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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확연히 드러난 토트넘의 문제점

J_Hyun_World 2011. 4. 6. 14:50


 

  경기결과 4대0, 총 슈팅수 33 vs 4, 90분 내내 펼쳐진 레알 마드리드의 융단폭격... 그 어디에도 돌풍의 토트넘은 찾아볼 수 없었던 너무나도 일방적인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상대가 챔피언스리그 우승후보 1,2위를 다투는 레알 마드리드라 처음부터 이길꺼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밀라노 형제의 콧대를 눌렀던 그 패기가 이 경기에서 드러나지 못했던 게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1. 멤버 스쿼드에서의 격차

 

(오늘 대승의 주역 '토트넘 킬러' 아데바요르, 하지만 그는 레알 마드리드의 일부 부속품일 뿐이다)

 

  이 경기에서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점은 바로 스쿼드의 두께와 질이었다. 사실 양 팀 다 풀 베스트 11을 가동한 건 아니었지만, 스쿼드 면에서 당연히 레알 마드리드가 토트넘을 압도했던 점. 사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미친듯한 활약을 펼친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는 레알 마드리드의 주포인 이과인이나 요즘 날라다니는 벤제마에 밀린 제3옵션이지만, 크게 격차가 없었기 때문에 큰 공백을 느끼진 못했다. 게다가 아데바요르와 디마리아를 빼고 투입한 게 부상에서 회복한 이과인과 카카... 레알 마드리드 스쿼드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위용을 내뿜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반면 토트넘은 어떠했는가? 갑작스런 부상으로 전력 이탈한 아론 레넌 대신에 오늘 제나스가 간만에 오른쪽 윙으로 투입되었다(뉴캐슬 시절 이후 오른쪽윙은 아마 오랜만일껄?). 원래라면 피에나르가 그 자리에 나올법했지만, 피에나르 마저 부상자명단에 올라갔으니 궁여지책으로 제나스가 선발로 투입된 것이었다. 그동안 레넌을 줄기차게 기용한 덕분에 제나스의 기량은 레넌을 커버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토트넘의 자랑인 스피드 축구의 중점인 양쪽 윙어의 밸런스가 깨지는 바람에 왼쪽에서 베일 혼자 고군분투했을 뿐, 제나스는 오히려 마르셀로의 오버래핑을 저지하기 급급했다.

 

  토트넘이 EPL에서 지난시즌에 이어 빅4를 유지하기 위해서, 또는 유럽대항전에 나가서 꾸준히 활약을 보이려면 최소한 주전선수들과 교체멤버들 간의 격차를 최소한으로 줄여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빅4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맨유나 아스날, 첼시가 언제나 우승후보 0순위에 언급되는 것도 이러한 점이다. 특히 레넌과 경쟁붙일 오른쪽 윙어를 보강해야할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이었다.

 

 

2. 토트넘의 고질병 공격수, 확실히 갈아엎을 필요성을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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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치가 아무리 포스트 플레이가 좋다한들, 골을 못넣으면 그의 가치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토트넘하면 가장 고질병으로 손꼽히는 점이 바로 공격수다. 토트넘이 EPL에 속해있는 다른 강팀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밀리는 부분이 공격수부분이다. 토트넘은 이상하리만큼 공격수들의 득점력이 저조하다. 오죽하면 미드필더인 라파엘 반더바르트가 팀내 득점 1위를 찍고 있을 정도이니, 골게터의 필요성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오늘 쓸데없이 거친태클로 인해 퇴장당한 크라우치나 후반전에 투입된 데포도 골맛을 맛본 지도 너무나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골을 넣으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도 의심스럽다. 레알 마드리드전 한경기만 놓고 그런 것이 아니라 올시즌 토트넘의 행보를 갖다놔도 충분히 그렇게 오해하고도 남을 것이다. 물론 크라우치 같은 경우에는 포스트 플레이가 좋아서 전술적인 활용도가 좋다고 하지만, 결국 공격수는 골이 가장 중요하다.

 

  토트넘이 옛날부터 공격수의 득점력이 저조했던 것은 아니다.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로비킨-베르바토프 조합과 대런 벤트를 활용하면서 얼마나 많은 골들을 뽑아냈던가. 그 당시 공격수 스쿼드와 지금 스쿼드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해질 정도다. 이러한 빈곤한 득점력이라면 차라리 공격수들을 새로 다시 갈아 엎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무리 수비가 탄탄하고, 미드진의 창의성이 충만하더라도 결국 골을 못넣으면 이길 수는 없으니깐 말이다.

 

 

3. 전술의 한계성과 로테이션의 간과

 

(레드납 감독도 기존 토트넘에서 보다 다양한 전술을 구축할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이 경기를 통해서 하나 더 느낀 점이 있다면, 바로 토트넘의 전술적 한계다. 토트넘이 요즘 리그에서도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바로 이 점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레드납 감독은 4-4-1-1로 최전방 타겟형 스트라이커와 양쪽에 빠른 발을 자랑하는 윙어를 기용하는 전형적인 윙플레이+빅&스몰조합을 섞은 전술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술의 구심점이 되어줄 선수가 부상을 당하게 되면 그 전술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렇다면 플래B로 이를 극복해야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터인데, 여태껏 레드납 감독이 그러했던 적이 있었던가? 퍼거슨 감독이나 무리뉴 감독의 플랜B를 봐도 그렇다. 이 두 사람은 소속 선수들이 줄부상에 시달려 스쿼드가 얇아지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승리한다. 이것은 전술을 하나로 일관되어 사용하지 않고, 선수들의 능력들을 고려하여 여러가지 전술적 변화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레드납 감독은 내가 일전에 언급했던 것처럼 로테이션이라고는 죽어도 쓰지 않는 양반이다. 그것이 EPL 중위권 팀에게는 통한다 한들, 토트넘처럼 우승후보를 다투고 유럽대항전에서 활약할 전력이라면 로테이션을 그냥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 예로 반더바르트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반더바르트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하면 바로 체력이 조금 후달리는 점이다(반더바르트 팬인 나도 인정하는 점). 그 때문에 전반전에 무서운 포스를 내뿜다가도 후반전이 되면 지쳐서 헉헉거리는 모습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런 선수를 조금의 휴식이라도 주지 않고 매경기 풀타임으로 돌려 기용하다 보면 언제나 풀핏의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모드리치 또한 그렇다. 그가 토트넘의 실질적 핵심선수이지만, 부상으로 이탈한 때 이외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사시키는 것 같다. 그런 패턴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모드리치의 패스가 언제나 '모든 위치'로 뿌려질 수 없다. 벤치에 썩혀두고 있는 파블류첸코나 크란챠르같은 자원들을 그만 썩혀두고 적극활용하면서 선수들 간의 경쟁의식을 심어줘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어찌보면 토트넘의 레드납 감독이나 아스날의 벵거 감독도 이제는 전술적 일관성을 버려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가레스 베일 혼자서는 마법을 만들어내기에는 턱없이 벅찰 지경이다)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했던 족적들은 절대로 폄하할 의도는 없다. 그들은 분명 챔피언스리그 처녀출전임에도 불구하고 조별리그에서 인테르를 떡실신시켜 조1위로 진출해 '챔스 DNA' AC밀란을 잡고 지금 8강까지 올라온 것만 하더라도 아주 훌륭하다(어느 팀이라도 챔스8강까지 진출했으면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략을 놓고 보았을 때 다음 화이트 레인에서의 2차전은 절대로 리아소르 사태처럼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토트넘에게 중요한 시기는 다음 2차전이 아니라 '앞으로의 성적'이다. 지난시즌에 토트넘이 행운이 따라서 맨시티를 5위로 밀어내고 챔스티켓을 땄지만, 이번시즌은 '글쎄..'라는 반응이다. 이번시즌도 리그4위로 다음 챔피언스리그 진출하여 그것이 꾸준히 이뤄지려면 적어도 앞서 언급했던 문제점을 확실히 바꿔놓아야 강팀으로 굳혀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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