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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 마드리드, 그들의 리옹징크스 탈피가 챔스 8강에 미치는 영향

J_Hyun_World 2011. 3. 17. 08:11

 

 

  2003/04 시즌 이후 16강 문턱을 넘지 못했던 갈락티코 군단 레알 마드리드, 최대의 천적 올림피크 리옹을 홈으로 불러들여 리옹 징크스를 무너뜨림과 동시에 7년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을 일궈내는 성과를 거둬 내일 저녁 8시(한국시각 기준)에 있을 챔스 8강 대진표 추첨에 엄청난 흥행요소까지 불러들이는 효과까지 만들었다. 내가 일전에 칼럼을 쓰면서 우려했던 걱정을 철저하게 부숴버린 레알 마드리드가 참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1. 마르셀로와 벤제마가 레알 마드리드를 살려냈다.

 

(리옹전 승리의 주역, 마르셀로. 오늘 마르셀로는 갈락티코 시절의 호베르투 카를로스를 보는 듯 했다.)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나 올림피크 리옹은 1차전때와 같은 패턴을 고수했다. 임팩트있는 역습을 노렸던 레알 마드리드와 야금야금 점유율을 늘려가며 경기를 지배하려던 올림피크 리옹은 전반부터 팽팽하게 맞섰다. 언제나 그랬듯이 전반에 먼저 주도권을 잡은 것은 올림피크 리옹. 하지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라서 그런지 1차전때의 레알 마드리드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주도권을 내줬으면서도 금방 다시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리옹을 쉴새없이 긴장타게 만들었으며, 결국 전반 37분 마르셀로의 오버래핑에 리옹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브라질과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인 호베르투 카를로스 빙의된 듯한 모습을 보이던 마르셀로는 지난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이정도급으로 성장할 줄 아무도 예측못했다. 공격력이나 오버래핑에선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수비력이 뒤따라가지 못하여 언제나 반쪽짜리 풀백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로 오고나서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하게 된 것도 바로 마르셀로. 그는 무리뉴 밑에서 수비력을 집중적으로 훈련받으면서 탄탄한 벽으로 변신함과 동시에 공격시 매서운 칼날이 되어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첫골을 터뜨린데다가 벤제마의 두번째골을 만들어냈던 시발점도 바로 마르셀로였다.

 

(우리 벤제마가 달라졌어요. 그래서 너무나 기쁩니다. 햄볶아요 ㅜㅜ)

 

  마르셀로 못지 않게 벤제마의 활약도 오늘 상당히 좋았다. 한 두달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벤제마의 폼에 대하여 상당한 걱정을 했던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 팀동료인 곤잘로 이과인이 레알에서 미친듯이 골을 뽑아내는 반면에, 그는 마드리드로 이사오고 나선 거의 골침묵에 일관했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이과인의 시즌아웃이 결국 그의 본능적인 감각을 되살렸다. 그의 감각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던 것은 지난 2월부터였고, 리옹과의 1차전 선제골은 확실히 그의 터닝포인트였다. 그 기점으로 벤제마는 매경기 선발출장하면서 골을 뽑아내며 무리뉴의 근심을 완전히 덜어주었다. 오늘 경기 또한 그랬다. 전반에는 크리스의 견제로 조용한 듯 했었으나,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을 만들어냄으로써 리옹의 수비를 괴멸시키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정신차릴만할 때쯤 마르셀로와 벤제마에게 얻어맞은 리옹은 리산드로 로페즈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음에도 속절없이 무너졌고, 앙헬 디마리아의 로빙슛으로 끝이 났다.

 

  벤제마와 마르셀로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활약이 빛났다. 무엇보다도 레알 마드리드의 핵심요소인 호날두의 부상복귀는 반가웠고, 카르발료가 있었기에 레알의 수비는 통곡의 벽과 같았으며, 외질이 있어서 카카의 빈자리가 덜 아쉬웠다(카카는 얼른 밀란시절 포스로 회복하길!!).

 

2. 레알 마드리드의 8강 진출, 덕분에 챔스 8강이 흥행한다.

 

  레알 마드리드가 리옹을 꺾고 8강에 진출하며, 8강에선 바르셀로나, 토트넘, 샬케04, 맨유, 첼시, 인테르, 샤흐타르와 격돌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흥미로운 건 레알 마드리드가 8강에 올라감으로써 레알 마드리드는 누구와 붙던지 간에 그 경기가 엄청난 흥행요소로 바뀔 것이다.

 

(1) vs 토트넘 : 토트넘과 맞붙게 된다면, 가장 묘한 감정을 느낄 사람은 바로 토트넘의 에이스로 등극한 라파엘 반더바르트가 될 것이다. 지난시즌에 카카가 부진했던 걸 완벽하게 커버했음에도 마드리드를 떠나야만했던 반더바르트. 하지만, 그는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팽당했음에도 레알 마드리드와는 결승전에서 맞붙고 싶으며, 그 전에 바르셀로나를 반드시 꺾고 싶다는 인터뷰를 할 정도로 그의 충성심은 아직 남아있다. 그래서 토트넘과 맞딱드리면 반더바르트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올지 기대가 된다.

 

(2) vs 샬케 : 오히려 토트넘전보다 더 드라마틱한 대전이 아닐까? 토트넘엔 반더바르트가 있다면, 샬케에는 마드리드의 신화, 라울 곤잘레스가 있다. 라울이 누구던가! 레알 마드리드 유스출신으로 라울=레알 마드리드 공식까지 만들어냈던 스페인 최고의 스트라이커 아니었던가!! 비록 샬케가 분데스리가에선 죽쓰고 있지만, 라울은 그 중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샬케 팬들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군다나 챔스 개인통산 최다골을 기록을 만약 친정팀인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뽑아낼 지도 기대되는 대목. 샬케에는 라울 뿐만 아니라 예전 레알 소속이었던 메첼더, 훈텔라르, 후라도도 있다.

 

(3) vs 인테르 : 이 두 팀이 만나게 된다면 잘못된 만남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인테르에는 레알 마드리드에 대한 안좋은 추억을 가진 선수가 3명이 있다. 바로 베슬레이 스네이더, 사무엘 에투, 그리고 에스테반 캄비아소. 이 세 선수의 공통점은 레알의 갈락티코 정책의 희생양이였다. 그렇기에 자신들을 가차없이 내쳤던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지도 모른다. 허나, 인테르도 안심할 순 없다. 지금의 인테르가 있게 해준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라는 것. 주세페 메이자에 무리뉴가 입성하면, 네라주리들은 그를 어떻게 맞이할 지가 참 재밌을 것 같다.

 

(4) vs 맨유 : 이 두 팀이 맞붙는다면 02/03 8강 이후로 UEFA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고의 흥행카드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두 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축구팬들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8년전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했지만, 그 당시 터져나왔던 환상적인 골들을 생각하면 누가 이길 것이라고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그리고 EPL에서 최고의 디스전을 펼쳤던 무리뉴와 퍼거슨의 추억의 디스전 재격돌, 그리고 맨유가 사랑했던 남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올드트래포드 방문도 쏠쏠한 재미가 되지 않을까? 맨유팬이자 레알팬인 나로썬 이 경기는 8강이 아닌 결승에서 맞붙었으면 좋겠는데, 이건 좀 미루면 안될까....☞☜

 

(5) vs 첼시 : 참 신기한게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는 신기할 정도로 여태껏 챔피언스리그에서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경기가 성사되면 과연 어떤 경기가 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흥미로운 사실은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축구계에 뛰어들게 된 원인이 바로 레알 마드리드 때문이었다는 것. 또한 전 첼시 소속이었던 무리뉴 감독과 히카르두 카르발료의 스탬포드 브릿지 방문도 흥미로운데...? 무리뉴 감독과 로만 구단주가 화해했다곤 했으나, 과연 재회한다면 서로 어떤 표정을 지을려나...

 

(6) vs 바르셀로나 : 이건 뭐 말이 더 필요한가. 챔스를 제외하더라도 레알과 바르샤는 올시즌만 해도 총 4번 맞붙게 된다(리그 경기 2번, 국왕 컵 결승전 2번). 이미 작년 11월에 레알은 바르샤에게 5대0 대패라는 굴욕을 맛봤다. 현재 라리가 순위에서도 바르샤보다 뒤쳐져있다. 하지만, 바르샤는 현재 풀백들이 부상으로 초토화된데다가 지난주 세비야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레알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니가 쓰러져야 내가 산다.' 이 두 팀의 데스매치가 유럽 대항전에서도 이뤄질 지...

 

Bonus

 

 

 

  위 사진은 레알 마드리드가 경기가 끝나고 나서, 레알의 철천지원수인 바르샤에 소속된 에릭 아비달의 건강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입고 있다. 최근 아비달은 간종양 제거 수술 때문에 수술대에 올라 있어 바르샤에 있어서는 엄청난 타격이 되었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이 아비달의 건강을 기원하는 걸 보면, 역시 최대 라이벌이라도 선수의 건강을 먼저 걱정하는 인간애가 넘치는 훈훈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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