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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넬 메시에게 있어서 코파 아메리카란?

J_Hyun_World 2011. 7. 2. 10:15

 

 

 

 

또다시 유럽을 정복한 메시아(Messiah)

 

  2010/11 올시즌 유럽리그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메시의, 메시에 의한, 메시를 위한" 한 시즌이었다. 전세계 축구팬들은 올시즌에도 메시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숨죽인채 지켜보면서 그가 골을 뽑아낼 때마다 마치 신앙심이 충만한 성도들처럼 일제히 감탄하고, 심지어 감동받기까지 한다. 이번시즌에 메시는 기존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포지션을 옮기는 과감한 시도가 이뤄졌고, 바르셀로나는 메시를 중앙에 두고 나서 엄청난 화력을 내뿜으면서 절대강자의 자리에 올라섰다.

 

  메시는 중앙으로 옮겨 와서 올시즌에만 무려 53골 24도움이라는 경이적인 스탯을 쌓아올렸고(리그 득점2위, 챔스 득점왕), 그의 신들린 활약에 힘입어 바르셀로나는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를 제치고 리그 3연패 달성이라는 위업을 이뤄냈고, 지난 5월 28일(현지시각)에 있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다시 한 번 맨유를 만나 3대1 완승을 거두는 데 큰 공헌을 세웠다(그는 결승전에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결승전 MOM에 선정되었다). 그리고 2009, 2010년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독식하기에 이르며, 사실상 클럽에서 이룰수 있는 경력은 모두 20대 중반에 접어들기도 전에 다 이뤄낸 셈이다.  

 

  사실, 시즌 내내 별 다른 부상없이 바르셀로나의 선봉장으로 나섰던 메시의 플레이는 '차원'이 다른 플레이였다. 그의 플레이는 말그대로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었다'라고 해야 하는 게 맞다. 그의 차원이 다른 기량 앞에 상대는 그저 넋놓고 지켜보는 데에 그쳤고, 결승전 상대인 맨유의 최고의 포백라인을 상대로 그들의 혼을 쏙 빼놓게 만들며, 퍼거슨 감독이 손을 부르르 떨면서 분에 참지 못하는 모습의 실질적인 원인제공자였다.

 

  올 시즌에 그가 쌓아올린 77개의 공격포인트, 그는 개인적인 스탯으로도 최절정 기량을 과시했고, 뿐만 아니라 바르셀로나를 위한 팀플레이 또한 빛났다. 물론 메시가 이렇게까지 경이로운 기록을 쌓아올린 것에는 사비나 이니에스타 같은 특급 조력자들의 활약이 빛났고, 과르디올라의 완벽한 전술 영향이 만들었다고도 하지만(나도 처음에 이 입장이었다), 이러한 바르샤가 완벽할 수 있었던 것은 메시 또한 존재했었기에 완성된 것이다. 그에 대한 찬사는 이제 식상하다.

 

 

 

아르헨티나 유니폼만 입으면 고개 숙이는 남자가 되어버린다

 

(신기하게도 메시는 바르샤가 아닌 아르헨티나 유니폼만 입으면 이상하게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렇게 바르샤의 선봉장으로써 유럽을 정복한 리오넬 메시도 의외의 약점이 존재한다. 분명히 바르샤의 유니폼을 입었을 때의 메시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신의 한 수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치 저주에 걸린 양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유니폼만 입게 되면, 바르샤에서 미친듯이 날뛰던 메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닌가?

 

  그가 뛴 A매치 경기기록을 한 번 살펴보자. 그는 2005년에 A매치 데뷔전을 가져 총 55번의 A매치 경기를 뛰었는데, 2007년때 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20경기에 8골 4도움을 올렸다. 이 때의 활약과 맞물려 바르샤에서 메시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며, 매시즌마다 공격포인트 평균 20개 이상씩 찍어내면서 국대와 클럽, 둘 다 폭발력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클럽에서 포텐이 대폭발하는 대신에 이상하게 국대에선 점점 평범해지기 시작했다.

 

  2008년 남아공월드컵 예선전과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경기까지 합쳐 그는 13경기에서 4골 1도움을 기록했고, 다음해인 2009년엔 10경기에서 3골, 남아공 월드컵이 열렸던 2010년에는 2골 2도움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수준에 그친 것이다(참고로 월드컵 본선때 메시의 득점은 "0"였다). 월드컵 출전 직전에 바르샤에서 세운 53경기 출장 47골 11도움에 비교하면 정말 내가 알던 그 메시가 맞나 싶다. 결국, 메시의 평범한(?) 모습에 의해 이번에 월드컵 우승을 노리던 아르헨티나는 8강에서 독일에게 대굴욕패를 당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갔다.

 

  왜 국대 유니폼만 입으면 메시는 한없이 작아지는 것일까? 가장 먼저,  메시를 기용하는 감독의 역량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가 매 메이저대회마다 우승후보에 오르면서도 우승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감독의 역량 부족이 매 대회마다 지적되었다(아르헨티나는 1987년 코파 아메리카 우승 이후로, 메이저 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멀었다). 아르헨티나는 매년마다 수많은 슈퍼탤런트들을 배출하지만, 그들이 뛰어난 지도자로 성장하는 케이스는 거의 드물다. 선수생활 황혼기에 방탕해져서 노는 잘못된 문화가 깊숙히 박혀 있어서 지도자의 길을 걷는 이가 드물기 때문이다.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지난 남아공월드컵때 아르헨티나 감독이 되어 아르헨티나를 망쳤던 디에고 마라도나가 그 케이스다.

 

  그렇다면 이러한 근본책을 해결하려면 외국의 유능한 감독이라도 데려와야 할텐데, 아르헨티나는 유난히 국가대표 감독 선임에 있어서는 상당히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다. 딱 1년간 외국인 감독에게 대타를 맡겼던 것 이외에는 단 한번도 외국인 감독을 고용했던 적이 없었다. 이러한 폐쇄적인 감독 정책 때문에 결국 리오넬 메시라는 스타 플레이어가 무능한 감독 때문에 그저 평범한 선수로 전락해버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아르헨티나에는 바르샤의 이니에스타나 사비처럼 메시를 충분히 지원해줄 수 있는 완벽한 조력자들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공격진에 곤살로 이과인이나 세르히오 아게로, 앙헬 디마리아 등 메시 못지 않게 엄청난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즐비하고 있다(바르샤 멤버들 개개인과 비교해도 동급이면 동급이었지, 절대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아르헨티나에서는 바르샤와 달리 메시가 해야 할 일이 많으냐, 아니면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느냐가 불분명하다. 메시는 바르샤 때와 달리 국대에서는 플레이메이커로 최전방 공격수들을 조율하는 역할이다. 허나, 아르헨 공격수들이 의외로 골을 결정짓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 메시가 직접 나서야 할 때에 그의 자리를 커버할 사람이 없다. 그것이 문제점이다. 

 

 

 

메시에게 있어서 코파 아메리카의 의미

 

(메시에게 있어서 이번 코파 아메리카는 그의 커리어에 또다른 터닝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바르샤에서 보여줬던 모습에 비해 국대에서 유난히 평범했던 리오넬 메시였기에 이번 코파 아메리카는 그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특별한 대회다. 앞에서 지적했던 두 가지 문제점을 지닌 채, 그가 코파 아메리카를 우승해버린다면 그야말로 진정한 넘버원으로 올라서는 발판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미 클럽소속으로 누릴 건 다 누린 메시지만, 국가대항전에선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외에는 딱히 내세울 만한 이력이 없다(베이징올림픽 금메달도 사실 아르헨티나에 비해 다른 팀의 전력이 한 수 아래였고, 베스트멤버는 아니었다).

 

  월드컵에 비해서는 영향력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이래뵈도 대륙컵인 코파 아메리카이며, 지난 대회 우승팀이자 아르헨티나의 영원한 라이벌 브라질은 이번 대회에서 3연패를 작정하고 노리고 있다. 또한 브라질 뿐만 아니라 우루과이나 칠레도 이 대회 강호로 손꼽히고 있으니, 이 대회 우승컵을 손에 쥐게 된다면 메시가 염원하던 국대커리어 또한 바르샤 못지 않게 화려한 날개를 달게 될 것이다.

 

  최근에 레전드 펠레는 메시의 국대커리어에 대하여 "그가 전설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며, 국가대표로써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지 못하는 한, 영원한 반쪽 레전드"라고 크게 폄하하였다. 사실, 펠레의 말에는 어느정도 일리는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내놓으라 하는 레전드들도 클럽커리어에선 메시에게 뒤질 지 몰라도, 적어도 국대커리어에선 메시보다 앞서면 앞섰지, 뒤쳐지진 않는다. 펠레의 말을 반증하기 위해서라도, 메시는 이번 코파 아메리카에 그야말로 all-in을 해야한다. 완벽함을 만들기 위한 발판 코파 아메리카, 과연 메시는 고국에서 열리는 코파 아메리카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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