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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 EPL 1/3분기 Review -처음부터 줄곧 계속 잘 나가는 팀이 없다-

J_Hyun_World 2010. 11. 16. 20:43

 

 

  2010/11 EPL도 어느덧 1/3이 훌쩍 지나갔다. 매 해가 지날수록 EPL 순위경쟁의 치열함은 더해져만 갔었지만, 그래도 강팀들의 기세를 그렇게 꺾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확실히 달랐다. 지금 순위상으로는 첼시(1위), 아스날(2위), 맨유(3위), 맨시티(4위) 순으로 많이 달라진 것 같진 않아 보이지만, 그 뒤로 볼튼(5위), 선더랜드(6위), 뉴캐슬(8위) 등이 선두권 4팀을 타이트하게 압박해오고 있다.

 

 

 

1. 힘을 제대로 못쓰고 있는 우승후보 0순위, 맨유와 첼시, 아스날

 

  맨유와 첼시, 이 두 팀은 시즌전개가 어떻더라도 언제나 줄곧 우승후보 0순위를 다퉜고, 5~6년 전 아스날의 무패 우승 이후로 계속 맨유와 첼시가 번갈아가면서 리그 우승 타이틀을 들어올렸다. 이번 리그가 시작하기 전만 하더라도 이 두 팀이 라리가의 레알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처럼 양강구도를 이룰꺼라고 예측했던 전문가들이 태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이 두팀도 지금 불안불안하다.

 

  초반에 대량스코어를 내면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첼시, 하지만 맨시티전 충격패 이후부터 계속 흔들리고 있다. 첼시 중원의 중심인 람파드가 부상으로 빠진데다가 이번 여름에 첼시를 떠난 데코와 발락, 조콜 등의 공백으로 숨막히는 중원을 자랑했던 첼시의 중원이 너무나 헐거워졌고, 예전에 자랑하던 중원장악도 이제 뜻대로 되질 않는다. 중원이 흔들리기 시작하니 최전방에 나가있는 드록바나 수문장인 체흐가 힘들어지는 게 당연지사. 거기다 새로 영입했던 하미레즈는 좀처럼 융화되지 못하고, 베나윤은 이미 6개월 장기 부상을 끊어놓은 상태인데다, 최근에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히모비치를 비롯한 보드진이 수석코치인 레이 윌킨스를 시즌 도중에 갑작스럽게 경질시킴으로써 첼시 분위기가 어수선해졌고, 무리뉴 경질시절때 버릇이 다시 나오는거 아니냐는 반응도 제기되었다(레이 윌킨스의 경질 원인은 아무래도 챔피언스리그를 우승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안필드 원정의 2대0 패배와 홈인 스탠포드 브릿지에서 선더랜드에 3대0 완패로 돌아오고 있다.

 

  반면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지만, 시즌 초반인데 벌써 7무(6승)를 기록한 맨유는 어찌보면 더더욱 심각한 것 같다. 호날두, 테베즈 등 맨유 공격의 핵심선수들을 차례로 떠나보면서 메꾸지 못한 공백과 선수들의 줄줄이 부상을 당함으로써 요즘 맨유의 선발 라인업을 보면 두시즌 전까지만 해도 그 화려했던 맨유가 맞나 싶다. 우승후보에 걸맞지 않는 졸전을 거침으로써 각 스포츠 언론의 좋은 떡밥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맨유의 무패행진에 관한 내용은 내가 이미 그 전에 글을 올렸으니 그걸 참조하시라).

 

 

 

  아스날은 그나마 위의 두팀보다 쪼~금 나아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공격의 핵심인 반페르시가 초반 두달여동안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이적생 샤막과 월콧, 아르샤빈 등이 잘 메꿔주고 있고, 나스리-세스크-데닐손(or 송)의 미드필더들의 유기적인 조직력 또한 좋아보인다. 하지만 아스날의 고질적인 센터백 문제는 매번 벵거감독을 골치아프게 만드는 것 같다. 이번에 도박에 가까운 거액을 들여 데려왔던 코시엘니와 거상 세비야에서 데려온 스킬라치. 그냥 그럭저럭 하는 것 같다 싶을때마다 실수를 함으로 실점 빌미를 제공하기도 한다(심지어 코시엘니는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개막전 퇴장을 비롯하여 벌써 레드카드 2장이 모았다 ㄷㄷ;;). 지난시즌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던 베르마엘렌의 부상이탈이 이렇게 커보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골키퍼 문제도 줄곧 도마에 오른다. 최근 알무니아에서 파비앙스키로 무게가 옮겨짐으로써 파비앙스키가 주전을 잡는 분위기이지만, 다른 라이벌 팀들의 주전 골리들에 비해 무게감이 너무나 떨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수비가 줄곧 발목을 잡는 모습을 가끔 보기도 한다)

 

  그래서  이  3팀이 선두권을 유지하곤 있다지만, 뭔가 좀 뒤가 찝찝한 느낌이 든다.

 

 

 2. EPL 최고의 돌풍 : 볼튼, 선더랜드

 

 

  요즘 가장 재미난 관전 포인트가 생겼다. 바로 볼튼과 선더랜드, 이 두 팀이다. 원래 이 두 팀은 보통 중위권의 성적을 냈던 팀인데, 이번시즌에 가장 무서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이청용이 있는 볼튼. 최곤 볼튼은 리그 5위에 랭크되어 있을 정도로 예전의 볼튼의 킥&러쉬 스타일(일명 "뻥"축구)이 완전히 탈바꿈했다. 지난 시즌 전까지만 해도 최전방에 있는 케빈 데이비스나 엘만더의 머리에 연결하는 게 주 공격 루트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 볼튼에게서 아스날이나 바르셀로나에서 볼 법한 패싱축구가 나온다. 이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볼튼의 감독 오웬 코일이 지금 볼튼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으며, 지금 코일의 명장설 제기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볼튼의 경기스타일이 확실히 바뀌었다고 보여줄만한 대표적인 경기가 바로 홈경기에서 토튼햄을 4대2로 격파했을 때다. 중원에서 철저하게 압박을 하여 라파엘 반더바르트가 빠진 토튼햄 중원을 완전히 묶어놓고, 토튼햄 수비진들을 오밀조밀한 패스로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그리고 주로 오른쪽 측면돌파를 하던 이청용에게 경기조율 하면서 패싱의 시발점 역할을 부여했던 경기였다(그때 마르세유룰렛 패스까지 나왔었던 경기였다). 비록 7무로 무승부 수가 많긴 하지만, 맨유와 비기고 토튼햄을 크게 잡음과 동시에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이제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 있기에 볼튼의 이번 시즌 전망이 청신호다. 

 

 

 

  볼튼 말고도 초반에 엄청난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팀, 선더랜드. 지난 일요일 런던 원정에서 중원이 얇아진 첼시를 3대0으로 크게 격파하였다. 이것만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빅4인 맨유, 아스날, 리버풀과 새로운 강호 토튼햄을 상대로 하여 무승부를 기록함으로써 강팀과 이제 대등한 시합을 펼치고 있다. 선더랜드 감독으로 있는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예전부터 중위권팀에선 거의 퍼거슨, 벵거급 감독으로 불리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선더랜드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맨유 출신 선수들(리차드슨, 바슬리, 웰벡)들의 전반적인 활약과 이적생인 가나의 공격수 아사모아 기안의 완벽한 적응, 그리고 핸더슨, 젠덴 등 미드필더들의 공수에 걸친 뛰어난 활약 모두 골고루 갖추고 있다. 브루스 감독의 뛰어난 선수기용과 전술운용능력, 그리고 선더랜드 선수들의 퍼즐처럼 꼭 맞춰끼워진 플레이들이 드디어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3. 감독이 정녕 팀의 독인가? 맨시티와 리버풀

 

  이번시즌 맨유와 첼시의 독주를 저지하기에 충분한 화력을 갖춘 맨시티. 하지만 이번 시즌에도 겉만 화려했을 뿐, 요란한 것 같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EPL 팀들 중 수천억원의 천문학적인 액수를 들여 가장 많고 화려한 영입(다비드 실바, 제임스 밀너, 알렉산드르 콜라로프, 제롬 보아탱, 야야 투레, 마리오 발로텔리 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라이벌인 맨유보다 뒤쳐진 리그 4위다. 실점 기록은 20팀 중에 2위지만, 정작 득점력은 중하위권 팀들과 엇비슷하다. 경기내용도 뭔가 그렇게 시원하게 이기는 경기가 딱히 없었다. 로베르트 만치니 감독의 너무 안정주의지향의 전술 때문에 테베즈, 실바, 아데바요르, 발로텔리 같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공격수들이 제 색깔을 못내고 있다(정말 웃긴건 맨시티의 15득점의 절반이 테베즈가 넣었다. 테베즈가 없었으면 맨시티 어쩔뻔했냐...) 너무 신중하고 루즈한 전술운용과 새가슴을 방불케하는 만치니 감독의 선수기용 때문에 맨시티 후임 감독으로 무리뉴가 온다는 식의 기사들이 하나둘씩 뜨기 시작했다. (내가 맨시티 감독이었더라도 이렇게 지루하게 경기 안하겠다... 진심으로..)

 

  리버풀은 맨시티보다 사정은 더 안좋다. 빚쟁이 양키 구단주와 전감독 베니테즈가 말아먹었던 것도 시원찮은 판에 로이 호지슨이 지금 아주 변변치 않은 밥상마저 걷어차고 있는 실정이다. 토레스가 부상당하면 공격수는 그냥 전멸이고, 콘체스키 덕분에 매번 리버풀 왼쪽은 탈곡기처럼 탈탈탈탈 털리고, 리버풀은 좀처럼 10위권 이내에 들지 못하는데 감독이라는 사람은 자기에게 문제가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애꿎은 콥스와 선수들에게 책임전가를 하고 있다(최근 스토크전 패배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자기에게 없다고 아주 뻔뻔함을 극치를 보여주는 인터뷰를 했다). 거기다가 최근에 이번시즌 부상 등으로 인해 부진하고 있는 라이트백 글렌 존슨에게 공개적인 비난을 하면서 리버풀 조직력이 콩가루가 되어가고 있다. 감독이 자꾸 이딴식으로 팀을 죽으로 말아드시는데 존 헨리 구단주는 리버풀을 대체 왜 인수했나 싶을거다.

 

 

4. 웨스트햄, 아슬아슬한 위험천만한 줄타기

 

 

  프랭크 램파드, 조 콜, 리오 퍼디낸드 등을 배출해낸 영국 최고의 유소년 양성소라 불리우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가 2003년 이후로 다시 강등되는거 아니냐는 팬들의 근심이 엿보인다. 웨스트햄 강등 이야기는 그렇게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지난시즌도 겨우겨우 17위 턱걸이로 강등을 면했기 떄문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너무나 심각하다. 리그 꼴지. 1승 6무 6패로 승점도 9점으로 유일하게 한자릿대. 스쿼드도 솔직히 이정도로 엉망은 아니다. 최소한 중위권은 갈 수 있는 팀이다. 그러나 경기가 마치 마가 낀 것처럼 참 뭘해도 안된다. 아브람 그랜트 감독의 자질 문제도 첼시 맡았을 떄 이후로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아브람 그랜트 감독은 지금 강등권이지만,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와 제 컨디션만 찾으면 문제없기 떄문에 장기적으로 봐야한다고 말하지만, 지금 웨스트햄의 상황은 발등에 누가 불을 지른 상황이기에 느긋하게 기다릴 수 없다. 그리고 강등권팀들과의 경기를 좀처럼 잡아내질 못하고 있으니 해머스들은 오죽 답답할까.

 

  아직 1/3 밖에 지나지 않았기 떄문에 12월 박싱데이를 비롯하여 변수는 얼마든지 많이 있다. 그 변수에서 잘 극복해낸 팀들이 보통 시즌이 끝날 때쯤 상위권에 랭크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좀 다른 것 같다. 우승후보들이 힘을 제대로 못쓰는 반면, 우승후보들과 상대하다보니 면역성이 생겨 이제는 강해진 중위권들의 펀치. 이번 박싱데이를 기점으로 이번 시즌 끝에는 지금같은 이변이 계속 연출될 것인지 주목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