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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바토프와 치차리토의 주전경쟁이 계속되야 맨유가 강해진다.

J_Hyun_World 2011. 3. 31. 09:22

 

 

  요즘 때아닌 주전경쟁으로 맨유 선수들 사이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프리미엄리그 역사상 최다리그 우승을 목표로 두고 있고, 9부 능선을 넘은 지금 한치의 오차 없이 우승을 이뤄내기 위해선 그만큼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리그 단독선두 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8강진출 및 FA컵 4강진출까지 이뤄냈기에 맨유는 더욱 더 바짝 긴장해야만 하고, 그러한 실수를 줄이기 위하여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주면서 선수들의 투지를 끊임없이 끌어내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베르바토프와 치차리토의 주전경쟁이다.

 

1. 드디어 레즈에 완벽적응한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이번시즌 맨유가 수많은 고비를 넘기면서도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베르바토프의 골행진이다)

 

  2008년 여름 이적시장 막판에 베르바토프는 600억원이라는 이적료를 갱신하면서 런던연고를 둔 토트넘을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날아왔다. 하지만, 호날두-루니와 달리 다이나믹한 전술에 적합하지 못했던 베르바토프는 몸값에 걸맞지 않는 부진을 거듭하면서 베론에 이어 맨유의 새로운 먹튀로 전락하는가 싶었고, 이번시즌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불가리아의 공격수 는 팬들 사이에서 방출순위 1,2위를 다툴 정도였다. 이미 2차례의 기회를 날려버렸기에 사실상 이번시즌이 그의 나이를 고려한다면 마지막 기회였다.

 

   자신도 그러한 위기의식을 느꼈는지, 올시즌 베르바토프의 움직임은 이전과 판이하게 달라졌다. 베르바토프를 다른 사람으로 바꿔놓은 큰 요인은 바로 그의 활동량과 승부욕이다. 베르바토프가 숱한 비난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다른 맨유 선수들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활동량과 승부욕을 문제로 삼았었다. TV중계를 보면 그가 전력질주를 하던 경우가 그렇게 많지 않았고, 맨유 특유의 역습에서도 템포를 다 끊어먹는 역할을 하면서 없느니만 못하다는 비아냥까지 들었었다. 하지만, 올시즌 초반에 루니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부터 골을 넣어야된다는 책임감 때문인지 예전의 베르바토프 답지 않은 활동량과 승부욕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경기 도중에 동료 선수들에게 짜증내는 모습이 자주 잡혔던 것도 어찌보면 그의 승부욕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다는 긍정적인 요소가 아니었나 싶다. 자신의 우아한 축구에 터프함을 보여주면서 그는 올시즌 리그에서만 20골을 꽂아넣으며 맨유의 선두질주에 큰 힘이 되고 있다.

 

 

2. 도무지 EPL 첫시즌 선수라고 믿기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치차리토

 

(퍼거슨 감독은 치차리토를 기용하면서 베르바토프와 치차리토 두 선수간에 경쟁심을 불어넣고 그로 인해 +a를 만들어내고 있다)

 

  베르바토프의 부활찬가가 있었다면, 또 한편에서는 신입생의 신드롬이 빛나기도 했다. 작년 이맘 때즈음, 맨유의 레전드인 올레 군나르 솔샤르가 직접 멕시코까지 가서 픽업해온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작은 콩' 하비에르 '치차리토' 에르난데스였다. 

 

  이번 여름에 월드컵이 끝나자마자 처음 맨유에 합류한 치차리토는 EPL 초짜선수라고는 도무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순도높은 골을 뽑아내고 있다. 그의 플레이는 베르바포트와는 완전 정반대다. 베르바토프처럼 정확하고 우아하지는 못하지만,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폭발적인 스피드와 본능적인 위치선정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실제로 맨유 뿐만 아니라 멕시코 국대에서도 치차리토의 포스는 상상 그 이상이다). 그래서 항간에 치차리토를 '솔샤르의 재림', '멕시코의 인자기'라며 그를 치켜세워주고 있으며, FC Hospital에 장기임대간 마이클 오웬의 존재를 잊혀지게끔 만들고 있다. 그리고 또하나의 장점을 꼽자면, 큰 경기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던 베르바토프와 달리 88년생의 젊은 나이임에도 큰 경기에서 더욱 더 강한 모습을 보이는 점이다. 챔스 16강 2차전에서 마르세유를 상대로 두 골을 쉽게 넣은 것만 보더라도 큰 경기에 강하다는 걸 보여준다(이미 이전에 치차리토에 대하여 상세히 언급했기에 이하 생략함).

 

 

3. 루니의 부상복귀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주전경쟁을 시작한 베르바토프와 치차리토

 

  아무리 선수가 최절정의 기량을 뽐낸다고 한들, 감독 입장에선 언제나 안심할 순 없는 노릇이다. 항상 클라이막스에 다다랐을 때 아킬레스건을 잡는 방해요소가 오곤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은 나태함과 거만함.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그러한 사태를 미리 예방하기 위해 언제부터인가 베르바토프와 치차리토 두 선수를 경쟁구도(?)로 바꿔놓기 시작했다. 아마 그 기점이 루니가 부상에서 회복하고 난 뒤인 것 같다.

 

(베르바토프vs치차리토 구도를 만든 장본인(?), 웨인 루니)

 

  사실 웨인 루니라는 존재는 단순히 스탯으로만 표현할 수 없는 공격수의 대표격이다. 그의 특별한 능력(뛰어난 전술 이해도와 연계플레이, 중앙 미드필더 뺨치는 시야와 패스, 엄청난 활동반경과 훌륭한 볼키핑능력, 크랙, 승부욕과 열정의 화신)이 있기에 퍼거슨 감독 하에서 맨유 전술 중 루니는 언제나 언터쳐블로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베르바토프나 치차리토가 결코 루니와 주전경쟁을 할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기에 두 선수 간의 대립구도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 두 선수가 루니와 짝을 이뤄서 투톱으로 나올 때, 누가 루니 파트너로 나오느냐에 따라 맨유 전술로 확연히 뒤바뀌는 점도 있다.

 

 

1) 루니 - 베르바토프 조합 : Pass + Pass

 

  두 선수의 공통점은 바로 스트라이커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패스 능력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둘 다 겹치는 현상을 보였지만, 베르바토프가 맨유에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겹치는 경기스타일 또한 패스플레이로 풀어나갔다. 이 두 선수의 시너지효과를 대표적으로 볼 수 있던 경기가 바로 블랙번전에서 7대0 대승을 거둘 때였다. 둘이 주고 받는 2대1 패스로 블랙번 수비를 수없이 벗겨내고 뚫어감으로써 블랙번을 초토화시키지 않았던가?

 

2) 루니 - 치차리토 조합 : 패스, 그리고 침투

 

  이 두 선수의 조합은 베르바토프의 플레이스타일을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한 문제였고, 이번시즌 챔스 16강 마르세유와의 홈경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 때 수비 뒷공간을 이용하여 폭발력 있는 스피드로 수비를 제끼는 치차리토와 그러한 모습을 보고 배후에서 숱한 킬패스를 찔러대는 루니. 이 두 선수의 조합이 결국 두 골을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맨유를 챔스 8강에 진출시키는 큰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위건과의 4대0 대승 경기에서도 치차리토와 루니의 조합은 빛났으며, 마치 카카가 인자기에 공을 찔러주는 걸 연상케 하던 조합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루니를 중심으로 두 선수를 루니 파트너로 기용하면서 다양한 패턴의 공격루트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서로에 대한 경쟁의식을 심어주기도 했다. 마르세유전에서 치차리토가 골을 넣고 있을 때, 퍼거슨 감독은 당시에 벤치에 앉아있던 베르바토프를 보고 치차리토를 본받으라는 식의 제스쳐를 취하며 베르바토프의 승부욕을 더욱 더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후에 가졌던 볼튼과의 홈경기에서 잘 안풀리자, 퍼거슨 감독은 선발로 나왔던 치차리토를 전반 끝나자마자 베르바토프와 교체하여 벤치에 앉혔고, 결국 베르바토프의 결승골로 맨유가 승리하게 되었다. 그 경기에서도 유독 카메라는 베르바토프의 열정적인 모습과 벤치에 앉아 불만스럽던 치차리토의 표정을 번갈아 촬영하면서 두 선수가 경갱구도가 갖춰졌다는 걸 확인사살(?)한 셈이다.

 

 

4. 베르바토프와 치차리토의 불타는 경쟁은 맨유를 춤추게 만든다.

 

(베르바토프와 치차리토의 불꽃튀는 경쟁으로 인해 가장 즐거워 하는 사람은 퍼거슨 감독이다.)

 

  이렇게 베르바토프와 치차리토가 사실상 주전경쟁을 시작하게 됨으로써 누구보다도 좋아할 사람은 바로 퍼거슨 감독일 것이다. 누구 하나 현재 활약에 안주하지 않고 더욱 더 골에 대한 욕심과 승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면, 자연스레 그 영향력은 맨유 멤버 전원에게 미칠 것이며 나아가 그들이 어떠한 경우에서도 결코 목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잊어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한 끈끈한 단결력은 결국 맨유가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고, 이렇게 선두행진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베르바토프와 치차리토의 주전경쟁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다른 팀으로 임대 가 있는 공격수인 대니 웰벡과 페데리코 마케다가 돌아올 것이다. 그들까지 가세하여 경쟁심을 유발하게 된다면 맨유 공격진이 빈약하다는 소문도 확실히 잠재울 것이 틀림없다. 나아가 맨유의 전성시대를 계속 유지하게 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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