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리빌딩 과정 : 전선이상무
퍼거슨 감독 장기집권 25년동안 맨유는 수차례 리빌딩 과정을 맞이했고, 그 과정을 슬기롭게 잘 넘겼다. 90년대 초반에는 황금유스를 배출해내며, 1999년 유럽클럽팀 최초로 트레플 크라운이라는 업적을 달성했고,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 황금유스출신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할때도 적재적소에서 공백을 잘 메꾼 덕분에 맨유는 리버풀을 제치고 잉글랜드 리그 최다우승팀이라는 영예까지 거머쥐었고(맨유 - 19회, 리버풀 - 18회), 또다시 유럽 정상에서 최강자임을 증명했다(2007/08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현재도 맨유는 리빌딩 과정이 진행중이다. 맨유의 골문을 든든히 지키던 에드윈 반더사르와 영원한 정신적 지주 게리 네빌, 그리고 잉글랜드의 유일한 존재인 폴 스콜스가 올시즌 끝으로 은퇴했고, 맨유의 포백라인을 비롯하여 전체적인 연령대도 점차 높아져간다. 현재 리빌딩 과정만 놓고 본다면,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어가고 있다. 게리 네빌의 은퇴는 파비우-하파엘 쌍둥이 형제의 포텐을 일찍 터뜨리게 만들어준 기폭제였고, 리오가 잦은 부상으로 이탈하게 된 것은 스몰링과 에반스의 고속 성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에반스가 역포텐이 터져 전만큼 같진 않아도 평타는 쳐주긴 한다...). 또한 이번시즌에 멕시코 돌풍을 일으킨 치차리토는 벌써 다음시즌에 베르바토프를 제치고 루니와 주전 투톱을 예약한 상황이다.
그리고 시즌이 끝나자마자 채 얼마 안되서, 블랙번과 잉글랜드의 유망주로 불리우는 필 존스의 영입까지 확정하면서 이번 여름에 방출된 하그리브스의 장기 대체자 및 플레처의 잠재적 파트너까지 구했기 때문에 아주 별 탈 없이 순항하는 것 같다(참고로 필 존스는 센터백이기도 하기에 센터백으로도 기용이 가능한 멀티자원이다!!!).
맨유 리빌딩을 완성시키기 위한 마지막 퍼즐조각 : 클레버리, 웰벡, 그리고 데헤아
1. 맨유가 기대하는 최고의 미드필더 재원 : 톰 클레버리(1989.8.12)
(포스트 베컴? 박지성? 이니에스타? 새로운 맨유의 왕자를 꿈꾸는 슈퍼 탤런트. 톰 클레버리)
톰 클레버리는 현재 맨유에서 사장 공을 들이고 있는 슈퍼 탤런트 중 하나이다. 그는 처음에 맨유 아카데미에 입단할 당시에는 윙어가 아닌 풀백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리저브팀으로 올라와서는 풀백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변경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리저브 팀내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면서 퍼거슨 감독은 그의 재능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리저브 팀이 아닌 다른 팀에 임대보내 본격적으로 실전감각을 익히게 만들었다.
리그1에 속한 레지스터에선 신체적인 기량을 끌어올렸고, 챔피언쉽에 속한 왓포드에선 정신적인 측면을 업그레이드해서 돌아왔다. 특히나 왓포드시절은 클레버리라는 유망주가 앞으로 맨유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는 시즌이기도 했다. 비록 막판에 시즌아웃으로 인해 맨유로 일찍 복귀하게 되었지만, 그는 왓포드에서 36경기 출장하여 11골 5도움이라는 스탯을 쌓으며 '왓포드의 왕자', 아니 '챔피언쉽의 왕자'로 불려지게 되면서 2009/10 챔피언쉽을 자신의 시즌으로 휩쓸었다(나도 이 시즌 때문에 클레버리에게 거는 기대가 엄청나게 크다). 바로 다음시즌인 2010/11 시즌에는 프리미엄리그 소속인 위건으로 임대되면서 25경기 출전 4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위건 서포터즈들이 한시즌 더 뛰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위건의 베스트 플레이어 중 한명으로 손꼽혔다.
처음에 클레버리는 맨유의 슈퍼스타 중 한명인 데이비드 베컴을 동경했었다. 하지만, 좌우측면 윙어로 뛰기 시작하면서 그는 맨유의 박지성을 롤모델로 삼아 그의 플레이를 관찰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이것은 립서비스가 아니라 100% 사실이고 실제상황이다!!). 정말 그가 측면에서 움직이는 모습이나 종종 중앙으로 쇄도하여 공간을 만들어내는 왕성한 에너지를 보고있자노라면 진짜 박지성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그가 올시즌 스콜스가 은퇴선언을 함과 동시에 자신이 스콜스 자리를 메꾸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당찬 유망주의 발언이 조금 우스갯소리로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클레버리라면 스콜스 타입은 아니더라도 그처럼 맨유에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한 클레버리는 맨유 이외에 자신이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선수로는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핵심선수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를 꼽기도 했다(가만, 이니에스타도... 멀티플레이어 사기캐네...;;). 특히, 챔스 결승전에서 이니에스타의 플레이를 본 클레버리는 반드시 이니에스타를 따라잡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히면서 맨유의 미래를 한 층 더 밝게 만들고 있다. 현재 클레버리를 다음시즌 맨유 스쿼드에 포함시킬지에 대해 퍼거슨 감독은 매우 고심하고 있다. 그래서 기존에 선수들을 정리하고 그를 다음시즌부터 전격 1군으로 기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클레버리를 사용하게 된다면, 아마 깁슨, 오베르탕 등이 다음시즌 맨유에서 볼 수 없을 것이다). 클레버리는 맨유의 날카로운 칼날을 담금질 하여 더 매섭게 만드는 선수가 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2. 포스트 앙리의 향기가 느껴진다 : 대니 웰벡(1990.11.26)
(웰벡이 만약 합류하게 된다면, 맨유의 공격진은 더이상 부족할 게 없을 것이다)
사실 맨유의 공격진은 현재 웨인 루니를 언터쳐블로 두고, 이번시즌 리그 득점왕인 디미타르 베르바토프, 그리고 올시즌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치차리토, 서브 공격수로 자신의 역할에 100% 발휘하는 마이클 오웬까지 다른 팀 공격진 부럽지 않게 탄탄하다. 게다가 공격수 자리를 놓고 숱하게 경쟁하는 유망주들도 많다. 대니 웰벡이나 페데리코 마체다, 마메 디우프까지... 하지만, 나는 대니 웰벡이 후에 맨유 공격진 리빌딩과정에서 열쇠를 쥐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선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마크 휴즈 이후로 맨체스터 로컬보이 출신인 대니 웰벡은 2008/09시즌부터 1군에서 기용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2010년 여름까지 그는 두시즌동안 5골 3도움을 기록하며 맨유 공격진에 두어도 손색없는 기량을 보여줬지만, 역시나 제한된 출장수와 아직 기존 맨유 공격수들에 비해 주전경쟁에서 밀린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보고 판단한 퍼거슨 감독은 자신의 애재자이자 친분이 두터운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있는 선더랜드로 그를 임대보냈다.
웰벡은 선더랜드에서 스트라이커가 아닌 왼쪽 윙어로 선발출장하였다. 물론, 벤트-기안 투톱이 워낙 막강했기에 당장 주전으로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차기엔 힘든 점도 작용했지만, 빠른 발과 측면에서의 돌파력이 뛰어났기 때문에 비교적 측면이 부실했던 선더랜드에선 측면 윙어로 기용되었다. 윙어로 뛰면서 웰벡은 리그 6골과 도움 1개를 기록했고, 무엇보다도 주전 출장 빈도가 매우 높았으며 선더랜드 프론트진과 서포터즈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받아 선더랜드는 다음시즌에도 웰벡을 재임대하길 간절히 원하고 있고, 만약 재임대하게 된다면 기안의 파트너로 당장 기용하려고 한다(만약 웰벡이 선더랜드로 재임대 오면 지동원이 가장 긴장해야 할 선수다).
웰벡의 스타일에 대하여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에 키가 자라서 그런지 호리호리한 체격에 빠른 발과 유연한 움직임, 폭발력있는 퍼포먼스 등을 고려하여 그의 플레이를 은완코 카누, 혹은 엠마누엘 아데바요르 스타일에 비슷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내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맨유시절에 그가 기록한 골장면이나 움직임을 보면 마치 티에리 앙리를 보는듯하다. 뭐랄까, 골을 사뿐하고 정확하게 잘 넣는다랄까? 앙리가 아스날시절에 보여줬던 그러한 골 움직임들과 여러장면이 겹쳐보였다(그래, 앙리처럼 자라라!! 엉?).
현재 대니 웰벡은 다음시즌 맨유 스쿼드에 포함되지 않고, 다시 임대보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오웬이 재계약을 마쳤고, 베르바토프와의 계약기간이 아직 1년 남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웰벡이 맨유의 플랜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맨유의 계획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십여 년만에 등장한 대형 로컬보이라는 것이다. 지금 에버튼과 선더랜드가 대니 웰벡을 놓고 임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3. 맨유 골문을 20년간 메꿔줄 장기고객님 : 다비드 데헤아(1990.11.7)
(맨유로의 이적이 사실상 확정된 20년 장기고객님, 데헤아! 고객님 환영합니다!!)
어쩌면 맨유의 리빌딩 과정에서 가장 골칫거리가 되는 부분은 바로 골키퍼 부분이다. 사실 슈마이켈이 맨유를 떠나고, 반더사르가 맨유로 오기 전까지 맨유의 수문장들은 죄다 2% 부족한 모습이거나 줄곧 기름손 모드에 빙의된듯한 마냥 허술한 모습을 보이며 팬들을 실망시켰다(프랑스 국대 주전 골리인 파비앙 바르테즈마저 기름손으로 방출당했으니..). 그러한 이력을 가진 맨유 골키퍼 자리에 반더사르가 뛰는 6시즌동안 수맥이고 기름손이고 전혀 걱정할 일이 없었고, 그가 있을때면 누가 무서운 슈팅을 때린다해도 신들린 선방쇼를 펼치면서 결코 골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우리 평생 함께해요!"를 외치곤 했다.
그렇게 맨유 팬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반더사르가 올시즌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그도 나이가 어느덧 불혹에 접어들었고, 이제는 가정에 충실하고 싶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의 은퇴선언은 참으로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맨유는 그 불안함을 새로운 영건을 통하여 기쁨으로 바꾸려고 한다. 바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주전 골리이자, 21세 이하 스페인 대표팀의 주전 골리인 다비드 데헤아다.
데헤아는 아센호 다음인 넘버 2였지만, 아센호의 부상을 틈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장 외롭고도 처절한 골키퍼 자리를 점령하면서 기존의 주전골키퍼였던 아센호를 말라가로 임대보내게 만든 장본인이 되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병맛같은 수비진 떄문에 수차례 위기상황을 맞이하면서도 그는 전혀 동요되지 않으면서 슈퍼세이브들을 선보이며 환호성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데헤아의 움직임을 본 맨유는 절대로 놓치지 않으며, 그를 붙잡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골키퍼 코치인 스틸 코치가 스페인어를 배우고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때마침 세레소 회장의 횡령사실로 인해 하루아침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부채더미에 올라앉게 되자, 맨유는 데헤아에 대해 무려 3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질러버렸고, 아틀레티코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데헤아를 영입하는 데 투입된 금액에 대하여 항간에서는 너무 지나친 오버페이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참고로, 데헤아의 이적료가 골키퍼 역대 이적료 2위를 기록한다고 한다. 1위는 유벤투스의 지안루이지 부폰, 570억원.). 하지만, 이에 대해서 그렇게 문제될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전세계적 추세로 골키퍼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골키퍼 특성상, 베스트 11에 딱 한명 기용될 수 있기 때문에 주전경쟁이 가장 외롭고 처절한 싸움이며, 후보로 뛴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안뛰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골키퍼를 로테로 돌리는 사람은 내가 FM으로 돌리는 것 말곤 잘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골키퍼는 그만큼 안정감이 중요하니깐). 또한, 골키퍼들에 대한 처우가 다른 포지션에 비해 가장 열악하기 때문에 심지어 골키퍼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마저도 현재 세리에A에서 뛰는 대부분 팀들 중 외국인 골키퍼를 기용하는 팀이 상당수를 차지할 정도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데헤아의 이적료는 꽤나 합리적인 것이라고 본다.
맨유가 앞으로 퍼거슨 감독이 은퇴하고 나서도 영원한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번 리빌딩을 반드시 성공리에 마쳐야 한다. 그렇기에 퍼즐 하나하나 맞추는 것이 조심스러운 것이다(퍼거슨 감독이 최근 몇년간 26세 이하 선수만 영입하겠다는 선포도 이러한 이유에서 언급한 것이다). 이 퍼즐을 완성시킬 마지막 조각들, 톰 클레버리와 대니 웰벡, 그리고 다비드 데헤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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