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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예건된 일이다.

J_Hyun_World 2011. 8. 24. 08:00

 

 

  이번 시즌 아스날의 예상 성적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2003/04 무패우승 이후로 아스날은 챔피언과 전혀 인연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매번 우승의 문턱을 눈 앞에 두고 스스로 무너져버렸다.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들이 이적시장에서도 팬들을 크게 만족시킬만한 영입조차 없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안드레이 아르샤빈 이후에 괜찮다고 느껴질만한 빅사이닝은 없다(스킬라치, 코시엘니 등에게 각각 100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였으나, 현재까지 그들의 기량을 봤을 때 빅사이닝급 재목은 아니다).

 

  이번 여름이적시장도 여태껏 아스날의 이적시장 행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제르비뉴가 합류함으로써 아스날의 측면이 강화되었다곤 하나, 가엘 클리쉬가 나가고 난 왼쪽 풀백 자리 및 캡틴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공백, 중원을 받쳐줄 홀딩 미드필더의 부재. 앞으로 일주일 남짓 남은 이적시장에서 이 구멍들을 단번에 메꿀 것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된다면, 아스날은 리버풀과의 홈경기에서 2대0 패배를 당하던 장면을 앞으로도 계속 재연하게 될 것이며, 아스날이 무너지는 것 또한 더이상 놀랍지 많다는 것이다.

 

 

 

(아스날과 리버풀의 차이는 공백의 얼만큼 잘 대처했느냐의 차이였다)

 

  리버풀에게 2대0으로 패배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엠마누엘 프림퐁이라는 뜬금없이 나타난 개그캐릭터가 퇴장당했기 때문에 경기를 망친 것이라고 말을 하곤 한다. 그 말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프림퐁이 퇴장당함으로 인해 4-3-3을 가동하던 아스날의 밸런스는 홀딩 미드필더를 잃어버림으로써 한순간에 무너져버렸고, 수비와 미드필더진 사이에 공간이 커져버림으로써 리버풀에게 카운터펀치를 얻어맞은 것이다. 사미르 나스리나 아론 램지는 공격형 미드필더이기에 공격적인 성향이 강했고, 누군가 한 명은 내려와 포백의 1차 저지선을 역할을 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익숙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림퐁의 퇴장에 앞서 로랑 코시엘니의 부상도 치명적이었다. 또 한 명의 어린 선수가 투입됐고 순간 포백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졌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아스날은 경기 시작 전부터 여러가지 불안요소를 떠앉은 채 시작했다. 키에런 깁스의 부상공백을 메우기 위해 벵거 감독은 바카리 사냐를 전혀 익숙하지 않은 왼쪽 풀백으로 기용했고, 오른쪽 풀백 자리에는 로랑 코시엘니를 투입시켰다. 사냐는 왼쪽 측면에서 전혀 적응하지 못했고, 거기다 코시엘니까지 부상당해 토마스 베르마엘렌이 오른쪽 풀백으로 가는 바람에 수비진은 혼란스러웠던 게 당연했다. 이렇게 전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측면 수비자원인 에보우에를 갑작스럽게 내보낸 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즉, 1) 윌셔, 송 빌롱, 제르비뉴, 깁스의 결장, 2) 사냐의 왼쪽 풀백 기용, 3) 코시엘니의 부상, 4) 베르마엘렌의 위치 이동, 5) 프림퐁의 퇴장 순으로 아스날에게 악재가 겹친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나스리의 불협화음도 한 몫을 했다. 요새 불거진 이적설 때문인지 나스리의 컨디션 또한 최상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스리를 선발로 배치시킨 것은 악수나 다름없던 것이다.

 

 

(기껏 큰 돈을 쥐어줬더니 김화백 만화처럼 필요없다며 영입안하는 아르센 벵거 감독)

 

  이쯤에서 본다면, 아스날이 스스로 무너져버리고 있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은 구두쇠스럽게 슈퍼퀄리티 선수들에게 돈을 쓰지 않고, 유망주모으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아르센 벵거의 영입정책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것도 나름 타당하다. 그동안 벵거감독이 영입해왔던 선수들의 리스트를 보자면, 즉시전력감보다는 항상 미래를 보고 유망주들을 여럿 데려왔고, 그들을 곧바로 경기에 데뷔시킴으로써 그들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빨리 이끌어내왔다.

 

  허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영입정책은 느낌표에서 물음표로 변해가고 있으며, 결정적인 순간에 유망주들은 경험부족이라는 아킬레스건으로 인해 페이스를 잃어 무너졌다. 그리고 그 유망주들을 바로잡아줄 리더가 없다. 그나마 아스날을 잡아주던 캡틴 파브레가스가 바르샤로 떠났으니, 이제 누가 유망주들을 위로해주지? 그리고 이번 이적시장에서 빅사이닝을 데려오기 위해 아스날 보드진에서 큰 돈을 마련해준다고 했으나, 김화백 만화의 한 구절처럼 큰 돈을 쥐어줘도 더이상 빅사이닝을 영입할 필요가 없다면서 팬들을 충격과 공포로 빠뜨려버린 아르센 벵거감독의 발언. 이 발언 때문에 아스날의 미래는 더더욱 절망적이다.

 

(이러한 아스날의 몰락에는 크론케를 필두로 한 보드진의  미온적 반응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아르센 벵거 감독의 영입정책에만 전적으로 문제삼을 수는 없다. 벵거감독이 그렇게 발언한 것에 나름대로 중요한 이유가 있었기 떄문이다. 바로 아스날의 주급정책이다. 현재 나스리가 맨체스티 시티로 이적하게 된 발단도 바로 이 주급정책에서 비롯되었다. 미국의 스포츠 재벌인 스탄 크론케가 아스날 최대 주주로 들어오게 되면서 아스날의 영입자금은 해외자본을 바탕으로 하여 어느정도 탄창이 충분했다. 하지만, 많은 이적자금을 제공하는 대신에 현재 아스날의 주급체계는 에전과 그리 달라진 것이 없다. 소위 빅4라 불리면서 맨유, 첼시, 리버풀, 맨시티에게 전력상이 밀리게 된 이유도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아스날도 알게 모르게 많은 슈퍼스타와 접촉을 시도했었고, 그 중 몇몇은 직접 협상테이블에 앉아서 아스날로 이적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까지 나눴다. 하지만, 협상테이블에서 긍정적인 의미의 악수를 나눴던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 현재, 아스날의 주급 상한선은 10만 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약 1억 8천만원선. 여러가지 옵션 등을 붙이면서 이것저것 다 더해보면 20만 파운드를 넘지 못한다(참고로 영국의 주급은 세금 포함이다). 파브레가스, 나스리가 떠난 마당에 이제 아스날의 가장 핵심으로 분류되는 선수는 로빈 반페르시와 토마스 베르마엘렌 정도. 현재 이 선수들도 팀 내 입지나 활약상에 비하여 받는 금액이 그리 높지 않다. FM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알 듯이 그들의 주급은 이번에 재계약한 박지성의 주급(1억 5천만원)에도 못미친다. 그만큼 활약상에 비해 대우가 형편없다는 소리다(박지성을 까는게 아니다, 박지성처럼 제값을 못받고 있는게 반페르시와 베르마엘렌이다). 아무리 이적자금을 많이 제공해준다한들, 주급체계가 그냥 보통선수들 기준에 맞춰져있다면 벵거감독은 절대로 슈퍼스타를 영입할 수 없게 된다. 즉,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 같은 영입만 가능할 수 밖에 없다는 소리와 같다.

 

 

(나스리의 이적? 현재 아스날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반페르시나 베르마엘렌의 미래도 장담못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된다면, 아스날은 점점 빅4에서 멀어지며, 작년 리버풀사태를 이번에는 아스날이 직접 체험하게 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빅4에서 아스날이 밀려날 것이라고 대부분 확신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정만 보면 그들의 예측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팀의 주급체제는 지금 흐름에 따르지 않아서 제2의 나스리 사태를 양성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그 어떤 슈퍼스타도 아무리 이적료를 많이 받는다 한들, 이적료에 비해 형편없는 주급을 받고 에메리에츠 스타디움에서 뛰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각에선 그러한 적은 주급에 아스날에 잔류하여 올시즌부터 주장완정을 차고 있는 로빈 반페르시가 대단하면서 동시에 안쓰럽기까지 느껴진다고 한다.

 

  거대 스포츠 재벌이 인수했다고 하지만, 겉만 약간 바뀌었을 뿐 전혀 예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아스날. 돈을 쓰는 데에 있어서 자꾸 인색하게 군다면, 그들이 리그에서 영향력을 잃어가는 것에 대해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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