 상태라고 한다.

 

  이런 촌극을 만들어낸 건 전부 다 울산이라는 구단을 자신의 정치와 권력의 발판으로만 이용하다 내팽겨친 정몽주 전 구단주의 무신경한 태도가 근본적인 화근이었던 셈이다(FIFA 부회장이었으면 뭐하나? 자기 소유 구단도 내팽겨치면서 자기 돈 한푼도 울산을 위해서 단 한 번도 쓴 적이 양반인데!!). 이래서 윗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는다.

 

  

울산 프론트에게 연고지 울산이란?

 

  우리나라 스포츠에서 기업형 구단이 유난히 많이 존재한다. 기업들의 스포츠 구단 창립은 단순히 이익창출의 목적은 아니고, 일종의 자사의 후원금이나 지원금 등을 통하여 일반적으로 사회 자선환원 등을 위한 목적으로 쓰인다(솔직히 기업형 구단이 구단을 운영함으로써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이익을 뽑는 경우는 국내에선 거의 없다). 그렇기에 무작정 기업형 구단 자체가 100% 악질이다, 잘못됐다고 함부로 단정지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스포츠구단이 시민구단처럼 운영되거나 하나의 주식회사처럼 운영되기에는 들어오는 수익보다 나가는 지출액이 훨씬 크기 때문에 언제나 만성 적자에 시달려야 하는 것이다(내가 이전에 설명했던 대전이나 대구가 그렇지 않던가). 그래서 기업형 구단이 무조건 잘못된 구조이니 물러가라, 없애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며, 유럽에서 보더라도 100% 순수 시민형 구단으로 운영하는 빅클럽도 따지고 보면 얼마 없는 것을 알아야 한다(실제로 유럽에서 맨유처럼 꾸준히 흑자인 시민형구단도 손에 꼽힐 정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마음대로 구단을 이리저리 제멋대로 움직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프로스포츠는 철저히 지역에 뿌리 내려야 한다. 지역민들의 사랑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구단이 지속적인 인기를 유지하고 흥행보증수표로 자리잡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존재도 바로 팬이라는 요소다. 팬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구단의 홈경기를 찾아보는 빈도 수가 늘어날 수록 팬 입장에서나 구단 입장에서나 서로 상생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자신들을 언제나 지지할 수 있는 든든한 후방세력까지 얻을 수 있다.

 

 

(프로구단이 영구적으로 존속하려면 반드시 '팬'이라는 존재를 무시해선 안된다. 하지만 울산 프론트 머릿속엔 그런게 없다)

 

  울산의 관중석은 권오갑이 낙하산으로 내려앉은 이후론 늘 빈자리가 더 많은데 서산까지 가서 홈 경기를 치르는 구단의 개념이라면 관중이 많은 게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닐까?(나같아도 안가고 말지) 울산이라는 구단은 울산시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100만명 울산광역시 시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현대그룹의 단순한 장난감에 불과한 것 같다. 정유공장 직원 사기 높이려면 공장 내부에서 월급 올려주고 보너스 줘서 해결할 일이지 거기에 왜 남의 동네 축구팀을 끼워 넣는 건가. 같은 현대 계열사 소속 구단인 전북과 부산과 대조되는 부분이며, 정말 그 두 팀 팬들에게까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미안하고 사죄하고 싶을 정도다.

  울산 프론트에게 있어서 울산 구단은 대체 무슨 존재일까? 그냥 구단 유지하기 위해 울산으로 연고지 골라 잡고 생색만 내는 건가. 100만명 울산시민들은 호구인가? 이럴거면 K리그에서 탈퇴하여 차라리 현대오일뱅크 직원들을 즐겁게 만들 서커스단을 만들어라. 사기를 올리려면 차라리 축구선수들 공차는 것 구경하는 것보다 예전에 현대오일뱅크 CF 모델이었던 송혜교를 데려와서 팬사인회 한 번 열어주는 게 훨씬 낫겠다. 송혜교 누님의 윙크 한방이나 허그 한 번이면 직원들의 스트레스가 쭈우우우욱 내려갈텐데 말이다. 굳이 공차면서 승부를 낼 이유는 없잖은가(아, 내 개인적 소망을 여기서 너무 드러내버렸나? ㅎㅎㅎ;;)?

 


울산의 행동 하나가 K리그를 패륜 리그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 사태가 터지고 나서 나는 왠지 모르게 현재 FC서울이나 제주 유나이티드가 자꾸만 오버랩된다. 우선 현재 그 두 팀을 응원하는 팬분들에게는 정중하게 죄송하다는 사과말씀을 올리고 시작하겠다(팬분들에게는 정말로 개인적인 악감정은 없다). 그 두 팀이 갑자기 생각난 이유도 울산사태처럼 기업들 자기네 멋대로 팬들이라는 존재를 무시하고서 연고이전을 강행했다는 점이다. FC서울 같은 경우에는 연고이전이 성공적으로 평가되며, 덕분에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클럽팀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결과가 성공적이었다고 한들, 절차과정에서 정당하지 못하면 손가락질과 비판을 받는 건 피할 수 없게 되며, 이러한 잘못된 선례를 남기게 되면 훗날 이러한 비슷한 케이스가 발생하게 되면 FC서울도 그렇게 연고이전했으니 우리도 욕먹을 이유가 없다는 식으로 오히려 배째라는 식으로 철판깔고 나온다(방귀뀐 놈이 성낸다고..). 이러한 잘못된 절차과정 때문에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FC서울이 '북패', 제주 유나이티드가 '남패' 구단이라고 평생 꼬리표가 따라다니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울산 처용전사 소식통에 의하면 현재 권오갑 구단주의 만행에 대하여 강력한 보이콧 체제에 들어가기로 합의한 상황이고, 시즌 티켓을 끊인 팬들도 이제 더이상 문수구장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극단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한다(일부 열성적인 팬들은 지금 당장 울산 클럽하우스를 때려부시러 갈 것이라고 노발대발한 상태다). 울산 프론트들은 지금 울산의 현재 성적이 어느정도 심각한 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만 대거 앉아있다. 호르곤이 좋은 멤버를 두고서 상대에게 반코트 경기를 허용할 정도로 극단적인 소극적 플레이와 스포츠조선이 매번 깎아내리는 '지루한 K리그'를 솔선수범하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지, 암, 그렇고말고. 이렇게 성적도 엉망진창 똥망똥망인데, 이제는 서산에서 서커스쇼를 보여주겠다니... 정말이지 이러다가 울산에서도 부천이나 안양처럼 울산FC 뭐 이런 순수 100% 시민구단이 나올 기세다.

 

  울산 팬들이 경기에서 이기고 있는 후반 막판 상대팀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잘 가세요. 잘 가세요”라고 하는 노래가 K리그 최고의 응원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팬들이 “잘 가라”고 하니 결국 팀이 서산으로 간다.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 모양이다. ‘유랑극단’ 울산현대, 아니 그냥 현대축구단은 프로이길 포기한 것 아닌가. 이 경기를 반대해도 모자를 판에 적극적으로 추진한 연맹은 팬보다 스폰서가 더 소중한가. 정말 울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나 코칭 스태프들은 무슨 죄인지 참.... 이번시즌에 반드시 울산 레플리카를 지르려고 했던 내가 참 한심한 놈이었나보다라는 걸 느끼게 해줘서 고맙다,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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