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베로 남느냐, 강백호가 될 것이냐

 

 

 

 

퀘이로즈 감독 추천으로 OT를 밟게 된 120억원짜리 유망주

 

  2010년 여름, 맨유는 월드컵이 끝나고 나서 선수보강작업에 들어갔다. 월드컵 개막하기 전에 이미 맨유로 이적이 확정된 치차리토와 크리스 스몰링, 그리고 프리미엄리그 개막하기 직전에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또 하나의 유망주를 데려오게 된다. 하지만, 치차리토와 스몰링과 달리 이 선수에 대한 영입은 정말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뭐랄까, 퍼거슨 감독은 이 선수 영입에 대하여 맨유의 전 수석코치였던 카를로스 퀘이로즈 전 포르투갈 감독으로부터 강력한 추천을 받았고, 퀘이로즈 말만 듣고 퍼거슨 감독은 직접 관찰 한 번 하지 않고, 120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이 무명의 유망주를 위해 사용하였다. 그렇다, 그 무명의 유망주가 바로 베베였다.

 

  베베에게 이 정도 큰 금액을 사용하는 것 자체에 대해 맨유팬들은 물론이며, 많은 팬들의 의문을 사고 있었다. 더군다나, 퍼거슨 감독이 최소한 한 번이라도 직관하지 않고 바로 영입했다는 점 때문에 베베에 대한 정체에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알려진 그의 경력이라고는 '홈리스 월드컵(Homeless Worldcup)'에 출전했다는 것이 고작이며, 최소한 플레이 영상조차 거의 남아있지 않을 만큼 베일에 쌓여있었다.

 

  퀘이로즈의 추천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100% 신뢰성 있는 추천이라고는 감히 말할 수 없었다. 분명, 지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탄생하게 된 것을 비롯하여, "보급형 호날두"로 성장한 나니, 브라질의 재능 안데르송이 맨유에 입단하게 된 것에 대해 가장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이 퀘이로즈인건 분명했고, 그들이 맨유에 쉽게 적응하는 데 물심양면으로 힘썼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마누초나 포제봉 처럼 맨유 스쿼드에 살아남지 못하여 떠난 실패한 케이스도 꽤나 많다는 점이 있었다. 그래서 상당수는 베베가 맨유에서 실패할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130억짜리 유망주, 예상대로 잉여자원으로 전락하다

 

  이 130억원짜리 유망주는 맨유에서 7경기를 뛰었고, 2골을 뽑아내면서 유망주치고는 썩 나쁘지 않았던 시즌이다(첫시즌에 골까지 기록했으니깐). 작년 10월에 가졌던 울버햄튼과의 칼링컵 16강전에서 데뷔골을 성공시켰고, 한달 뒤에 열렸던 부르사스포르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경기에서 골을 기록했다.

 

  스탯상으로는 나쁘지 않았지만, 경기내용면에서나 베베를 영입하기 위해 투입한 자금에 비해 그의 활약은 가히 최악이라 불린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베베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맨유팬들에게 있어서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안그래도 오베르탕 때문에 발작 일으킬 뻔 하는데 모자라 베베까지 이러고 앉았으니... 이놈의 베베르탕 흥!)

 

  190cm 키에 걸맞게 몸싸움이나 슈팅, 주력 등 기본적인 하드웨어는 뛰어나다. 하지만, 윙어라는 포지션에 놓고 본다면,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특히, 크로스가 엉망이라 매번 크로스를 올릴 때마다 "베베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되어버리고, 지능이 없는 건지 동료 선수와 연계플레이가 전혀 안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다행히 나니와 박지성, 발렌시아 등이 별 탈 없이 윙어자리에서 훌륭하게 제 역할을 했었기에 베베의 재앙을 맞이할 일은 없었지만, 만약 이 주전 윙어들 중 둘이라도 쓰러졌다면 맨유는 이번에 우승 못했을 지도 모른다(울버햄튼전에서도 박지성 없었으면 베베는 거의 유다 취급 당했을 지도 몰라...).

 

  또 베베가 욕을 먹는 이유는 베베와 함께 올시즌에 합류한 치차리토와 스몰링의 활약도 상당부분 미쳤다. 멕시코의 아이돌, 치차리토는 올시즌 큰경기에서 순도높은 골과 서브로 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10골이상을 기록하면서 EPL 득점왕인 베르바토프를 벤치로 보내버렸다. 그리고 스몰링은 퍼디낸드의 잦은 부상, 에반스의 역포텐이 터지면서 비디치 혼자 외롭게 버텼던 중앙수비자리에 자주 출전하면서 차세대 맨유 센터백으로써의 모습을 보이며 어느새 포스트 비디치로 자리잡았다.

 

 

베베로 남느냐, 아니면 강백호가 될 것이냐

 

  스탯상으로는 나쁘지 않지만, 경기내용면에서 거의 민폐수준을 끼쳤던 베베는 올시즌 맨유의 최악의 영입선수로 꼽혔고, 진정한 먹튀로 선정되었다(아쉽게도 골닷컴에서 선정한 EPL 최악의 이적생 TOP10에는 없었다. 아무래도 출장경기수가 적어서 그런 것 같은데, 베베따위는 아예 취급을 안해주는 것 같다.. 에휴). 이렇게 맨유에서 최악의 첫시즌을 보낸 베베는 다음시즌부터 1년간 터키 수페르리가의 강호 베식타스로 임대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사실상 베베가 맨유에서 방출된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베베는 베식타스로 임대되는 1년 동안 반드시 기량을 쌓아서 맨유로 돌아오겠다고 선언했다. 나는 베베의 이 선언에 대해 어느정도는 기대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베베를 보면 문뜩 떠오르는 인물이 있어서이다.

 

  바로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다. 농구초짜이면서 자칭 천재라고 자신을 치켜세우는 강백호는 사기급의 천부적인 운동능력 덕분에 불과 반년반에 자신이 젤 좋아하는 덩크를 비롯하여, 리바운드, 레이업슛, 점프슛까지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면서 북산고의 당당한 BEST5로 자리잡았다.

 

  지금 베베를 보면, 딱 농구를 막 시작하려고 하는 강백호의 모습과 오버랩이 된다. 베베도 피지컬 능력에선 일단 확실히 갖출 건 다 갖춰져있다. 다만, 기술적인 부분이나 정신적인 부분(ex) 판단력, 창조성, 팀워크, 침착성, 집중력 등등)에 있어서는 매우 부족한 모습을 보였기에 즉시 맨유 전력감으로 포함될 수 없었다.

 

  하지만, 베베가 기본적인 운동능력이 갖춰져있기 때문에 그가 얼마나 노력하고 따라가려고 하는 의지와 열정에 따라 그의 성장속도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모습의 베베로 남느냐, 아니면 <슬램덩크>의 강백호가 되느냐. 베베가 베식타스에서 뛰는 이 1년이 크게 좌우할 것이다.

 

 

P.S : 이왕 베식타스로 임대간 김에, 포지션 변경을 한 번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좋은 피지컬을 갖추고 윙어를 하기엔 피지컬이 아쉬운데... 스트라이커나 중앙미드필더라던지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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