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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의 골칫거리, 윙포워드 자원 부족

J_Hyun_World 2011. 8. 17. 08:00

 

 

 

  지난 주말에 드디어 개막한 영국프리미엄리그 2011/12 시즌 1라운드에서는 많은 볼거리가 있었다. 여덟번째 프리미엄리거가 된 지동원은 개막경기 리버풀전에서 교체로 투입되어 영국무대를 경험했었고, 커뮤니티쉴드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맨유의 젊은 선수들은 웨스트브홈위치 원정경기에서 그대로 출전해 커뮤니티쉴드의 역전승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리고 올시즌 EPL 최고의 몸값으로 맨시티로 이적한 세르히오 아게로는 교체로 투입되어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적응기간없이 화력을 내뿜으며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으며, 런던 폭동으로 인해 토트넘-에버튼 경기는 취소되기도 했다.

 

  이 수많은 이슈 중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바로 30대 중반의 젊은 명장, 안드레 비야스-보아스의 첼시감독 데뷔전이었다. 지난시즌 FC포르투를 이끌며 스몰 트리플크라운(리그, 유로파컵, 컵대회 우승)을 이뤄내면서 '제2의 무링요'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유럽에서 떠오르는 신예 감독으로 자리잡았었고, 올 여름에 첼시 보드진은 첼시의 세대교체 및 장기적인 투자를 유지, 확장시키기 위해 안첼로티를 내치고, 비야스-보아스를 사령탑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그 이전에도 무리뉴 감독시절에 첼시의 분석관으로 있었으니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첼시에 금방 적응했다.

 

  지난시즌 퍼거슨, 무링요, 과르디올라와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으로 떠올랐으니, 그의 첼시감독 데뷔경기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고, 첼시의 새로운 스타일의 경기를 보길 간절히 원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감과 달리 많은 숙제를 떠앉으며 스토크 시티와 0대0 무승부를 마쳤다.

 

(전세게의 이목을 끌고 있는 비야스-보아스의 첼시감독 데뷔경기, 하지만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첼시는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4-3-3 전술을 들고 나왔는데,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페르난도 토레스를 최전방에 배치하면서 양 옆에서 플로랑 말루다와 살로몬 칼루가 윙포워드로 받쳐주는 역할로 나왔다. 지난시즌 13경기 1골로 '900억원짜리 먹튀'라고 조롱당하던 페르난도 토레스는 모처럼만에 가볍고 활기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그간 먹튀라고 조롱당하던 수모를 어느정도 잠재우는 데 성공했으며, 첼시 선수들 중에서 공격할 때 가장 날카롭고 무서운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분명 첼시는 4-3-3 전술인데, 경기 내용은 완전 4-3-1에 가까웠다. 그렇다. 지난시즌 첼시부진의 원흉인 말칼족이 이번에도 또 경기를 아주 제대로 말아드셨다.

 

(이번시즌 첼시에 잔류하겠다며 민폐를 끼쳤던 말칼족, 리그 첫경기부터 또 한 번 민폐를 끼쳤다)

 

  비야스-보아스의 4-3-3 전술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홀딩 미드필더자리에 홀딩을 기용하는 것이 아니라 후방 플레이메이커를 기용하면서 후방 플레이메이커로부터 본격적인 빌드업이 시작된다. 그렇게 미드필더에서 출발하여 공격까지 차례차례 끊임없이 연결되는데, 여기서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최전방 쓰리톱에 전부 공격수를 기용하면서 양 옆에 포진된 윙포워드로 하여금 스위칭과 함께 자유롭게 풀어주면서 수비의 틈을 벌리면서 분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지난시즌 포르투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페르난도가 피를로처럼 레지스타로써 패싱공급이 시작되며 헐크는 윙포워드로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면서 수비를 몰고 다니며, 수비가 분산된 틈에 풀백들이 올려주는 크로스를 최전방 타겟인 팔카오가 마무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말칼족은 비야스-보아스의 계획을 철저하게 방해하는 데 성공했다(?). 강력한 피지컬로 승부하는 스토크 시티이지만, 파워에 비해 발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기에 첼시에게 충분히 벌려놓을 수 있는 공간이나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말루다는 발이 느린 후트를 앞에 두고서 1대1 돌파조차 하지 못해 어쩔줄 몰라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 덕분에 첼시의 좌우 대칭의 밸런스는 당연히 무너질 수 밖에 없었으며, 졸지에 토레스는 힘으로 밀어부치는 스토크 시티의 수비진에 둘러싸여 고립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토레스가 선전했음에도 골만 넣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이 점이다. 칼루도 말루다 못지 않게 속이 타는 플레이의 연속이었다. 스토크시티의 힘에 완전히 눌려버린 채, 완전 기가 죽어버린 플레이로 칼루가 왜 선발로 나오면 경기를 망치는 지를 다시 한 번 증명하던 경기였다. 되려 말칼족이 교체되고 난 뒤에 측면으로 빠진 토레스가 오히려 말칼족보다 훨씬 더 기민하고 파괴력있는 무브먼트를 보여줬다.

 

  지난시즌이 끝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말루다와 칼루는 첼시에서 가장 먼저 짐싸서 다른 팀을 알아봐야 할 대상 0순위에 올랐던 선수들이었다. 말루다는 지난시즌 초반 몇경기에 반짝 스탯을 쌓다가 팀의 공격을 상당히 무뎌지게 만든 장본인이었으며, 측면에서 중앙으로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는 덕분에 드록바나 아넬카, 토레스 등이 몸소 수비진들을 헤집고 혼자서 해결해야하는 부담감만 늘려주었다. 칼루 또한 어떠했던가. 말이 슈퍼서브지, 패배를 부르는 아이콘에 가까웠다. 위닝에서는 '칼루첸코'라고 하더만, 실제로는 이건 무슨 베베의 라이벌 수준이었다. 1대1 결정적 찬스에서 공을 골대 위로 힘껏 차올라거나 헛발질로 예능감만 실컷 키웠다. 이러했던 말칼족이었는데, 첼시 보드진은 이들을 방출시키지 않고 잔류시켰으며, 비야스-보아스 또한 그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크나큰 실수다.

 

 

(첼시가 쫓고 있는 토트넘의 루카 모드리치, 하지만 첼시가 정말 수혈해야 할 자리는 따로 있는데..)

 

  현재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첼시에 창의적인 미드필더가 부족한다는 것을 느끼고, 이적시장이 닫히기 전까지 미드필더 2명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그 중 하나는 토트넘의 루카 모드리치라는 소문이 퍼다하다. 물론, 첼시의 미드진 또한 전성기 시절에 비해 상태가 그닥 좋은 편은 아니다. 람파드는 난사만 할 뿐, 지난시즌 잦은 부상으로 폼이 정상궤도로 좀처럼 돌아오질 않고, 에시앙은 또다시 기약없는 장기부상티켓을 끊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올여름에 바르샤 유스출신인 홀딩 미드필더 오레올 로메우를 데려왔고, 첼시 유스의 야심작인 조쉬 맥키크런이 1군에 합류했다. 또한 요시 베나윤이나 하미레스, 미켈 등이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은 버틸 만 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윙포워드는 거의 초토화수준이다.

 

  공격수를 윙포워드로 기용하는 비야스-보아스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EPL 선수로 따지자면 맨유의 루이스 나니나 애슐리 영이 대표적인데 현재 첼시에서 그러한 윙포워드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원은 스터리지 하나 뿐이다. 드록바나 아넬카, 루카쿠의 경우에는 2선에서 침투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박스 안에서 해결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윙포워드의 역할을 맡기기에 부적합하다.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토레스가 측면에서 빠졌을 때, 제법 괜찬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이다(괜히 측면으로 기용했다가 겨우겨우 폼을 되찾아가는 토레스를 또 망칠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에 아르옌 로벤이 첼시를 떠나지 않았더라면 이러한 걱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고민만 더해져갈 뿐이다.

 

 

(말칼족을 계속 윙포워드로 기용한다면 이번 시즌 내내 토레스가 고립되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 여름이적시장은 2주 밖에 남지 않았다. 2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첼시는 가장 취약한 포지션인 윙포워드에 적합한 선수를 데려와야 하는데, 프리시즌이 아니라 리그가 개막했기 때문에 섣불리 다른 리그에서 데려오게 되면 적응기간이 꽤나 필요할 것이며, EPL 내에서 말칼족을 대체할만한 자원을 찾기엔 너무 희귀하기에 잉글랜드 내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기껏 폼이 올라가고 있는 토레스를 또다시 먹튀로 만들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선택은 두 가지가 있다. 4-3-3을 유지하기 위해 윙포워드에 적합한 선수들을 긴급수혈하거나 아니며 그동안 그가 택해왔던 4-3-3 전술을 포기하는 방법이 있다. 과연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얼마 남지 않은 이적기간동안 첼시를 위해서 어떠한 결단을 내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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