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이태리국

엘예로 엘리아, 레토 지글러로 통해 보는 유벤투스의 미래에 대한 불안한 시각

J_Hyun_World 2011. 9. 4. 08:00

 

 

 

 

  2011년 여름이적시장이 닫히기 불과 2,3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벤투스의 영입성적은 A학점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보수해야할 부분을 착실하게 메꿔가고 있었다. 환상적인 임대라고 손꼽혔던 공격수 듀오인 '콸간지' 파비오 콸리아렐라와 '이마트느님' 알렉산드로 마트리 완전 영입과 '붗신' 미르코 부치니치 영입에 성공하며 잉여로 간주된 9번과 11번 선수를 사실상 전력제외로 몰아넣었고, 구멍이었던 측면 풀백자리도 스위스산 풀백 듀오인 레토 지글러와 스테판 리히슈타이너로 메꾸면서 불안요소를 깔끔하게 해결했다. 그리고 중원에 창조성을 불어넣기 위해 밀란과 협상이 결렬된 레지스타인 안드레아 피를로를 데려왔고, 그를 보좌할 선수로 이번 코파 아메리카에서 활약했던 아르투로 비달을 데려오면서 중원까지 메꿨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베페 마로타 단장의 영입능력에 비안코네리 추종자들은 또다시 그의 영입능력에 감탄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바로 왼쪽 윙어를 메꿔줄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이었다. 공격적인 4-4-2를 사용하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전술성향 때문에 유벤투스는 오른쪽 윙어인 밀로스 크라시치의 파트너를 구해야할 필요가 있었고, 그렇기에 현재 최절정의 폼에 올라와있는 탑클래스 왼쪽 윙어가 필요했던 것이다(맨유의 루이스 나니와 링크가 났던 것도 이 때문이다. 나니의 현재 기량은 현재 윙어 중에선 당연 돋보였으니까). 하지만, 막상 즉시전력감으로 왼쪽 윙어로 영입한 선수는 다름아닌 '흑로벤' 엘예로 엘리아. 그냥 엘리아 영입한 것에 대한 팩트만 봐선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고 의문을 가질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 때문에 함부르크 경기를 챙겨본 사람이라면 그의 영입이 부활을 꿈꾸는 유벤투스 입장에서 엘리아가 과연 얼마나 활약해줄 수 있을 지는 현재로선 부정적이다.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유벤투스의 영입 성적을 엄청나게 깎아먹게 만든 장본인, 엘예로 엘리아)

 

  분명 그는 작년 여름, 남아공월드컵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엔트리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수많은 클럽들이 탐내는 재능이었던 것은 확실했고, 네덜란드 언론에서도 그의 플레이가 흡사 아르옌 로벤과 비슷하다고 하여 그에게 '검은 로벤', '흑로벤'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직후, 엘리아의 폼은 정상궤도로 올라오지 못했고 정체된 느낌이었다. 시즌이 시작되었는데도 감각이 올라오지 못하니 소속팀인 함부르크SV에서 부진하게 되었던 건 당연한 결과였다(그 잘하던 돌파조차 안되고, 폼이 말이 아닌데 지나친 욕심으로 무리수를 두는 플레이 등..). 그러한 자신의 기량은 전혀 생각지도 않은 채, 수많은 팀과 링크되어있으니 경기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던 게 당연했다.

 

  유벤투스도 그 중 링크되어있던 한 팀이었지만, 사실 엘리아가 첫번째 옵션은 아니었다. 지난시즌엔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나 시모네 페페가 번갈아가면서 왼쪽 윙을 잘 커버해주었지만, 뭔가 윙으로써 2% 정도 파괴력이나 움직임이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지난시즌 말미부터 유벤투스는 맨유의 루이스 나니나 박지성을 비롯하여 올림피크 리옹의 미첼 바스토스, 바이에른 뮌헨의 프랑크 리베리 그리고 피오렌티나의 핵심인 후안 마누엘 바르가스를 노려왔었다. 실제로 바스토스는 거의 영입성사직전까지 가면서 바스토스의 유로패스포트만 발급되면 사실상 이적확정되어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바스토스에 대한 협상은 잠잠해졌고, 결국 결렬되었다(아마 여기서 콘테 감독이 개입하면서 틀어졌다고 한다).

 

(유벤투스에 정말 필요한 윙어는 바스토스나 바르가스 같은 파괴력 넘치는 왼발윙어였다)

 

  바스토스나 바르가스를 제쳐두고 엘리아를 영입한 것에 대하여 유벤투스 감독과 보드진은 팬들로부터 상당한 원성을 사야했고, 또 한 번 불신임을 받기 시작했다. 엘리아를 영입하는 데 이적료는 9m+1m(옵션)에 4년 계약. 차라리 팬들은 그런 불필요한 선수에 거금을 들일 바에 차라리 돈을 더 써서 바스토스나 바르가스에 올인했어야했다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엘리아의 폼을 보더라도 10m이라는 가격은 심하게 거품가격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심지어 함부르크의 남는 장사라는 평이 있을 정도). 꿩 대신 닭이라는 게 엘리아이니 불만이 폭주할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독일언론에서 퍼뜨린 엘리아의 유벤투스 디스설 때문에 엘리아의 이미지가 더욱 안좋아졌으니 엘리아 입장에선 새 팀에서 새출발하려는 데 대략난감할 것이다.

 

  그래도 엘리아는 유벤투스에서 다시 부활해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면 그만이겠지만, 더 납득할 수 없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이적시장이 닫히고 난 뒤에도 유벤투스 스쿼드에 대한 잡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 바로 여름이적시장이 공식적으로 닫힌 뒤에 터져나온 지글러의 페네르바체로의 임대다. 자유계약으로 올시즌 여름에 유벤투스로 합류한 즉시전력감 왼쪽 풀백이 2달도 채 되지 않아, 임대신세였으니 그야말로 경악 그 자체였다.

 

 

(세리에A 정상급 풀백인 레토 지글러가 2달도 채 안되 임대... 이건 그의 굴욕이라 해도 무방하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지난 시즌 유벤투스의 측면수비는 정말 최악 그 자체였다. 그나마 왼쪽의 경우에는 파올로 데첼리에가 만년유망주 꼬리표를 떼어내고 서서히 부활할 기미를 보였으나 유리몸 기질이 강했던 데첼리에였기에 그는 시즌 도중 6개월 장기부상을 끊으며 전력이탈해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루이스 델네리 감독은 그 땜빵을 메꾸자 하기 위해 여러 선수들을 집어넣으며, 유벤투스가 부상의 마수로 인해 여러 선수가 차례차례 실려나가니 심지어 센터백인 지오르지오 키엘리니를 왼쪽 풀백으로 돌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델네리 감독은 데첼리에를 커버할 만한 왼쪽 풀백을 물색했고, 예전에 자신이 지휘했던 삼프도리아의 주전 풀백인 레토 지글러의 계약만료를 이용하여 그를 자유계약으로 데려오는 데 합의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지글러와 유벤투스가 계약합의 한 이후, 루이스 델네리 감독은 성적 부진이라는 이유로 책임지고 유벤투스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것이 지글러의 토리노 생활이 꼬여버린 발단이었다. 델네리를 믿고 토리노로 건너온 지글러였지만, 이미 비안코네리의 매니저는 델네리가 아니라 안토니오 콘테였다. 그랬기에 지글러는 상당히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프리시즌동안 그를 기용하길래 아무런 문제 없이 넘어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콘테는 새로운 이적생인 지글러가 아닌 이미 퇴물로 전락해버린 그로소쪽으로 눈길을 돌려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지글러는 자신이 영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를 기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이것은 마치 필리페 멜루를 갈라타사라이로 임대보낸 케이스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콘테가 기용할 의도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지글러 입장에선 당연히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이적한 지 2달 밖에 채 되지 않았고, 아직 리그가 개막하지도 않았는데 써보지도 않고 전력외로 분류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콘테가 이렇게 밝히니 베페 마로타는 또 감독 말은 잘 들어서 그를 페네르바체로 임대보냈다.

 

  레토 지글러의 임대소식은 또다시 비안코네리 팬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오른쪽 측면이야 리히텐슈타이너가 버티고 있고, 백업으로 쇠렌센이 있기 때문에 확실히 새는 구멍을 막았지만, 왼쪽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데첼리에가 부상당하는 빈도가 꽤나 높기 때문에 주전으로 세우기엔 약간 불안하고, 그로소는 지금 당장 유벤투스에서 방출당한다해도 아무 이상이 없을 정도로 기량이 엉망이었다. 그러한 빈약한 왼쪽 풀백 자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콘테 감독은 퇴물인 그로소를 남겨두고 세리에A 정상급 풀백으로 인정받는 지글러를 곧바로 임대보냈으니 상식적으로 누가 이걸 이해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공격적인 4-4-2를 구축하게 된다면, 풀백은 수비적인 능력이 탁월해야하는데, 데첼리에나 그로소나 수비보단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기에 오버래핑으로 오히려 역습당하는 경우도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다. 게다가 현재 유벤투스 센터백은 키엘리니 이외에는 전부 다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수비능력이 좋은 지글러의 중요성은 더더욱 컸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글러를 내보냈으니, 콘테에 대한 신뢰감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현재 콘테 감독을 보고 페라라 감독 때와 똑같은 상황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러한 팬들을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는 안토니오 콘테. 비록 유벤투스 레전드 윙어였다고는 하지만 레전드라고 해서 감독적인 역량까지 좋다고 감히 장담할 순 없다. 물론 바르샤의 과르디올라나 리버풀의 달글리쉬처럼 좋은 역량을 맘껏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유벤투스 지휘봉을 잡고 난 이후 현재까지 그의 알 수 없는 행동들과 세리에A 무대에서 보여줬던 감독으로써 신뢰는 아직 의심스럽다. 어쩌면 지난주에 있던 세리에A 1라운드가 연기된 것이 그의 능력을 평가할 무대였는데, 되려 연기되는 바람에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나는 지금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보면서 '왕좌 탈환'에 가까워진다기 보단 점점 델네리나 페라라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 없다. 다음주 주말에 잡혀있는 세리에A 2라운드가 유벤투스의 미래를 대충 가늠케 하는 이정표이자, 콘테 감독에 대한 재신임 경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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