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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9년만에 스탬포드 브릿지 징크스를 깨다!

J_Hyun_World 2011. 4. 7. 10:40

 

  어쩌면 이번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가장 치열하고 접전이었던 경기가 아니었나 싶다. EPL을 대표하는 쌍두마차 맨유 vs 첼시의 경기는 누가 이기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다만, 1차전이 첼시 홈인 스탬포드 브릿지였기 때문에 9년동안 스탬포트 브릿지(이하 SB)에서 단 1승을 거두지 못했던 맨유에게 있어서는 부담스러웠던 경기였다. 하지만, "아름다운 축구는 아스날이 하고, 승리는 첼시가 하며, 우승은 맨유가 한다."는 속설이 증명하듯이 맨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9년만에 SB 징크스를 깨며 첼시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되었다.

 

 

1. 루니의 선제골로 기선제압을 하다.

 

(역시 '승부사' 루니, 웨스트햄 전에 이어 또다시 맨유를 승리로 인도하였다)

 

  오늘 양 팀 다 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첼시의 경우에는 골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토레스와 드록바 투톱에 에시앙-람파드-하미레즈-지르코프를 미드필더에 배치한 반면, 맨유는 최전방에 치차리토를 두고 그 뒤에 루니가 보좌해주는 방식(최전방-쉐도우 방식)으로 두며, 지난 번 웨스트햄전에서 일찍 뺐던 박지성을 내 예상대로 오늘 경기에 선발로 기용하였다.

 

  역시 EPL 최고의 라이벌 팀이다 보니, 양 팀 다 초반부터 거세게 밀어부치지 않고 탐색전으로 서서히 진행했다. 경기 초반에 주도권을 잡은 건 첼시, 하지만 맨유의 철의 포백을 뚫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맨유는 첼시에게 주도권을 내준 대신에 공을 전방으로 전개하는 운영을 택하면서 서서히 기회를 만들기 시작했고, 결국 긱스가 올린 크로스를 루니가 쇄도하면서 가볍게 골망에 집어넣으면서 분위기를 맨유쪽으로 끌고 오는 데에 성공했다(루니는 올시즌에 첼시와 두 번 마주치면서 두 번 다 골을 기록하였다 으허허). 역시 맨유=루니의 공식은 진리였다.

 

 

2. 파상공세를 펼친 첼시, 하지만 맨유 수비진을 뚫기엔 부족했다.

 

(골가뭄을 탈출하기 위해 매서운 슈팅을 몇차례 날린 토레스, 하지만 반더사르까지 뚫진 못했다)

 

  전반 24분, 루니에게 선제골을 내준 첼시는 다시 주도권을 빼앗아 오기 위해 본격적으로 파상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제골을 넣고 점유율과 세밀한 패스에 주력하며 보다 안정적인 맨유와 달리, 첼시의 움직임은 너무나 급했던 모습이었다. 강한 압박과 함께 수차례 슈팅을 때렸지만, 퍼디낸드가 복귀한 맨유 수비진과 반더사르의 선방을 뚫어내기란 힘들었다.

 

  후반에도 첼시의 밀어부침은 계속되었다. 람파드와 에시앙의 볼배급은 어는 방향에서든지 이뤄졌고, 최전방에 있는 토레스나 드록바는 맨유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비디치와 퍼디낸드에 막혀 좀처럼 힘을 쓰질 못했다. 반면에 맨유는 후반 5분경부터 자연스럽게 수비적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는데, 보통 갑작스럽게 10백으로 돌리는 약팀의 수비적 전술과 달리 중앙선부터 서서히 내려오는 맨유를 보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결국 안첼로티는 오늘 부진했던 드록바와 지르코프를 빼고, 아넬카와 말루다를 투입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반더사르의 신들린 선방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하미레즈가 PK를 못얻어낸 것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3. 오늘 경기에 모두 투입된 맨유 윙어들, 각각 다른 포지션을 완벽히 수행하다.

 

(오늘 경기서 맨유의 윙어 4인방(박지성-나니-긱스-발렌시아)이 전부 투입되면서 맹활약을 펼쳤다)

 

  오늘 이 경기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바로 맨유가 자랑하는 윙어 4인방 모두가 이 경기에서 투입되었다는 점인데, 4명 모두 원래 자기포지션이 아닌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는 점이다.

 

  지난 웨스트햄전에 풀백을 완벽하게 소화했던 긱스는 오늘 중앙 미드필더로 나와 캐릭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오늘 경기에서 캐릭과 함께 가장 돋보였던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격했던 발렌시아는 하파엘이 부상으로 교체되자, 긱스에 이어 오른쪽 풀백으로 내려가 생각 이상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이것은 발렌시아의 좋은 수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전략이었다). 그리고 박지성은 웨스트햄전에 이어 프리롤을 부여받으며,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첼시의 수비진을 흔들어댔다. 하파엘과 교체되어서 나온 나니는 윙어로 나오면서 서서히 수비적으로 변신하던 맨유 진영에서 역습을 도맡으면서 치차리토와 루니에게 볼을 배급하던 역할을 잘 소화했다. 윙어 4인방을 멀티플레이어기질로 바꿔놓는 퍼거슨 감독의 전술에 다시 한 번 놀랬다(이 영감은 레알이야!).

 

 

4. 투톱의 계속되는 골침묵, 그리고 엉망진창인 첼시 수비진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잘 풀어갔던 맨유와 달리, 첼시의 안첼로티 감독은 도무지 짜증내는 법이 없었는데, 오늘 경기에서 상당히 심기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그만큼 첼시가 홈인데도 불구하고,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바로 첼시가 자랑하는 골게터들의 골침묵이다. 리버풀에서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고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토레스는 9경기 연속 골침묵으로 이어지며, 이제는 셰브첸코에 이어 확실한 먹튀가 되었다는 여론이 대세로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신이라 불렸던 드록바는 더이상 신의 아우라는 커녕 보통 일반인에 지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첼시의 말라버린 샘물에 빗줄기가 내릴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오늘 다비드 루이즈가 빠진 첼시 수비진은 아주 엉망진창이었다. 이바노비치는 오늘 루니를 막아야할 지, 자기 자리를 지켜야할 지 갈팡질팡하던 모습이 역력했고, 보싱와는 오늘 돌아오지 않는 풀백이 되어 맨유에게 실점의 빌미가 되어 최악 그자체였다. 평소에 흔들리지 않던 존테리도 오늘따라 치차리토를 상대하기에 벅찬 모습이었으니... 첼시 입장에선 다음 2차전인 올드트래포드가 엄창난 부담으로 작용할 게 틀림없다.

 

 

  오늘 경기는 완벽하게 맨유의, 맨유에 의한,  맨유를 위한 경기임에 틀림없다. 오늘도 퍼거슨 감독의 소름끼치는 전략은 확실히 들어맞으면서 맨유의 고질병인 SB 징크스마저 9년만에 털어버리는 결과까지 만들면서 맨유의 기세가 더욱 더 상승세를 타게 되었다. 첼시가 분위기 반전을 하려면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퍼디낸드가 컴백한 포백은 물론이요, 은퇴를 앞둔 선수치곤 너무나도 잘하는 반더사르를 어떻게 제낄 것인가 말이다...

 

 

P.S : 하파엘의 부상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답니다. 트위터소식에 따르면 퍼거슨감독이 하파엘에게 부상부위를 묻자, 하파엘은 괜찮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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