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A매치로 인해 한 주의 휴식을 취한 후, K리그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러나 지난주 주말은 프로야구가 개막해서 그런지 1,2라운드에 비해 총집계 수는 조금 떨어졌다(그래도 이번 4라운드 K리그 관중 총집계수가 총 10만명을 넘어섰다). 나는 이번에 수원에 있는 집에 내려갈 겸, 학교 레포트 겸해서 수원vs울산의 경기를 보러 수원 빅버드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이번 홈경기에서 수원은 여성팬들을 위한 Lady`s Day 이벤트를 가졌다, E,N,S석에 여성은 무료 입장)
빅버드에 도착해보니 수원은 수원 지역에 위치한 축구팬들을 겨냥하여 이벤트를 펼쳤다. 바로 블루랄라 Lady`s Day. 이 날 경기에서 여성팬들은 E,N,S 비지정좌석 무료입장을 실시한 것이다. 아무래도 비교적 축구장을 찾아오시는 여성팬분들이 적기에 좀 더 많은 여성팬들을 확보하고자 함과 동시에 커플이나 가족동반으로 축구장에 찾아오시는 팬분들을 계속적으로 축구장에 찾아오시게끔 하고자 했던 캠페인이 아니었나 싶다(서울은 이날 대학생 할인행사를 치뤘던 것으로 알고 있다).
(W석 앞에서 여성분들을 위한 이벤트 Lady`s Day 여성승부차기가 진행중이었다)
(수원의 스폰서 삼성기업이 자사제품인 "Galaxy S hoppin" 과 "Smart TV" 홍보버스로 주목을 끌고 있다)
(수원 팬들을 위한 기념품 판매점 및 페이스 아트 센터 등등 도 마련되었다. 허나 본인은 울산팬이기에...)
2, 3일 전부터 홍보한 Lady`s Day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생각만큼 많은 팬들이 경기장을 방문하진 못했다. 아무래도 오전내내 구름이 끼어서 비가 올 것이라고 예고했던 기상청의 일기예보 때문이었을까? N,E,W석 1층 부분을 가득 채웠을 뿐이다(E석 2층은 잘모르겠다. 1층에 있어서...). 사람이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였는지 나는 우연찮게 E석에서 거의 앞좌석에 앉아서 선수들의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내 주위에 커플이 좌우로 샌드위치마킹하는 바람에 혼자온 나를 좀 씁쓸하게 만들었지만....(하아...).
(오늘 경기를 맡게 될 주심과 부심, 그리고 대기심분들이 몸을 풀고 계신다)
(경기 시작하기 한시간 반 가까이 남았는데도 벌써 N석 1층은 홈팀 서포터즈인 그랑블루가 점령했다)
(수원과 달리 원정팀 울산은 한 시간 전부터 먼저 나와 몸을 풀고 있었다, 이 사진은 이 날 스타팅 멤버들)
(한가운데서 뒷짐지고 계시는 울산의 영원한 '가물치형님' 김현석 수석코치님 ㅎㅎ)
(울산의 키플레이어 고창현, 오늘도 울산 에이스의 어깨는 무겁게만 느껴진다)
(울산의 새 주장 곽태휘(왼쪽), 지난시즌 국대포백 해체 이후 수비진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는 중)
(지난 부산과의 컵대회에서 득점포를 가동하기 시작한 김신욱, 이 경기에서도 부탁해~)
(경기 시작하기 3,40분 전에 수원 선수들 단체로 몸을 풀러 경기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오늘 E석을 전담했던 수원 블루윙즈 치어리더팀. N석의 그랑블루에 비해 비교적 호응이 많이 없어서 90분 내내 꽤나 애먹으셨다. 고생하셨어요 치어리더팀.)
(E석 젤 앞에 설치되어있던 커플 묶음 자리(?). Galaxy Tab 이벤트로 걸린건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저렇게 좌석이 20여석 가까이 되었다)
(드디어 선수입장, 그리고 킥오프)
수원과 울산의 경기는 한마디로 '친정저격더비'였다. 현재 수원에서 뛰고 있는 울산 출신 선수만 해도 무려 5명이나 되고(오범석, 오장은, 염기훈, 최성국, 이상호), 울산에서 뛰고 있는 수원 출신 선수도 3명씩이나 되며(송종국, 강민수, 이재성), 신기하게도 이 8명 선수가 오늘 경기에서 뛰었다는 점이다.
먼저 원정팀 울산은 3-4-3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으며, GK 정유석 - DF 이재성 곽태휘 강민수 - MF 최재수 에스티벤 이호 송종국 - FW 설기현 김신욱 고창현 이 스타팅멤버로 나왔다. 최근에 투톱으로써 활약했던 설기현이 최전방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윙포워드로 배치하며 고창현과 김신욱을 양 측면에서 보좌하는 전술과 동시에 화력이 막강한 수원을 막아내고자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 나온 김호곤 감독이었다. 반면 홈팀인 수원은 예전처럼 4-2-3-1 전술을 들고 나왔지만, 최성국이 빠지고 그 자리에 우승제를 배치했으며, 울산전을 대비하여 울산 로컬보이 출신인 이상호를 복귀경기 겸 선발로 내세웠다. 그리고 울산의 높은 수비벽을 견제키 위해 마르셀을 최전방에 내세웠다. GK 정성룡 - DF 양상민 마토 곽희주 오범석 - MF 염기훈 이용래 이상호 오장은 우승제 - FW 마르셀.
전반전은 두 팀 다 지루한 플레이였다. 울산은 수원의 화력을 봉쇄하기 위해 마치 EPL의 스토크 시티를 연상케 하는 높이와 힘축구로 수원의 경기템포를 끊으며 밀어부쳤다. 전반부터 힘축구로 막아서자 측면에 배치되어있는 염기훈이나 우승제, 그리고 최전방에 마르셀이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다고 해서 울산 또한 유리한 경기를 이끌고 나간 것은 아니었다. 울산이 너무나 단순하게 김신욱의 높이를 이용한 공격루트를 쓰다보니 측면에서 역습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매번 흐름이 끊겼다. 설기현이 예전같지 않는 몸놀림을 보이며 매번 양상민에게 차단당하는 모습만 보였고, 고창현은 오범석에게 묶여있는 바람에 시원시원한 모습을 보이질 못했다.
S석에 자리잡은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 구단의 안일한 태도와 팀 성적, 그리고 감독에 대한 불신이 비례했던 것일까? 그랑블루에 비해 극소수만 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저리 가서 볼껄.. 울산 구단은 지금 서포터즈들이 구단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표면적으로 자각해야하지 않을까?
전반전이 끝나자마자 수원은 Lady`s Day 이벤트의 하이라이트인 여성PK 참가자 5명을 무작위선정하여 하프타임에 빅버드 그라운드 위에서 PK 이벤트를 진행했다. 여성분 5명 모두 PK 성공시키지 못하는 바람에, 가위바위보로 한 분에게 다시 기회를 드리는 방식을 마련했다. 가위바위보로 통해 기회를 잡으신 임산부 여성 한 분이 다시 PK 실축했으나, 재빨리 튀어나온 공을 골대 안에 집어넣으시면서(골대 앞에서 움직임이 호돈신인줄 알았다) 1등상품인 스마트TV를 타가시는 행운을 잡았다. 그리고 골을 넣진 못했지만, 멋진 세레모니를 보여주셨던 아주머니 한 분이 세레모니 덕분에 갤럭시탭을 득템하셨다.
수원의 5번째 공식 서포터즈, FC Men의 모습. 얼마 전에 JYJ의 김준수, 박유천을 중심으로 SS501의 김현중, 비스트의 이기광, 윤두준, 배우 박건형 등이 모여서 만들었던 축구단이 화제였었는데(수원의 정성룡 골키퍼가 이 팀 감독이다), 바로 그 팀이 FC Men이다(꽃미남 아이돌들의 영상이 전광판에 뜨자, 소녀팬들의 함성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와 귀가 아플 정도였다... 역시 잘생기고 봐야..응?). 아쉽게도 오늘 FC Men의 핵심멤버 중에 개그맨 박성광과 그 외 신인 3명이 4월 15일 강원도에서 FC Men 입단식을 한다고 홍보차 수원 빅버드를 방문했다.
(수원의 마토가 PK를 준비하는 모습)
전반전에 수원의 경기력이 영 안풀렸던지 윤성효 감독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수비수인 곽희주를 빼고, 윙어인 최성국을 투입시키는 공격적인 전술로 나왔다(오범석을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강수를 두었다). 확실히 최성국이 투입되고 난 뒤부터 수원의 스피디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마르셀의 포스트 플레이로 공중볼을 따냈고, 최성국이 측면에서 울산 수비를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면서 울산의 진영을 흐뜨려놓는데 성공한다. 그 결과 마르셀이 뒤로 패스를 주었고, 울산의 전 주장이었던 수원의 오장은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슈팅을 때리면서 울산의 골대망을 흔들어 0대0 균형을 깨뜨렸다.
이 골의 영향이었을까? 이후 오장은은 경기 종료가 될 때까지 울산에게 가장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곤이 보고있나?). 수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늘 강민수에 의해 봉쇄당했던 염기훈과 마무리가 좋지 않았던 마르셀을 빼고, 이현진과 게인리히를 투입시키면서 공격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었던 울산이 아니었다. 지속적으로 김신욱의 높이와 힘을 바탕으로 수원으로 밀어부친 결과, 설기현의 크로스를 이어받은 김신욱이 수원을 골망을 흔들며 다시 1대1 원점으로 되돌려놨다. 그러나 울산의 힘과 높이 축구는 그 이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오히려 수원에게 PK를 헌납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이현진이 얻어낸 PK로 마토는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면서 후반 종료를 앞두고 2대1 승리를 이끌던 주역이 되었다(마치 마토가 PK를 찰 때, 광주 vs 수원의 상황이 좀 흡사하긴 했다).
Best Player : 수원 - 오장은, 울산 - 에스티벤
이 날 양 팀에서 베스트 플레이어를 꼽자면 먼저 수원에서는 두말 할 것 없이 오장은이었다. 오장은은 이 날 수원에서 가장 날카롭고 무서운 모습을 수차례 보여주면서 오장은을 수원으로 내준 김호곤 감독이 얼마나 큰 실수를 저질렀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끔 만들었다(이로써 김호곤 감독의 무능력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최전방에 마르셀과 염기훈이 울산의 힘축구에 밀려 힘을 못썼지만, 오히려 그들을 이용하여 세컨볼을 따내 위협적인 슈팅과 패스를 선보이며 수원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오장은과 이용래의 공존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이 경기를 통해서 그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는 듯이 두 선수의 알맞은 역할분담 또한 빛났다.
수원에서 오장은이 빛났다면, 울산에선 에스티벤이 가장 돋보였다. 키플레이어인 고창현의 봉쇄, 설기현이 자주 공격 템포를 끊어먹었던 핸디캡(?)이 있었으나,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수비와 공격 전개에 연결고리 역할을 가장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나 싶다. 만약 에스티벤이 이 날 경기에 결장했다면, 울산은 어떻게 공격을 했을려나 싶을 정도였다.
Worst Player : 수원 - 이상호, 울산 - 설기현
베스트가 있으면 워스트도 있는 법. 모두가 다 잘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냉정하게 이 경기에서 못했던 선수들도 짚어보려고 한다. 먼저 수원에서는 이상호가 가장 최악의 플레이어였다. 울산전이 부상에서 회복한 후 첫 경기라는 걸 감안해야하지만, 이 날 몸놀림은 경기에 투입하기엔 곤란한 수준이었다. 상대팀 선수인 이호에 의해 힘이 부치는 지 내내 공이 뺐기며, 몸싸움에서 자주 튕기는 등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오히려 염기훈이 아니라 이상호를 뺐어야 했는게 아니었나 싶다).
울산에서는 나는 개인적으로 설기현을 꼽는다. 비록 설기현이 김신욱의 골을 어시스트했지만, 그 외에는 정말 최악 그 자체였다. 예전에 레딩시절 모습은 이제 더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 울산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역습찬스를 맞이할 때마다 흐름이 끊겼던 건 전부 다 설기현이 양상민에게 철저하게 마크당했기 떄문에 제대로 된 역습을 해보질 못했다(속도도 너무나 떨어져 역습이 안될 정도였으니). 이러한 엉망인 폼의 설기현을 왜 자꾸 김호곤 감독은 기용하는 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차라리 에스티벤이나 고창현을 좀 더 활용하는 전술을 해야하는데, 무조건 힘과 높이 축구로 몰아부치려는 그의 전술이 언제까지 갈려나...(지금 1승 3패의 성적인데..). 게다가 김호곤 감독은 수원전 패인을 골키퍼 탓으로 돌렸는데, 내가 봤을 때 오늘 골키퍼였던 정유석이나 쓰리백(이재성-곽태휘-강민수)은 오히려 더 괜찮았다(수원 공격진이 뚫질 못했으니까). 이런 감독을 언제까지 쓸런지 울산 서포터즈 20년 한 나도 인내심이 이제 폭발할 것 같다.
수원 빅버드의 블루랄라 Lady`s Day를 다녀오면서 수원이 괜히 관중동원력이나 서포터즈 숫자가 K리그에서 넘버원을 찍는 게 아니라는 것을 새삼느꼈다. 물론 구단 자체가 자금력이 풍족하니 선수영입이나 다양한 마케팅이 가능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연고지제를 택한 이후 지속적인 인기를 모으기 위해서는 그 지역주민을 계속 끌어당길 수 있는 뛰어난 마케팅이나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울산 프론트 양반들아, 수원 하는 거 반만 따라해봐라 제발 좀....). 잘 되는 집안이 하루 아침에 잘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수원이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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