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감독이 FA 협회에 의해 5경기 터치라인 접근금지를 당하여 상당히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맨유가 생각보다 의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지난 볼튼전을 시작으로 하여 웨스트햄 원정, 그리고 오늘 있었던 풀햄전까지 3경기 동안 모두 승리를 거두며, 사실상 리그 최다 우승 신기록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맨유가 이렇게 나갈 동안, 경쟁상대인 아스날은 도통 이기지 못하고 있으니 사실상 맨유가 우승할 기세다).
게다가 지난 주중에 열렸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첼시 원정에서 값진 승리를 얻어냄으로써 챔피언스리그 4강진출에 한발짝 앞선데다가 그동안 우승컵을 들지 못했던 FA컵도 준결승에 올라가있기 때문에 98/99 시즌 이후로 맨유는 다시 한 번 트레블을 달성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맞이했다. 맨유가 트레블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가야할 고난이도의 관문들이 아직 대기하고 있다.
(맨유의 앞으로 남은 일정 : 4~5월 경기 일정이다)
1.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4월 13일, in 올드트래포드(홈))
(루니가 살렸던 첼시전 승리, 2차전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할 지...?)
사실 이번 챔피언스리그 8강 전경기 중에서 가장 빅게임으로 손꼽혔던 경기가 바로 맨유와 첼시의 격돌이었다. 다른 경기의 경우에는 어느정도 승패가 일반인들조차도 예상되었던 경기였지만(인테르가 그 예상을 확실히 짓밟으면서 대패당했지만), 솔직히 맨유와 첼시가 맞붙었을 때 누가 올라갈 지는 성급한 판단을 할 수 없는 경기였다.
그러한 치열한 경기에서 맨유는 런던 원정길에서 1대0 신승을 거두면서 첼시를 기선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영국 FA의 징계의 효력이 발동되지 않기 때문에 5경기 터치라인 접근금지 징계를 받고 있는 퍼거슨 감독이나 카메라 욕설파문으로 2경기 출장정지를 먹은 루니는 마음놓고 챔스에 출전할 수 있었고, 2차전 또한 변함없이 나올 것이다. 게다가 토요일에 가졌던 풀햄전에서 루니 없이도 2대0으로 깔끔한 승리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긱스, 박지성, 퍼디낸드, 반더사르, 하파엘에게 휴식을 주면서 2차전까지 준비하였다. 또, 2차전은 맨유 홈인 올드 트래포드이기 때문에 올시즌 내내 홈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는 맨유의 기세는 그 어느때보다도 하늘을 찌른다.
물론 맨유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었다고 해서 방심해선 절대 안된다. 상대는 최근 맨유를 가장 줄기차게 괴롭혀왔던 첼시라는 점이다. 맨유와 동시간대에 열렸던 위건전에서 부상에서 회복한 베나윤이 최고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베나윤이 위건전에서 복귀골을 선사하면서 그동안 기존에 첼시에게 없었던 크랙카드라는 옵션을 마련해주면서 10경기 무득점에 그치고 있는 토레스의 답답함을 뚫어줄 요소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이 두 선수는 리버풀에서도 함께 뛰었으니 호흡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2차전에서 무조건 공격으로 달려들 첼시를 잘 막아낸다면 4강은 물론이요, 08/09시즌 이후 또다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밟을 수 있게 된다(4년 사이에 3번씩이나 챔스 결승무대를 밟는 건 그 누구도 이뤄냈던 적이 없었다).
게다가 5월 7일에 다시 한 번 첼시와 홈에서 격돌할 때의 게임판이 어떨지 보여줄 한 판이 될 것이다.
2. 맨체스터 시티와의 FA컵 준결승전(4월 17일, in 뉴웸블리 스타디움(중))
2007년, 태국 전 총리인 탁신이 맨시티를 매입하고 나서부터 맨시티는 지역 라이벌인 맨유를 무섭게 위협하기 시작했고, 에릭손 감독이 맨시티에 있을 때에는 2번씩이나 맨유를 꺾으면서 이제 더이상 맨시티가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다(더욱이 그 때는 호날두-루니-테베즈 사기팀 시절이었다).
하지만 맨시티의 맨유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던 것은 에릭손 감독시절이 가장 최근이자 마지막이었고, 그 뒤로는 마크 휴즈, 로베르트 만치니가 차례로 감독으로 부임했어도 맨유에게 너무나도 약한 모습을 보였고, 맨유보다 훨씬 더 많은 자금을 사용하면서도 맨유라는 벽을 넘질 못했다. 맨시티도 분명 요근래 EPL에서 가장 무서운 팀 중 하나인 것은 맞다. 하지만 맨유를 넘지 못하는 이상, 챔피언스리그는 진출하더라도 최소한 잉글랜드 내에서 컵을 들어올리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위기가 지나면 기회가 찾아온다듯이, 맨시티에게 있어서 기회가 왔다. 어떻게 보면 맨유에게는 최대 위기인 셈이다. 바로 4월 17일에 열리는 FA컵 준결승이 맨유에게는 위기이자, 맨시티에게는 복수의 기회로 다가온 것이다. 일단, 이 경기는 맨체스터가 아닌 중립지역인 뉴웸블리 구장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기에 두 팀 다 장거리 이동이라는 피로 요소를 깔고 들어간다. 하지만, 맨유는 이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과 루니를 잃게 된다. 바로 FA에서 징계내린 것이 이 경기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에 열렸던 맨유의 맨시티 격침의 주인공도 루니와 퍼거슨 감독의 합작품이었는데, 이 중요한 무기를 잃게 되기에 맨유가 트레블을 달성하기에 최대 고비라고 손꼽고 있는 것이다.
물론 풀햄전에서 보여줬듯이, 루니와 퍼거슨 감독이 없어도 그들은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맨시티는 풀햄과는 애초부터 클래스가 다른 팀이며, 실바 중심으로 요즘 화력전을 펼치고 있는 맨시티이기에 가볍게 볼 수 없다. 또한 부상에서 돌아온 테베즈의 돌파와 골에 목말라있는 제코의 높이를 동시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가 최대의 관심사다. 그리고 맨유는 이 경기 끝나고 바로 뉴캐슬 원정과 만약 챔스 4강에 진출하게 된다면 곧바로 챔스 4강전도 치뤄야 하기 때문에 이 경기에서 승리해야만 사기가 계속 유지될 것이다.
3. 에버튼과의 리그 홈경기 (4월 27일, in 올드트래포드(홈))
리그 우승을 향한 맨유의 최대 분수령은 아무래도 이 에버튼전과의 홈경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시즌 에버튼은 초반에 중하위권으로 떨어지면서 예전의 에버튼의 모습을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듯 했으나, 모예스 감독은 전술의 귀재라는 명칭답게 에버튼을 다시 리그 7위까지 끌어올리면서 괜히 퍼거슨 감독이 극찬했던 게 아니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에버튼은 언제나 강팀들의 발목을 수차례 잡아왔던 전형적인 강팀 킬러였다. 지역라이벌이자 최대 라이벌인 리버풀부터 첼시, 그리고 맨유까지 거침없이 그들의 앞길을 수년동안 막아섰듯이, 이번에도 맨유의 리그 최다우승을 향한 길목에 떡하니 버티고 있다. 지난 가을에 펼쳐졌던 구디슨 파크에서 맨유에게 3대3 악몽을 줬듯이, 에버튼은 마음만 먹으면 맨유를 꺾을만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최전방에 포진되어 있는 벡포드를 시작으로 미드필드진에 케이힐, 펠라이니, 아르테타, 그리고 수비진에 있는 베인스와 맨유 출신이자 현 주장인 필 네빌, 그리고 같은 맨유 출신이었던 팀 하워드까지... 스쿼드도 맨유 못지 않게 꽤나 탄탄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바로 레이튼 베인스다. 그동안 파트리세 에브라와 애슐리 콜에 가려져서 상당히 저평가 받던 잉글랜드산 레프트백이었으나, 올시즌이 되어서야 서서히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레프트백임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크로스와 강력한 왼발 슈팅, 거기다가 에버튼에서 프리킥까지 전담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베인스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나, 레프트윙을 맡고 있던 스티븐 피에나르가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후에 그는 더욱더 돋보이면서 팀의 상승세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 예로 FA컵에서 승부차기 끝에 첼시를 잡아내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도 바로 베인스의 한 방이었다.
다행스러운건 이 경기에서 퍼거슨 감독과 루니, 둘 다 징계가 풀리게 된다. 루니에게 있어서 이 경기는 특별하다. 왜냐하면 루니는 이미 알려졌듯이 에버튼 유스 출신이다. 맨유 홈경기라서 좀 덜하겠지만, 에버튼 팬들의 엄청난 야유세례가 준비되어 있으니 조금 껄끄러울 것이다. 물이 오를대로 오를 에버튼을 잡고 리그 우승을 확정지을 지도 관건이다.
4. 퍼거슨 감독의 터치라인 접근금지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원격조종도 자유자재 구사하시는 '만렙' 퍼거슨 감독)
결국 이번 4월 한 달 일정은 퍼거슨 감독의 터치라인 접근금지 징게가 변수가 되는 셈이다. 그나마 챔스에선 퍼거슨 감독이 직접 벤치에 앉을 수 있기 떄문에 별 큰 영향은 없지만, 앞으로 남은 2경기 징계(맨시티전, 뉴캐슬전)가 어떤 변수가 될 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앞서 징계가 집행되었던 3경기(볼튼전, 웨스트햄전, 풀햄전)는 비교적 한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에 맨유의 클래스를 입증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물론 웨스트햄 원정은 하마터면 질뻔했지만).
리그의 경우 현재 2위를 달리고 있는 아스날이 맨유보다 한경기 덜 치룬 상태이긴 하나, 사실 맨유만큼, 아니 오히려 일정이 더 험난하다고 볼 수 있다. 일요일에 열렸던 블랙풀 원정에서 3대1 승리를 거두며 무승행진을 끊었지만, 18일에는 리버풀과의 홈경기, 20일에는 북런던 라이벌인 토트넘 원정이 기다리고 있기에 5월 1일에 아스날과 맨유의 맞대결 전에 리그 우승팀의 향방이 거의 맨유로 기울어졌다는 분위기다.
만약 맨유가 토요일에 가졌던 풀햄전처럼의 경기력만 보인다면, 최소한 리그 우승, 욕심을 부려서 트레블을 다시 한 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수들의 정신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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