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솔샤르를 뛰어넘을까?

 

 

 

  '작은 콩'이 또다시 승부를 결정지었다. 오늘 새벽(한국시각)에 열렸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맨유 vs 마르세유 경기는 '치차리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이하 치차리토)의 2골에 힘입어 올드 트래포드에서 마르세유를 잠재우고 8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 경기를 통해 치차리토는 확실하게 맨유에서 입지를 굳혔다.

 

좋은 출발이었던 전반 5분 선취골

 

  나니와 발렌시아가 부상에서 컴백함으로 퍼거슨 감독은 측면 플레이를 강화하고자 좌긱스-우나니를 두고, 최전방에 루니와 치차리토를 배치하는 수를 두었다. 우아한 베르바토프의 패스플레이보다 스피디한 치차리토의 오프사이드 무너뜨리기 전법을 택한 것이었다. 반면, 홈에서 맨유를 무승부로 잡아낸 마르세유는 지지 않기 위해 지냑을 최전방에 올려두고 중원을 강화하여 맨유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전반 5분, 루니-긱스의 순간적인 킬패스는 마르세유 수비 6명을 바보로 만들어놨고, 그것을 받은 치차리토는 마르세유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뜨리고 골로 성공시킴으로써 맨유에게 주도권을 안겨주었다. 퍼거슨의 전술이 그대로 먹혀든 셈이다. 물론, 이렇게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마르세유는 아니었다. 객관적 전력은 열세였지만, 맨유에게 지지 않으려고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니깐 말이다(지냑의 일대일 찬스와 루초 곤잘레스의 프리킥 찬스를 못살린게 아쉬웠던 대목이었다).

 

75분, 맨유에게 8강 진출 티켓을 선사하다

 

  나니가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퍼거슨 감독은 무리하지 않고 나니 대신 발렌시아를 투입시켰다. 챔스무대에선 지난 10월 레인저스전 이후 오랜만이었다. 두번째골은 역시 '크로스 중독자' 발렌시아의 발에서 시작되었다. 발렌시아가 접으면서 한 선수를 제치고 긱스에게 연결했고, 긱스의 땅볼 크로스를 이어받은 치차리토는 또 다시 마르세유 수비를 농락하며 두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뒤에 브라운의 자책골로 인해 막판에 똥줄을 타는 경기를 보여주긴 했지만, 마르세유가 맨유 수비를 뚫지 못했고 결국 맨유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 날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과 나니, 발렌시아의 복귀로 윙어의 탄탄함을 얻은 대신 오셔, 하파엘이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오른쪽 풀백의 공백에 대한 골칫거리를 다시 안게 되었다.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승리라고나 할까?

 

치차리토, 올시즌 솔샤르를 빙의하던 플레이

 

(맨유의 레전드, '동안의 암살자' 솔샤르. 치차리토를 보면 솔샤르와 자꾸만 오버랩이 된다)

 

  올시즌 치차리토의 맹활약을 보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맨유에서의 첫시즌임에도 불구하고 이정도로 활약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심지어 맨유 스태프들 조차도 그가 이렇게 많은 골을 넣을거라고 상상조차 못했으니까). 치차리토를 볼 때마다 자꾸 연관되는 이가 한 명 떠오른다. 바로, 맨유의 레전드이자 슈퍼서브로 각광받던 '동안의 암살자' 올레 군나르 솔샤르. 그는 맨유에서 10년 넘게 뛰면서 235경기 출장에 92골을 기록했다. 허나 그 골들은 대부분 교체로 투입되어서 성공시켰던 것이 절반 이상일 정도로 그의 골결정력은 사기급에 속했다. 맨유가 첫 트레블을 일궈냈을 때, 98/99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교체투입되어 결승골을 넣었던 것도 바로 솔샤르 아니었던가?

 

  이런 솔샤르가 치차리토를 맨유로 데려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극히 많지 않다. 솔샤르는 멕시코에서 치차리토의 기량을 보고 매우 뛰어난 공격수로 성장할 것이라고 애초부터 예견하던 이었다. 솔샤르의 강력한 추천을 받고 퍼거슨 감독은 치차리토라는 진흙 속의 진주를 캐내어 보석으로서의 가치를 빛내도록 하였다. 올시즌 치차리토의 리그 스탯은 20경기에 10골, 컵대회와 챔피언스리그까지 합치면 16골을 기록하였고, 특히 스토크전 결승골이나 발렌시아 원정, 오늘 열렸던 마르세유전 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기록하면서 솔샤르의 재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해주고 있다.

 

  첫시즌임에도 불구하고 득점왕 상위랭킹에 올릴 정도로 뛰어난 골결정력과 신예답지 않는 골문 앞에서의 침착함. 솔샤르의 극찬을 받던 88년생 작은 콩 치차리토.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맨유 팬들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로 나니와 함께 치차리토도 그 후보에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이 되며, 앞으로도 솔샤르와 동급, 아니 그 이상을 보여줄 것 같다는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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