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 꽃미남 미드필더의 국제대회 데뷔
지금으로부터 5년 전 6월로 거슬러 올라가본다. 당시 독일월드컵에 출전했던 크로아티아는 조1위로 예상되던 브라질을 제쳐두고 조2위를 기록하여 월드컵 16강 진출을 목표로 두고 있었다(이 목표는 크로아티아 뿐만 아니라 같은 조에 속했던 호주나 일본도 동일했다). 그 당시 크로아티아는 98 프랑스 월드컵 때만큼 화려한 전력은 아니었지만, 나름 좋은 원석들이 월드컵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에 어느정도 좋은결과를 기대했었으나, 히딩크호의 호주에 밀려 조별리그 탈락을 맛보았고, 크로아티아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던 즐라트코 크란차르 감독은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상당히 주목받는 신예가 있었으니, 바로 즐라트코 크란차르 감독의 아들인 니코 크란차르다. 그는 월드컵 무대에 데뷔하기 전부터 크로아티아 내에서 상당히 주목받던 대형신인이었고, 에두아르도가 아스날로 이적하기 전까지만 해도 크로아티아 리그 최고 이적료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유고슬라비아/크로아티아 대표팀 출신이었던 아버지 즐라트코 크란차르 감독의 아들답게 그는 그 짧은 월드컵 본선 기간 속에서 수많은 클럽들의 주목을 받았다. 빼어난 실력에다가 꽃미남 외모까지 갖추고 있으니, 수많은 여성팬을 불러일으키면서 차세대 슈퍼스타로 발돋움할 재능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다. 또한 유로스포츠에서 당시 2006년 월드컵을 빛낼 유망주로 리오넬 메시, 루카스 포돌스키, 설리 문타리 등과 함께 선정되기도 했었다(사실 루카 모드리치보다 훨씬 앞서서 주목을 받았다).
(이것이 그 유명한 크란차르의 '전설의 사진'. 이 사진으로 인해 세계 여성들이 이 꽃미남의 존재를 인식하였다)
이 22살의 꽃미남 미드필더는 월드컵이 끝난 이후, 곧바로 자국인 크로아티아를 떠나 해외로 진출하게 되었다.
포츠머스의 왕자, 하지만 토트넘에서 벤치로 밀려나버린 신세
2006년 여름, 니코 크란차르는 러시아계 프랑스인 석유 갑부인 알렉산더 가이다막이 인수한 포츠머스로 이적하게 되었다. 알렉산더 가이다막은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영향 때문이었는지, 자신 또한 축구판에 뛰어들면서 자신이 인수한 포츠머스를 첼시 남부럽지 않은 클럽으로 키워보려고 했었다. 그러한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포츠머스는 니코 크란차르 이전에 솔 캠벨이나 데이비드 제임스, 은완코 카누 등을 영입하였고, 2005/06 시즌에 9위라는 만족할만한 성적도 거뒀다.
그러한 포츠머스 구단 속에서 니코 크란차르라는 존재는 아주 빛났었다. 주로 왼쪽 윙어 및 중앙 미드필더에서 뛰는 크란차르는 최전방 투톱 밑을 받쳐주면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킬패스와 필요할 때 터뜨려주는 중거리포를 주무기로 하여 상대 진영을 휘젓고 다녔다. 또한 포츠머스에서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하면서 포츠머스 팀 전반적인 경기를 조율하는 역할도 담당하면서 이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EPL에서 주목할만한 선수로 금방 도약할 수 있었다.
포츠머스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크란차르는 유로 2008 무대에서 루카 모드리치와 함께 중원을 책임지면서 크로아티아 돌풍을 일으켰으며, 조별리그에서 독일 월드컵 3위를 기록한 독일을 상대로 2대1로 꺾는 대이변을 연출하며 조1위로 진출하기도 했다. 비록 8강전에서 터키에게 승부차기 끝에 패하긴 했지만, 포츠머스와 유로2008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은 입증된 셈이었다.
그러던 찰나, 포츠머스 감독이었던 해리 레드납 감독이 포츠머스로 떠나 토트넘 핫스퍼로 거취를 옮기게 되었고, 레드납 감독은 포츠머스 감독시절에 사우스햄튼 팬들에게서 듣던 "JUDAS" 소리를 이번에 포츠머스 팬들에게 들어가면서 포츠머스 핵심선수들을 하나둘씩 토트넘으로 빼가기 시작했다. 니코 크란차르 또한 해리 레드납 감독의 선택에 의해 2009년 겨울, 포츠머스에서 토트넘으로 새 둥지를 틀게 되었고, 친한 동료인 루카 모드리치가 있으니 적응력이나 팀 내 융화되는 부분에 있어서 큰 문제가 없어보이는 듯 했다.
(폼피의 왕자로 군림하던 니코 크란차르, 하지만 토트넘에 입단한 이후 하향곡선을 그을 줄 그 누구도 상상못했다)
토트넘에 입단하고 나서 크란차르는 포츠머스에서 뛸 때만큼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체질상 쉽게 살이 쪘다가 빠졌다 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부진한다고 평가받던 크란차르는 자기관리가 매우 엉망이라는 가혹한 비난까지 받아들여야했다. 주전경쟁에서도 빨간불이 떨어졌다. 그동안 풀백으로 뛰면서 구멍이라고 평가받았던 가레스 베일이 왼쪽 윙에서 눈부신 활약을 선보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베일은 크란차르를 밀어내고 왼쪽 윙으로 자리매김하였고, 크란차르는 벤치로 밀려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여름이적시장 막판에 극적으로 토트넘에 입단한 라파엘 반더바르트가 적응기간 필요없이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해버렸으니 더이상 크란차르에게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절친한 동료인 루카 모드리치가 토트넘의 핵심으로 우뚝 선 것과 대조되었다.
안그래도 주전경쟁에서 밀려버린 상황에서 레드납 감독이 로테이션이라곤 눈꼽만큼 고려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주전 11명만 기용하고 있으니(이거 누구랑 비슷한데...?), 불만이 머리 끝까지 차버린 크란차르는 지난 1월에 팀을 떠나겠다는 발언까지 하였다(벤틀리도 이러한 유사한 상황 때문에 버밍엄으로 반시즌 임대가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미 주전경쟁에 밀려 서브로 전락해버린 크란차르를 데려가려고 선뜻 나서는 팀이 없었고, 제시하더라도 거품가격이 난무했던 1월 이적시장에서 그의 가치는 겨우 3m~6m으로 평가받았으며, C리그 이적설이라는 굴욕적 링크까지 났다.
부활할 가능성을 보여준 크란차르, 마지막 열쇠는 크란차르다
이렇게 벤치만 달구고 있던 크란차르에게도 기회는 찾아왔었다. 한창 중요한 시기였던 1월 말에서 2월 중순, 레드납 감독이 로테이션을 고려하지 않은 지나친 선수혹사로 인하여 선수들은 하나둘씩 피로누적으로 인한 부상으로 결장하기 시작했고, 팀내 핵심이었던 루카 모드리치와 가레스 베일이 부상자명단에 올라서면서부터였다. 그 때문에 리그 순위마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바로 토트넘의 턱밑까지 쫓아오던 볼튼전과 선더랜드전에서 기용되었다. 특히나 선더랜드전은 지난시즌 토트넘 경기 중에서 유일하게 팀내 핵심이었던 베일, 모드리치, 반더바르트가 부상으로 모두 빠졌던 경기였었다.
(크란차르는 이 중요한 2경기에서 2골을 뽑아내면서 다시 토트넘을 4위로 올려놓는 대활약을 펼쳤다)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크란차르는 이 2경기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제대로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난타전이 오가던 볼튼전에서 교체출전하여 결승골을 뽑아냄으로써 화이트레인 홈무패신화를 이어가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선더랜드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하면서 베일+모드리치+반더바르트의 공백을 혼자서 다 메꿔버리는 원맨쇼를 펼치면서 4위 밖으로 밀려난 토트넘에게 다시 4위 경쟁의 불씨를 살리는 데 결정적인 공헌자였다. 이 2경기에서 활약이었을까? 한동안 로테이션 체제를 무시하고 크란차르를 눈 밖에 내놓은줄 알았던 레드납 감독이 그를 교체로 간간히 기용하기 시작했다.
토트넘의 미드필더 두께만 본다면 맨시티와 호각을 이룰 정도로 EPL에서 가장 두텁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양에 비해 실질적으로 퀄리티 부분에서는 아직 의구심이 든다. 게다가 토트넘 내부에서 라파엘 반더바르트나 루카 모드리치가 전력에서 이탈할 경우, 그들을 대체할 자원이 크란차르 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맨유원정경기에서 모드리치 대신에 크란차르가 선발출장했지만, 거의 묻혀버렸다. 그러나 맨유전 한경기로만 판단하기엔 너무 성급한 판단이다. 맨유전에서 토트넘은 프레델을 제외한 전체가 무기력했으니깐 말이다. 국가대표경기에서 크란차르의 활약상은 아직도 예전처럼 여전하다. 그렇기에 더더욱 그를 토트넘에 붙잡아둬야한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레드납 감독도 이제 토트넘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로테이션 체제가 확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만약 이번시즌 또한 지난시즌과 별반 다를 게 없다면, 올해 1,2월처럼 토트넘은 중요한 고비에서 버텨내지 못한다. 레드납 감독이 생각이 바뀌었다면, 반드시 크란차르를 적극적으로 기용해야 할 것이다. 그는 반더바르트나 모드리치, 피에나르와 또다른 공격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다. 내년에 토트넘이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하려면 크란차르가 부활해야한다. 이번시즌에는 크란차르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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